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13]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2"

CP_NET 2020. 7. 2. 10:50

 

 

 

이것은 새로운 일상인가. 얼마 전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달라진 공연장 풍경을 뉴 노멀이라고 전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판데믹 이후 극장이 닫히고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어왔던 상황에서 어렵게 재개하는 공연계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백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객석을 30석만 오픈한다거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악기 편성을 줄인다거나 관객들은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재고 공연 중 마스크를 벗지 않고 함성을 지르지 않는 등 코로나19 시대의 공연장 풍경을 전합니다. 기사는 관객 30명 공연이 가능한 것이 기획사와 예술가가 단기간의 금전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아서라고 적습니다. 30명 관객을 위해 8명의 아티스트가 재능기부를 했기에 가능한 공연이었다는 제작사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기사를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뉴노멀 현상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새로운 일상인지요.

 

판데믹 이후 국공립문화예술시설들이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는 반면, 민간에서는 전염병 시기에도 문화예술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계속해왔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의 개관을 요구하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근거마저, 그러니까 극장 감염사례가 0이라든가 하는, 전염병의 위기에서 예술활동을 이어왔던 민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의 위기에서 위기의 최전방에 있었던 것은 민간단체와 민간문화예술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대체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이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이지 않을까 합니다.. 왜 전염병의 위기에서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은 다중밀집시설로 납작하게 찌부러들었을까요. 극장이 박물관이 도서관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높이 외치던 목소리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극장이 박물관이 도서관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어서 국가가 시설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던 목소리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문화와 예술이 우리 삶을 유지하는 소중한 것이라면 위기일수록 더 필요한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시설들은 전염병의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던가요. 전염병의 위기에서 열고 닫기만을 반복하는 국공립문화예술시설들은, 예술과 문화는 위기에서 얼마나 무능력하고 심지어 위험한 것인가를 사회구성원들에게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앞서 언급한 기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계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담고 있는 선한 의도에서 쓰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활동은 일상의 회복이나 새로운 일상이 아닙니다. 전염병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고 그 위험 속에서도 예술의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뉴노멀이 아니라 위기대응인 것이지요.

 

전염병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맞이해야 할 뉴노멀은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공연을 이어가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일상에서는 위기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소중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었으면 합니다. 질본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의 문화정책이, 국공립시설들이 최전선에서 위기 속의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보호하는 그런 채비를 갖추었으면 합니다.

 

[문화정책리뷰]가 판데믹의 한 복판에서 창간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4월부터 판데믹과 문화정책 특집과 호외를 발행하느라 생각지도 못하게 독자 여러분을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목소리이지만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독자 여러분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전히 계속되는 위기에 대한 숙고와 더불어 [문화정책리뷰] 1년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기사들을 마련했습니다.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은 지난 호에 이어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4번째 기획을 이어갑니다. 지난 6월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판데믹 이후를 대비하는 문화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염신규, 성상민, 김상철의 글입니다. 세 필자가 마치 함께 만나 토론하고 글을 쓴 것처럼 일관된 문제의식을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세 필자가 논지를 함께 정리해서라기보다는 이 위기의 상황에 대한 문화정책이 동공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 필자의 논의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하고 있던 것이거나,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직접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창간1주년기념 편집위원 방담]1주년을 기념한 기획입니다. 여러 궁리가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문화정책리뷰] 창간의 주요한 동기는 문화정책 담론 부재라는 문제의식입니다. 왜 그러한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 그러한 진단은 유효한지,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정책 담론 형성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자가진단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도 무척 궁금합니다.

 

[창간1주년기념 칼럼]으로 변홍철 님과 이용배 님의 두 편의 글을 싣습니다. 문화, 문화정책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시선을 벼리겠습니다.

 

[이슈: 예술인고용보험 ②]는 지난 12호에 이어 예술인고용보험을 다룹니다. 예술인 고용보험 특례 적용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하위 법령으로 남겨둔 과제를 살펴봤습니다. 12월 시행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예술인고용보험 논의를 계속 살피겠습니다.

 

[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은 7월에도 계속됩니다. 별도 간기 없이 기고문을 발행합니다. 위기를 기록하고 진단하는 일에 꾸준히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판데믹의 위기가 너무 넓고 깊어, 1주년을 음미할 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디더라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시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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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

염신규 환영받지 못하는 문화정책을 통과하는 고민들

성상민 시대착오적인 미디어 산업 욕망의 총체

김상철 모두가 비난하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완벽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문화관료의 가상 독백

 

[창간1주년기념 편집위원 방담] 문화정책과 담론

 

[창간1주년기념 칼럼]

변홍철 대구에서 출판사 꾸려가기

● 이용배 "공생의 윤리"

 

[이슈: 예술인고용보험 ②]

정철 “‘예술인 고용보험 특례 적용개정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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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

김남수 멘토와 드라마터그- Y작가 성희롱 사건 앞에서

전윤환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공연예술계 멀티 페르소나의 분열

양진호 어느 인문 수기手記, 코로나 이전부터 늘

오정은 영역과 절차의 한계, 지역 편차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조형준 전염병의 시대 공연장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박경동 “코로나19 대응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인혁 “코로나19가 남긴 자국

김상철 예술지원정책은 없다

이병기 “코로나19가 내게 준 것들

김노암 “코로나19의 빛과 그림자

이강현 “잃어버린 자기만의 방”

장수혜 “각국 문화예술계 코로나19 긴급 대응 정책 동향”

성연주 “온라인 긴급토론회 <코로나19 문화예술 긴급지원정책 평가와 제안>” 리뷰

박진명 “탐색의 시기, 성과지표도 재구성해야”

김상철 “피해 증명 급급한 예술협단체, 청원을 넘어 ‘시회적 권리’로”

조숙현 “코로나 시대 예술가의 생존법”

이연주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