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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수상 후보 인터뷰 3. 윤한 (소양하다 대표)

CP_NET 2024. 3. 4. 21:08

 

 

1. 3회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수상 후보 4인으로 선정되신 것을 우선 축하드립니다. 작년과 올해 두 번 연속 선정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먼저 들어보고 싶네요.

 

지역 안팎에 있는 다양한 기획자들의 활동을 관심 있게 살펴보라는 의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작년보다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일정이 앞당겨졌다는 소식도, 제가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사실 작년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놀랍고 감사한 일이었는데, 올해도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에 감격스럽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멋진 기획자분들이 많을 텐데, 두 번이나 선정된 것은 제가 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보라는 의미 같습니다.

 

2. 후보자, 당신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SNS, 온라인 등을 통해 후보자들을 알리는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의 연필이 무겁지 않게 돕는 사람, 윤한

 

안녕하세요. 저는 기록하는 사람의 연필이 무겁지 않도록 돕는 사람윤 한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소양하다를 창업하고, 문학과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쓰고, 만나서 소양하고 있습니다. 창업 이전에는 관광두레 청년프로듀서 활동을 3년 동안 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사람의 중요성, 커뮤니티, 주도적인 삶을 배웠어요. 활동 종료 시점에 다다랐을 때 나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내 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로컬크리에이터 선정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하는 활동은 도시’, ‘장소’, ‘기록관점에서 시민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의미 있는 이야기라 함은 역사적 산물, 장소, 자원에서 나아가 일상 기록과 생활사, 도시공간, 경관과 같은 것들을 아우르고 있어요.

 

기록은 사람, 사물, 장소, 지역의 시간과 이야기가 축적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록의 형태는 문학작품인데요, 저는 문학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문학작품에 그려진 인간 군상, 사회구조, 커뮤니티, 장소 경험이 무척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기록은 결국 인간의 장소 경험, 지역 이해의 통로가 되거든요. 이런 작업을 혼자 하기보다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수록 지역이 새롭게 보여요. 보물을 발굴한 것처럼 반짝이는 것도 보이고,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 하는 순간도 와요.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장소성을 시민들의 기록으로 아카이빙 하는도시편집자(2022~2023)’, 춘천의 의미 있는 장소와 사람을 취재하는 로컬에-딛터와 같은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고요, 일상에서의 가치 있는 경험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창작 커뮤니티 클럽, 청소년들과 지역 재료 및 동네 탐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함께 읽고 쓰는 기록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작년부터는 춘천문화재단의 빈집 활용 공간인 기록장(Recording House)’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밋업을 운영했어요.

 

3. 내일의 기획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지역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지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시간--사람의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2018년부터 3년 동안 했던 관광두레 청년프로듀서 활동이에요. 제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어요. 먼저 활동하고 계시던 PD님과 함께 지역을 이해하고,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어요. 그전까지는 지역이 내 삶의 배경이 되는 장소 정도로 이해했는데, PD님과 함께 지역의 먹거리, 공예, 숙박, ,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주민사업체를 만나면서 지역의 다채로움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지역의 원형들을 발굴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 덕분에 저도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다채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지역적 배경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배경을 영어로 하면 Background지만, 문학 용어에서 배경은 Setting이라고 쓰여요. 왜 다를까 생각해 보니, 지역은 뒤쪽의 경치나 풍경이 아닌 삶의 터전, 다양한 구성요소의 집합체였어요(웃음). 인물·사건·배경, 문학의 33 요소가 합쳐진 것이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이야기가 생겨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지역다움을 만들고 힘이 되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태롭고 쓸쓸한, 사려졌거나 곧 사라질 위기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사라질 때, 오래된 기억의 한 부분이 댕강 잘려나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거든요. 저와 소양하다가 기획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들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것 같아요. 작고 소소하지만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파할 줄 알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저마다의 형태로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기록에는 장소가 있고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그 기록을 하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또 기록해 나가죠. 지명만 봐도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웃음). ‘윤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의 의미와 뜻처럼 지명에도 이유와 성격이 다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지역은 풍경보단 시간과 땅, 사람의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4. 후보자, 당신이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후보자, 당신의 문화기획 활동이 본인의 정체성과 얼마나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덕업일치 : 읽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일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꽤 일치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소양하다 대표로서 활동은 벌써 4년 차예요. 적다고 하면 적을 수 있지만,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과 활동 방향, 강점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순수 창작물도 좋지만 저는 방대한 자료와 이야기를 편집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잘해요.. 저뿐만 아니라 소양하다(구성원)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시행착오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도시’, ‘장소’, ‘기록관점의 활동을 중점으로 하나씩 해보며 성장해나가고 있어요.

 

저는 소규모 프로그램이든 장기간 프로젝트든, 시작할 때 떠오르는 책을 한 권 읽고 시작해요. 떠오르지 않다면 찾아서 보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책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한 번 인쇄된 활자는 변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은 변하거든요. 그럼 같은 글과 내용이더라도 지금 내 상황에 맞게 새롭게 해석돼요. 답은 스스로 안에 있었을지도 모르죠(웃음). 읽다 보면 ?’하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어요. 그럼 그 키워드를 파고들고... 찾아보고... 사람도 만나고... 그렇게 주요 키워드와 컨셉이 그려지면 책 제목이 완성하고, 한 페이지 페이지, 챕터를 구성해나가요. 맥락 없는 이야기가 진행될 때 많은 독자들이 이탈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기 위해 맥락 있는 서사를 만들어나가요.

 

그 밖에도 제가 보기에는 안 그래 보일 수 있지만(웃음) 은근히 내향적이라 집에서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 갈 때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노트와 만년필을 꼭 챙겨 가요. 그때 그 장소에서 받은 영감과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런 것을 좋아하다 보니 저와 소양하다가 기획하는 활동도 톤 앤 매너가 비슷한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읽고, 쓰고, 남기고, 공유하고.. 기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요(웃음).

 

5.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지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오래 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활동

 

저는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을 읽다 보면 행간에 뭔가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문장과 문장의 사이가 멀면 그만큼 숨은 그림 찾기처럼 몇 번을 곱씹어 봐요. 그러다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걸 알아채면, 그다음 문장부터 신나게 읽어나가요. 이런 활동이 저와 소양하다가 기획하는 활동과도 닮았어요. 숨어있고 잘 드러나지 않지만, 빼꼼하고 저 여기에 있어요.’하는 장소들이 있거든요. 어떤 장소는 투명 망토를 쓴 것처럼 대놓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장소들도 있고요. (구) 캠프페이지, 육림극장, 피카디리극장, 중도유원지 등이 그렇죠. 그런 장소들이 문학작품이나 일부 사료에서만 남지 않도록, 같이 울고 웃으며 기록할 수 있는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올드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장소들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남겨야 지역 이해의 통로가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장소성을 보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학작품 속에 있는 공간이나 경관, 커뮤니티를 재현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가치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활동들이 지역 만들기가 되고, 지역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고 믿어요. 기록은 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 그림, 음악 등 다양한 DB를 구축해서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도시기록을 만들고 싶어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책, 다음을 자꾸 누르고 싶은 그런 재밌는 웹사이트처럼요. 혼자서요? 아니죠,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요!

 

 

 

 

* 이 인터뷰는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에서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