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3회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수상 후보 4인으로 선정되신 것을 우선 축하드립니다. 선정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먼저 들어보고 싶네요.
“관념을 너머 실천하는 모습에 박수를..그 실천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함”
먼저, ‘내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저라는 사람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를 알고 있지만 또 잘 모르기도 해서 어떤 상인지 취지와 운영해온 것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동료를 응원하는 방식을 만들고 실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시상식의 후보가 되어 정말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2. 후보자, 당신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연주하는 마음으로 동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사람. 유신애”
저는 연주하는 마음으로 동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문화기획자입니다. 원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클래식 피아노를 5살 때부터 쳤고 20년 가량 음악을 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음악 활동보다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학길에 오르려던 찰나 예술가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9년 구미 예총에서 첫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경에 구미에 있는 연극예술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예술이 지역에 줄 수 있는 힘과 문화가 그것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술이 나를 살리고 치유하는 것처럼 우리 동네도 조금 더 따뜻하고 밝게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지역 문화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은 민간영역에서 할 수 있는 따뜻하고 다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만들고 지역 읽기와 쓰기를 통한 콘텐츠를 만드는 곳으로 올해로 88년 차가 된 민간문화예술단체입니다. 구미라는 도시의 작동방식이 예술이고 그것을 견인하는 힘이 문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도시를 이야기하는 지역문화콘텐츠 제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력양성과 커뮤니티 활동, 도시 아카이빙 작업 등의 일들을 꾸준히 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올 해로 3년차가 된 구미 농촌협약지원센터는 중간 지원 조직으로, 도시의 모세 혈관 같은 작은 단위의 마을로 들어가 예술 기반의 동네 읽기를 비롯한 공동체 만들기, 마을 콘텐츠 작업, 마을에 버려진 공간에 특별한 쓸모와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3. 내일의 기획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지역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지역은 안쓰러움을 너머 생존하고 증명해야 하는 곳”
저에게 지역은 투쟁의 장소였습니다. 구미는 산업도시, 전직 대통령의 도시라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으로 작동하고 움직입니다. 이 두 가지로도 얼마든지 도시가 살아갑니다. 거대하거나, 힘이 있거나, 밀실이 있거나.. 해야 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동네가 늘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분위기를 조금은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었고 나라도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도 동네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구미로 돌아와 일하게 된 조직에서의 활동은 동네의 분위기와 환경을 압축해서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저와 앞으로 활동하게 될 또 다른 동료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유연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즐겁게 활동하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프리즘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민간 생태계의 부재라는 도시의 결핍이 프리즘이라는 단체의 첫 시작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는 저에게 문화예술이라는 것으로 생계하며 생존함으로 우리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이를 위한 투쟁을 하고 때로는 무서워서 스스로 고립되어 숨기도 하면서 이곳에 발붙여 살아왔던 곳인 것 같습니다.
4. 후보자, 당신이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금세 소멸되고 잊히지 않도록 고민하고 다정함을 건네며 기록하는 것 ”
저희는 모든 일을 하기 전 크게 3가지 가치에 대해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가?’하는 이야기의 방식, ‘그것은 왜 이야기되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의 목적, ‘누구와 이야기할 것인가?’하는 이야기의 대상이 그것입니다. 저는 도시의 분위기와 환경에 의해 소멸에 대한 무서움과 거대함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금세 태어나고 사라지는 거대한 이벤트의 홍수 속에서 단순히 이벤트를 만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왜 이야기를 해야 하고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을 가장 먼저 고민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 동네 동료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활동 무대와 판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입니다.? 입니다. 이들에게 문화예술의 기저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며 밥 먹고 살아가게 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금세 소멸되고 금방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기억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해온 것 같습니다.
5.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지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동네를 투쟁의 장소에서 애정의 장소로, 우리의 이야기로 동네학을 써 내려갈 것”
올해는 우리의 이야기로 써 내려가는 동네학을 펼쳐 보려 합니다. 제가 동네에서 해석하는 문화의 정의는 우리만의 방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도시의 작동방식을 우리만의 활동으로 바꾸는 것이자 예술이 지역을 견인하고 그 작동방식이 우리만의 문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사업은 우리가 도시를 이야기하고 소개하는 작은 그릇입니다. 저는 그 그릇을 활용하여 기획자이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해석하고 이야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평소 문화기획자라는 업에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도 있지 않은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은 ‘과연 우리의 일은 무엇인가?’, ‘문화인력들이 서식할 수 있는 서식지는 어디인가?’를 항상 고민하게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문화기획, 문화 인력들의 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덧붙여, 함께 하는 동료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 팀원들은 구미가 고향인 친구들이면서, 여성이고, 청년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문화예술분야를 업으로 하며 동네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마 매년 단체에 대한 매출과 급여와 복지를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또 동네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비빌언덕이 될 수 있는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문화기획이라는 우리의 일은 동네의 멘탈을 만져주는 일인 동시에 동네와 동료의 안부를 묻는 일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안부와 안녕을 물으며 다정한 이웃이자 비빌언덕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올해 지역에서의 활동 목표는 투쟁의 장소에서 애정의 장소로의 전환입니다. 지역은 내가 살리는 곳이 아니라 나와 동료, 예술인들이 사는 곳이기에 애정의 장소로서 우리만의 동네학을 만드려고 합니다. 그리고 2023년도 저희 단체의 사업들이 모두 저의 이야기였다면 올 해는 동료들의 이야기로 동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만큼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늘 연주하는 마음으로 동네와 동료를, 그리고 저 자신을 돌보는 문화기획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또 동네의 안녕은 우리들의 순간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만들어가는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안부와 안녕을 물으며 개인의 순간순간들이 따뜻하셨으면 좋겠고 서로에게 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에는 모세혈관 같은 작고 건강한 민간생태계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민간과 건강한 공공이 만나 잘 연대하며 따뜻하고 다정한 동네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 이 인터뷰는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에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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