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35] 협업을 무너뜨리는 불편한 사례들

CP_NET 2023. 3. 13. 22:42

 

 

 

할 일을 마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찍 깨어났습니다. 다시 이어서 일을 하다가 생각은 뚝 끊어지고 그럴 때면 SNS 창을 들여다보게 되죠.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한밤중에 올렸던 글들을 봅니다. 혼잣말 같은 여러 생각들이 이어지는데, 어떤 글이 목구멍 가시처럼 탁 걸립니다. 지인의 글입니다. 아마 그이를 잘 모른다면 어느 밤의 상념이려니 하고 지나치겠지만, 그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사정을 아는 저로서는 가슴이 아픕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그이는 전임 대표가 추진하던 새로운 협업조직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가 바뀐 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협업조직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대표가 바뀌고 그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치면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요. 공개적인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알음알음 전해지는 조각조각의 이야기들 뿐입니다. 바깥에서 보자면 그 조직은 새로운 대표가 추진하는 새로운 여러 사업들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견과 이견의 부딪힘, 갈등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 것일까요.

 

정치권이 그런 것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자가 작은 힘을 가진 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조직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갈려나갑니다. 이 정권, 저 정권, 이 정당, 저 정당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경향 각지의 지역문화재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렇습니다. 어떤 곳은 단지 단체장이 바뀌었을 뿐 같은 당 소속임에도 전임 대표가 만들었던 조직들, 공간들, 사업들을 밀어버리고, 갈등을 밀어버리고, 사람을 밀어버립니다. 조직 안과 조직 밖이 마찬가지입니다. 대체 한국사회에서 정당은 무엇이고, 정당이 지향하는 정책은 무엇이고 정책은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이 익숙한 풍경을 더 이상 익숙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안태호 “[이슈]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은 불가능한 꿈인가- 협업을 무너뜨리는 불편한 사례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문화재단의 사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문화재단이라는 특정 조직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시민의 삶 위에 군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이번 호에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김상철 “[칼럼] 아르코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과제들은 왜 아르코의 개혁 과제는 매번 반복되고 매번 좌절되는가에 대한 진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금의 불안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 이후 근 20년 간 1순위 과제임에도 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문체부 때문에? 기재부 때문에? 필자의 의견은 다릅니다.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염신규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7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아니 71년 문예진흥5개년계획을 입안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0년 전의 논의들을 다시 살펴보면 약간의 용어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0년 전, 2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르니 도리어 지금 여기의 문제가 더 또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는 종으로 횡으로 한국 문화정책의 현실을 살피는 글들입니다. 아직 단상들이지만 조금 더 깊은 호흡으로 더 멀리 바라보면서 오늘 여기의 이야기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은 불가능한 꿈인가- 협업을 무너뜨리는 불편한 사례들 _ 안태호

[칼럼] 아르코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과제들 _ 김상철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_ 염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