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②] 자유와 연대? 이 텅빈 말이 의미하는 것

CP_NET 2023. 9. 25. 22:35

 

편집자 주: 2024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이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발표된 정부안의 문화예산에서 사업의 폐지 축소가 드러나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문화정책리뷰]는 2024년 문화예산안 분석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업의 축소 폐지 혹은 증액만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예산의 흐름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예산을 통해 문화정책의 현재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①] 2024년 문화재정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_ 김상철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②] 자유와 연대? 이 텅빈 말이 의미하는 것_ 김상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 829일 보도자료를 내 2024년 부처 예산이 69,796억 원 편성되었다면서 문화재정 7조 원 시대가 눈앞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총량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사기에 가깝다. 사업비가 늘지 않아도 인건비가 늘면 총액은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논리라면 매년 역대 최대액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전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나마 쓸모가 있다. 공식적으로 정부 예산에서 문화재정1%가 넘었다고 평가되는 시기가 1999년 이고 2012년 말 1.4%에서 문재인 정부 시기에 1.2%를 거쳐서 윤석열 정부에 1%가 되었다. 예산 규모를 통해서 정책의 의지를 확인한다고 할 때 정부 예산의 0.2 ~ 0.4% 정도 수준으로 정권의 의지씩이나 판단해야 한다는 뜻인데 민망할 뿐이다. 2000년 이후 한국 문화정책의 변화는 예산의 규모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었다.

 

 

24년 문화예산의 방향, 자유와 연대?

 

오히려 쟁점이 되는 것은 예산의 성과목표, 즉 지향과 관련된 것이다. 이를테면 창의한국에서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 중심의 맥락, 문화복지에서 문화향유권으로 이어지는 맥락, 예술인복지에서 예술창작자유와 연결되는 맥락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은 유사성보다 이질성에 가깝다.

 

* 문화부 보도자료, "2024년 문체부 예산안 6조9,796억 원 편성,문화재정7조 원 시대 눈앞에"(2023.8.29.)

 

이를테면, 문화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편성의 기조는 ‘K-컬처가 이끄는 자유와 연대. 표현만 보면 무슨 예술인 단체의 슬로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개념의 오용에 가깝다. 이를테면 자유에 해당하는 방향성으로 ‘K-콘텐츠 관광이 이끄는 경제활력 제고. 애당초 문화정책에서의 자유는 창작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화부는 창의적으로 K-컬처에 자유라는 개념을 넣었다. 연대는 더 황당하다. ‘모든 국민의 공정한 문화접근 기회 보장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연대는 수평적 개념이 아니라 시혜적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약자 프렌들리라는 말이 문화에 쓰이는 맥락을 보면 90년대 잠깐 이야기가 되었던 문화복지 수준의 정책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를 갖는다. 하나는 무지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자유와 연대라는 개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같은 곳에서 강조를 하니 일단 가져다 쓰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다른 하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다. 문화부가 사실은 내세울 만한 방향성이 없는데 관례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또 그것이 기존과 뭐가 다른지 해야 하니 그냥 쓰는 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이유는 모두 하나의 목적을 가리킨다. 보조사업 구조로 만들어진 현재의 문화재정 구조에서 문화부와 문화부의 관료기구가 적극적으로 등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서울시 등에서 소위 보조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어떻게 사업구조를 흔들었는지를 살펴봤다. 어차피 내부과정으로 진행하는 보조사업 평가를 통하면 과거 블랙리스트 작동보다 더 섬세하게 사업통제가 가능해진다. 이게 2024년 예산안에서 노골적으로 보이는 문화부의 목적이다. 무얼 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무얼 하지 않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는 것은 사업 통제라는 절차적 권한만 남는다.

 

 

시선을 돌려, 2022년 국고보조사업 반환금 규모의 수상함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예산 과정은 단지 숫자의 줄고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며, 증액보다 감소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자면, ‘예산을 복원하는 것이 이후 예산 국면에서 중요한 목표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우리는 오히려 문화예산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문화부는 스스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선을 2024년 예산에서 벗어나 상반기에 있었던 결산과정으로 잠시 되돌려보자. 22년 예산에 대한 결산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결산안 자체는 지난 531일에 국회로 송부되었지만 상임위원회 별 예비 심사가 끝난 것이 9월 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에는 91일이 되어서야 예비심사보고서를 의결했다. 그런데 예비심사보고서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감사원의 결산검사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특이사항이 결산서 상 세입 부분에 존재한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2023 년 결산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2022년 예산에서 일반회계의 세입 규모는 605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징수결정액은 그것의 3배 이상인 2,143억 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당초 예산액과 징수결정액이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라면 일차적으로는 세입추계를 잘못했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수입이 발생한 것이다. 문화부는 독자적인 별도의 조세수입이 없다. 따라서 세입 추계를 잘못했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기치 못한 수입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걷힌 수납액 기준으로 보면 재산 수입이나 수강료 등 기타잡수입 그리고 입장료 등은 200억 원 수준으로 당초 605억 원 미만이다. 그런데 국고보조사업 집행잔액 등 기타경상이전 수입이 1,754억 원에 달했다. 참고로 2020년의 세입은 586억 원(예상으로 추정한 금액), 징수결정액은 697억 원(실제로 걷겠다고 확정된 금액), 수납액은 507억 원에(실제로 걷힌 금액) 불과했다. 세입, 징수결정액, 수납액 등의 차이는 구체적인 액수의 변경뿐만 아니라 시점의 문제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2020년에는 걷어야 하는 수입을 걷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아예 당초 세입 규모를 밑돌았다. 그나마 2021년에 610억 원의 세입예산액에서 실제로 걷힌 것은 676억 원이었지마 징수결정액은 926억 원으로 수납액과의 차이가 250억 원이 넘는다. 전년도에 제대로 걷지 못한 미수납액은 그대로 당해년도에서는 걷어야 할 돈인 징수결정액으로 이전된다. 그러다보니 당초 예산 상의 세입 규모와 실제 징수된 세입 규모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진다.

 

이런 현상을 가장 극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2022년 결산이다. 2022년에 진행된 국고보조사업은 2023년에 정산을 통해서 사업이 종료된다. 정산 시기에 사용이 되지 않은 보조금의 잔액은 반납된다. 지난 9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확인한, 2022년 보조사업에 대한 반납액 규모는 문화부 전체로 291억 원에 달하고, 보조사업으론 817개에 해당된다. 사실 보조사업이란 것이 중앙정부에서 중앙정부 정책 목표를 위해 만든 사업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의 성격은 상당히 경직된 것이다. (보조사업은 사업 대행 수준의 현행 보조금 사업을 위한 제도라 보기 힘들다. 오히려 중앙정부는 사업 목표와 성과를 챙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보조사업자의 자율성은 높게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면 왜 이런 보조사업이 양산되었는가는 중요한 질문이고 이후에 다룬다). 291억 원이라고 하더라도 2022년 결산서 상 국고보조반납액이라고 설명하는 2022년 상 결산액 1,754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직 반납통지가 되지 않은 보조사업이 있다는 것을 추정해볼 수 있다.(정보공개청구 시점에선 237월말 기준).

 

이 중에서 반납액이 1억 원 이상인 사업은 총 69개로이며 일반회계 사업은 37개 사업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사단법인이나 재단, 혹은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5개 사업에 33억 원이 넘는 예산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경우에는 2개의 사업에 총 반납액이 86천만 원으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 해당 기관의 직접 사업비보다는 다시 사업자를 선정해서 진행해야 하는 재보조 사업으로 보인다.

 

                                                                                                                                                                    (단위: 원)

반납통지일 보조기관 보조사업 반납액
2023-04-27 (사)한국소극장협회 (596-000) 2022년 공연장 방역안전지킴이 집행잔액 반납 504,699,420
2023-06-08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596-000) 2022 아리랑 등 전통문화 확산 집행잔액 반납 194,763,620
2023-03-27 (재)지역문화진흥원 (596-000) 2022년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집행잔액 142,461,870
2023-07-14 (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596-000) 2022 민관협력 사회공헌 사업 집행잔액 반납 316,025,480
2023-06-16 (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596-000) 2022년 한국문화축제 집행 잔액 233,112,210
2023-04-05 (재)한국저작권보호원 (596-000) 2022년 온라인 저작권 침해 재택 모니터링 집행잔액 346,546,720
2023-06-20 (재)한국저작권보호원 (596-000) 22년 불법복제물 현장단속 및 디지털 과학수사 지원 집행잔액 157,735,500
2023-06-01 경기도 (596-000) 22년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국비지원금 반납(경기 안성, 안성맞춤박물관) 100,000,000
2023-02-03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596-000) 국고보조금(2022년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조성) 집행잔액 171,442,500
2023-06-16 사단법인 국어문화원 연합회 (596-000) 2022년 쉬운 우리말 쓰기 지원 사업 집행잔액 반납고지서 발급 의뢰 159,734,900
2023-05-18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 (596-000) 2022년 사립 및 사립대학박물관 전문인력 지원사업 집행 잔액 460,938,350
2023-05-16 예술경영지원센터 (596-000) 2022년 공연예술 시장 활성화 기반구축(K-뮤지컬) 사업 집행잔액 반납요청 642,591,050
2023-07-07 예술경영지원센터 (596-000) 국고보조금 집행잔액 반납(2022 미술품 감정 및 유통기반 구축) 219,382,200
2023-05-23 예술의전당 (596-000) 2022년 예술의전당지원 국고보조사업 집행잔액 반납 243,222,570
2023-05-23 예술의전당 (596-000) 2022년 예술의전당 리모델링 국고보조사업 집행잔액 반납 211,002,920
2023-06-12 재단법인국립극단 (596-000) 2022 국립극단 사업 진행잔액 반납 197,898,690
2023-06-08 재단법인국악방송 (596-000) 2022 국악방송 지원 집행잔액 반납 373,856,460
2023-03-27 한국문학번역원 (596-000) 2022 콘텐츠 번역인력양성 집행 잔액 101,052,820
2023-07-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596-000) 2022년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 집행잔액 반납 요청 251,553,520
2023-03-29 한국문화정보원 (596-000) 2022년 한국문화정보원 운영 사업 국고보조금 정산 확정에 따른 집행 잔액 반납 426,609,460
2023-03-28 한국문화정보원 (596-000) 2022년 사이버안전센터 전담운영 사업 정산확정에 따른 집행잔액 반납 138,160,830
2023-07-05 한국예술인복지재단 (596-000) 2022년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 사업 정산반납액 353,536,490
2023-07-26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2년 실감형 콘텐츠 기업지원 인프라 운영 집행잔액 등 반납 요청 451,318,690
2023-05-1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 분야 인재양성(콘텐츠 창의인재) 집행잔액 반납요청 375,853,540
2023-07-26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2년 실감형 콘텐츠 광화문 프로젝트 집행잔액 등 반납 요청 366,378,450
2023-07-26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2년 실감형 콘텐츠 제작 지원 집행 잔액 등 반납 요청 303,141,400
2023-07-26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 멀티유즈랩 운영 반납 요청 300,834,330
2023-05-1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 분야 인재양성(콘텐츠 원캠퍼스 운영) 집행잔액 반납요청 245,668,090
2023-03-3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년 문화콘텐츠 종합 홍보마케팅 지원 집행잔액 189,295,930
2023-03-3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년 콘텐츠 수출 전문인력 양성 집행잔액 165,326,030
2023-03-29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산업 생태계 조성(콘텐츠 창작 및 초기창업 육성지원) 집행잔액 등 징수 요청 165,091,820
2023-06-12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관계부처 합동 해외홍보관 사업 국고보조금 정산반납액 징수요청 163,294,490
2023-05-02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산업 생태계 조성(기업성장 및 해외진출) 보조사업 집행잔액 등 반납 요청 156,173,920
2023-03-3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년 콘텐츠 해외진출 종합 컨설팅 지원 집행잔액 124,438,160
2023-05-1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 인재캠퍼스 인프라 운영사업 국고보조금 집행잔액 반납 117,045,970
2023-03-3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년 콘텐츠 해외진출 종합 컨설팅 지원 집행잔액 107,186,810
2023-05-11
 
한국콘텐츠진흥원
 
(596-000) 2022 콘텐츠 분야 인재양성(현업인 재교육) 집행잔액 반납
 
106,004,910
 

* 22년 국고보조금 반납 현황(일반회계 기준, 237월말 통보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

 

일반회계 외 재원 중 문화예술 지원으로 특화되어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 반납 현황을 보면 상당수가 100개 이상의 보조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조사업으로 확인된다. ‘문화예술기관연수단원지원사업과 같이 코로나19라는 계기에 의해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행잔액을 보이는 특징도 있다. 해당 사업의 2022년 총사업비가 11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납통지일 보조기관 보조사업명 반납액
2023-07-17 한국소극장협회 등 359건 문화예술기관연수단원지원 집행잔액 등 반납 590,728,505
2023-07-06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 104건 방방곡곡문화공감 집행잔액 등 반납 285,249,977
2023-06-01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 13건 전통공연예술활성화 집행잔액 등 반납 211,473,410
2023-06-01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31건 공연예술해외진출지원 집행잔액 등 반납 195,896,833
2023-05-26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4건 창작뮤지컬해외유통지원_플랫폼운영 집행잔액 등 반납 120,312,174
2023-07-17
 
재단법인 공주문화관광재단 등 103건
 
무대기술인턴십지원 집행잔액 등 반납
 
106,304,434
 

* 22년 국고보조금 반납 현황(문화예술진흥기금 기준, 23년 7월말 통보분),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

 

 

민간보조금 재구조화와 문화예술 지원

 

이와 같은 보조금 반납이 일반적인 일이라면 결산 상의 기타경상이전 수입이 지속적으로 높아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전 해도 그렇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2020년과 2021년에 긴급하게 집행한 사업들의 반납액이 높았어야 했다. 그러면 2022년 보조사업이 특별하게 문제가 있었냐고 볼 수 있겠지만 위의 목록에서 보듯이 오히려 반복적인 보조사업들에 가깝다. 남는 것은, 보조금을 관리하는 측이 과거보다 더욱 엄격하게 보조사업의 정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문화부가 2024년 예산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서 강조했던 민간보조금 재구조화라는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예산편성 과정에서 방만한 보조금 운영, 낭비적 요소, 이권 카르텔적 요소를 점검하고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공정, 비합리, 비효율을 제거했다. 특히, 재정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 또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거나, 집행상의 비효율성이 중대한 사업에 대해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폐지, 삭감 등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처럼 문체부는 면밀한 검토와 혁신을 통해 보조금 총 2,442억 원을 삭감하고, 절감된 예산은 콘텐츠, 관광, 예술, 스포츠 등 산업 활력 제고와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예산을 편성했다.” 
* 문화부 보도자료, “2024년 문체부 예산안 6조 9,796억 원 편성, 문화재정 7조 원 시대 눈앞에”(2023.8.29.)

 

기존에 문화부가 국고보조사업으로 집행해왔던 사업들을 카르텔 예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전면 폐지 등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기준으로 전문성 또는 형평성의 문제집행상의 비효율성을 들었다. 그런데 보조사업은 문화부가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사업을 해온 대표적인 방식이다. 소위 한국형 팔길이 원칙이 관철되는 사업 방식이 보조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22년 기준으로 45개의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의 25%를 차지하는 곳이 보건복지부라면 그 다음으로 16%를 차지하는 곳이 문화체육관광부로 보조사업자 수만 38천 개에 달한다. 교육부가 3천 개 수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백 개 수준이라면 문화부의 보조사업이 얼마나 많은 보조사업자를 거느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보조사업화된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구조는 한국의 문화예산이 단일한 지원형태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보조사업이라는, 명확하게 갑과 을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었다. 여기서 왜 아슬아슬이라고 표현을 하냐면 그래도 지금까지는, 보조사업이라는 사업지원 유형을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래서 집행과정에서의 융통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문화부는 (사실 본질적으로 보자면 윤석열 정부의 문화부와 문재인 정부의 문화부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표방하는 법치주의의 원리에 맞게 보조사업이라는 형식적인 측면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즉 보조사업의 갑으로서 문화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러면 법을 어기라는 것이냐고 항변하겠지만 구체적인 사례들을 볼 때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특히 왜 한국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보조사업 구조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점에 주목하면, 그것은 문화예술 진흥기구로서 문화부 자체의 존립 근거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보조사업의 실패가 사업의 실패인가 아니면 한국 문화예술 지원정책의 실패인가라는 질문을 문화부 스스로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매우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문화부가 내세우는 전문성 또는 형평성의 문제집행상의 비효율성은 어떻게 관철 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보조금화된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인금고의 전 단계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한국예술인복지재단)'동네 예술일자리 연결센터 실행방안 연구'(성북문화재단)의 책임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