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5

지원사업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떠났습니다

봄이 왔다. 새싹이 트고, 만물이 생명을 얻는 시기. 그러나 나는 아직 이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시기에, 나는 창작활동을 잠시 쉬며 한국을 떠나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했다. 예술인으로서 활동범위를 더 넓히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 글의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들어왔을 독자에게 사과의 마음을 먼저 보낸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다시 지원사업에 지원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제목 그대로의 고민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2024년, 올해 해외에 나가 작업을 잠시 쉬어가겠다는 선택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증명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해야만 하는 시스템에 어느덧 싫증 났거나 내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을 잠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나는 처음으..

칼럼 2024.04.08

[리뷰] 호명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시상식’이 2월 22일 춘천에서 열렸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1달여에 걸쳐 후보자 추천을 받고,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4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각각의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한 후 최종 선정과정을 거쳤다. 4인의 후보자는 경남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 김종필 대표, 강원 춘천 소양하다의 윤한 대표, 경북 구미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의 유신애 대표, 강원 춘천 공공미터협동조합의 이덕용 이사장 등이었다. 2월 22일 춘천에서 발표된 2명의 수상자는 윤한, 유신애 두 사람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상자 선정은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획자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진행했다. 어워드 취지에 맞춰 지역의 문화기획..

칼럼 2024.03.04

[칼럼] 전망 부재, 다시 집요한 질문을 만들어야 할 때

언제인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문화정책 관련 일을 하는 이들 중에 뭔가 새로운 의제 설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뭐 남 얘기가 아니다. 실은 필자 자신이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최소한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새로운 문화정책 과제를 만들려고 할 때마다 겪곤 하는 어려움이다. 평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현안 과제 관련 연구나 자문 등의 작업을 할 때는 그런 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처럼 총선과 같은 선거철을 맞거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새로운 정책 방향이나 과제를 제안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곤 한다. 분명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고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제기되는 것들이 존재하기는 한데 그것들을 몇 가지 축을 중심으로 엮..

칼럼 2024.02.02

[칼럼] 원주아카데미극장과 시민력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미국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보인 이 반응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인구 36만 명에서 ‘100만 명 경제중심도시’로의 비장한 비전을 수립하고, 관계인구는커녕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야만 시민으로 인정하는 도시가 있다. 최근 그 도시의 60년 된 극장이 무너졌다. 인구 100만은 요원해 보이지만 전국적 이슈의 중심이 된 건 확실하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을 지켜온 시민들 1963년,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 세워진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학교 졸업식, 공연, 지역 행사 등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2005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면서 원주의 모든 단관극장은 운영을 멈추었고, 차례차례 사라지..

칼럼 2023.11.21

[리뷰]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문화정책 평가 국회 토론회”

지난 5월 3일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하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문화정책 평가 국회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블랙리스트 이후(준) 공동주최로 열렸다. 정원옥(문화연구자,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사회로 이원재(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의 주요 쟁점과 과제’, 정윤희(블랙리스트 이후(준) 디렉터) ‘예술인 권리보장정책, 실행체계의 진단 및 개선방안’ 발제가 있었고, 고경일(상명대 교수, 우리만화연대), 이양구(연극연출가), 이윤주(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경동(시인, 한국작가회의). 신민준(미술작가, 예술대학생네트워크)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하였다. 퇴행과 과잉 “윤석열 정부 문화..

칼럼 2023.06.14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 ②

관련 글 (33호)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국, 호선제 복원 첫 위원장에 정치인 선출_ 김소연 (34호)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실패 혹은 덧없음 _ 김상철 (35호) [칼럼] 아르코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과제들_ 김상철 (35호)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 ①_ 염신규 정책이나 제도는 그 자체가 현실의 변화를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시대적 흐름과 현실의 배경은 정책과 제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기도 하고 어떤 정책을 강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문예진흥원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결과로 입증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

칼럼 2023.04.17

[리뷰] 지역현장을 고민하는 우정의 어워드 -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시상식이 3월 31일 전남 광양에서 열렸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다. 올해는 김태유 진한컴퍼니 대표, 이유미 인디053 마을문화팀장 두 명이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각각 진해와 칠곡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 외에도 춘천 소양하다의 윤한 대표, 나주 신혜빈 독립기획자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수상자와 후보들의 면면에서 보듯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는 지역의 문화기획자를 발굴하고 응원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아니, 발굴이란 말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기획자들은 유적지처럼 발굴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역동하는 존재들이니까. 그저 운이 좋아 문화예술계의 한켠에서 살아남았고 나름의 기반을 다지게 된 이들이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후속 ..

칼럼 2023.04.17

[칼럼] 아르코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과제들

관련 글 (33호)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국, 호선제 복원 첫 위원장에 정치인 선출_ 김소연 (34호)[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실패 혹은 덧없음 _ 김상철 (35호)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 ① _ 염신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정작 결론 없이 마무리되는 것 같다. 공적인 장에서의 논의뿐만 아니라 상당히 생각의 결이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대개 마무리는 그렇게 된다. 우주나 종교에 대한 이야기처럼 중요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하는 우리가 그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너무나 미미해서 그저 이야기를 할 뿐인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아르코라는 대상은 너무 구체적이다. 그렇다고, 수십 번이나 민원을 넣어도 해결될 기미가..

칼럼 2023.03.13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 ①

관련 글 (33호)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국, 호선제 복원 첫 위원장에 정치인 선출_ 김소연 (34호)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실패 혹은 덧없음 _ 김상철 (35호) [칼럼] 아르코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과제들_ 김상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최근 새로운 위원들과 위원장을 뽑았다. 다양한 인상평과 예측이 있지만 일단 잘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던 한국 예술계의 구성원들을 위해서 말이다. 무엇보다 아르코가 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이 사회에 유의미한 것인지에 대해 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입증해 주길 기대한다. 50년 전, ‘민간 자율’ ‘기금 안정’ 아르코의 전신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은 1973..

칼럼 2023.03.13

[칼럼] 예술인권리보장법, 현장의 관심이 중요하다

참으로 고단한 여정이었다.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구성되기 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16년 문화예술인들에게 작동된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에서 촉발하여 광화문 촛불집회로, 그리고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나선 광화문에서의 1인 시위와 광장극장블랙텐트 공연들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권리에 대한 정당한 요구들로 집결되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활동이 있었고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이행협치추진단’이 이어졌다. 그와 함께 추진된 제정이 이 지난 2022년에 완료되었다. 그중 시행에 따라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이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이 지난 1월에 구성되었으니 이 모든..

칼럼 2023.02.08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실패 혹은 덧없음

아무래도 신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구성 문제는 찻잔 속의 논란이 될 듯하다. 최초의 정치인 출신 위원장이 탄생한 것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의는 쉽게 사그라들었다.. 지난 칼럼을 통해서 이번 위원회 구성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제시되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국, 호선제 복원 첫 위원장에 정치인 선출”) 이 글은 신임 위원회 구성 상의 한계를 재차 강조하는 것보다는 그런 현상을 수용하는 맥락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까 하나의 현상을 이상현상으로 수용하는, 혹은 수용하지 않는 계(world)의 문제를 주요한 논제로 한다. 무관심, 방관, 두고 보기, 수동적 수용 등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일방향적인 편견이나 오해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칼럼 2023.02.08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국, 호선제 복원 첫 위원장에 정치인 선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현장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자율적 예술지원기관을 표방하면서 지난 2005년 출범했다. 당시 초대 위원장에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선출되었는데, 자율적 협의기구라는 기관의 미션에 비추어 위원들의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한다는 법규에 따른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07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호선제가 폐지되고 위원장을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게 된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으로 전락했던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같은 해 7월 3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

칼럼 2023.01.20

[칼럼] 애도를 통제하지 말라

영국 국립극단이 제작한 는 웨스트엔드에서의 장기 공연은 물론이고 여러 나라의 대도시 순회공연, 라이센스 공연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데에는 전쟁을 통과하고 있는 ‘말’과 ‘소년’의 우정에 대한 공감일 터인데, 섬세하고 정교한 말 인형과 인형의 연기가 이 작품에 대한 열광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섬세함과 정교함만은 아니다. 배우와 인형, 인간과 사물이 만들어내는 '말' 연기는 표현 수단이나 스타일을 넘어 인간과 말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의 교감을 그리는 드라마를 관통하며 죽고 죽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대비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의 뛰어난 말 인형을 제작하고 인형을 조작한 단체는 핸드스프링퍼펫이다. 비록 는 우리 나라 무대에 직접 오지 못했지만, 공연료가 ..

칼럼 2022.10.30

[칼럼] 검열 기구 문화부를 폐지하라- <윤석열차> 검열에 부쳐

“예술을 검열하고 파괴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의 힘을 증언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예술사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프리드버그(David Freedberg)의 말은 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기준을 제시한다. 비극인 것은 한국의 정부가 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이를 침해함으로써 예술의 힘을 증언하는 측에 섰다는 점이다. 현대의 검열은 임의적인 작품의 변경이나 폐기, 파괴나 예술인 당사자의 신체적 구속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과 더불어 예술인이 가지고 있는 의견을 침묵하도록 하는 영향력의 행사까지 포괄한다. 유네스코의 자문기구 지위에 있는 표현의 자유 감시 단체 프리뮤즈(freemuse)가 매년 발표하는 ‘예술적 자유의 상태’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보면 예술에 대한 검열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

칼럼 2022.10.25

[칼럼] ‘K컬처’와 ‘문화도시’, 한국 문화정책이 쌓은 두 개의 거탑과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 전망

최근 정부의 문화정책공약과 전망에 관한 두 개의 짧은 원고를 의뢰받고 썼다. 어차피 같은 주제이고 청탁받은 분량도 엇비슷하여서 어쩔 수 없이 겹치는 내용도 있었지만 똑같은 원고는 아니었다. 같은 원고를 두 군데에 줄 수 없다는 윤리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 원고가 쓰였던 시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첫 원고가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쓰여졌던 것이라 주로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당시 공약과 국정과제의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면 두 번째 원고는 새 정부 출범 직후였기 때문에 조금 더 통시적인 관점에서의 분석과 지향점에 대한 요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역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니 간단하게,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 문화정책의 흐름은 21세기 이후, ..

칼럼 2022.06.14

[칼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정홍보, 그리고 언론인 출신 장관

정부 수립 이후 문화행정은, 문교부 내 문화국으로 출발하였다. 이후 68년 공보부를 문화공보부로 개편하면서 공보와 문화가 한 부처에 동거해왔다. 공보와 문화행정의 분리는 노태우 정권기인 1990년에 이루어진다. 공보처를 신설하고 문화부를 독립 부처로 했다. 그러나 문화부 독립 기간은 매우 짧았다. 1993년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가 통합하면서 문화체육부로 개편하고, 1994년 교통부 관광국이 문화체육부로 이관된 후, 1998년 문화체육부가 문화관광부로 개편된다. 이후 ‘청소년국’이 ‘청소년위원회’로 이관되는 등 관장 업무가 빠지고 더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08년 정부조직개편에서 비롯된다. 이때 국정홍보처를 해체하면서, 그 기능, 업무, 인력을 고스란히 문체부로 이관..

칼럼 2022.05.12

[리뷰] ‘이 벽화를 지워도 되겠습니까?’가 남긴 것 - 영도 공공미술 공론장 후기

올해 2월 ‘프로젝트 영도’의 공공미술 공론장 사전 퍼포먼스로 게시된 현수막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이 벽화를 지워도 되겠습니까?”라는 문장은 한 동안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SNS를 뒤흔들었다. 영도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기획자나 예술가들, 공공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몇몇 매체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공공미술과 관련한 논의는 이화동에서 벽화가 지워지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도가 아니라면 대중적으로 언급되는 일이 많지 않았던 터라 이번 일은 무척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러 반응들이 있었지만, 대략 세 가지 범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냉정한 진단이다. 공공미술에 대한 문제제기 방식으로 진..

칼럼 2022.03.14

[칼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안내자 - 표신중을 추모하며

“실패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실패의 원인을 가리고 원래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정책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 골몰하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공공미술이 그렇게 흘러갔다. ‘문전성시(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은 문화 영역을 떠났고, 문화예술교육 정책도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시류에 따라 문화정책에서도 문화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원 전공을 예술경영에서 복지나 문화복지로 바꾼 눈치 빠른 공무원도 있을 정도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커뮤니티 아트도 흘러간 유행가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소개된 적도 없는데 말이다.” (표신중) 이 글은 2011년 경기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주제비평에 실린 표신중의 "미국 커뮤니티 아트의 전개와 한국의 현실"에 실린 한 대목이다. 1997년 ..

칼럼 2021.12.16

[칼럼] “자치분권” 시대 민간협치에 대한 단상 - 대전시 ‘테미오래’ 관리·운영 수탁기관 선정 논란을 보며

대전에는 잘 보존되고 있는 일제강점기 공관이 있다. 바로 “충청남도지사공관”이다. 대전시는 충청남도지사공관을 포함하고 있는 옛 충청남도관사촌을 매입해 시민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하여 ‘테미오래’라는 이름으로 2019년 4월 6일 개관하여 운영되고 있다. * 옛 충남도관사촌은 1932년 충청남도도청사가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충남도청 주변인 대흥동 326-67번지 일대에 형성됐다. 현재 지사관사를 포함해 10채의 관사가 남아 있다. 도지사 공관은 시 지정문화재, 1930년대에 지어진 1·2·5·6호 관사는 국가등록 문화재 101호로 지정됐다. (2018. 7. 17. 대전시의회 통과)은 “테미오래에 대하여 문화예술진흥법 제5조의 규정에 따라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도입하여 관사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

칼럼 2021.12.16

[칼럼] 예술위 현장소통위 지역간담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는 5월 3일부터 9개 권역 지역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전·충남’ 권역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강원’ ‘전북’ ‘대구·경북’, ‘세종·충북’ ‘부산·울산·경남’ ‘제주’ ‘서울·경기·인천’으로 이어진다. 이번 지역간담회는 예술위의 주요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등 문화분권의 흐름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주요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더불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 예술현장과의 접점 확대’를 꾀하고자 한다. 지역간담회 공동주최 측인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에서 장소 선정과 현장 진행 등을 지원했다. 불안정한 예술생태계 지역간담회 형식은 단순하다. 각 권역별로 지정된 장소에 모여 약 2시간 동안 지역 현장의 의제를 중..

칼럼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