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뷰] 호명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

CP_NET 2024. 3. 4. 23:09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시상식222일 춘천에서 열렸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1달여에 걸쳐 후보자 추천을 받고,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4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각각의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한 후 최종 선정과정을 거쳤다. 4인의 후보자는 경남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 김종필 대표, 강원 춘천 소양하다의 윤한 대표, 경북 구미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의 유신애 대표, 강원 춘천 공공미터협동조합의 이덕용 이사장 등이었다. 222일 춘천에서 발표된 2명의 수상자는 윤한, 유신애 두 사람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상자 선정은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획자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진행했다. 어워드 취지에 맞춰 지역의 문화기획자, ‘내일이라는 가치를 담아내는 기획자, 스스로 지역의 터전을 일구고 가꿔온 기획자를 선정하기 위해 긴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음을 밝혀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마도 한 회, 한 회 어워드가 더 진행될 때마다 선정자를 가려내는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상자를 포함한 4인의 인터뷰를 아래 옮겨놓는다. 많은 이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 새로운 일과 관계가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남 사천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연극이라는 이름의 의자가 되어 후배들에게까지 이어지는 물결을 만드는 것을 활동지향으로 삼는 김종필 대표의 포부, 태어나 자란 구미에 대한 애증을 고백하며 이제는 투쟁의 장소에서 애정의 장소로동네를 바라보고 싶다는 유신애 대표의 다짐, 문학이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담아 기록하는 사람의 연필이 무겁지 않게 돕는 사람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윤한 대표의 언어, ‘연민이라는 이름의 공감에 바탕한 기획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덕용 이사장의 계획까지 모두 기획자 활동의 고갱이를 담기 위해 애써 길어 올린 소중한 말들이다.

 

올해 시상식의 파트너였던 춘천문화도시센터가 준비한 연계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동료를 만나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었다. 12일 동안 전국에서 모인 기획자들이 수상자를 축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각기 관계의 바탕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가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역에서 따로 호명해 주는 경우가 없어서 스스로 기획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번 어워드 진행을 보고 나니 지역에서 기획자를 자처하며 비슷한 업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갖거나 일을 도모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말이었다.

 

맞다. 문화기획자는 사실 직무특성을 명확하게 기술하기 까다로운 직업군 중 하나다. 워낙 포괄하는 범위가 넓다 보니 문화기획자 간에도 상당한 간격이 있다. 때로는 공공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구분되기도 하고, 조직에 속해 있느냐 독립적으로 활동하느냐로 갈리기도 한다. 예술장르 베이스의 기획자와 축제기획자, 문화예술교육이나 지역문화 현장의 프로젝트형 기획자가 조금씩 입지점이 다르면서도 여러 가지 역할이 교차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기획자의 정체성이 어찌나 폭이 넓고 정의가 간단치 않은지,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들 상당수가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던 경험을 회고할 지경이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이들의 존재는 언제나 있어 왔다. 이들이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으면서 만들어온 현장의 힘과 역동을 새롭게 인식하고 확장하는 조그만 계기라도 만들 수 있다면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운영진의 한 사람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올해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운영에서 달라진 점은 일반 후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후원을 하겠다는 주변 분들이 따로 연락을 해 왔으나 별도의 후원 없이 구성원들만의 힘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받지 않았다. 올해 후원을 받게 된 것은 개인들의 후원을 받는 것이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수상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맘이 결합한 결과다. 다만, 개인 후원금인 만큼 운영진들이 분담하는 비용보다 많은 후원을 받지는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소액 후원으로 진행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제한된 플랫폼으로 진행했지만 30명이 넘는 분들의 손길로 어워드가 한결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후원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함께 어워드를 준비한 동료들에게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상을 운영하며 장학회가 왜 그리 많은지 알게 되었다고. 개인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사람들 몇몇이 모이면 돈을 모으고 일을 진행하는 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내는 것이 어렵고, 동료들을 찾는 게 살짝 난이도가 있을 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일을 도모해 볼 수 있는 동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소득이다. 거창한 주제나 명분을 걸었다면 되레 동참하기 어려웠을 만한 이들이 모여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기획자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자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만을 가지고 일을 만들어내는 것도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다.

 

상이란 것이 결국은 수상자가 아니라 시상자가 빛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상을 하는 그룹이 전면에 나서거나 요란스럽게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다만, 후보자로 선정된 이들이나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 사람이 조명받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일을 진행했는데, 모자랐다면 운영진의 힘과 지혜가 부족한 탓이겠다.

 

이미 문화기획 분야에서 다음문화기획상이 존재하고, 전주의 천인갈채상 등 시민과 동료들이 기획자와 문화예술인들을 응원하는 상들이 여럿 존재한다. 예전에는 상이라는 것이 기관이나 단체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의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실제 운영을 해 보니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동료를 만나 북돋고 격려하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한다. 앞서 한 기획자가 자신의 지역에서 따로 모임을 가지며 서로를 호명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한 것처럼, 어떠한 형태로든 더불어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들이 더 많이 벌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수상 후보 인터뷰 읽기
김종필_ 극단 장자번덕 대표
유신애_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 대표
윤한_ 소양하다 대표
이덕용_ 공공미터 협동조합 이사장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는 지역의 문화기획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수상자가 받는 상금은 구성원들이 펀딩한다. 현재 18명의 기획자가 참여 중이다. 연말 연초에 걸쳐 진행되는 어워드 진행 외에는 부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기획자들의 폭넓은 교류와 다양한 논의를 지향하고 있다. 문의 redanth22@gmail.com

 

[관련기사] “지역현장을 고민하는 우정의 어워드 -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_ 안태호

 

 

 


안태호 본지 편집위원.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