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발할 때 가졌던 기대, 이제 국가가 공급하는 예술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참여를 통해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리라는 기대는, 혼란과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민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문화부를 통해 국가재정을 배분받아야 하는 경직된 예산구조는 위원회의 모든 기획과 실행을 압도하는 드높은 장벽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조직에 민간위원을 삽입한 기관의 구조는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넓은 간극을 그대로 드러내며 시행착오와 혼란 그리고 때로는 격렬한 갈등까지 불러옵니다. 혼란은 실망으로 이어지고 현장의 관심은 식어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부의 관계는 민간위원회가 무색할 만큼 위계화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