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③]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

CP_NET 2023. 11. 21. 14:52

 

 

 

편집자 주: 2024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이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발표된 정부안의 문화예산에서 사업의 폐지 축소가 드러나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문화정책리뷰]는 2024년 문화예산안 분석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업의 축소 폐지 혹은 증액만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예산의 흐름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예산을 통해 문화정책의 현재를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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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③]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전년도 결산보고서를 5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통상적으로 하반기 정기국회 시기에 통과시킨다. 10월 국정감사 이후 예산 심의절차에 들어가기 직전인 11월 초나 중순 경에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결산은 차년도 예산 편성의 기본이 되는 절차인데 현재 1년 단위 예산 회계에서 유일한 환류 과정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참조를 하지 않으면 환류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2024년 예산은 자연스럽게 2022년도 결산의 흔적이 남는다. 앞의 글에서 살펴본 보조사업의 반납액 증가는 결산 과정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공개된 국회 회의록을 보면 2022년도 결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다루고 있는 중이다. 95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였고 96일부터 결산심사소위원회를 시작했다. 현재는 911일 제4차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 상태다. 그런데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상임위원회에 제출한 예비심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심의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보류라는 말이 나온다. 웬만한 사안들은 간사 간의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보류한다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이야기는 제2차 소위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를테면 강훈식 의원이 전하는 바는 이렇다.

 

강훈식 위원: 의사진행발언인데요. (생략) 저희가 R&D와 보조금 사업 관련 일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따로 뽑아서 양당 간사 간 협의로 보류해서, 넘겨서 처리하는 게 속도가 나겠다 이런 것 한 가지 하고요. 또 하나는 우리가 어쨌든 기 상임위 기준으로 맞춰서 속도를 내는 것이 필요하겠다라는 거고 그리고 개별 질의나 질문은 별도로 하시는 방향으로 하는 걸로 양당 간사 간에 논의가 됐고요.(21대 제410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 2023.9.4.)

 

애당초 R&D나 민간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는 개별 심사를 하지 않고 따로 뽑아서 심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 회의록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논의 과정에서 R&D로 관리되는 연구용역 등의 반납 현황에 대한 쟁점이 나오고 보조사업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례는 회의록 상에 다소 추상적인 질문으로 나오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국민의 힘 초선의원인 엄태영의 질의를 보자.

 

◯엄태영 위원: 이 단체가 한국작가회의라는 단체입니다. 문화예술 분야 발전, 문화인의 권익과 복지 향상이라는 명목하에 조직된 단체인데요. 현행법상 비영리 민간단체의 경우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정치적 활동을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생략)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문체부는 올해 초에 국민의 피와 땀이 담긴 혈세가 제대로 쓰였는지 보조금 감사를 실시했고 그중 하나가 작가회의입니다. 작가회의가 18년 이후 5년간 유사 사업을 맡아서 추진하여 독점 논란과 실효성 또는 효율성 논란이 있어 가지고 이 작가회의가 하는 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재구성해 가지고 예산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 21
410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회위원회, 2023.9.4.

 

국회의원은 특정한 보조사업 민간단체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활동을 하는 단체로 언급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은 2018년 이후 5년간 유사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면적으로 재구성해 가지고 예산을 관리한다고 언급한다. 여기엔 상당히 이상한 점이 있다.

 

 

의도적으로문제가 된 문화예술 지원사업

 

우선 맥락을 좀 더 체계화해보자. 한국 정부의 보조사업은 두 가지 맥락을 가진다. 하나는 정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실시하는 사업 대행 성격의 공모사업이다. 이 경우 사업에 대한 성과는 해당 단체가 아니라 정부의 몫이 된다. 정부가 하는 것보다 민간이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장점이 많을 경우 이런 방식의 보조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원래 보조사업의 취지는 이렇지 않다.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2(정의)에 따르면 보조금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해이를 조성하거나 재정 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보조금과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보조금은 시설 자금이나 운영자금으로 교부하는 것만 의미한다고 되어 있으니, 만약 이 기준으로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본다면 해당 사업은 이미 해당 단체의 고유사업이라는 뜻이 된다. 이것이 아니라면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의 성격이다. 정리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업 보조금은 국가의 일이 아니라, 이미 민간에서 하고있는 일 중 이를 조성하거나 원조를 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므로 해당 사업은 보조금이 있던 없던 해당 단체가 수행하는 고유사업이거나 그것이 아니면 반대급부가 적은 급부금이 되는 것이다. 왜 이것이 쟁점이 되냐면, 앞서 인용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말한 ‘5년간 특정 단체가 독점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문제다라는 부분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힘 엄태영이 지적하는 사업은 한국작가회의가 수행해온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이다. 작가들이 지역의 작은서점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서점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서점 활성화 정책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역의 작가들에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지원 사업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면 이 사업에서 박보균 전 장관이 말했듯이 5년 간 한국작가회의가 수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뭘까. 지역서점 지원의 목적이 불필요해진 것일까, 아니면 지역 작가들에 대한 예술지원 사업이 불필요해진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 관료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보조사업을 특정 단체가 장기적으로 지원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형식론이고 문화예술지원 정책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런가. 지역 서점을 지원하는 데 있어 작가를 매개로 하는 사업의 실효성이 낮은가, 아니면 이를 통한 작가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실효성이 낮은가? 이에 대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박보균 전 장관은 자체적으로 보조사업을 점검했다고 하지만 해당 자료를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조금 관리법 제15조에 의해 기획재정부에서는 각 부처의 보조사업에 대한 연장평가를 매년 실시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하는데, 지난 2020년부텨 2023년까지 한국작가회의가 수행한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단 한번도 평가 대상이 된 적이 없다.

 

2022년 사업에 대한 결산을 다룬, 국회 상임위의 예비결산검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작가회의의 사업에 대해 지정교부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공모방식으로 시행하라는 제도 개선 의견이 첨부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상에서 언급된 국민독서문화진흥 사업과 비교하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민독서문화진흥 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동 보조사업은 정부지원이 없으면 해당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개연성이 일부 있고 각 사업의 목적이 국정과제 등과 연관성은 적음”(469)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국정과제 및 공약사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됨을 강조 삼아 덧붙였다. 국민독서진흥이 윤석열 정부의 관심사나 국정과제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의 반지성주의를 보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없으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확보조건으로 하는 사업 변경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사업을 특정한 단체에 지정교부 방식으로 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라고 지적한다.

 

구분 총평
평가결과 * 감축(24, 일정수준), 사업방식 변경
- 국민독서문화증진지원사업(5,557백만원)2024년 예산을 일정수준 감축하고 사업방식 변경을 통해 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꾀함
평가
결과 근거


세부
문제점
* 지자체 분담율 조정 / 성과지표 개선 / 사업관리 개선
- 지자체의 고유사업 개발 등의 사업 내용 변경과 지자체의 예산부담을 고려하여 지자체의 예산부담 비율을 높일 필요있음
- 일부 사업의 참여자 대상 만족도 조사 결과만을 성과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며, 목표치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미흡함
- 현재 체험과 강의 위주의 독서문화진흥 운동 형태의 사업추진 방식에 대한 질적 개선이 필요함
개선사항 * 지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개발과 지자체의 예산부담을 늘리고, 본 사업의 목적에 맞는 사업성과지표를 마련하며 목표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것
* 교정시설과 군부대 대상 사업에 대해 부처협력이 가능한 사업방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타 사업과 통합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

  - 국민독서문화증진지원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 보조사업 평가

 

그런데 해당 사업이 과연 공모사업으로 하면 더 효과적일까. 아니다. 각각 14년과 11년 동안 지속된 국민독서문화확산 사업이나 병영독서활성화지원 사업은 이미 루틴화된 사업에 가깝고 당연히 해당 사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사업 전달구조가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공모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존 단체와 다른 업체가 선정되어 효과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리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오로지 관료집단 내에서 보조사업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자체적인 만족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핵심은 기획재정부의 보조사업 평가가 사업 자체의 목적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형식적인 제도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지정단체 교부방식으로 발전해온 맥락에 무지를 드러낸다.

 

기획재정부의 문화예술지원사업에 대한 인식이 무지에 기반한 것이라면 앞서 언급한 박보균 전 장관의 언급이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 상의 언급은 의도성을 가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문화예술진흥 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왔던 문화예술지원 사업의 성격은 예술지원 정책에서 보조사업으로 실질적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예술진흥법 하 예술지원정책은 보조사업 형태로 국가가 직접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을 지원하는 구조를 가져왔다. 그것의 형식적 외피가 보조사업이었을 뿐 실제로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각 장르나 문화 영역 예술인 단체나 문화사업 단체들에게 공공재정을 배분해왔다. 즉 한국의 문화예술지원 정책은 보조사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팔길이 원칙이라는 거리두기를 바탕으로 보조사업처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음으로써 문화예술지원 정책의 독특함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거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구조 자체를 혐오하는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 후속 과정을 경유하면서 관료집단 내에서 강화된 반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알다시피 박보균 전 장관은 1981년 중앙일보 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문화 관련 부서에서의 경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정치부와 국제부 정도를 경유했을 뿐이다. 그러면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에서 작동하는 보조금 사업의 정상화 논리는 문화부 관료들의 논리를 반영하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논리가 강화되면 강화될 수록 역설적으로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여전히 중앙부처로서 문화부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단체지정교부 사업은 그것이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카르텔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나마 문화예술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문화부의 유일한 기능이었다. 그런데 문화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공모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하면 그것을 구태여 중앙정부가 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문화부의 사업부서는 민간 문화예술단체를 통해서만 사업을 했을 뿐 스스로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되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문화부 사업부처는 산하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불모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 단체들이 공모사업에 응하지 않는 순간, 문화부의 사업들은 문화사업 업자들과의 계약관계만 남게 된다. 그런데 그런 일은 구태여 중앙정부가 할 이유가 없다. 지역적 특징이나 대상별 특징을 고려한다면 중앙정부의 공모사업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모사업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런데 효율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지방정부에서 하는 공모사업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재원을 분리하던 사무를 분리하던 그렇게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면? 문화부 관료들은 할 일이 사라진다.

 

이번 사례들을 관찰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영역 관료들이 정말 코 앞만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미 부실화된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이어 영화발전기금이 유사하게 부실화되는 상황에서, 관광기금이나 체육기금의 기금 간 전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나마 문화 영역의 사업 방식이 가지고 있는 관료집단과 문화예술 당사자 집단 간의 유관 구조가 현행 문화부 사업 구조를 지지하는 유일한 외부적 힘이었는데 이를 부실하게 만들면 스스로 버틸 힘이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부는 있어야 하나-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못 하는 구조 만들어야

 

코로나19 시기 다른 나라들보다 발빠르게 대응을 했던 것을 두고 문화부가 있어서 가능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한 선진국들은 한국과 같은 중앙 정부 관료조직으로서 문화부가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비슷하게 한국의 예술인복지정책이 우리보다 고민을 오래 전부터 시작한 일본보다도 더 빠르게 제도화된 것에는 문화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일본 학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그것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의 문화예술지원 정책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주제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문화예술 주체들 역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보다는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운동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사실상 국가-예술인간에 상당히 직접적인 클라이언트-페트론의 관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근대성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물론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다.

 

하지만 최근 2024년 예산안을 둘러싼 풍경은 이제는 그와 같은 역사적 체제를 끝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행 구조를 두고 블랙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도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아무리 잘 생각해봐도, 간섭하지 않고 달라는 대로 돈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 같은 정부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블랙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도 아니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부가 아니라 정부의 속성이 어떠하던 간에 시민들의 공유자산인 재정이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그러니까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못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계기 삼는 것이 어떤가 싶다. 당연히 이를 제대로 고민하려면 소위 문화예술계라는 내부의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가장 시의성이 있는 주제는 영화발전기금일 것이다. 이를 매개로 문화부 없는 문화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인금고의 전 단계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한국예술인복지재단)'동네 예술일자리 연결센터 실행방안 연구'(성북문화재단)의 책임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