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41]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가

CP_NET 2024. 1. 7. 21:19

 

 

 

지난해 <지하철1호선>이 새로운 출연진들로 막을 오른 즈음 소극장 학전의 폐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 온 김민기 선생의 건강 악화에 따른 결정이어서 안타까움이 더 컸지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대중음악인, 배우 등등이 “Again 학전을 기획한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옵니다. 이제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지만 작은 무대에 감사하며 내일을 꿈꾸던 시절을 소극장 학전에서의 추억들이 기사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스타들만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1호선> 마지막 공연을 본 한 지인은 이 공연을 보려고 몇 번 티켓팅을 했지만 이제야 드디어 공연을 봤다고 감격해합니다.. 초연 당시는 티켓팅을 하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가 언능 집회에 나오라는 바람에 공연을 보지 못했고, 또 장기공연이 시작되어 다시 티켓을 끊고 이번엔 무사히(?) 객석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뮤지컬이라지만 드라마는 없는 노래가 계속되더랍니다. <지하철1호선>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금은 예그린씨어터가 되어 있는 자리에 학전 그린을 개관하고 장기공연을 시작했었는데, 그때 지인은 그만 <지하철1호선>이 공연되고 있는 학전 그린이 아닌 학전 블루에 앉아 있었던 것이었죠. 지인이 앉아 있던 학전 블루에서는 재즈콘서트가 공연되고 있었고요. 결국 <지하철1호선> 을 못 보고 재즈콘서트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체 어떻게 <지하철1호선> 티켓으로 재즈콘서트 극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 미스터리다 하면서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30여 년 무수한 공연이 오르내리고 그 공연을 지켜보아왔던 무수한 관객들이 있으니 이 극장에 대한 관객들의 추억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1991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극장을 운영하고 공연을 만들어온 김민기 선생의 모습은 담담합니다. 따로 인터뷰 기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광석이 있는 벽은 남겨두었으면 하셨다는 말만 전해집니다. 극장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

 

학전 폐관을 안타까워하면서 학전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기사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1호선>이 마지막 공연을 향해 달려가던 때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 극장을 계속 운영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리모델링을 거쳐 어린이청소년극과 대중음악콘서트장 극장으로 운영하되 운영방식은 민간위탁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건물주 그리고 학전 측과의 협의과정이 필요하고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합니다.

 

공연예술인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사라지는 극장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명동예술극장은 남산에 국립극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공관, 국립극장으로 운영되다가 73년 남산 국립극장이 신축되면서 비용 충당을 위해 민간에 매각되었던 것을 2004년 문화관광부가 다시 매입하고 복원공사를 거쳐 현재는 국립극단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극장도 있지만 사라진 극장도 부지기수입니다. 현재 문화일보가 운영하는 문화일보홀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 식민지시기 대중극을 크게 성공시킨 동양극장 터에 지어진 것입니다. 1962년 개관한 드라마센터는 건립 당시 록펠러재단의 후원과 연극 및 문화예술계 모금, 정부의 지원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서울예술대학의 소유가 되어있습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한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예술대학으로부터 임대 운영한 것입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극단 에저또와 창고극단이 함께 실험극이 산실로 운영되어 왔던 데에서 시작됩니다. <빨간 피터의 고백> 70년대 80년대 활발히 운영되었지만 이후 운영자가 바뀌면서 이어오다가 2015년 폐관했지만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의 재원이 투입되어 리모델링과 장기임대로 재개관한 것입니다. 재개관 당시 운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공동운영단을 설치했지만 올해부터는 공모를 통해 민간위탁운영자로 한국연극협회를 선정했습니다.

 

명동예술극장이 민간에 매각되었다가 다시 국가가 재매입된다든가 외국의 원조와 문화예술계가 함께 뜻을 모아 건립했던 드라마센터가 사립대학의 소유물이 되는 등 공공재원으로 조성된 극장마저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부분 임대로 운영되는 민간소극장의 어려움은 더 큽니다. 공공재원의 투여도 극장의 역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센터, 남산예술센터가 그렇고 지난해 시민들의 여러 활동에도 불구하고 새로 선출된 시장이 건물을 부숴버린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사례는 또 어떻습니까.

 

대학로 한복판에서 학전이 30년이 넘도록 자기 레파토리를 가지고 운영되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한편 김민기 선생이 학전 폐관을 결정한 것에 동의되기도 합니다. 더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이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적 재원으로 이 극장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그 과정이 단지 건물을 보존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닌 김민기와 학전을 일구었던 예술가들 관객들의 열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공적 재원에 합당한 절차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민간극장의 공적 보존에 대한 여러 쟁점들을 살피고 문제해결의 모범을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특집: 2024년 문화예술 분석이 드디어 마무리됩니다. 지난 해 1221일 예산 심의 의결 내용까지 담았습니다.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국회 예산 심의의 절차, 쟁점, 결과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을 쫓으면서 쟁점 사업이 어떻게 다뤄지고 그 결과가 어떤지를 분석합니다. 정부안이 발표된 후 논란이 되었던 사업들이 국회에서는 어떻게 다뤄졌을까요? 왜 국회의 심의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까요?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 문화예술정책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가에서는 이번 특집을 통해 살펴본 예산의 결정 과정을 복기하면서 예산이 계획되고 확정되고 결정되는 과정의 정책적 함의를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행정의 규칙이 아닌 민주주의적 개입의 정당성을 확립할 것인지 제안하고 있습니다.

 

[문화정책리뷰] 새해 첫 호는 이렇게 꾸며보았습니다. 새해에 집행될 지난 해의 과정과 결정입니다. 새해에도 [문화정책리뷰]는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는 현재를 깊이 있게 살피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이루시길 바랍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국회 예산 심의의 절차, 쟁점, 결과_ 김상철

[특집: 2024년 문화예산 분석 ] 문화예술정책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가_ 김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