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5

[칼럼] 변화는 어떻게 오는가: 광주시립극단 사태에서 본 예술노동, 예술인권리보장

편집자 주: 관찰해온 바, 오랫동안 현장에서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변화에 대한 신념보다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주된 동기로 삼고 있었다. 그런 감정이 견고해 보였던 부조리의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청탁하면서 몇 가지 궁금한 부분을 전했고, 이를 고려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아예 서면인터뷰 형식의 글을 작성해 주었다. 문답으로 전개되지만 인터뷰는 아니다. 질문과 답변이 모두 글쓴이에 의해 작성되었다. (김상철 편집위원) 1. 광주시립극단에서 발생한 일, 어떤 일인가요? 광주광역시립예술단은 시민의 정서 함양과 지방 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예술기관으로 광주시립극단은 광주문화예술회관..

칼럼 2021.05.20

[칼럼] 판데믹 이후, 음악의 갈 길

코로나19는 공공의 장을 닫아버렸다. 유럽 국가들은 한동안 전국을 락다운 상태로 둘 수밖에 없었으며 한국 또한 ‘필수적이지 않은’ 곳들을 닫아버렸고 비대면 수업과 회의가 일상화되었다. 공연장은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시설로 분류되어 시도 때도 없이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조치를 감내했다. 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페스티벌은 취소되었고,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클럽, 펍, 카페 등은 휴업에 들어갔다. 공연계 전반의 매출은 1년 새에 75.3% 감소했다(인터파크 2020년 공연 시장 결산 기준). 이에 음악업계는 지난 1년간 다양한 활로를 모색했다. 독일에서 ‘리스타트19’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한 마르틴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연구팀은 대형 공연장에서 관객..

칼럼 2021.04.05

[칼럼] 팬데믹 2년 차 문화예술정책 대응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봤던 내용이 2020년에 실현되었다. 예정할 수 없이 계획하고 시작했던 것들이 갑자기 대기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다림은 초조함을 넘어 생존을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상황은 비대면을 강요하였고, 강요의 정도가 높을수록 우리의 일상이 대면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대면의 일상성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험은 대면 환경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발생하는 유한자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21년은 판데믹 2년 차의 해이다. 1년 차의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2년 차는 1년차와는 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는 문화, 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을 포괄한다. 거의 대부분이..

칼럼 2021.03.03

[칼럼] 문화다양성 정책의 확대와 정체

문화다양성 정책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다양성이 본래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범주가 나뉘는데다 ‘문화다양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책이 문화다양성 정책인지에 대한 논쟁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화다양성은 취미와 취향에서부터, 혐오와 차별의 문제까지 그리고 예술인복지에서 차별금지법까지 실로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폭넓은 범주를 모두 다룰 수 없다. 그 폭을 2020년 한국사회와 연동한다면, 문화다양성 정책 범주는 한국사회 다양한 구성원의 공존을 해치며, 타인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혐오차별의 배격, 그리고 평화로운 사회통합을 강조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1년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이 있었고, 2005년에는 문화다양성 ..

칼럼 2021.01.06

[칼럼] ‘우리의 대표’는 없다: 2020년 국정감사 사후 탐방기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의미한다. 현행 제2조에는 국정감사를 상임위원회별로 실시한다고 명시해놓았다. 그러니까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이 볼 때 한 해에 해당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쟁점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위법하거나 정당하지 못한 일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거나 혹은 잘못된 정책방향에 대하여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에 기반하여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하반기에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올해 처음으로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문화 관련 이슈 중 어떤 부분을 주로 집어보았나를 보면 대략적인 관심사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도가 없..

칼럼 2020.12.03

[칼럼] 국가예술위원회 전환, 다시 논의를 시작합시다

2016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이나 단체를 집요하게 찍어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을 실행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은 여러 곳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가장 많은 지원 배제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부역기관이다. 그랬던 예술위가 여러 차례 예술인과 국민 앞에서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예술위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는 것은 곧 법제도 차원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로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인 변화를 얼마나 이뤄냈을..

칼럼 2020.11.05

[칼럼] 반반의 마음,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사이에서

1 준비 중인 축제의 기획단 사람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지난 초여름 작업을 약속했던 공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정확히는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객석 거리두기를 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더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때였다. 내가 극장장으로 있는 극장에서 전체 기획의 일부가 이뤄지고, 우리 극단도 참여하는 행사였다. 시인과 음악인의 협업이 중심에 되는 행사에서, 우리 극단이 유일한 연극 참가팀이었다. 나는 공연을 만드는 참여예술가이면서 축제의 방향과 운영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기획단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지금’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였다. 어느새 9월이 되었고, ..

칼럼 2020.09.10

[창간1주년기념칼럼] 공생의 윤리

[문화정책리뷰]가 1주년을 맞았다. 우리에겐 총선이 있었고 여전히 정리되는 듯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이 연속되고 있는 일상이 있다. “범선의 발명은 바로 ‘난파’를 발명하는 것”이라는 폴 비릴리오의 말이 절감되는 시절이다. 사회 통합과 상호작용의 관문이던 공항이 폐쇄되는 세계적 사고의 환경이자 기술과 속도가 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대재앙과 같은 혼란에 빠져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초반 대부분 대학은 개강일 연기로 버텨보려 했으나 곧 비대면 수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대학 꼴을 띤 우리 대학도 그랬다. 여러 차례 느슨한 조치를 취하려다가 결국 한 학기가 몽땅 온라인 강의로 채워졌다. 그러다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적폐 총장에 대한 퇴임 요구마저 ..

칼럼 2020.07.02

[창간1주년기념칼럼] 대구에서 출판사 꾸려가기

내가 일하는 출판사는 대구에 있다. 며칠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이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하여, 2008년 말 소재지를 서울로 옮기기 전까지 쓰던 그 사무실에 깃들어 있다. 『녹색평론』이 대구에 있다는 인연 덕분에 1998년부터 약 10년 동안, 나는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김종철 선생 곁에서 출판 일을 배우는 행운을 누렸다.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사상가’, ‘문학평론가’, ‘문필가’로서 못지않게, 김종철 선생은 한국 출판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기려야 할 뛰어난 ‘출판인’이자 ‘편집자’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분이 손수 쓰고 번역한 수많은 책들, 밤잠을 설치며 일일이 교정 보고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은 기념비적인 출판물들을 새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위업은 앞으로 뛰어난 후..

칼럼 2020.07.01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비상임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의 의미와 쟁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7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선임을 전면 중단하고 선임 절차를 개편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고 현장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여 7기 위원 선임절차를 밟았다. 현재 장관의 최종 선임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글을 의뢰 받으면서 위원으로서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 글을 상정했지만 문예위 위원 선임 절차 개편을 추동해온 예술인들의 입장1)에서 추천위원회 등 문예위 위원 선임절차 개편의 의미와 쟁점 그리고 앞으로 문예위의 설립 취지이자 시대적 과제인 ‘예술인의 의회’를 실제화해내기 위한 제안들을 일부 담고자 한다. 7기 위원 선임 중단과 절차 개선 작년 11월 13일 문체부가 공지한 문예위 7기 ‘비상임위원 후보자 22 배수 공개 검증’에서 드러난 “여성 후보 0명”..

칼럼 2020.05.06

[칼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영 실무 책임자가 대학 총장으로 세탁되어 돌아온 사태- 지식인, 소속 대학교수들이자 예술가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고민과 태도

계원예술대학교 제9대 총장으로 송수근이 임명되었다. 임기는 2019년 8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까지 3년이다. 주어진 사실들 그는 1988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하여 2014년 10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을 담당했다. 나라가 어수선하던 2016년 12월에 제1차관까지 올랐다. 이어 조윤선 장관이 구속되자 장관직무대행 역할을 지냈고 2017년 6월에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 2019년7월30일 한국대학신문 기사 http://news.unn.net - 인터넷 자료 https://librewiki.net/wiki/송수근 2017년 5월, 새로운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전임 정권에서 벌어진 국정 농단이 밝혀지면서 촛불 혁명이 일어나 당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다. 현재는 당연히 여러..

칼럼 2020.02.03

[칼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직권남용죄와 헌법적 국가범죄 사이에서

2020년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0. 1. 30. 2018도2236.) 대법원의 주요 관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의 판단 기준이었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급자의 직권남용 행위’와 ‘하급자의 의무 없는 일 수행’은 별개의 구성요건이므로, 두 요건 모두 충족할 때 직권남용죄..

칼럼 2020.02.03

[칼럼] 칸막이는 행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는 주민이 살지 않고, 활동가들만 산다. 해를 이어가는 삶은 없고, 단발의 사업만 있다. 함께 어울려 이루는 관계는 없고, 끝없는 이합집산만 있다. ‘마을’은 세밑에 백서로 남고 어디에나 있다.” 며칠 전, 함께 일하는 이에게 글을 한 토막 보냈다. 다시 연말이 되고, 마을에서 해온 올해 일들을 갈무리하는 길에 든 소회였다. 지역에 천착하겠다고 살고 있는 마을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리고 ‘마을’에서 다시 3년 여를 보냈다.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나 행사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문화예술, 마을자치, 청년, 도시재생 등의 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다. 일을 지역과 만나는 지점이라 생각하고, 내내 일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의 일들은 태반이 관이나 중간지원조직에서 만들어..

칼럼 2019.12.30

[칼럼] 법을 따랐는데, 법을 준수하지 못한 예술위 위원 선임

지난 11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7기 위원 선임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최근 진행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경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8월 19일 공지), 위원 공모(10월 15일 공지) 등의 절차가 모두 무효화된 셈이다. 앞서 11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 위원 후보자 공개검증”으로 16명의 위원 추천 후보가 공개되고 보름 만이다. 쟁점은 16명 위원 추천 후보 전원이 남성이라는 것, 그리고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성비는 법이 정한 기준에 어긋난다. 이 후보군을 놓고 7기 위원을 선임할 경우 8명의 신임 위원은 모두 남성이 된다. 총 11인의 위원(위원장 포함) 중 남..

칼럼 2019.12.02

[칼럼] 문화정책 청년 연구자를 위한 시론

최근 한국 사회는 청년 담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청년은 과거의 어떤 청년보다도 자신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치를 지향하며, 그런 청년들의 노력으로 청년을 위한 다양한 사회제도가 최초로 도입되고 있다. 청년이 이처럼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지만, 이 글은 그러한 청년 담론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것은 아니다. 청년예술(인)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계에서도 청년의 나이에 놓인 주체들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글은 그와 별개로 ‘문화정책 연구’의 맥락에서 ‘청년 연구자’라는 주체, 또는 ‘전환기’라는 작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글을 시작해본다. 문화정책 연구의 독특성 ‘문화정책 연구..

칼럼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