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53

[EDITORIAL 13]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2"

이것은 새로운 일상인가. 얼마 전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달라진 공연장 풍경을 ‘뉴 노멀’이라고 전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판데믹 이후 극장이 닫히고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어왔던 상황에서 어렵게 재개하는 공연계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백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객석을 30석만 오픈한다거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악기 편성을 줄인다거나 관객들은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재고 공연 중 마스크를 벗지 않고 함성을 지르지 않는 등 코로나19 시대의 공연장 풍경을 전합니다. 기사는 관객 30명 공연이 가능한 것이 기획사와 예술가가 단기간의 금전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아서라고 적습니다. 30명 관객을 위해 8명의 아티스트가 ‘재능기부’를 했기에 가능한 공연이었다는 제작사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기사를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 ..

에디토리얼 2020.07.02

[EDITORIAL 12]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③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1"

전염병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이미 나라 밖 상황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지만, 우리 역시 상황이 간단치 않습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의 와중에 총선을 치렀지만 전염병 확산 추이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서 5월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고 초중고 등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일상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지만 전염병의 위기와 함께 일상의 회복을 위한 기대와 노력입니다. 하지만 간단치 않은 것이, 여전히 집단감염의 위기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말 일제히 문을 닫았던 공공문화예술시설들이 5월 초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문을 열었지만 집단감염 위기에서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공공예산이 투여되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예산 집행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사업 발표를 대..

에디토리얼 2020.06.08

[EDITORIAL 11]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②”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바뀐다고 합니다. 전염병의 위험이 완화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염병의 양상이 달라졌으니 대응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제한되었던 사회 경제 활동을 재개하되 아프면 휴식, 손씻기, 기침예절,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 [문화정책리뷰] 11호는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을 이어갑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염병 시대 문화정책의 대응을 살펴봤습니다. 염신규 “예술지원정책의 기저질환”은 제목처럼 문화정책, 예술정책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경향성에 대해 분석합니다. 현재 발표되고 진행되고 있는 긴급대책들과 현장의 간극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민규 “조급한 마음을 읽어보는 위기의 데이터”는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어디..

에디토리얼 2020.05.06

[EDITORIAL 10]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는지요. 이 평범한 인사말을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시절입니다. 나라 밖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이만큼이라도 위기가 관리되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지만, 이만큼의 위기 관리를 위해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언제쯤 회복될지, 이만큼이나마 유지할 수 있을지, 더 나빠지지는 않을지, 위기의 끝은 언제 어떤 모습일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나날입니다. 전염병의 시절 문화예술분야의 위기는 큽니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공적 지원이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위기가 오고 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상황의 급박함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에 밀려드는 어려움에 비하면 정책의 대응은 더디기만 합니다. 다행히 이번 호를..

에디토리얼 2020.04.06

[EDITORIAL 09] “위원회 위원 대표성과 역할”

지난 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가 장관 임명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백지화된 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위원추천위원 후보자 모집부터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절차 개선을 위한 3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에서 나왔던 쟁점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예를 들어 위원추천위원 후보자 추천을 법인단체에 한정했던 데에서 개인 등으로 넓히는 등이 있습니다. 2배수 위원 후보가 공개되고 16명 후보 전원이 ‘남성’들로 구성된 선정결과는, 현재의 절차가 법의 준수마저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성비를 어긴 데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성비 준수를 위한 절차 개선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대표성과 역할에 대한 여러 쟁점을..

에디토리얼 2020.03.06

[EDITORIAL 08] “지역성 연구사례3”

이번 호에도 ‘지역성 연구사례’를 이어갑니다. 이번 호에서는 박형준, 이명훈 두 필자의 글을 소개합니다. 박형준 “지역문화정책, 지역 혐오와 착취를 절단하는 힘”은 ‘지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네. 이 기획이 시작된 질문도 바로 이것입니다. 박형준은 우리 사회의 일상언어에서 스스럼 없이 지역은 유배의 장소이자 낙후된 공간으로 각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를 지역혐오라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운동은 어떨까요? “지역문화의 실천적 역동성을 확보”하는 일이 “지역사회 구성원 스스로 지역의 문화적 인적자원을 착취”하는 상황인 것은 아닌지요. 지역 담론에서 혐오와 착취가 동전의 양면처럼 달라붙어 있는 현실입니다. 이명훈 “돈키호테식 지역연구-순천도큐멘타”는 순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예..

에디토리얼 2020.02.03

[EDITORIAL 07] “지역성 연구사례2”

[이슈: 지역성 연구사례]는 지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기획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문화정책에서 ‘지역’은 무엇일까요? 지역문화정책의 강력한 모티브를 분권이라 할 때, 이때 지역은 자원을 분배하는 효율적 단위로서의 시도군면동 행정구역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정작 문화가 배태되는 삶은 행정구역으로 구획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역이란 무엇인가’는 곧 행정구역으로 포획되지 않는 삶의 장소로서의 지역을 어떻게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문화정책에서 자원의 고른 배분을 위한 전달체계로서의 지역이 아닌 삶의 장소로서의 지역을 어떻게 발견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기획, 문화활동을 ..

에디토리얼 2019.12.30

[EDITORIAL 06] “지역성 연구사례”

지역은 분권, 즉 권력의 분산에서 호명됩니다. 세종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등이 여러 문제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을 만큼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어왔던 데에는 비대한 서울과 공동화되는 그외 지역의 문제가 현재의 삶은 물론 미래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공동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정책은 국토균형화전략, 지역분권의 문화버전으로 실행됩니다. 이때 지역은 행정구역으로 이해되고 지역문화정책은 시도군면동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분권이라는 정책 목표를 잠시 옆에 두고 보면, 지역은 삶이 전개되고 삶에서 비롯되는 문화가 형성되는 구체적인 장소입니다. 개개의 삶이 전개되는 모든 장소가 지역이라 할 때 중앙과 지역이라는 ..

에디토리얼 2019.12.02

[EDITORIAL 05] “문화정책과 민주주의”

지난 호 이슈 “정책의 난제들2-협치”를 다루면서 필자들은 이구동성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협치”라는 새로운 기술적 프로세스를 고안하면 민주주의가 증대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단히 증대하는 과정이 곧 협치라는 것입니다. 필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과연 문화정책에서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문화정책은 문화와 예술이 혹은 문화예술정책이 민주주의의에 기여한다고 말하지 문화정책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증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가 있었던가요. 이번 호 이슈 “문화정책과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정책은 과연 민주주의에 기여하는지, 문화정책은 어떻게 민주주의에 기여하는지, 혹은 문화정책이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에디토리얼 2019.11.05

[EDITORIAL 04] “정책의 난제들2 협치”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발할 때 가졌던 기대, 이제 국가가 공급하는 예술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참여를 통해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리라는 기대는, 혼란과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민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문화부를 통해 국가재정을 배분받아야 하는 경직된 예산구조는 위원회의 모든 기획과 실행을 압도하는 드높은 장벽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조직에 민간위원을 삽입한 기관의 구조는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넓은 간극을 그대로 드러내며 시행착오와 혼란 그리고 때로는 격렬한 갈등까지 불러옵니다. 혼란은 실망으로 이어지고 현장의 관심은 식어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부의 관계는 민간위원회가 무색할 만큼 위계화되었..

에디토리얼 2019.10.02

[EDITORIAL 03] “예술인고용보험”

예술인고용보험 제도는 2011년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예술인복지정책의 중요한 이슈의 하나입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함께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산재보험은 시행된 반면, “제도 설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고용보험은 도입을 미루게 됩니다. 이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문화융성’ 과제의 하나로 예술인고용보험 적용을 꼽았고, 2016년 조훈현 의원이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역시 예술인고용보험 도입을 주요 문화예술정책의 주요 공약으로 삼고 정부가 들어선 후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술인고용보험에 특별히 제도설계의 ‘정밀함’이 요구된다는 것은, 그만큼 법제도가 미비하고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디토리얼 2019.09.02

[EDITORIAL 02]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정책을 입안, 실행,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이해당사자들과의 조정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개념과 용어임에도 그 정의가 자의적이거나 모호한 경우를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정책을 구성하는 언어들이 명징하지 않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모호다는 것이고, 이는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게 됩니다. 예술정책의 목표로 언급되는 “예술의 자생력”이 그렇습니다. 예술의 자생력이란 무엇일까요? 시장에서 살아남으라는 건지, 그렇다면 예술지원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건지, 그런데 살아남아야 할 ‘시장’이란 과연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있을까요? 혹은 ..

에디토리얼 2019.08.01

EDITORIAL 01 “정책과 통치성”

창간호를 발행합니다. 최근 문화예술계는 정책과 행정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논란과 논쟁이 뜨겁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선정작 발표 지연’에 대한 예술현장의 강한 반발, 예술기관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운영에 대한 논란 등 문화예술정책과 행정에 대한 논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12월 31일에는 블랙리스트 사태 책임규명 관련 수사조치 10명, 중징계 1명, 주의조치 33명(문체부 본부)를 최종 확정했다. 최초 징계 0명 문체부 안에 대한 예술계의 강한 반발로 난항에 난항을 거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논란과 논쟁은 촉발되는 계기도 다르고 논쟁의 전개 과정에서 쟁점이 변화하기도 합니다. 논쟁 당사자들도 문체부와 산하기관, 지자체와 산하기관,..

에디토리얼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