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이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발표된 정부안의 문화예산에서 사업의 폐지 축소가 드러나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문화정책리뷰]는 2024년 문화예산안 분석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업의 축소 폐지 혹은 증액만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예산의 흐름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예산을 통해 문화정책의 현재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①] 2024년 문화재정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②] 자유와 연대? 이 텅 빈 말이 의미하는 것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③]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던 국회가 12월 21일에서야 내년도 예산을 심의 의결했다. 확정된 예산은 이미 기획재정부에서 운용하는 열린재정에 공개되어 있으며, 작년 12월 26일에 각 부처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예산배정계획이 확정되었다. 하반기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것이지만, 고위공직자 탄핵안이나 특검 처리와 관련한 쟁점에 맞물리면서 사실상 예산심의는 뒷전이 되었다. 실제로 12월 2일이라는 법정 기한은 거의 지켜진 적이 없긴 하다. 작년에도 12월 24일에야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예산안뿐만 아니라 2022년 예산에 대한 결산안도 전례 없이 늦게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가장 늦게 전년도 결산안이 통과된 것은 2005년, 2018년인데 모두 12월 8일에 통과되었으므로 12월 20일에 통과된 올해는 이미 그 기록을 갱신했다.
24년 예산안은 어떻게 다뤄지나
“보다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오늘 위원님들께서 제시하신 증액 심사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양 간사님과 제가 위원님들 고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하려는데 이의 없으십니까?”(2023년 11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 제9차 회의)
국회의장은 법정 기한 내 예산심의를 완료하기 위해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기한을 11월 3일로 정했다. 취지인 즉, 11월 한 달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심의 기간으로 정해서 12월 2일의 법정 기한을 지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지킨 상임위는 없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11월 20일이 되어서야 예비심사보고서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송부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일정이 다 늦어졌는데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11월 21일에 있었던 제6차 소위원회에는 제1차관이 별도의 요청도 없이 출석하지 않아 논란이 된다. 회의록에 따르면 부산엑스포 유치 때문에 솔로몬 제도로 출장을 간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애초 솔로몬 제도는 부산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2일에 출석해서는 국회 예결위와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직접 소위 서삼석 위원장이 실무적 협의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진행된 예산심의는 ‘감액사업 2건과 감증액사업 13건, 증액사업 56건’에 대해 다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의한 예산변경 사항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감액사업: K-콘텐츠 펀드 출자에 대해 집행률 40% 수준인 것을 감안하여 75억 원 감액 의견에 부처 동의, 청와대 종합정비 사업 30억 감액에 대한 부처 동의, 콘텐츠 기업 이차보전 지원사업 1010억 원 삭감 동의
(2) 사업조정: 기존 박물관 미술관 진흥사업 중 재정사업 자율평가 하위 사업을 정리한 38억 원 중 10억 원을 박물관 미술관 박람회 사업으로 편성 동의(여야 동의 확인), 기존 민간단체 경상보조였던 공연예술 진흥기반 사업을 지자체 매칭방식으로 자치단체보조로 변경 동의
(3) 기타사항: 문화예술진흥기금에 대한 타 기금 이전 금액 1000억 원 수준 유지 동의
위의 사항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정리한 증감 사업에 한정하는 것으로 세부 사업에 대한 사항은 다뤄지지 않았다. 세부적인 증감은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하는 소소위원회에서 다룬다. 다만 소위원회 회의에서 다뤄진 것 중, 청와대재단을 만들어서 기존 국립국악원에서 하던 청와대 국악공연을 전담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해당 예산의 방어를 위해 국립국악원 예산에 넣어서 편성했지만 차관의 발언을 통해서 장래에 이관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와 별도로 330억 원 정도가 편성되었는데 이는 3월에 출범할 예정이라는 청와대재단을 통해 집행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 상임위원회는 논의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이를테면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소위원회는 제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된다. 그 대신 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사항은 소소위원회에서 다룬다. 소소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 의무도 없고 심사과정에서 다룬 자료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수많은 상세 사업들이 블랙박스로 들어간 셈이다.
소위원회 심사자료를 통해서 살펴보는 쟁점 사업들
예산안 조정과정은 확정된 예산과 별개로 정부와 국회 간에 주요한 예산 쟁점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다만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회의 과정에서 개별 의원이 반영한 의견이 적시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통해 대략 어떻게 될 것인지는 추정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일단 일정에 쫓기는 회의이기 때문에 회의 안건을 제외하고 다른 새로운 의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회의자료 상의 의견을 중심으로 논의될 공산이 크다. 두번째로 소소위에서 예산을 조정하는 위원들이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주요한 쟁점 사업이나 자기 소관 상임위 사업을 제외하곤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 어렵다. 즉 잘 몰라서 새로운 부처 사업예산에 대한 의견을 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인 예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의자료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를 감안해서 소위 자료를 통해서 몇 가지 특이사항을 살펴보자. 우선 미술진흥기반 구축이라는 특정 장르 사업은 총 8개의 증액 요구가 확인된다. 서예 관련 사업에 대한 증액이 상임위 의견으로 제시되었고(19억 원) 국민의 힘 의원들이 복수로 한국미술 해외쇼케이스 사업과 국제조형예술협회 한국위원회 활동지원사업을 증액 요구했다. 전년 대비 6억 7천만 원이 삭감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두 명의 의원만 8억 원과 4억 원 수준의 증액을 요구했을 뿐이고 상임위 차원에서는 별도의 사업으로 10억 원 증액 요청만 있었다. 오히려 6명의 의원이 ‘대구특화 출판산업 육성 지원’을 신규사업으로 5억 원 반영을 요청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함께누리사업에는 상임위 증액으로 ‘세계장애인합창대회 개최’에 20억 원이 요청되었고 종교문화시설건립 사업에 대해서는 29건의 세부 증액 및 신규사업 반영 요구가 확인된다. 대부분 사찰 중심의 사업인데, 그와 유사한 전통종교 문화유산보존 사업의 경우에는 총 64건의 증액 및 신규사업이 제시되어 사실상 상임위 및 예결위 의견 중 최다 요청사업으로 확인된다. 불교 사찰에 대한 지원이 이토록 집중적으로 반영될 사업인지 의아할 정도다.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기존 58억 원 삭감에서 외려 외부기숙사 매입의 사유로 244억 원 증액이 상임위와 6명의 예결위 위원 요구사항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개원 30주년 기념사업’ 명목의 신규사업이 요구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전년 대비 34억 원이 순감된 한국문화예술연합회 지원사업은 최대 증액 요청액이 27억 원 수준에 불과해서 최종적으로는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 등이 개별적으로 세부사업에 대한 증액 요구들이 포함되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국립 단체들에 대한 예산 증액요구가 많은 반면, 민간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뚜렷한 증액 요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제도적 힘이 작동하는 미시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전년대비 50%가 삭감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은 상임위 증액안이 107억 원 증액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삭감액인 287억 원의 절반도 복원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사업이지만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이용권 확대나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 등 예술강사를 경유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증액 요청이 보인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인 문화도시조성은 당초 승인된 사업계획서 상의 국비 지원금 미교부액인 144억 원에 대한 증액 요구가 상임위 요구로 확인된다. 이는 이미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을 정부가 임의로 지출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적인 예산 미집행의 정상화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포항시 문화사업을 특정한 증액 요청만 한 예결위 요청도 확인되는데, 이는 애당초 정부가 선정한 문화도시 지역에 대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선택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사실상 정치적 목적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기금사업을 보면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대부분 개별 창작지원이 주를 이룬다. 문화예술세계총회 개최,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진주대첩 재현공연 창작오페라 제작사업, 서울발레페스티벌, 이산가족 그리운 얼굴 해외 순회전, 한국창작오페라 페스티벌 개최 같은 것들이 3억 원에서 6억 원 수준까지 요청되었다. 영화발전기금을 보면 논란이 컸던 국내외 영화제 육성의 사업비 증액은 상임위 요구가 없었고 예결위 의원 한 명이 원상복원을 위한 증액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 밖에는 차세대 미래관객 육성 부분을 제외하곤 증액에 대한 세부사업이 확인되지 않는다. 기금의 세입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은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추가로 500억 원을 추가로 이전하는 것을 상임위와 예결위 요구사항으로 다루고 있고, 영화발전기금은 당초 과소하게 추정한 관객 회복비율을 상향해서 당초보다 34억 원 정도의 수입 증액을 예결위 의원 요구로 검토된다.
국회가 사회적 논란에 소극적일 때
현 정부의 2024년 예산이 기존의 문화예술 진흥정책을 고사시키는 것처럼 여기는 문화예술 현장과는 다르게 국회의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동일한 예산요구를 하는 의원이 많으면 유리할 테지만 논란이 되는 사업들은 대부분은 소수의 의원만 요구했을 뿐이다. 예년과 다름없이 각종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전통적인 지역구 예산인 전통사찰 및 지역 축제 예산이나 혹은 전형적인 청탁형 예산인 특정 단체 지원사업은 상대적으로 다수 의원의 이름이 확인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비공식적 회의인 소소위원회는 소위원회의의 회의자료를 기본자료로 해서 주요 정당의 핵심사업 리스트 그리고 추가로 들어오는 쪽지예산을 바탕으로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위에서 살펴본 것과 큰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다. 이로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표방했던 기존 국고보조사업으로서 민간공모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감축은 확정적이고 이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예술 정책의 관치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미술 분야의 예산 확충은 다른 장르의 사업 조정이나 예산 감소와 비교되는 바, 애초 장르별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했던 문화예술진흥 체계 역시 무의미하게 바뀌었다. 최소 특정 장르 예산 증액이 타 장르의 예산 증액을 자극하여 동시에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같은 동조 경향이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선택지원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적인 것은 명확한 긴축 기조의 2024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심의권을 지렛대로 하는 예산 조정 현황이 실제 전체 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나 혹은 보편적인 예술인의 창작 활성화 혹은 복지지원과는 거의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마치 바깥은 한파여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국회만 따뜻한 난로 곁에서 바깥 온도를 못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코로나19를 경유하면서 기존의 취약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이 사실상 붕괴하는 것을 경험했다.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실연 전제 창작지원사업이 과연 예술지원사업의 대표적 유형으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필요하고 또한 상대적으로 정책 범위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민간 공연시설 등 환경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으며 예산 삭감 외에 문화예술교육이 정책적으로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인지에 대한 정책 재조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20년 넘게 별다른 대안 없이 부실한 깡통으로 전락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이 상태로 계속 둘 것인지, 별도의 세입원 자체가 축소된 영화발전기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재원이 여타 기금 특히 복권기금에 의존하는 형태는 진지하게 재고해야 한다. 애당초 사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기금을 설치했는데 해당 재원이 아예 성격이 다른 복권기금의 심의기구를 통해서 할당되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금통제와 더불어 또 다른 기금통제를 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 또한 애당초 한미FTA의 선결조건으로 폐지된 스크린쿼터에 대한 반대급부로 설치된 영화발전기금은 일차적으로 한국영화 보호라는 목적 여부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기금 존치 여부가 평가되어야 하지만 그와 같은 움직임은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기존 영화발전기금이 당초 설치된 취지에 부합하게 관리되고 집행되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영화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체 국민들의 문화적 권리에 닿아 있는 것이라 할 때, 실제 그런 다양성의 확보에 도움이 되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특정 장르의 쌈짓돈처럼 보이기에 다른 개별 장르별로 개별 진흥기금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고 있다.
문화예술 사업 증감액 소폭, 거의 정부안으로 확정
작년에 통과된 문화부의 예산집행계획은 전년을 참조하면 3월 말 쯤 공개될 것이다. 다만 21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해서 통과된 수정안을 통해서 문화예술 예산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합의를 통해 국회가 만든 예산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4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주요 내용’>
가. 민간소비 제고 및 지방재정 부담 경감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한시로 지원하고자 예산 3,000억 원을 신규 반영함.
나. R&D 분야 기초연구 과제비 추가지원 예산 1,528억 원, 박사후 연구원 연구사업을 신설하기 위한 예산 450억 원, 대학원생 장학금·연구장려금 확충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을 각각 증액함.
다. 슈퍼컴퓨터, 중이온가속기, 양성자가속기 등 최신형 고성능 대형장비 운영·구축비용 지원을 확대하고자 예산 434억 원을 증액함.
라. 새만금 입주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과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하도록 고속도로, 신항만 등 기업수요에 맞는 새만금 투자 사업에 총 0.3조 원을 증액함.
마. 에너지·비료가격 상승 등에 따른 농어업인 경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면세유 인상분 한시 지원 예산 115억 원, 농사용 전기료 인상분 한시 지원 예산 56억 원, 무기질 비료가격 인상분 한시 지원 예산 288억 원을 각각 증액함.
바. 청년의 주거부담 경감을 위해 2023년 종료 예정이던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의 지원기간을 1년 연장하고자 예산 690억 원을 증액함.
사. 청년·저소득층 우대 대중교통비 환급지원(K-Pass)을 조기 시행(7월→5월)하고, 환급요건을 완화(월 21회→15회 이상 사용)하고자 예산 218억 원을 증액함.
아.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대상을 기존 8구간에서 9구간으로 확대하고자 예산 328억 원을 증액함.
자. 장애인연금 부가급여 단가를 2013년 이후 최초로 1만 원 인상하기 위해 예산 269억 원을 증액함.
차. 광역 기동순찰대 신설, 형사기동대 신설 등 현장 중심 경찰조직 개편 관련 소요를 반영하여 예산 187억 원을 증액함.
내용을 보면 전체적인 정부의 24년 예산 편성의 방향에 대한 전환은 보이지 않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이라는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절충된 흔적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 상품권 사업이나 교통비 지원 사업의 확대는 대표적인 이재명 대표의 사업으로 거론되었던 것이다. 거기에 논란이 컸던 R&D 예산에 대한 소폭 복원이 골자다. 정부가 사실상 임의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의 예산권한을 침해했던 사항이나 과도하게 과소 추정한 세입의 변경은 거의 변경이 없었다. 그러니 정부가 추진한 감세 정책 하에서 보조금의 통제를 강화하고 지역분권 예산을 줄인다는 24년 정부 예산의 기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화예술 사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16대 분야별 내역으로 보면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은 정부안보다 증액은 1,699억 원, 감액은 1,727억 원으로 총 28억 원 줄어들었다. 다른 부처와 비교하면 증액 규모도 감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서 당초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산업 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의 경우에는 7,250억 원이 순증 되었다.. 감액된 항목은 K-콘텐츠펀드와 문화콘텐츠 투자활성화 등과 같이 집행률이 낮은 투자융자 사업에서 대규모 감액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항목은 대개 추가경정예산에서 복구되는 속성이 있다. 그 외 국정홍보 류의 사업에서 주요한 감액이 이루어져 총 10가지 정책사업이 해당되었다. 반면 종교문화활동지원에 9개 사업, 종교문화시설건립에 16개 사업,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에 17개 사업이 증액 반영되었고 온갖 국립예술단체 사업비가 증액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정부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된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논란이 되었던 지역서점문화 프로그램에 4억 원이 배정되었으나 이는 대구특화출판사업 육성 지원(4억 원) 사업과 양 당간 거래를 통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고작 80억 원이 증액되었을 뿐이나 사실상 대규모 사업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문화도시 사업의 새로운 이름인 문화중심도시육성 사업은 아예 ‘어린이 아트앤사이언스파크 건립’, ‘아시아 커뮤니티아트 타운조성’과 같이 사실상 앵커시설 건립 지원예산만 추가로 반영되었을 뿐 별도의 사업비 증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양상에 비춰보면 2024년 예산 갈등의 결론은 싱거우리만큼 간단하게 마무리된 듯하다. 이런 결론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인금고의 전 단계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한국예술인복지재단)와 '동네 예술일자리 연결센터 실행방안 연구'(성북문화재단)의 책임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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