특집 53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②] 진부화와 체념의 공모구조

이 글은 1차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예술포럼’을 대상으로 하고, 그 외 서울문화재단 등 지역문화재단에서 진행한 토론회의 발제문과 리뷰를 참조해 작성했다. 상당히 방대한 양이고 문서보다는 유튜브 등 영상으로 남은 자료를 참조한 탓에 개개 토론회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유형들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덧붙인다. 우선 ‘코로나19 예술포럼’을 1차적인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현상에 대한 토론은 해당 현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주가 되는 것이 맞다. 실..

특집 2020.09.10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시대착오적인 미디어 산업 욕망의 총체

지난 6월 22일 정부는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위원장 : 국무총리 정세균)를 통해 (이하 )을 발표했다. 이 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워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그리고 고용노동부까지 총 7개 부처가 합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영역에 대하여 개별 부처 차원을 넘어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정책안은 2017년 12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으로 발표한 (이하 ) 이후로 약 2년 66개월 만에 발표되는 것이지만, 이 두 정책 안의 분위기는 결코 같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가속화되는 ‘절충적 방향’, 또는 쉽게 방향을 정하지 ..

특집 2020.07.02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모두가 비난하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완벽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문화관료의 가상 독백

1. 부처마다 실적이 낮다고 할당방식으로 재택근무를 하라니. 햐 정말 미친 것 아닌가. 철없는 주무관들은 재택근무가 곧 휴가인 것처럼 여기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쉬더라도 절대로 우리의 일을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택근무하고 오면 또 야근을 해야겠지. 참 한심하다. 어쨌든 집에서 일하려면 전자결재시스템에 들어가야 하니 몇 가지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물론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2. 일주일만에 사무실로 왔더니 메모가 잔뜩이다. 당장 재택근무 때 위쪽의 요구라며 코로나19에 대한 예술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부터 처리해야 한다. 벌써 닦달이 시작되었다. 아니 코로나19 탓에 회의도 몽땅 취소한 마당에 어떻게 예술인들의 요구사항을 확인해서 정책으로 만드냐고? 어이없지..

특집 2020.07.01

[창간1주년기념 편집위원 방담] “문화정책과 담론”

사회: 김소연 편집장 참석: 김민규, 김상철, 김정원, 안태호, 염신규 일시: 2020년 6월 22일 ~ 28일 (온라인) [문화정책리뷰]가 발행 1주년을 맞았다. 한 달에 한 번 다섯여섯 꼭지로 페이스북 페이지로만 배포되는 소박한 매체인 데다가‘문화정책’이라는 한정된 주제였지만 꾸준히 독자들에게 가 닿았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을 ‘최소한의 적정선’으로 발행해왔다. 이제 겨우 1년이지만 스스로 자축하면서, 함께 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면서, 지난 1년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편집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논쟁, 더 다양한 필자 그리고 현장과 더 가까이 등등 ‘문화정책 담론 형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보기로 다짐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

특집 2020.07.01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환영받지 못하는 문화정책을 통과하는 고민들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거치고 있는 동안 정부를 중심으로 한 통치 집단은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정책 수단을 꺼내놓고 있다. 초창기에는 방역 대책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고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긴급지원금 같은 사회정책이 만들어지고 경제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부처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른바 ‘코로나 이후’라는 이름이 붙어서 쏟아지고 있는, 그러나 포장만 살짝 바뀐 개발과 성장 중심의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략 두 가지 측면에서 답답증이 올라온다. 우선 첫 번째, 지금 우리의 단계가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쉽사리 떠들어댈 상황인가라는 의구심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등장하는 정책들이 전환이나 녹색 같은 시대적 트렌드에 따른 포장을 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술 중심적이고 끝없는 성장을 전제하고 ..

특집 2020.06.30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③] 판데믹과 사회문화적 위기, ‘K-방역’은 무엇의 이름인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이렇게 ‘국뽕’이 충만한 적이 있었나 싶다. ‘K-방역’ 말이다. 남한의 코로나19 대응을 앞 다퉈 극찬하는 서구 언론은 확실히 낯선 광경이었다.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짚어두자. ‘K-방역’ 성공을 확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 긴장을 늦추면 순식간에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유럽과 한국의 입장이 역전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5월 연휴를 앞두고 계속 경고해왔지만 정부는 외부의 칭찬에 도취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결국 이태원 클럽을 진원으로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었다. 순차적 개학을 실시한 2020년 5월 말 현재, 감염 상황은 그야말로 살얼음을 딛는 듯 불안하다. 좋든 싫든 코로나 19는 지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파괴력은 가히 20..

특집 2020.06.07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③] 위기의 '일상'

풍경 하나, 어느 미술관 여느 때 같으면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거렸을 6월 어느 날의 오후 미술관은 한산하다. 미술관 입구엔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모든 시설이 약 2주 동안 임시 휴관을 한다”는 문구가 관람객의 발길을 가로막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린 공공 및 다중이용시설의 임시 사용중단 조치에 따라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취해진 조치다. 더 많은 관람객을 주문받던 미술관에서 관람을 제한하거나 폐쇄해야 하는 낯선 풍경이 벌어졌다. 미술관이 만든 전시는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관람객을 마주할 일이 없이 철수될 위기에 놓였다. 큐레이터는 개막일정에 맞추어 전시를 준비하지만, 언제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전시들은 전보다 더 인터넷과 가상공간을 떠돌아다닌다. 사실, ..

특집 2020.06.07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②] 문화기획자 그리고 사회적경제

약 6년 동안 맡았던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의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쉬는, 그리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대표가 3번째 바뀌는 건강한 조직이 될 것이고 조합원들이 조합의 일을 나누어하면 신임 이사장에 책임이 집중되지 않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 조직에 문화기획자가 몇 없다. 그 몇 없는 기획자 중 하나가 나였다. 이후 몇 개월은 쉬었지만 조합의 일을 같이 기획하고 몇몇 사업은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연말에 보니 내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했던 일의 양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었다. 일을 쉬면서 새로운 일을 상상하는 순간은 있었지만 꿈꾸었던, 휴식과 공부가 있는, 그런 시간은 없었다. 일을 나누고 함께할 기획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 같은 문화기획자는 집..

특집 2020.05.06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②] 조급한 마음을 읽어보는 위기의 데이터

판데믹. 영화에서나 있는 가상적 상황이라고 여겼던 그 상황은 실재가 되어 마주하고 있다. 한 계절을 통으로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의 준칙이 되고 있다. 사회 제 분야와 모든 업종에서 힘든 나날을 지속하고 있는데, 대면과 사회적 밀착을 전제로 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초토화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다. 문화예술은 원래 그랬다는 것이 위안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판데믹 이후의 문화예술은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예술인으로서 생존한 이후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문화재단 등 공공영역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진행하고 있다. 지원 규모, 지원 방식, 지원 대상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특집 2020.05.06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②] 예술지원정책의 기저질환

한 다리 건너 지인 중 민주시민교육 분야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 있다. 그분은 촛불 이후, 소위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지역자치, 거버넌스에 대한 강조가 다시 시작되면서 매우 바쁘게 이런저런 민주시민 교육 프로그램, 지역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정부와 지자체의 요구에 의해 진행해왔다. 그런데 그분이 최근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온 카드대금 연체 문자였다.. 바쁜 것만큼의 액수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공공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며 받아오던 보조금이나 용역비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끊기다 보니 은행 잔고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각종 교육이나 행사가 불가능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봉급 생활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상황이겠지만 프리랜서들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다. 뭐 이처럼 춥고..

특집 2020.05.05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도시는 멈췄고, 예술가들은 유령이 되었다

섬유의 도시, 사과의 도시, 미인의 도시, 폭염의 도시. 대구라는 도시는 유난히 많은 수식을 가지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3대 도시이자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하고 대기업을 태동한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그 자부심은 곧 독재자의 도시이자 보수, 아니 수구꼴통의 도시라는 비난으로 바뀌어갔다. 물론 동양의 모스크바, 10월 항쟁과 인혁당 사건의 중심지이자 전태일 열사를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유보해달라는 항변도 있다. 어쨌거나 2020년 대구는 갑자기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대구코로나’라는 용어를 매체에서 사용할 정도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을 상징하는 국제도시로 격상(?)된 것이다.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국회의원 선거 시기와 절묘하게 겹치는 바람에 ..

특집 2020.04.06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안전하게 그리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지난 달 마지막 주말 갑자기 날아든 서울시 공문으로 공연계는 혼란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은 6대 감염예방수칙을 엄수할 것, 만약 이를 어길 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공연강행으로 확진자 발생 시 확진자 및 접촉자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역 등의 비용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갑작스레 공연 관련 협단체에 발송된 이 공문은 6대 수칙을 엄수해야 할 각 공연장이 이를 수신했는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언론을 통해 서울시의 현장점검이 알려졌다. 공문은 SNS를 통해 공연계에 빠르게 퍼졌는데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조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인지, 벌금과 구상..

특집 2020.04.06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통찰의 시간이 왔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활동 파행이 이렇게 장기화 될 줄 짐작하기 힘들었다. 초창기 이 바이러스에 대해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했고 최근 몇 차례 지나갔던 사스나 메르스처럼 비교적 단기간의 국지적 확산이 이루어지고 사그라들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적 기대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바이러스 상황은 잠잠해지기는커녕 국경을 빠르게 횡단하며 거의 전 세계를 일시중지 상태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은연 중에 “선진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왔던 유럽과 미주의 주요국가들에서 엄청난 확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아베 정부가 적극적인 의료 대책을 미룬다는 의심을 받아가면서까지 강행하려고 했던 2020 도쿄..

특집 202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