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14] 사회적 의제로서의 문화정책

CP_NET 2020. 9. 10. 14:53

 

 

긴 장마가 끝나자 태풍이 오고, 전염병은 다시 우리의 삶을 거세게 위협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연극을 보고 나오면 마치 밀교의 집회를 치르고 나온 것 같은 시절입니다. 극장 밖 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야도 아니건만 가게 문은 닫히고 문을 열어두었다 하더라도 테이블에 의자를 올려둔 텅 빈 가게에서 포장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진정되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우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문화정책리뷰]는 지난 71주년 기념호(13)를 발간하고 잠시 휴식을 가졌습니다. 4월부터 발행해온 판데믹과 문화정책특집과 호외에 대한 숨 고르기가 필요했습니다. 처음 이 기획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긴급대책에 대한 논의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었던 반면 이제 위기에 대해 진단하는 논의의 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판데믹의 위기가 계속 되고 있는 만큼 위기 대응 역시 주요 이슈이겠지만, 판데믹 초기 근본적 성찰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논의들은 전환이 아닌 회복 혹은 회귀로 기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피해가 극심하고 이에 대한 회복은 긴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재원을 쏟아부어서 움직이는 정책현장이 어떻게 전염병 앞에서 무력해졌는지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공극장은 문을 닫고 축제는 취소되는 와중에 다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공모사업이 코로나19 긴급지원으로 시행되는 현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위기의 피해자가 아니라 위기에 대응할 수는 없을까요.

 

[문화정책리뷰]는 그간 위기의 기록과 진단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전환 담론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의제를 발굴하고자 하는 새로운 기획입니다. 위기의 극복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구성하는 것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지 살피겠습니다. 김소연 삶을 재구성하는 공론장으로서의 정책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문화정책리뷰]에서 발행한 판데믹과 문화정책특집과 호외를 복기했습니다. 국내외 판데믹 관련 문화정책 현황은 물론 문화정책이 관여하는 다양한 현장의 기록과 진단을 발행했습니다. 지난 5개월 간의 기록과 진단은 전환이 선언의 문제가 아닌 절박한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김상철 진부화와 체념의 공모 구조”는” ‘코로나19 예술포럼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 논의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대응이 미래의 설계와 잇닿기 위해 현재 논의의 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를 살핍니다.

 

이번 호에는 편집위원들이 함께 작성한 “[선언] 균열과 긴장의 담론장을 위하여- 사회적 의제로서의 문화정책발표합니다. 전환을 위한 우리의 책무와 방향을 좀 더 분명하게 독자 여러분께 밝힙니다.

 

판데믹과 문화정책으로 상반기 잠시 중단되었던 기획연재가 다시 재개됩니다. 염신규 [도시와 문화정책 ] “두 번째 쓰는 기획의 변 _ 대안적 도시문화운동을 향하여는 도시정책에서 문화에 대한 활용을 넘어 문화적으로 작동하는 삶을 위한 문화와 문화정책을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할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김민규 [데이터리뷰] “비대면 환경에서의 문화활동 또는 예술경험 데이터는 <문화향수 실태조사> <국민여가활동 조사>, <예술인 실태조사>가 모두 올해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위기가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을지, 데이터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묻고 있습니다.

 

김기일 [칼럼] “반반의 마음,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사이에서는 판데믹 이후 7개월 간의 창작 현장의 상황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취소, 중단, 연기라는 결정이 결론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호에서는 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行間'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정책연구 다시 쓰기”가” 시작됩니다. '행간行間'은 문화정책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다학제적 연구모임입니다. 이번 주제는 생활문화정책으로 집단적 학술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의 새롭고 진지한 시도를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협업은 문화예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담론 작업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문화정책리뷰]는 발표장을 제공하고 기획과 진행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미 지난 727일 오롯위드유의 현장연구모임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협업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3회차 위계와 위력이란 무엇인가?”를 발행합니다.

 

[문화정책리뷰]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담론과 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화정책리뷰]는 숨을 고르는 중에도 [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을 발행했습니다. 이시카와쥬리 “일본 예술인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남는 법, 연대”, 양혜정 제한된 감각의 열망은 어디로 향하는가도 놓치지 말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판데믹과 문화정책특집은 마치지만 [호외]는 계속 됩니다. 앞으로는 판데믹 위기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정책 관련 이슈를 별도 간기 없이 시의성 있게 발행할 예정입니다. 기고를 부탁드립니다.

 

전염병도 거세고 태풍도 거세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한 발 한 발 나아가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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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김소연 삶을 재구성하는 공론장으로서의 정책

  김상철 진부화와 체념의 공모 구조””

 

[선언] 균열과 긴장의 담론장을 위하여- 사회적 의제로서의 문화정책

 

[칼럼] 김기일 반반의 마음,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사이에서

[데이터리뷰] 김민규 비대면 환경에서의 문화활동 또는 예술경험 데이터

[도시와 문화정책 ] 염신규 두 번째 쓰는 기획의 변 _ 대안적 도시문화운동을 향하여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쓰기①] 생활문화에 관한 집단적 학술 글쓰기를 시작하며

[협업 ‘오롯위드유’: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위계와 위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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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

 

앙혜정 "제한된 감각의 열망은 어디로 향하는가"

이시카와쥬리 "일본 예술인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남는 법, 연대"

김남수 멘토와 드라마터그- Y작가 성희롱 사건 앞에서

전윤환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공연예술계 멀티 페르소나의 분열

양진호 어느 인문 수기手記, 코로나 이전부터 늘

오정은 영역과 절차의 한계, 지역 편차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조형준 전염병의 시대 공연장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박경동 “코로나19 대응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인혁 “코로나19가 남긴 자국

김상철 예술지원정책은 없다

이병기 “코로나19가 내게 준 것들

김노암 “코로나19의 빛과 그림자

이강현 “잃어버린 자기만의 방”

장수혜 “각국 문화예술계 코로나19 긴급 대응 정책 동향”

성연주 “온라인 긴급토론회 <코로나19 문화예술 긴급지원정책 평가와 제안>” 리뷰

박진명 “탐색의 시기, 성과지표도 재구성해야”

김상철 “피해 증명 급급한 예술협단체, 청원을 넘어 ‘시회적 권리’로”

조숙현 “코로나 시대 예술가의 생존법”

이연주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