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특집: 2024문화재정분석]을 시작했는데 이제 국정감사도 끝나고 국회는 본격적으로 예산 정국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올해 국정감사는 내내 계속되는 양당의 대치에 대한 뉴스만 요란할 뿐 ‘국정’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뚜렷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과문한 탓일까요?
제가 과문한 탓 같습니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저는극단 함께사는세상에서 개최되고 있는 ‘모두페스티벌’을 보러 대구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2주간 금요일 토요일 이틀 연속 13편의 공연과 영화가 상연, 상영되었고 25일에는 “발달장애인 배우의 예술표현에 대한 자기결정의 과정”을 주제로 한 포럼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자조모임으로 진행된 연극반 발표공연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리고 공연활동을 하는 장애인공연단체, 장애비장애단원들이 함께 하는 공연단체 그리고 비장애예술인들의 공연까지 무척 다채롭게 꾸며진 축제였습니다. 축제의 이름 ‘모두페스티벌’에는 장애비장애의 경계만이 아니라 아마추어 전문가 등의 경계도 따로 두지 않고 함께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축제를 흥겹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관객들이었습니다. 앞서 출연자로 무대에 섰던 이들이 관객이 되기도 하는데 숨죽이는 집중과는 다른 무대 위의 퍼포먼스에 열렬히 반응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관객들의 모습이 연극을 더 생동감 있게 합니다. 또 이 축제에는 ‘차이사이서포터즈’라는 축제자원활동가 그룹이 있었는데 이 역시 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축제를 돕고 있었습니다. 친절하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또 공연이 끝나면 마무리 정리까지 얼마나 열정적이던지요.
저는 이번에 처음 참여했지만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2015년부터 ‘함께 사는 장애인 연극제’를 개최해왔다고 합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1991년 창단하여 대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극단입니다. ‘모두페스티벌’은 이들의 꾸준한 활동 속에서 만들어진 지역 장애인단체들, 예술단체들과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축제였습니다. 이 극단이 운영하는 소극장 함세상은 경사로가 있고 장애인화장실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소극장 함세상은 민간극단이 운영하는 민간소극장입니다. 덩치큰 후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극을 하는 극단도 아닙니다. 극장운영은 의식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열정을 보면서 감탄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러한 활동이 민간극단의 열정으로 이루어지는가라는 질문이 맴돌기 때문입니다.
국회 예산정국의 기사들을 보면서 가늠하기도 어려운 크기의 숫자들은 과연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세 번째 글은 김상철의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의 2022년도 결산 심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산 심의는 1년 단위 예산 회계에서 유일한 환류과정으로 2024년 예산에는 자연스럽게 2022년도 결산의 흔적이 남습니다. 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이글은 예산에서 정책의 방향을 분석합니다. 그 분석의 결과까지 꼼꼼이 읽어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필자가 이번에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김선애 “[칼럼] 원주아카데미극장과 시민력”은 최근 원주아카데미극장 해체로 원주시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그간 원주 아카데미극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합니다. 시민들의 연대와 활동은 장일순 선생 지학순 주교의 한 살림공동체운동까지 거슬러오르고 아카데미친구들의 활동의 여러 장면들로 이어집니다.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소통을 만들어내야 할지, 소통이 더 나은 결론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호에는 이건명의 “[협업: 지역예술 거버넌스, 미디에이터(mediator)의 관점으로 바라본 한계와 가능성]”이 발행됩니다. [협업]은 필자 혹은 필진이 직접 기획 집필하고 [문화정책리뷰]는 발표를 돕는 꼭지입니다. 필자인 이건명은 해금연주자이자 예술기업 ‘설탕한스푼’ 대표, 비영리 프로젝트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주자로 활동해오다가 거버넌스 파트너로 정책과 행정에 참여하게된 계기부터 최근 직접 경험한 거버넌스 활동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과 경험에 기반한 문제제기를 함께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시절입니다. 정책 현장 이슈를 놓치지 않고 전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김소연 편집장
목차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③]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_ 김상철
[협업: 지역예술 거버넌스, 미디에이터(mediator)의 관점으로 바라본 한계와 가능성]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장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나_ 이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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