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7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선임을 전면 중단하고 선임 절차를 개편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고 현장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여 7기 위원 선임절차를 밟았다. 현재 장관의 최종 선임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글을 의뢰 받으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선임을 위한 추천위원회> 위원으로서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 글을 상정했지만 문예위 위원 선임 절차 개편을 추동해온 예술인들의 입장1)에서 추천위원회 등 문예위 위원 선임절차 개편의 의미와 쟁점 그리고 앞으로 문예위의 설립 취지이자 시대적 과제인 ‘예술인의 의회’를 실제화해내기 위한 제안들을 일부 담고자 한다.
7기 위원 선임 중단과 절차 개선
작년 11월 13일 문체부가 공지한 문예위 7기 ‘비상임위원 후보자 22 배수 공개 검증’에서 드러난 “여성 후보 0명” 문제 등은 남성 중심 위계의 폭력성을 자각하며 ‘미투’‘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문화예술 현장을 외면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종 후보자 사전 공개 검증> 절차가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면2) 현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성 후보 0명’은 젠더와 세대별 균형뿐만 아니라 장르, 지역, 의제 등 생태계를 아우르는 위원회 구성에 대한 현장의 지속적인 요구를 방임하는 안이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는커녕 다시 작동할 수 있는 토양 그대로 임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예술인소셜유니온,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예술대학생네트워크 등 여러 예술 현장과 문예위 현장소통소위원회, 성평등소위원회는 연이어 비판 성명을 냈다.3) 더욱이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이행협치추진단(이하 이행협치추진단)의 민간위원들로부터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을 지속적으로 권고받아온 입장이었기 때문에 결국 7기 위원 선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는 성명을 낸 단체를 만나 의견을 청취한 후 공청회를 1월 초부터 3차례 열었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위원 구성과 선임 절차를 개선했다. 위원 구성 요건의 개선 지점은 특정성별이 60% 이상 차지하지 않도록 하고, 40대 이하 50대 이상을 각각 5:5의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임 절차상의 개선은 <최종 후보자 사전 공개 검증>과 위원 22 배수의 후보를 결정하는 ‘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 추천 자격을 기존의 법인과 문예위 추천에서 이를 포함한 미등록 단체, 다수의 개인 추천으로 확장했다. 이번 위원 선임절차 개선은 성별, 세대 비율을 좀 더 균형적으로 구성하고 심의 과정에서 투명성, 공정성을 일부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추천위원 명단과 후보 추천 사유도 공개된다. 그러나 민간 정책합의 기구이며 예술인 의회로서 기능해야 할 문예위의 구성원으로서 위원 최종 후보가 비전과 책임과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절차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향후 선임과정의 전면적 투명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르와 문화일반에 국한된 범주를 의제, 시의적 이슈, 주체로 확장하고, 최종 선임권이 독임제로 존속되고 있는 점, 소위원회의 권한 확대 등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최소성별보장제, 자격조건을 10년 경력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 등 또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위원 추천위원회 공개의 중요성
문화예술 생태계의 대표적인 고질적인 문제는 현장의 대표성을 가져야 할 위원회 또는 이사회,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추천위원회’의 활동이 대게 깜깜이로 이루지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 권력과 카르텔이 유지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관행적이다. 문예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예술 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성, 덕망과 전문성의 애매모호한 선정기준, 문예위 기능의 추상적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추천위원회의 깜깜이 위원 구성은 문예위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국정농단 시기 예술 현장을 대표한다는 위원들은 블랙리스트가 작동되기 용이하도록 심의제도를 개편하는데 협력했다. 깜깜이 추천으로 선임된 위원들이 자신의 명예에 치중하며 소속되어있는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본에 포섭되거나 문화 권력의 높은 성을 쌓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도하며 이들이 예술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앞장서며 공동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부조리한 문화 권력을 제어하고 문예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을 선임하는 추천위원회의 공개가 필수적일 것이다. 추천위원회 명단과 추천사유 공개는 필자가 참여하는 이행협치추진단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한 사안이다. 그러나 작년 7기 위원 선임 시작 당시 문체부의 행정적 착오로 유야무야 넘기면서 추천위원회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여성후보 0명이라는 시대착오적 결과를 직면하고 나서야 문체부는 이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올해 새롭게 구성된 7기 문예위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추천위원회는 여성 10명, 남성10명으로 총 20명이며 문학, 미술, 연극, 전통 4분야의 장르와 문화일반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이 4-50대로 대학교수, 법인 등 단체대표, 현장 전문가 등이다. 문체부는 4월 초에 열린 추천위원회 첫 회의에서 추천위원회의 역할과 후보 선정 기준 등을 브리핑하고 추천위원들의 의견을 받아 위원 후보 추천 방식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추천위원들 중 일부는 추천위원회 명단 공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문체부가 공청회를 통해 절차를 개선한 부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쨌든 추천위원회 첫 번째 회의를 통해서 후보자 인터뷰 심의를 합의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의가 이루어지도록 다수의 추천위원이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문체부는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2 배수 후보 인터뷰를 추천위원회 인터뷰 심의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추천위원회는 장르/ 문화일반 서류심의를 통해 4-5 배수 인터뷰 심의대상을 정하고 4월 17일 이른 오전부터 하루 종일 인터뷰 심의에 임했다.
문예위의 예술인 의회로서 기능 회복을 위한 전면적 혁신을 주장해왔지만 자발적 의지보다는 타천으로 추천위원회 위원이 된 필자에게 추천위원회 인터뷰 심의는 매우 많은 가능성과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위원들의 역할과 책임과 기관의 혁신과제에 대한 이해, 실천 방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밖에서의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고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고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추천위원들과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꽤 유의미했고 대면심사 과정은 후보들을 통해 예술 현장을 배우는 자리였다.
추천위원회 명단 공개는 추천위원들에게 부담 가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보 인터뷰 심의 과정에서 함께 질문하고 경청하는 과정 속에서 추천위원회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과 공정하고 투명하게 위원 선임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후보들의 문예위 미션 이해와 현장과의 소통과 네트워크, 전문적 식견, 책임 등의 심의기준보다 여전히 예술지원 심의에서 나올 법한 추상적 차원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식견이 추천위원들의 질문 속에서 비쳐 아쉬운 점이 있다. 향후 성별/나이를 할당제로 두어야 하는지는 쟁점이다. 예술위의 권력이 분산되고 소위원회의 귀속력 즉 위상과 확대, 활동 조건이 확보된다면 ‘적합성’의 기준을 좀 더 포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남녀 양성 구분보다 좀 더 젠더 관점에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7기 추천위원회에서는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았고, 좀 더 젊은 세대의 후보를 선정했다. 후일담으로 '세상이 변했나 보다'라는 말들이 후보와 추천위원들 사이에서 종종 흘러나왔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반영되면서 좀 더 민주적인 절차로 개선된 데는 분명 예술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실천이 관료체제 안에서 마치 ‘열정 페이’처럼 소모되는 것은 여전히 현장이 존중받지 못하는 바를 다시 한번 확인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선 기회가 된다면 따로 다루어보려고 한다.
예술인 의회 전환의 필요성
그런데 예술위 위원선임을 문체부가 하고 있는 점이 이상하지 않은가? 예술인 의회로 기능해야 할 문예위는 문체부와의 종속관계 속에서 독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문예위는 준정부기관에서 기타 공공기관이 되었다. 그러나 문예위의 인사권이 문체부에 있다는 것은 문체부의 관리 감독 하에 운영되는 법, 제도, 행정의 구조적 한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문예위는 여전히 제한적인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지식공유의 시대적 조건과 블랙리스트 국가폭력과 미투를 경험한 문화예술인들은 위원회의 권력과 자원 독점에 문제의식을 갖는다. SNS 공론장을 통하여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면서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는 주체들과 연결하며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도모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문예위의 정책-지원 전달체계의 수행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민간 합의제 정책기구에서 의결과정에 권한이 위원 또는 위원회에게 제한되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구조에 다양한 현장의 요구들이 반영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예위가 직면한 당면 과제이며 ‘예술인 의회’로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가 차원의 위상이 있는 ‘예술인 의회’로 전환한다면 관료 조직과의 견제-균형을 이루면서 구조적으로나마 문화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르코 혁신 비전에 근거한 문예위의 조직 구성과 역할, 기능, 정책 결정 구조, 문화예술의 가치 정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정비 등 문화예술진흥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현 수준의 개방성과 의사결정-참여 구조로는 어렵다. 문예위가 실질적인 예술현장 중심의 합의제 기구로 전환하는 과정들은 ‘의제 중심의 협치’에 참여했던 다양한 주체들의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고 문화예술계 이해관계자 간에 상호 의존하며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경험이 형성되면 동질성4)에 근거한 기계적 연대를 넘어 새로운 결속력으로서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집합 의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주체로서 현장이 나서 주길 바란다.
[참고1]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0년 2월11월에 공고한 ‘한국문화예술위원 <추천위원회>위원 후보자 모집 일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을 위한 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 위촉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28조에 따른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합니다.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의 개방성과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동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에 따라 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의 추천을 요청드리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추천대상 개요
ㅇ 직위 : 문화예술위원 추천위원회 위원 ㅇ 인원 : 20명(문학·미술·연극·전통예술 분야별 각 3명, 문화일반 8명 예정) * 근거 : 문화예술진행법 시행령 제28조 제1·2항 / 인원은 변동 가능 ㅇ 분야(4개 분야) : ①문학, ②미술, ③연극 ④전통예술 ⑤문화일반 분야(문화일반‧복지, 예술경영·행정, 지역문화, 융합예술 등)
ㅇ 자격요건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28조) - 다음 자격요건(가~라) 중 최소한 하나를 갖춘 관련분야 전문가 가. 문화예술의 창작·연구·기획 또는 행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자 나. 문화예술단체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자 다. 법조계·교육계·언론계 또는 경제계 등의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서 문화예술에 관한 식견을 갖춘 자 라. 상기 가부터 다의 각호까지 해당하는 경력을 합하여 10년 이상인 자
ㅇ 활동기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 후보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날까지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28조 제4항)
ㅇ 위촉절차 : 문화예술단체, 개별예술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추천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위촉
ㅇ 주요 직무내용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30조 제1항)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후보로 응모한 후보자 중 법령상 조건을 갖춘 후보 2배수를 선정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추천(구성 후 30일 이내) - 공개응모한 후보자 외에 추천위원회 자체적인 후보자 발굴·추천은 불가
2. 추천방법 ㅇ 추천주체 : 문화예술단체*, 개별예술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법인등록여부 무관, 다만 단체의 공적의사표시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문 또는 단체 직인 날인하여 추천 ** 개인적인 추천 남발을 방지하고 추천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별예술인 10~15명 내외 공동서명을 통해 추천 ㅇ 추천인원 : 문화예술단체, 개별예술인 추천 시 단체·개인 당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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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투쟁해온 문화예술인들
2)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투쟁해 온 예술가들이 부조리한 문화 권력의 작동을 견제하고 문예위 독립성 확보할 수 있도록 문화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반영한 위원선임절차 개선안을 제안했고 문체부가 이 개선 안 중 유일하게 수용한 절차.
3) 공통적인 성명 내용에는 선임절차 중단과 다양한 젠더, 세대, 장르 등 위원 구성 및 공정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좀 더 민주적 절차로의 위원선임절차 개선을 담고 있다, 그밖에 개별단위에서 의제 중심의 소위원회 활성화, 문예위의 독립, 예술인 의회로서 기능하기 위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전면적 혁신 등이있다.
4) 전통적인 사회구성 원리와 동질성에 근거한 기계적 연대. 기계적 연대는 혈연 지역 학연 종교 등의 문화의 동질성에 기초하는데 지역사회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담합의 원인이기도 하다. 위원회의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은 기계적 연대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세력화의 영향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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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
미술 작가, 연구자.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이행협치추진단 민간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추천위원회 위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문화인천네트워크 운영위원. 현재는 예술의 가치화 문제, 예술노동 관련 연구를 소극적으로 수행중이며 대부분의 일상은 블랙리스트 대응,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운동으로 살고 있는 듯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예술인 의회로’ 주장과 발언을 종종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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