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이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발표된 정부안의 문화예산에서 사업의 폐지 축소가 드러나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문화정책리뷰]는 2024년 문화예산안 분석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업의 축소 폐지 혹은 증액만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예산의 흐름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예산을 통해 문화정책의 현재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①] 2024년 문화재정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_ 김상철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②] 자유와 연대? 이 텅빈 말이 의미하는 것_ 김상철
2024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크다. 특히 전례가 없는 ‘전액 삭감’이 벌어진 사업에서는 예산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예산이 사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보면 예산 조정은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각 년도 예산의 변동을 둘러싼 논의를 특정 사업 예산의 증감으로만 접근하면 중요한 모순이 생긴다. 줄어서 문제라면 늘면 다행인가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을 둘러싼 쟁점은 좀 더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이후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이 삭감 예산의 복원이라는 수준으로 전락하기보다는 문화재정 구조 자체의 전면적인 개편이라는 논의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몇 차례의 연재를 통해서 문화예산의 근본적인 개편과 더불어 블랙리스트 이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문화정책 체계 개혁이라는 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예산 분석의 전제, 세입 세출의 민주적 정당성
정확한 개념의 정의가 정확한 논의의 출발점이라면 개념에 대한 명확한 관점은 논의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도대체 현대 국가에서의 재정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시작해 보자. 우리가 ‘국가의 할 일’로서 다양한 사회정책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럴 정도로 재정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의 총수입 중에서 조세 수입이 50% 가까이 된 것은 1945년 이후의 일이다. 1920년 이전만 하더라도 그 비율은 10%를 넘지 않았는데, 이 당시에 기대할 수 있는 국가의 일과 1945년 이후의 국가의 일은 그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재정의 규모를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조세의 확장’이다. 재산세나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 역시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1940년대의 일이고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는 1954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한국에 도입된 것이 1977년이다. 즉 우리가 대상으로 삼는 재정은 조세의 확장에 의존하는 것으로서 극히 현대적 개념에서의 의미를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을 말하려면 당연하게도 조세를 살펴봐야 한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조세는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개개인이 동의를 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조세 납부가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게 되면 민주주의라는 현대 국가의 국가이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조세 구조는 끊임없이 ‘정당성 구조’의 문제를 낳고, 예산 구조 역시 민주적 정당성이 중요하다. 만약 지출 구조가 정당하지 않다면 애당초 그것의 근원이 되는 조세 체계를 시민들이 수용할 이유가 없다. 결국 예산과 재정은 현대 국가의 민주적 정당성 구조 하에서 성립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우리가 재정의 분배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인이 없는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인인 자원을 다시 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재정의 분배를 정부의 권위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사실 민주적 재정국가라고 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예산분석의 기본적인 이념적 틀이다.
재정의 지출은 당연하게 수입을 전제로 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재정의 총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의 지출이 정부의 의지라는 것은 총량이 정해진 자원을 분배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 당연시된 지출이 있으며 전체 국가 재정 중 절반 정도에 해당된다. 한정된 재원의 분배라는 것은 당연하게 만족과 불만족을 일으킨다. 배분의 우선순위에 들어간 측은 침묵으로 만족감을 표할 것이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은 당연히 불만족을 말하게 될 것이다. 최근 문화예산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 역시, 목소리를 높이는 곳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내지 않는 곳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하자면, 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적으로 조세 수입 구조를 봐야 하고 배분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어떤 변화가 발견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개별 사업의 예산 변동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런 각각의 변화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진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산이 가진 시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1년 단위의 예산 증감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 자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구체적인 액수의 증감이 아니라 한 시기 나눌 수 있는 자원의 총량에서의 비율이 오히려 더욱 중요하고 그것의 흐름이 보여주는 맥락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예산분석의 기본적인 방법적 틀이다.
세입 구조 왜곡, 긴축이 아닌 부실화
지출은 수입을 전제로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입이 늘면 지출을 늘릴 수 있다. 즉 재정의 여력의 정부의 능력에 대한 전제가 된다. 현대 국가가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에 기댄 조세 수입이 자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총수입은 계속 늘어났다. 코로나19 시기 경제활동의 둔화로 인해 잠깐 국세 수입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늘어왔는데 특히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국세 수입이 크게 늘었다. 반면, 재정지출 구조로 놓고 보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상당히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그러니까 국세가 느는 만큼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출구조는 그보다 줄었다. 사실상 지속적으로 긴축을 해온 셈이다. 일반회계 국세 총수입 기준으로 보면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60조 정도의 수입 증가가 있었지만 지출은 같은 기간에 35조 정도의 증가를 보였고 국세 수입이 57조 정도 늘어난 2023년의 경우에는 지출이 3조원 정도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이 긴축 운용인가라는 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출의 전제가 되는 수입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본예산 기준으로 2023년 내국세 수입은 357조 원이었지만 2024년은 321조 원이 되었다. 1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5.7조 원에서 4.1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28% 줄어든 것이다. 내국세의 감소는 법인세의 감면 때문이고 종합부동산세의 감소는 과표구간을 조정했고 면세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은 애당초 수입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출 규모를 줄인, 구조적인 재정 부실화에 가깝다. 통상 긴축이 세입 기반의 취약성에 반응하는 지출구조의 개선이라는 맥락을 지니는 반면 윤석열 정부는 아예 재정 기반 자체를 스스로 줄여 버렸기 때문에 긴축이라기보다는 부실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부실화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조세지출의 규모를 보는 것이다. 만약 경기가 안 좋아서 재정 수입이 줄었다면 세금을 깎아주는 규모를 의미하는 조세지출액도 줄어야 한다. 깎아줄 돈이 적으니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2021년 57조 정도였던 조세지출은 2023년 전망치에서는 77조에 달한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준 규모인데, 문화 및 관광 분야는 2022년 366억 원에서 2024년 전망치에서는 603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과학기술 분야의 조세지출은 116억 원에서 118억 원으로 증가했을 뿐이었다.
문화예술 부문 1천 억 감액
이런 조건에서 ‘문화 및 관광’ 분야의 예산 규모를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분야’는 정부가 프로그램예산 운용체계라는 예산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예산 편성의 가장 높은 수준의 분류 체계로 사용하는 16개 정책 영역을 가리킨다. ‘문화 및 관광’ 분야는 세부적으로 문화예술, 관광, 체육, 문화재, 문화 및 관광일반이라는 5가지의 세부 부문으로 구성된다.
우선 2024년 예산 기준으로 보면 증액이다. 특히 전년도에 감소폭이 컸던 것과 비교할 때는 분명히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에 착시가 있다. 분야와 부문의 차이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문화 및 관광’ 분야의 부문별 현황에서 문화예술 부문은 문화재 부문과 같이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300억 원 규모가 감소되었다. 하지만 분야와 부문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의 사업도 포함되니, 타 부서에서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것을 다시 ‘열린 재정’ 데이터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로 특정해서 보면 2024년 문화예술 부문의 예산은 전년 3조 8,472억 원에서 3조 7,484억 원으로 1천억 원 가량 줄었다. 분야별 감소폭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이것이 갖는 의미를 정리해 보자. 윤석열 정부의 전체 재정 기조는 재정의 부실화라고 할 수 있다. 세입이 줄어들어 불가피하게 지출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세입 구조를 왜곡해서 지출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화 및 관광분야의 조세지출은 전년 대비 늘어났고(즉 납세해야 하는 부분에서 면세가 된 규모가 커졌고) 편성 예산도 1.5% 늘어났다. 하지만 문화 및 관광 분야의 하위 부문인 문화예술 부문 예산은 줄어들었다. 타 부처의 부문 사업비를 포함하면 300억 원가량,, 문화체육관광부의 부문 예산으로 보면 1천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즉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자연스러운 감축이 아니라 의도적인 감축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정부 부처의 속성이 가급적 예산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고 볼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결산 기준으로 각 부서의 전년 대비 증감비율을 보면, 전반적으로 증가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10.67%를 보인 것(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예산의 감소로 추정)을 제외하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증가폭을 보여왔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였던 2019년과 2020년에서는 13% 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규모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의 예산이 매우 계기적인 예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에도 코로나19 시기의 순증 예산 규모를 유지했고 그것이 2022년까지 이어진 것은 매우 특징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감소가 흥미롭다. 예산 기준으로 2023년에 15조 5,711억 원이었던 규모가 2024년 15조 3,646억 원으로 감소되었다. 그리고 그 감소폭 2천억 원 중에서 1천억 원은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감소로 볼 수 있다.
상세 내역 빠진 예산, 문화부 재량은 높아져
단순히 몇몇 사업의 증액과 감소로 보기 힘든 특징이 2024년 예산에서 확인된다. 실제 세부적으로 보면 단순히 특정한 사업이 줄었다고 보기보단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내용이 많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출판산업 활성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의 3가지 세부사업으로 구분하여 예산 편성이 되었던 것이, 출판산업 활성화라는 하나의 세부사업으로 통합된 것을 보자. 사업비 기준으로는 50억 원 가량이 줄어들었지만 총 400억 원 규모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세부 상세 편성 내역을 보면 기존 국민독서문화증진이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 항목에서 지원했던 사항들이 유사하게 확인된다. 여기서 달라진 것은 구체성이다. 2023년 예산서의 해당 항목 사업들은 세부화된 사업명 하에 다시 상세 내역이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2024년 예산서에서는 사업의 상세 내역이 전년도 예산서의 세부 사업 수준으로 추상화되어 있다. 이를 테면, 23년에는 ‘책읽는 사회 문화기반 조성’이라는 사업 내에 심야 책방 운영 2억(140개 서점에 1.43백만 원씩), 책방송 캠페인 2억원(1회에 2억 원)이라는 항목들이 공개되지만 2024년 예산서에는 ‘지역문화사회 기반 책읽기 수요창출’이라는 항목에 9.16억 원이 배정되어 있을 뿐 세부 산출 내역이 없다(사업별 설명서 기준). 이런 특징은 해당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부서의 재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지역문화 관련 예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산서 상의 구체적인 항목이 포괄적으로 확정되면 그 포괄성의 권한은 공무원의 권한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특징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체 사업구조 변화에서 다수 발견되는 특징이다. 이는 기존 보조사업 구조의 개편과 이어져 있다. 이미 2022년 예산에 대한 결산 과정에서 이런 징후는 확인되었다.
그리고 영화진흥기금에 대한 전출금이 최초로 확인되는 것도 2024년 예산의 특징이다. 사실상 영화진흥기금이 문화예술진흥기금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알다시피 한미FTA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시행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라 반대급부로 설치한 것이 현행 영화진흥기금이다. 영화상영관 입장권에 대한 부과금으로 조성되어 2018년 결산 기준으로 520억에 달하는 법정부담금 수입이 발생했으나 2020년에 105억원, 2022년에 179억 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알리오, 재정공시 상 기금결산 자료 기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일부를 제외하곤 본 예산에서 기금 전출금이 발생한 전례는 없다. 과연 영화발전기금의 법정부담금 감소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법정 부담금 구조가 사실상 시효를 다한 것인지에 따라 독립 기금으로서 영화발전기금 자체의 존치여부가 쟁점이 된다. 타 기금 전입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도 비슷한 처지다. 그래서 단지 영화지원 사업 몇몇이 줄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영화진흥기금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재정은 막대한 기금구조를 통해서 형성된 갈라파고스 형 재정구조에 가깝다. 세입이 779억 원인데 비해 세출은 3조 2,963억원에 달한다. 애당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세 수입에 근거를 둔 재정 배분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보장된 기금구조에 기탁해서 기금 간 전입구조를 통해서 사업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 구조에서 하나의 기금이 부실화된 것이다. 이것은 기금에 의존하는 문화재정 구조 자체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 예술교육사업의 축소, 이관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 감소는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화예술 부문 감액 불구 증액 사업은?
마지막으로 이런 조건에서도 늘어난 부분에 대한 것이다. 예산에 대한 논의에서 감액에 민감한 반면 증액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2024년 예산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여타 장르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미술진흥 예산이다. 한국미술 쇼케이스 같은 사업은 기존의 한국미술 해외진흥 사업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없이 47억 원이나 신규 증액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술진흥 예산은 4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 맥락에는 소위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로서 경제성에 대한 맥락이 존재한다. 알다시피 한국 미술시장은 기본적으로 타 장르에 비해 막대한 공공지원을 통해서 시장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장르다. 한편으로는 1조 원에 가까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자원이 미술 장르에 쏟아진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화 자원 역시 미술 장르에 집중된다. 이는 장르별 지원 구조를 바탕으로 예술계를 순치시켜온 문화예술진흥법의 특징과 더불어 개별 장르별 진흥체계로 분법한 기이한 법률 체계의 문제와 닿아 있다. 각 시기마다 이제는 문학이다, 이제는 미술이다 같은 순번제 기다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런 구조 역시 사실상 거의 종착지에 다다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산은 이와 같은 식의 재원 구조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나아가 타당하지도 않게 되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감세 정책이 실질적으로 재정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장르별로 돌아가며 혜택을 보는 구조의 지속가능성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전제에서 2024년 문화예산 편성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세우는 ‘자유와 연대’라는 편성 방향에 대한 평가에서 구체적으로 2023년 예산과 비교해서 2024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 편성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인금고의 전 단계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한국예술인복지재단)와 '동네 예술일자리 연결센터 실행방안 연구'(성북문화재단)의 책임연구를 수행했다.
'특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③] 지정교부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 (0) | 2023.11.21 |
---|---|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②] 자유와 연대? 이 텅빈 말이 의미하는 것 (0) | 2023.09.25 |
[특집: 창간 3주년 기념 좌담] 얽혀 있는 의제, 맴도는 담론, 따로 떨어져 있는 주체- "100인의 제안" 읽기 (0) | 2022.10.25 |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⑦] 분석-정책에 대한 관심과 흐름2 (0) | 2022.07.18 |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⑥] 100인의 제안 (0) | 2022.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