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간1주년기념칼럼] 공생의 윤리

CP_NET 2020. 7. 2. 09:43

 

 

 

[문화정책리뷰]1주년을 맞았다.

 

우리에겐 총선이 있었고 여전히 정리되는 듯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이 연속되고 있는 일상이 있다. “범선의 발명은 바로 난파를 발명하는 것이라는 폴 비릴리오의 말이 절감되는 시절이다. 사회 통합과 상호작용의 관문이던 공항이 폐쇄되는 세계적 사고의 환경이자 기술과 속도가 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대재앙과 같은 혼란에 빠져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초반 대부분 대학은 개강일 연기로 버텨보려 했으나 곧 비대면 수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대학 꼴을 띤 우리 대학도 그랬다. 여러 차례 느슨한 조치를 취하려다가 결국 한 학기가 몽땅 온라인 강의로 채워졌다. 그러다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적폐 총장에 대한 퇴임 요구마저 물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현재 한국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봉착해 있다. 문제는 이미 저출산 인구감소로 대학 입학 학령인구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나타났다. 교육부가 대학평가로 줄 세워 하위 대학부터 입학생 수를 감축하게 강제했다. 예술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취업률 등 수치가 판을 갈라 우리 대학도 70여 명을 줄이게 되었다. 그래야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이라도)할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

 

이번에 비대면 교육을 한 학기 전체로 확산해 본 경험은 대학의 큰 지각변동을 예측하게 한다. 심지어 기존 대학이 종말을 앞뒀다는 주장에 힘 보탤 정도다. 대학은 이제 지적, 문화적 종합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언제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인력, 설비, 행정 지원 등 인프라가 가동되어야 한다. 이런 투자 없는 교수 1인 중심 온라인 수업은 불량할 수밖에 없고 등록금 환불 등으로 문제를 노출하게 된다. 이를 이겨내려면 교수는 충분한 인프라 속에서 학생들에게 영감을 깨우는 코치 역량이면 족하다. 온라인 환경에 맞는 코치(교수)법 개발, 수업 운영방식 변화와 함께.

 

모든 세계적 사고는 기술 진보의 숨겨진 측면이라는 폴 비릴리오의 주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천문학적인 파괴가 은밀하게 자행 중이지 않던가? 코로나19는 감추고 있던 진면목을 그나마 드러내 보인 서막에 해당할 뿐이다. 엄청난 빛 오염으로 인류는 진짜 밤하늘을 빼앗긴 지 오래여서 짙은 어둠이 주는 의미와 여운을 잊었던 것이다. 녹다운된 도심 도처로 돌아온 야생 동물들을 확인하는 순간, 오염도시가 폐쇄 한달만에 인공위성 사진으로 판독된 쾌청함이 뭔지를 확인하는 순간처럼, 대학 역시 이제껏 숨겨왔던 본질이 폭로될 순간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문화정책리뷰]가 또 다른 1주기를 건강한 면역력으로, 공생의 윤리로 함께 하길 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의 한겨레신문 마지막 칼럼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의 마지막 문단을 덧붙인다. 선생의 명복을.....

 

물론 당장은 기술적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 장기적인 고립생활이 면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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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배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계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 30년 전 제작에 참여한 16mm 장편독립영화 <파업전야>(110, 1990년 영화제작소 장산곶매 제작)를 최근 정식으로 극장에 개봉하였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우리 문화 현실이 된 것이다. 국가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이 4D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지원한 덕분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세상은 변했어도 노동 현실은 비정규직-갑질 등 그대로였다. 헐리웃 메가 흥행작 <어벤저스; 엔드게임> 돌풍 속에도, 여러 언론이 관심을 보였지만 관객 집계는 결국 전국 3,000명이 조금 넘었다. 그나마 블루레이 DVD로 제작하여 영구적인 소장 자료로 남긴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