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3회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수상 후보 4인으로 선정되신 것을 우선 축하드립니다. 선정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먼저 들어보고 싶네요.
“아직 부족하지만 선배, 동료들에게 기획자로서 인정받은 기분”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은 있었고 실제로 어떤 상인지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활발히 활동하는 기획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하는 것에 대단히 고무적이었으며 후보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감사하면서도 취지에 맞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같이 떠올랐습니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기획 일을 종종 하고 있지만 이제야 기획이라는 것에 재미를 찾았고 시작하는 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4명의 후보로 올랐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기획자로서 인정받은 것이니 기분이 대단히 많이 좋습니다.
2. 후보자, 당신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SNS, 온라인 등을 통해 후보자들을 알리는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을 하고 싶은 사람, 이덕용”
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습니다. 조각가로 활동을 하다 경제적 한계에 부딪혀 잠시 공백을 가졌고 다시 복귀해 예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같은 고민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2020년 1월 춘천의 시각예술가(동양화, 서양화, 판화, 도예, 금속공예, 조각) 10명이 모였고, 2021년 6월 공공미터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시, 공공미술, 문화행사 기획을 하고 예술가와 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문제인 열악한 작업 환경 문제를 위해 대형 공동작업장을 얻어 6명의 작가들이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활동하기에 갤러리가 부족하여 갤러리를 개관했고(현재 폐관) 갤러리가 생겨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전시를 하기 힘든 신진작가, 경력단절 작가. 이주 작가의 개인 전시 컨설팅과, 대관, 홍보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환경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며 전시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환경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요청을 듣고 시각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전시를 진행하며 함께 배웠습니다. 배리어프리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을 예술 활동으로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예술적인 관점으로 풀어보기도 하고, 문화 소외지역에 파견되어 농촌의 고령 농업인들과 예술 활동을 하는 찾아가는 예술도 진행했습니다.
예술가에서 엄마가 되어 발생하는 경력단절로 복귀 못 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고자 엄마 예술가 6명의 전시를 기획했고, 많은 예술가들의 무료 창작물로 생산되는 경제적 효과, 정서적 치유를 국가를 대신해 보상하고자 월급을 주며 창작활동을 해볼 수 있는 직업 예술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강원도의 예술가들과 강원도의 환경 자원을 이용한 환경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여 예술가들이 예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로젝트와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공공미터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예술 프로젝트와 결합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창작활동 수입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문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3. 내일의 기획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지역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지역이란, 깨달음을 주는 곳이며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던져주는 곳”
저는 춘천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제가 살고, 예술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선택 한 곳입니다. 부족한 것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좋은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경치가 좋고 사람들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만큼 애착이 생겼고, 여기 사는 동안 좋은 일들이 많아지고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지역(환경)은 예술적 영감과 심리적 안정감 등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예술을 하려면 예술을 하기에 더 좋은 지역(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들은 나의 지역(사는 곳)에서 별개일 수 없으며 지역을 반영한다고 보며 지역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모르는 상태로 지역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큰 것을 놓치고 가는 것이며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낮습니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해도가 있을 때 지역 실정에 맞는 방법들이 계획되고 실행할 때 이질감이 없습니다. 종종 예술기획은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땐 지역과 참여자 등 기본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실행에만 급급했을 때입니다.
4. 후보자, 당신이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후보자, 당신의 문화기획 활동이 본인의 정체성과 얼마나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
올해 만 3살이 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너튜브나 별스타 광고에 올라오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킵하지 못하고 볼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지갑을 열 때가 많았습니다. 사람들과 어떠한 상황이 생겨 한 사람 몫이 모자라면 제가 양보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하면 주변의 만류에도 들어주고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고,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커서는 그러한 태도로 많은 손해를 보기 일쑤였고 항상 먼저 손해를 보고 있는 자신이 싫어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만 마음은 불편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연민과 나의 문제는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으니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성격이 만나 지금의 공공미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가 봅니다. 예술가들의 생태계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 변화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문득 언제까지 주어진 상황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시도하고 노력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때로는 공공미터에서 나의 노무비도 온전히 보장 못 받으며 주변 예술가들을 위해 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점점 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와 창작비를 제공하고 대중들에게는 예술의 가치와 영향을 경험케 하는 일을 하지만 “내가 하고 자 하는 일로 나의 가족은 행복해졌나? “라는?“ 물음엔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으로 위안 삼으며 해보고 싶은 일은 계속 떠오르고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지지가 있어 다행히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3년의 시간을 버티며 느낀 점은 스스로 단단해지고 좋은 동료들이 생기는 경험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진실로 실행하면 좋은 결과들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간도 필요하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나의 성격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누가 시킨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5.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지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외면하지 않고 계속 찾아가는 활동 ”
앞으로도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만들고 예술의 힘을 전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역에서 계속 예술을 하려면 예술가들도 많아져야 하고 예술을 누리고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야 합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사람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예술가 외에도 예술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직업과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제시해야 예술 학도들이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을 하며 경제적으로 지치지 않게 예술을 활용한 일거리를 창출하고, 창작 공간의 장기적 기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가들의 창작물이 소비될 수 있게 문화를 만들고 소비자들을 가까이 자주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예술이 그들의 삶에 필요한 것임을(전시, 프로젝트, 워크숍 등)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예술로 교육하는 일은 성인 소비자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일보다 중요한데 아이들은 예술교육을 통해 풍요로운 사고방식을 갖게 되고 나아가 예술가가 되거나 예술 소비자가 됩니다. 예술가들이 처한 당장의 작업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였지만 단순히 작업실만 해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금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만 집중적으로 노력해도 되지 않고 결국 다각도에서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결국 지치지 않고 지속하는 힘을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공공미터가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확대되어야 이런 일들을 조금씩 실행할 수 있고, 나아가 공공미터와 흡사한 개별 조직이나 회사가 생겨 함께 활동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예술가 모임들이 생겨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는 팀들이 종종 보이는데 앞으로 몇 년 후 춘천에서 지금보다 활발하게 다양한 예술들이 펼쳐지고 알려지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예술가들이 지역에 많아진다면 새로운 해결책들이 마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역에서는 해도 안된다’는 태도를 외면하고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들을 찾아 시도하고 예술가들이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제시하며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겠습니다.
* 이 인터뷰는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에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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