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12

[특집: 창간 3주년 기념 좌담] 얽혀 있는 의제, 맴도는 담론, 따로 떨어져 있는 주체- "100인의 제안" 읽기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는 창간 3주년을 기념하여 편집위원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봄에 진행한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에 참여한 ‘100인의 의제’를 다시 살펴보면서 문화정책 현장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여러 의제들을 가로지르는 정책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 김소연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참여: 김민규, 김상철, 김정원, 안태호, 염신규([문화정책리뷰] 편집위원) 일시: 2022년 8월 30일 ●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기사보기 맴도는 담론 김소연: 돌아보면 팬데믹 이후 [문화정책리뷰]는 전환 담론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왔다. “팬데믹과 문화정책”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와 같이 직접 팬데믹과 전환 담론을 언급한 기획이나, 대통령선거 전후에 발행된 “..

특집 2022.10.25

[EDITORIAL 30] ‘K컬처’와 ‘문화도시’, 한국 문화정책이 쌓은 두 개의 거탑

두 차례의 전국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낙선자가 갈립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사회가 선택한 민주주의 제도입니다. 그러나 과연 선거는 당선자와 낙선자를 가르는 것만일까요.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아니 자신을 반대한 구성원들까지 자신이 표방하는 정치적 비전과 그 실행에 대해 설득하는 임무가 주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 때문에 설혹 1표 차이의 당선이더라도 그것을 사회가 인정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한 과정이 곧 통합이고 정치가 아닐지요. 새정부의 인선을 두고 여러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선자의 당연한 임무인 설득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겠습니다. 이제 문화분야의 인선도 계속 이어질터인데 어떠한 비전과 원칙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사실 ..

에디토리얼 2022.06.20

[칼럼] ‘K컬처’와 ‘문화도시’, 한국 문화정책이 쌓은 두 개의 거탑과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 전망

최근 정부의 문화정책공약과 전망에 관한 두 개의 짧은 원고를 의뢰받고 썼다. 어차피 같은 주제이고 청탁받은 분량도 엇비슷하여서 어쩔 수 없이 겹치는 내용도 있었지만 똑같은 원고는 아니었다. 같은 원고를 두 군데에 줄 수 없다는 윤리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 원고가 쓰였던 시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첫 원고가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쓰여졌던 것이라 주로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당시 공약과 국정과제의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면 두 번째 원고는 새 정부 출범 직후였기 때문에 조금 더 통시적인 관점에서의 분석과 지향점에 대한 요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역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니 간단하게,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 문화정책의 흐름은 21세기 이후, ..

칼럼 2022.06.14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②] 1992년 14대 대선- 정책선거와 문화공약의 시작

대통령 선거에서 문화 정책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진 것은 1992년 11월에 치러진 제14대 대통령 선거였다. 이것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1980년대까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엔 현실적으로 사회적 빈곤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설 무렵에서야 경제 성장이 비약적으로 가시화되며 대중들의 문화적 수요가 늘어났고 문화정책에 대한 수요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80년대, 경제성장과 민주정 ‘선거’의 기본틀을 갖추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문화정책은 컬러텔레비젼이 보급되고 중산층들이 승용차를 구입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로 대표되는 관제 축제가 만들어졌고, 3S정책이란 강한 비판을 받긴 했지만 대중문화산업에 대해서도 유신정권 때보다 한층 개방적인 태..

특집 2021.12.16

[도시와 문화정책 ⑮] 세 번째 쓰는 기획의 변: 부동산 신성국가에서의 도시, 그리고 문화

문화 분야 혹은 문화 업계에서는 문화도시니, 쇠퇴지역 문화적 재생이니, 지역문화니 하며 담론적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동안 누군가들은 농지를 구입하여 왕버드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농지들은 X기 신도시로 예정되거나, 신도시 배후지가 되면서 내일 지구가 망하건 말건 일단 땅을 사서 버드나무를 심었던 양반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정보를 빼먹을 수 있는 정치인들이, 해당 분야 관료들이, 공공 주택 공급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그랬다. 위로부터 아랫까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말 광범위하게 그랬다고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LH만 그런 것도 아니며, 현 정부가 집중적으로 욕을 먹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현 정부 시기에 유독 그런..

기획연재 2021.04.05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쓰기⑥] 생활문화 정책의 공백: 국제 이주민들과의 생활문화를 위하여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정책 현장의 다양한 연구진, 필진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협업'을 운영합니다. '협업'은 참여하는 연구진, 필진들이 독립적으로 기획 진행하고, [문화정책리뷰]는 발표를 돕습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담론 작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① “생활문화에 관한 집단적 학술 글쓰기를 시작하며” ② “생활문화에 대한 비판적 질문: 생활문화와 공동체 가로지르기” 권수빈 ③ “‘여전히 거버넌스’를 위한 잠시 멈춤: ‘생활문화정책’과 거버넌스의 부침들” 채태준 ④ “생활문화 다시보기: 주체” 나보리 ⑤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개념적 중첩과 정책적 난제” 성연주 ⑥ “생활문화 정책의 공백: 국제 이주민들과의 생활문화를 위하여..

"협업" 2020.12.03

[기획연재-도시와 문화정책 ⑩] 두 번째 쓰는 기획의 변 _ 대안적 도시문화운동을 향하여

문화도시가 어느덧 담론적 수사를 넘어 명시적인 국가 정책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화도시라는 말이 각종 정책 문서, 홍보물에 아주 흔하게 쓰이고 있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정부의 문화도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거의 매주 각지에서 문화도시에 관한 행사들이 열린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꼭 문화부 문화도시 사업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이나 농림축산부 등에서 하는 농촌 마을 관련 사업 등 각종 도시 및 지역 활성화 사업들에 있어서도 문화적 방법론은 필수적인 것으로 제시 된다. 바야흐로 이 땅의 시민들이 아주 문화적인 환경에서 살게 된 것일까? 그런데 이런 각종 국가 주도 문화정책 사업과 함께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반드시 아름답거나 문화적인 이야기들만은 아니다. “도대체 문화도시를 왜 하는지 모르겠..

기획연재 2020.09.10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⑦]도시재생의 딜레마(3) - 경제에 포획된 도시, 도시정책, 문화도시

미셀 드 세르토의 유명한 글 “도시 속에서 걷기”는 하필이면 이제 9.11테러로 인해 더 이상 볼 수 없어져버린, 그 유명했던 “오리지널” 세계무역센터 110층에서 시작한다. 이건 단지 우연에 불과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기가 막힐 정도로 절묘하고 지독한 은유다. 1970년대 개장된 세계무역센터는 근대의 위용과 승리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뉴욕 맨해튼은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였고 이곳에 우뚝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400미터가 넘는 마천루는 그 자체가 자본주의 근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바벨탑이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세계의 정상, 세르토는 그 건물 정상인 110층에서 내려다보는 맨해튼의 묘사를 통해 도시라는 인간 사회를 텍스트들을 전체화(totalizing)하는 쾌락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것을 찬..

기획연재 2019.12.30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⑦]도시재생의 딜레마(2) - 문화의 왜곡, 정치의 왜곡

언제인가부터 유행처럼 쓰이는 도시에 문화를 입힌다는 표현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주로 쓰인다. 어느 지역에서는 “도시 재생에 문화의 옷을 입힌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천년의 도시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힌다”(경주는 아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말이 안 되는 소리인 동시에,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불편한 표현이기도 하다. 우선 문화라는 개념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이는 부정확함이다. 문화의 옷을 입히건, 문화예술을 입히건, “문화를 입힌다”는 표현은, 본래 문화가 부재하던 어떤 장소나 공간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란 것은 학문적으로 따지고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이 있으면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다는 이해는 이제 상식이다..

기획연재 2019.12.02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⑤] 한국의 도시는 주술로부터 해방되었는가

1933년 나치당의 선거 승리로 수상으로 취임한 히틀러는 1937년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와 함께 제국수도 ‘게르마니아’를 구상한다. 슈페어는 32세의 젊은 나이로 “제국수도 건축 총감독관”에 임명되었고, 18만 명을 수용하는 국민대의회당, 파리 개선문에 10배가 큰 개선문을 포함해 제국 시민들을 위한 완벽한 도시를 구상했다. 나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국가(정치)권력으로 국민생활을 통제하기를 원했고, ‘게르마니아’는 이에 부합하는 도시였다. 2019년 한국에서 ‘히틀러와 슈페어’가 강제소환됐다. 이유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함께 수도 서울을 건설한 건축가 김수근을 변론하기 위해서다. 김수근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사장으로 5.16혁명광장이 있는 ‘여의도 개발’에서 독재정..

기획연재 2019.10.01

[EDITORIAL 02]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정책을 입안, 실행,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이해당사자들과의 조정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개념과 용어임에도 그 정의가 자의적이거나 모호한 경우를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정책을 구성하는 언어들이 명징하지 않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모호다는 것이고, 이는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게 됩니다. 예술정책의 목표로 언급되는 “예술의 자생력”이 그렇습니다. 예술의 자생력이란 무엇일까요? 시장에서 살아남으라는 건지, 그렇다면 예술지원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건지, 그런데 살아남아야 할 ‘시장’이란 과연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있을까요? 혹은 ..

에디토리얼 2019.08.01

[기획연재_ 도시와문화정책③] 먼길을 돌아 새로 짓는

1998년 한 세미나에서 당시 한국문화행정연구소 소장이셨던 이종인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역문화행정의 역할은 주민과의 공동 작업이 필수적인데 관련 공무원과 예술인들은 공급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종속관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또 “지역 문화 활동은 주민 쪽에서 시작되고 그 뒤에 행정을 이끌어 지역 전체를 움직여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법정’ 문화도시가 전국을 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20년 전의 바램에서 얼마나 변화했고 진화했는지 의문이 가는 것이 지금 생각이고 본고에서는 그런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겠다. 소위 ‘문화도시’는 어느 도시나 상상 해볼 만한 아련한 바램 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문화도시라는 것을 건..

기획연재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