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52

[EDITORIAL 52] 보이는 파국, 보이지 않는 파국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가스냄새를 감지하다』는 파솔리니의 영화 분노>를 뒤섞이는 시간들에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파솔리니의 분노>는 1950~60년대 이탈리아 “뉴스 영화”의 9만 미터 필름에서 장면을 뽑아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뉴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창한 하늘의 뭉게구름과 핵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을 이어놓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파솔리니는 몽타주를 통한 이미지의 충돌만이 아니라 시, 음악, 나레이션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층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저자의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아무런 [위기의] 기미 없이 지나가는 시대”에 이를 감지해 내는 일, 다시 말해 역사를 독살하는 “영원히 잠재적 위기”를 파솔리니는 어떻게 보여줄 수..

에디토리얼 2025.01.13

[EDITORIAL 51]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

다시 탄핵정국, 불완전한 과거의 흔적을 본다 8년 전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면서 탄핵을 외칠 때 다시 탄핵정국을 맞이하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 문을 부수고 시민과 무장한 군인들이 대치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6인 체제의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하지만 내란의 주동자는 뻔뻔하게 자신의 행위를 통치행위라 말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 대변인’으로 등장해 계엄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면서 광장을 지켰던 문화예술인들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블랙리스트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했다. 블랙리스트가 작동되었던 원인으로 문화행정의 도구화, 수직적 위계적인 문화정책..

에디토리얼 2024.12.24

[EDITORIAL 50] 한강 노벨상 수상, 그 이후

네 그렇습니다. 또 한강 이야기입니다. 이제 좀 흥이 사그라든 것 같은데, 또 숟가락 얹기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복기해보고자 합니다. 수상 발표 이후 ‘모두’가 ‘함께’ 즐거웠던 것은 딱 다섯 시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소식이 전해지고 잠이 들기 전까지 “좋은 일이 있어서 좋다”는 글들이 이어지더니 다음 날 다시 열어본 SNS 타임라인에는 한강의 작품과 한강의 수상을 두고 자신이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가득하더군요. 그러더니 얼마 되지 않아 황석영 작가의 한강 수상에 대한 축하글이 이미지 파일로 떠돌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왜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황석영의 축하 인사가 그렇게 급하게 꼭 필요한 것일까요. 언론이나 문학계에서 황석영 작가의 노벨..

에디토리얼 2024.11.17

[EDITORIAL 49]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어서 좋다"

막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을 일어서는데 마침 같은 공연을 보았던 지인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합니다. 사실 객석을 빠져나오는 관객들 틈에서 작은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었기에 ‘한강’ ‘노벨상’ 두 단어만, 그것도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연극의 얼얼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으니까요.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연극의 기운이 좀 씻기고 나서야 근데 무슨 말이었지 싶어 핸드폰을 켭니다. 핸드폰 화면에 주르륵 뜨는 소식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흘러갔던 단어가 문장으로 완성됩니다. “한강 노벨상 수상했어요.” 처음 이 문장이 뚜렷이 조합되었을 때도 이 소식이 무슨 소식인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뉴스와 SNS 타임라인과 이런저런 채팅방..

에디토리얼 2024.10.11

[EDITORIAL 48]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내년엔 수업 못할 거 같아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의 말입니다. 그 지인은 지역에서 극단활동을 하면서 학교예술강사를 하는 연극인입니다. 요즘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 여러 우려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던 터라 사정이 어떤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입니다.  연극만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은 예술강사, 티칭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창작활동과의 병행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강사로 삼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좋은 예술에서는 교육의 계기가 발생하고, 좋은 예술교육은 창작의 계기 속에서 이루어지니 둘을 나누고 가르는 것이 도리어 예술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드는 것이겠죠.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조정의 수준이 아니라 거의 사업을 폐기하는 수준의 삭감이 진행되고 있..

에디토리얼 2024.09.06

[EDITORIAL 47] 다양한 관점, 폭넓은 현장, 한 걸음 나아가는 문화정책담론

올해는 [문화정책리뷰] 창간 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문화정책리뷰]는 2019년 7월 1일 첫 호를 발행했습니다. 돌아보니 매해 여름 창간을 기념한다며 좌담회를 하기도 하고, 칼럼을 청탁해 받기도 하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매월 4편 내외의 기사를 발행하는, 쉬어가기도 하는, 작은 매체로서 왜 이렇게 ‘혼자’  비장했나 싶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그저 ‘뜻’만 모아 매체를 발행하려니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찌어찌 편집위원들의 봉사 혹은 노동착취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해 왔는데,,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외부 필자들의 ‘원고료’가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충분한 고료는 아니더라도 고료 없는 매체는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지키려니 점점 외부 필자 청탁이 어려워지는..

에디토리얼 2024.08.07

[EDITORIAL 46] 공공정책으로서의 ‘문화’

지난 5월 30일에서 6월 2일까지 “사람하는 도시, 사랑하는 도시”를 주제로 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문화도시 박람회는 청주, 서귀포, 영도에 이어 춘천에서 개최되는 네 번째 문화도시 박람회입니다. 개최 지역에서 볼 수 있듯이 기초지자체 문화도시센터가 행사를 주관하고 여러 기관들이 협력하는 행사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28개 문화도시가 참여하여 문화도시 홍보관, 포럼, 라운드테이블, 문화예술교육워크숍, 팝업페스타, 전시 등 문화도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번 문화도시박람회는 춘천의 대표적 축제인 춘천마임축제가 공동 주관처로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문화도시박람회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행사 개막을 앞둔 5월 27일 중도문화연대는 이번 문..

에디토리얼 2024.06.24

[EDITORIAL 45] 410 총선이 보여준 문화정책의 ‘복합적인 난맥’

지난 4월 9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24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 전담심의위원 위촉식을 가졌습니다. 지난 해 10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직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부터 밝혀온 직원의 심의 참여를 골자로 한 ‘책임심의관제’가 예술위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술위는 그간 책임심의제 도입을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제364차 위원회 전체회의(2023년 11월 3일) 속기록에서는 위원들의 논의는 비공개로 되어 있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채, 의결을 2월 위원회 회의로 미루었습니다. 위촉식을 가졌던 것을 보면 정관 개정이 이루어졌나 봅니다.(관련기사 “[이슈] 왜 책임심의관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으로 둔갑했나”) 지난 4..

에디토리얼 2024.05.08

더 나은, 더 단단한 '합의'

대학로X포럼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대응하면서 만들어진 연극 및 공연예술인들의 토론을 위한 페이스북 그룹입니다. 블랙리스트 대응만이 아니라 연극 및 공연예술계 현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때로는 공동발의를 통해 오프라인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합니다. 지난 3월 18일에는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제9차 대학로X포럼 “연극계 백래시, 어떻게 맞서나갈 것인가 - 보이콧 운동을 경유하여”가 개최되었습니다. 토론회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토론회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에 대한 보이콧운동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이콧운동은 이 공연에 전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주연 배우로 그리고 성폭력 관련 조사 중인 안 모씨가 그래픽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는 이 공연이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공극장인 대학로극장 ..

에디토리얼 2024.04.08

[EDITORIAL43]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난 2월 말 학전의 레파토리 공연 의 종영을 앞두고 극장 폐관이 보도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지난 해 개막 즈음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상의 이유로 극장의 폐관이 이미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극장 폐관 기사가 나온 이유는 폐관 소식이 알려진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소극장 학전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사는 이에 대한 학전 측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해 써달라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 명칭은 쓰지 않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학전 측의 입장이 보도된 후 이에 대한 문체부와 예술위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기사에 따라 익명의 관계자 전언을 덧붙이고 있는데, 공..

에디토리얼 2024.03.05

[EDITORIAL42] 지금도 사건은 여전히 생생한데

얼마 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국립국악원이 자주 가는 극장은 아니지만 낯선 곳도 아닌데, 풍류사랑방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극장에 들어서서야 알았습니다. 국립국악원이 자주 가는 극장은 아니지만 다니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이 극장을 이제야 와보았다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풍류사랑방은 2013년 4월에 개관했습니다. 풍류사랑방 개관 당시 소개를 보면 “옛 선비들이 음악을 즐기던 ‘풍류방’을 현대적인 전통 공연장으로 탄생시킨 곳” “전통 한옥 형태에 전자 음향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우리 소리를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마루 위 방석 위에 앉아 관람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극장에 와 본 것은 처음이지만 이 극장에 대한 이러한 소개글은 익숙합..

에디토리얼 2024.02.02

[EDITORIAL41]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가

지난해 이 새로운 출연진들로 막을 오른 즈음 소극장 학전의 폐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 온 김민기 선생의 건강 악화에 따른 결정이어서 안타까움이 더 컸지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대중음악인, 배우 등등이 “Again 학전”을 기획한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옵니다. 이제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지만 작은 무대에 감사하며 내일을 꿈꾸던 시절을 소극장 학전에서의 추억들이 기사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스타들만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공연을 본 한 지인은 이 공연을 보려고 몇 번 티켓팅을 했지만 이제야 드디어 공연을 봤다고 감격해합니다.. 초연 당시는 티켓팅을 하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가 언능 집회에 나오라는 바람에 공연을 보지 못했고..

에디토리얼 2024.01.07

[EDITORIAL40] 문화부는 있어야 하나

벌써 가을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특집: 2024문화재정분석]을 시작했는데 이제 국정감사도 끝나고 국회는 본격적으로 예산 정국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올해 국정감사는 내내 계속되는 양당의 대치에 대한 뉴스만 요란할 뿐 ‘국정’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뚜렷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과문한 탓일까요? 제가 과문한 탓 같습니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저는극단 함께사는세상에서 개최되고 있는 ‘모두페스티벌’을 보러 대구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2주간 금요일 토요일 이틀 연속 13편의 공연과 영화가 상연, 상영되었고 25일에는 “발달장애인 배우의 예술표현에 대한 자기결정의 과정”을 주제로 한 포럼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자조모임으로 진행된 연극반..

에디토리얼 2023.11.21

[EDITORIAL39] 2024 문화재정 분석

지난 23일 토요일에는 광화문에서 용산까지 기후정의를 외치는 행렬이 가득했습니다. 손팻말에 적힌 구호들은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근본적 실천을 해야 한다는 단호한 것이었지만 파란 가을 하늘을 이고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함께하는 이들의 환한 얼굴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 요구가 가득한 집회를 보면서 어느 축제가 이보다 생동감 넘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위가 가시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이 오면 기후정의행진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정치도 정책도 난파선 판자에 실려있는 것 같은 현실이지만 결국 함께하는 이들이 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겠죠. 사실 가을은 농부들만 분주한 시간이 아닙니다. 가을은 정책에서도 분주한 시간입니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행정..

에디토리얼 2023.09.25

[EDITORIAL 38] 창간 4주년을 맞으며,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자리

[문화정책리뷰]가 창간 4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1일 첫 호를 발행하면서 월간 발행을 목표로 했으니 4주년 기념호는 49호가 되어야겠지만 11호나 모자랍니다. 월간 발행을 꼬박꼬박 지키지 못한 셈입니다. 그래도 “작은 시작이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문화정책담론의 장을 가꾸어가겠다”는 다짐을 저버리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판데믹이 한 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랬고, [문화정책리뷰]가 그렇습니다. 2020년 2월 급속히 감염자가 퍼지면서 우리 사회 역시 코로나19 방역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문을 닫은 것은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이었습니다. 민간의 문화예술활동 역시 급속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염병의 위험만큼이나 활동 중단에 따라..

에디토리얼 2023.08.03

[EDITORIAL 37]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서

윤석열정부 1년이 지났습니다. 돌아보면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한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선, 지선을 거치면서 정치권력의 교체가 일어나고 무수히 많은 일들, 거버넌스조직이 붕괴되고 기관 통폐합이 일어나고 이런저런 부적절한 인사와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검열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일들은 꼭 윤석열정부에서만의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정체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계획은 모호하고 상충하는 가치들로 어지럽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차라리 이 정부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이즈음 [문화정책리뷰]는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100인의 제안”을 진행했..

에디토리얼 2023.06.14

[EDITORIAL 36] 우리는 다른 실패를 하고 있는가

지난 5일 인사동 코트에서는 “제0회 서울 예술인 회의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이상반응 진단과 처방’”이 있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내내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들고 나는 이들로 북적였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회가 적지 않음에도, 때로는 현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일 때에도 이만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여러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예술청 운영 과정에 연루된 현장이 그만큼 폭넓게 있었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과정을 지켜보아왔던 1인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회 전날 임기가 종료된 예술청 공동운영단 민간위촉..

에디토리얼 2023.04.17

[EDITORIAL 35] 협업을 무너뜨리는 불편한 사례들

할 일을 마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찍 깨어났습니다. 다시 이어서 일을 하다가 생각은 뚝 끊어지고 그럴 때면 SNS 창을 들여다보게 되죠.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한밤중에 올렸던 글들을 봅니다. 혼잣말 같은 여러 생각들이 이어지는데, 어떤 글이 목구멍 가시처럼 탁 걸립니다. 지인의 글입니다. 아마 그이를 잘 모른다면 어느 밤의 상념이려니 하고 지나치겠지만, 그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사정을 아는 저로서는 가슴이 아픕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그이는 전임 대표가 추진하던 새로운 협업조직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가 바뀐 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협업조직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대표가 바뀌고 그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치면서 갈등..

에디토리얼 2023.03.13

[EDITORIAL 34] 개혁의 실패 혹은 덧없음

지난 1월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8기 위원이 발표된 데에 이어 26일에는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위원 구성도 발표되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정책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할 때, 그리고 제정의 과정을 생각할 때, 각 위원회 신임 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논평’조차 미미한 것은 우려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가능합니다. 지난 해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100인의 제안”을 진행할 때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다며 참여를 고사한 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새정부에 대한 지지하지 않음 때문만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 정부가 들어서고 발표된 문화 관련 정책 과제들을 보면 기존의 과제, 가치, 사업의 울궈..

에디토리얼 2023.02.08

[EDITORIAL 33] 상충하는 과제, 모호한 가치 그리고 파국

새정부가 들어선지 8개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8개월밖에 안 되었다고? 갸웃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화예술분야로 한정해서 보자면 새정부가 들어서긴 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윤석열차’ 수상작 선정에 대한 문체부의 대응이나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국가기념식’에서 행안부의 이랑 교체 지시 등 검열사건들이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새정부가 들어섰다는데 대체 이 정부는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정책은 없고 사건들만 불거지고 있는 어수선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멀리 보고 더욱 찬찬히 보고 더 깊게 보는 시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2023년 첫 호에는 두 편의 이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김민규 “[이슈] 상충하는 ..

에디토리얼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