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소설에서나 봤던 내용이 2020년에 실현되었다. 예정할 수 없이 계획하고 시작했던 것들이 갑자기 대기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다림은 초조함을 넘어 생존을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상황은 비대면을 강요하였고, 강요의 정도가 높을수록 우리의 일상이 대면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대면의 일상성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험은 대면 환경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발생하는 유한자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21년은 판데믹 2년 차의 해이다. 1년 차의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2년 차는 1년차와는 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는 문화, 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을 포괄한다. 거의 대부분이 대면 환경을 토대로 하는 활동을 통해 그 가치가 실현되는 영역들이다. 지난 1년은 대면이라는 기본 환경이 제한되었고, 그만큼 문화활동과 그를 통한 가치 창출의 어려움이 컸다. 문화예술 관람률이 2019년 81.8%에서 2020년 60.5%인 것으로 대폭 하락했다(2021년 문화부 업무계획). 2003년 예술행사 관람률이 62.4%이다(2006 문화향수 실태조사 보고서). 문화예술행사 관람률로만 보면 약 15년 이상 후퇴한 수준인 것이다. 물론 위의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난 1년 동안의 판데믹 상황이 문화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문화부는 2021년 업무계획에서 판데믹 2년 차에 2019년 수준의 문화예술 관람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판데믹 2년차의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될지도 모를 환경에서 적극적인 정책목표로 보인다.
예술 정책에서 팬데믹 2년 차에 어떤 정책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을까? 2020년 9월에 발표된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이 발표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코로나 상황에서의 예술 정책이 아니라 비대면 예술 지원에 한정된 것이다. 예술 영역의 비대면 활동과 유통은 진행될 과제인데 코로나 상황이 그 시기를 앞당겼다고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의 발표는 의미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코로나 상황에서의 예술 지원 정책이 비대면 지원만을 포함하여 다양한 정책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 해 갑자기 닥친 상황으로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2021년 판데믹 2년 차에는 좀 더 다양한 정책적 대응과 시도가 있을까? 21년 업무계획에서 ‘회복’을 핵심적인 정책 개념어로 설정한 것이 20년 업무계획과 큰 차이이다. 어려운 상황이라서 기대가 더 많았을까? 문화생태계 회복 과제에 ‘대면 공연 지속 지원’, ‘활동 중심 지원 전환’ 등이 비대면 지원과 달라 보이는 사업이 있긴 한데, 구체적 내용이 없어 기존과 얼마나 다르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그 외에는 20년에 발표한 비대면 예술 지원의 내용이다. 다른 정책사업들은 대체로 판데믹 이전과 같은 대면활동이 토대가 되는 사업들이다. ‘방역지침과 공존할 수 있는 찾아가는 공연 전시 지원’, ‘안심여행지’ 등과 같이 기존 대면활동 + 방역지침이 결합된 것이다. 대면적 일상 활동이 전면적으로 셧다운 한 적이 없는 국내에서 이러한 사업진행은 최소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방역단계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정책 집행의 효과를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에 대응을 이야기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현장에서도 아직은 뚜렷하게 보이는 대응사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판데믹 2년 차에 판데믹 이전의 문화예술활동 환경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21년도 업무계획의 적극적인 목표치를 상기해보면 아쉬움이 크다고 하겠다. 판데믹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것이고 버티기만이 정책목표일까. 물론 심각한 위기에서 현장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판데믹은 대면환경 기반의 문화예술활동과 현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정책에서 새로운 화두가 생긴 것이다. ‘현장소통’, ‘부처협업’, ‘적극행정’이 더욱더 절실한 시기이지 않을까?
정책 집행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하기 어려운 외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의 초점은 어디에 두고 설계와 집행을 해야 할까? who? what? where? how? 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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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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