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에서 6월 2일까지 “사람하는 도시, 사랑하는 도시”를 주제로 <2024 문화도시박람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문화도시 박람회는 청주, 서귀포, 영도에 이어 춘천에서 개최되는 네 번째 문화도시 박람회입니다. 개최 지역에서 볼 수 있듯이 기초지자체 문화도시센터가 행사를 주관하고 여러 기관들이 협력하는 행사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28개 문화도시가 참여하여 문화도시 홍보관, 포럼, 라운드테이블, 문화예술교육워크숍, 팝업페스타, 전시 등 문화도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번 문화도시박람회는 춘천의 대표적 축제인 춘천마임축제가 공동 주관처로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문화도시박람회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행사 개막을 앞둔 5월 27일 중도문화연대는 이번 문화도시박람회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주차장 일원에서 개최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습니다. “선사유적을 파괴하고 파묻은 현장에서 축제를 벌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중도문화연대는 중도에서 선사유적들이 발굴되면서 레고랜드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해 왔던 시민단체입니다. 이러한 뜻을 알리기 위해 중도걷기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중도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청동기시대와 원삼국~삼국시대의 대규모 마을유적이 발굴되어 왔습니다. 신석기시대의 화덕자리와 구덩이 유구, 고구려와 관련된 무덤, 그리고 고려~조선시대의 집터와 무덤도 일부 존재합니다.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실시한 지표 조사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고, 1980~1990년대의 소규모 발굴 조사를 통해 청동기시대의 집터와 고인돌, 원삼국~삼국시대의 집터와 돌무지무덤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유적의 전체적인 규모와 성격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0~2011년에 이루어진 4대강 살리기사업(제방 구간)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레고랜드 건설의 일환으로 시행된 발굴 조사를 통해서였습니다.(중도 유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레고랜드는 강원도의 중도 개발사업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최문순 전 도지사 때부터 추진되어 김진태 현 도지사에 개장했습니다. 도지사의 소속 정당은 바뀌었지만 그대로 추진되어 왔던 사업입니다. 중도 선사유적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2022년 9월 26일 김진태 도지사가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한국의 채권 신용도가 폭락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이 사업에 대해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는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가 선사유적 보존 문제만이 아니라 개발에 대해서도 여러 갈등이 있습니다.
중도는 춘천시를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는 북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입니다. 두 덩어리가 닿을 듯 붙어있어 상중도 하중도라고 부릅니다. 춘천시를 흐르는 북한강에는 중도 외에도 붕어섬, 고슴도치섬 등이 있습니다. 레고랜드를 비롯해서 상가, 호텔, 박물관 등 관광지 개발을 추진 중인 곳은 하중도로 축구장 58개를 합친 것만 한 크기라고 합니다. 춘천을 가로지르는 북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지만 중도는 강원도 소유지입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개발은 강원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중도 끄트머리는 지반 등의 이유로 개발이 어려워 관광지 조성에서 제외되면서 무성한 숲이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곳을 생태수변공원으로 춘천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직접 현장을 본다면 한 섬 안에 매우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무성한 숲이 보존되어 있는 생태수변공원에서 춘천마임축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어바웃 타임 중도- 치유의 숲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이 문을 닫고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던 때에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기록한 영상을 중도 곳곳에 설치하고 숲을 걷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외에도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춘천연극제 등 춘천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들은 이 공간을 축제사이트와 연계하려는 구상들을 춘천문화재단, 춘천문화도시센터와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중도에는 레고랜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문화도시박람회가 개최된 곳은 이러한 활동과 논의가 있었던 생태수변공원이 아닙니다. 같은 중도이지만 같은 중도가 아닙니다. 생태수변공원은 진입이 어렵고 더구나 박람회 같은 대규모 행사를 벌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레고랜드 주차장으로 행사장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중도문화연대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2024 문화도시박람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중도문화연대는 행사장에서 1인 시위, 피켓팅 등을 펼쳤습니다. “‘문화도시 박람회’는 폭력적이다. 이는 중도 유적 손상을 아파하고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반 문화적으로 느끼는 많은 시민을 무시하는 비문화적인 행동”이라는 거센 비판도 있었지만 중도문화연대의 입장은 개최 반대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왜 중도의 파괴된 역사와 문화를 은폐하는가”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문화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행사라면 또 다른 목소리를 지우지 말라는 것이겠죠.
<2024 문화도시 박람회>가 진행되는 동안 저의 SNS 타임라인에는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한 이들의 기록과 후기와 레고랜드에서의 행사 개최에 반대하는 입장과 시위 기록이 번갈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모든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논쟁은 멈춘 것일까요?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래 두 편의 칼럼을 붙여두겠습니다. 한 편은 행사 중 발행된 ‘문화도시 박람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고 다른 한편은 ‘문화도시 박람회’의 준비과정과 고민을 좀 더 소상히 살펴볼 수 있는 글입니다. 행사 당시 있었던 여러 의견들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부터 논의를 이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가 우리 사회의 공공정책의 영역이라면, 그것은 갈등 없는 균질한 무엇 혹은 갈등 없는 다양성이 아니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갈등을 대면하는, 아니 갈등이 있는 바로 그곳이야 말로 공공정책으로서 문화가 필요한 곳일 테니까요.
[자유기고] ‘문화도시 춘천’의 부끄러운 판테온
[자유기고] 우리가 중도를 기억하는 방법
“[이슈] 다시 수출의 시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도 보이지 않는 밀어붙이기-“2024년 문체부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 리뷰”(정리 박지선)는 지난 5월 23일 문체부가 발표한 ‘국제문화정책추진전략’에 대한 온라인 독해모임의 논의를 정리했습니다. 행정부의 보도자료를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어야 할 만큼 문체부의 발표는 국제교류에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임에도 그 세세한 내용이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국제교류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기획자, 예술가들이 문체부의 추진전략을 꼼꼼히 읽어가면서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칼럼]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 사이에서- 자급자족자립예술세미나 <힙한 로컬은 지방소멸의 대안인가> 리뷰”(김인혜)는 지난 5월 26일 대구 무영당에서 열린 자급자족자립예술세미나 현장을 전합니다. <로컬 젠트리파이어 전성시대 ‘핫플 과잉’이 앞당기는 지방소멸>의 저자 정용택이 발제를 맡고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기획자, 아티스트들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지역에 대한 뜨겁고 비판적이며 상상력 가득한 여러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인터뷰④] 파트너를 찾고,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서하나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안태호)는 강원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센터 현황과 고민을 전하고 있습니다.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왜 파트너십을 강조하는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어떠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②] 창작열, 동료의식, 지원기관의 노력”(이승우)는 지난 글에 이어 대구의 독립영화씬을 소개합니다. 대학 영화과도 없고 지역영상위원회도 없는 대구에서 장편 단편 독립영화들이 발표되고,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현장의 구체적 움직임과 요구가 정책과 만나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⑧] 사반세기를 향해 가는 지역문화정책- 2001년 ‘지역문화의 해’1”(염신규)는 2001년 지역문화의 해가 추진되었던 정책적 맥락을 먼저 짚습니다. ‘지역문화의 해’는 ‘지역’을 정책의 주제로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던 행사로 이전과 이후 문화정책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소개하면서 당시 행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협업: 예술/문화정책 집담회①] 지역문화정책과 중간지원조직- 광역/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정리: 김소연)는 [문화정책리뷰],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예술/문화정책 집담회의 토론을 전합니다. 이번 집담회는 예술/문화정책 현안과 이슈 발굴을 위해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집담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지역문화재단이 놓여 있는 법제도적 현실에서 리더십의 문제까지, 그리고 ‘팔길이원칙’에 대한 왜곡이라는 과감한 지적까지 전개됩니다.
이제 이번 에디토리얼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이번 호의 마지막은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부탁입니다. 그간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매체 발간의 어려움이 큽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필자의 새로운 시선을 담기에 어려움이 큽니다. 지금까지의 관심에 더해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더 열심히 더 좋은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문화정책리뷰]가 친구들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국문화정책연구소 구성원들은 올해 다시 참신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더해줄 외부 필자를 찾고자 합니다.당연히 많지는 않지만 원고료가 필요해진 상황이고 그 일부의 재원은 저희 구성원들이 분담했습니다.매체의 시선 확보를 위한 최소 예산의 절반입니다.나머지 절반의 예산을 [문화정책리뷰] 독자 여러분께 감히 청합니다. 외부 원고료 일부에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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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슈] 다시 수출의 시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도 보이지 않는 밀어붙이기-“2024년 문체부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 리뷰_ (정리: 박지선)
[칼럼]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 사이에서- 자급자족자립예술세미나 <힙한 로컬은 지방소멸의 대안인가> 리뷰_ 김인혜
[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인터뷰④] 파트너를 찾고,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서하나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_ 안태호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②] 창작열, 동료의식, 지원기관의 노력_ 이승우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⑧] 사반세기를 향해 가는 지역문화정책- 2001년 ‘지역문화의 해’1_ 염신규
[협업: 예술/문화정책 집담회①] 지역문화정책과 중간지원조직- 광역/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_ (정리: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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