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는 한편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그간 고/중/저위험 시설로 분류했던 것을 중점관리시설과 일반관리시설 등 2종류로 구분하고 시설별로 거리두기 지침을 세세하게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공연장에 의무화되었던 ‘객석 띄어 앉기’도’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환기 소독 등을 의무화하지만 객석 운영에 대해서는 별도 지침을 두지 않아 거리두기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1.5단계부터 동반자는 함께 관람하고 다른 일행과는 한 칸씩 띄어 앉기, 2단계에서는 공연장 내 음식 섭취 금지 및 모든 객석에 한 칸 띄어 앉기 등의 지침을 정했습니다. 이번 개편은 코로나19 종식이 아닌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 이하로 전염병 유행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간 현장에서 수개월의 실천을 통해 마련한 전염병 방역 매뉴얼이 반영된 것이 반갑습니다. 국공립극장이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극장은 고위험시설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지속되어왔다면, 이번 개편은 코로나19 이후 민간극장의 여러 노력을 방역 당국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이 ‘지속가능한 대응 역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정책당국도 전염병이라는 위험에서 문을 닫고 끝나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안전한 예술활동을 위한 정책 생산에 매진하길 바랍니다.
이번 호에서도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를 이어갑니다. 손이상 “우리 시대의 예술지원제도”는 예술, 예술의 가치, 예술지원의 근거 등을 둘러싼 난맥상을 살피고 있습니다. 압축성장, 중층근대라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예술과 예술을 둘러싼 제도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거기에 더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난제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화정책의 난제를 해결하는 일은 행정프로세스를 넘어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예술의 변화를 함께 추적하는 일이 되어야겠습니다.
[이슈: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정책]은 판데믹 이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이정은 “지금 필요한 건 제작 지원금이 아니라”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에서만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던 현장의 여러 시도들을 살피면서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습니다. 백기영 “한국판 디지털 뉴딜과 온라인 예술지원”은 지난 달 28일 있었던 ‘제5회 코로나19 예술포럼’의 내용을 통해 현재 전개되고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 지원 정책을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 지적되고 있는 창작동기 부여는 불확실한 채 향유사업으로 기획되고 있는 정책 현실에 대한 분석이 주목됩니다. 안태호 “온라인 콘텐츠의 현장성 – 온라인 상영 토론회 후기”는 녹화 편집되는 온라인 상영 토론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접근이 ‘현장성’을 포기하거나 제한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습니다. 현장성은 비단 특정한 예술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 발견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칼럼] 홍태림 “국가예술위원회 전환, 다시 논의를 시작합시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이기도 한 필자가 중단되어있는 국가예술위원회 전환 논의를 제안하고 있는 글입니다. 예술위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은 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권고안이자 같은 해 1월 예술위에서 발표된 아르코 혁신 의제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해 12월 ‘아르코 혁신 TF 혁신의제 추진경과 보고회’에서도 기초적인 로드맵과 독립위원회 안, 대통령 소속 위원회,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안 등이 검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논의를 잇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문체부와의 자율협약도 진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은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수직적 위계적 예술정책과 예술행정에서 독립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예술정책의 독립성은 비단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의 문제만이 아니라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등 예술계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서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획연재_도시와 문화정책⑫] 박선영 “공유지에서 우리가 했던 것들에 대하여”는 2016년 2월부터 공덕역 인근 철도유휴부지를 점유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통해 공유지의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갔던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의선 공유지’는경의선공유지’ 커먼즈 실험이자 행정이 어떻게 공공공간의 사유화에 무기력하거나 협력하는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시정책, 문화정책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호에도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 쓰기]] 두 편의 글이 발행됩니다. 나보리 “생활문화 다시 보기: 주체” 성연주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개념적 중첩과 정책적 난제” 두 편의 글은 각각 생활문화와 인접 개념에 대해 선행연구 등 이론적 검토는 물론 정책현장에 대한 리서치와 인터뷰 등을 통해 주제에 대한 차분하고 깊이 있는 접근과 분명한 문제의식을 살필 수 있습니다. 뜨거운 주제에 대한 차분한 연구와 글쓰기를 주목해주십시오.
김소연 편집장
---
목차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④]
[이슈: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정책]
안태호 “온라인 콘텐츠의 현장성 – 온라인 상영 토론회 후기”
[칼럼] 홍태림 “국가예술위원회 전환, 다시 논의를 시작합시다”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⑫] 박선영 “공유지에서 우리가 했던 것들에 대하여”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 쓰기]]
성연주,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개념적 중첩과 정책적 난제”
'에디토리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DITORIAL 18] 불능의 알리바이 구조 넘어서기 (0) | 2021.01.06 |
---|---|
[EDITORIAL 17] 따라가는 문화정책, 그 이후 (0) | 2020.12.03 |
[EDITORIAL 15]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와 공공의존성 (0) | 2020.10.07 |
[EDITORIAL 14] 사회적 의제로서의 문화정책 (0) | 2020.09.10 |
[EDITORIAL 13]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④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2" (0) | 2020.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