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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정책] 지금 필요한 건 제작 지원금이 아니라

CP_NET 2020. 11. 5. 18:10

코로나19는 일상이 되었다.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재난이 대면과 모임에 제약을 가져왔다. 일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붕괴가 되는 영역도 생기게 되었다. 그 붕괴의 영역에 있었던 공연예술에서 대면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위기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업의 문제뿐 아니라 공연예술이 가지고 있었던 대면예술의 본질에 대한 문제이다.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타격까지 심하게 받았던 공연예술 현장의 위기에 대한 정책이 있었는지 계속 되짚어 질문해 본다. 전염병 중에도 계속 작업을 이어왔던 현장종사자로서 느낀 점은 팬데믹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문화예술 기관 및 시설들은 문모두 방역당국이었다. 물론 개개인 모두가 방역의 주체로 노력해야 하는 점을 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예술가가 안전하게 작품을 창작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작품을 제공하며 관객들은 안전하게 예술작품을 누릴 수 있는 권리와 기회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행정부와 공공 기관 및 시설은 그냥 공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대형 뮤지컬부터 소극장 공연까지 민간은 방역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고 각자 정리된 매뉴얼을 공유하며 어려운 여건에 물품 구입과 인력을 구하려 노력할 때 정책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문을 닫은 공공문화예술시설들을 보면서 예술이 가진 공적,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과 이해의 깊이만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는 설명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병으로 인한 공연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상이 되자 202099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일상에서도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의 초점이 비대면, 온라인이다. 다시 질문은 왜 초점이 공연예술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공연예술을 어떻게 온라인 콘텐츠로 빠르게 전환해 구축하고자 하려는 것인가 이다. 이건 기존 공연방식이 아닌 것에서 오는 반감이 아니다. 또한 예술인들이 변화나 기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서도 아니다. 오랜 장인처럼 기존의 예술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 질문은 공연예술활동의 본질이다.

 

 

지원 체계와 내용이 변화해야

 

공연예술을 영상콘텐츠로 만드는 건 팬데믹 상황에서의 새로운 시도도 아니다. 영상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공연예술 또한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하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상품으로 완성도 높게 촬영된 공연 실황 영상들이 있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로운 공연영상 콘텐츠들이 기획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영국 국립극의 공연들이 영상으로 제작되었고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클래식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에서 또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이미 탄탄한 공연예술의 제작 환경과 그들의 안정된 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유통산업을 형성한 데에 반해 우리는 예술의 전당의 싹 온 스크린외에는 최근에 몇 년에 들어서야 관심이 생기고 있었다. OTT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다양화 되면서 공연계 역시 OTT에 관심을 가지고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공연 영상의 경우 콘텐츠의 추가적 수익 창출이나 잠재 관객 확대뿐 아니라 공연장에 접근이 어려운 관객층을 위한 대안으로도 고민하기도 시작했다.

 

이미 공연예술계에서도 그 필요에 대한 인식이 있는만큼 공연영상물에 대한 지원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탄탄한 예술정책과 시장을 바탕으로 공연영상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자리 잡은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의 경우, 코로나19 위기에서 오랜 고민과 논의 없이 공연예술정책이 비대면 온라인 공연영상 콘텐츠 정책으로 집중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예술가들의 필요나 관객의 수요에 따른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책으로 사업을 유도하고 결과물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상황이다.

 

공연예술의 온라인 영상 콘텐츠는 대면 공연의 대안이 아니다. 역시 이 우려에 답인듯 지난 99일자 보도자료에 비대면·온라인 방식은 대면 방식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독립재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방식이다라고 설명한다. 온라인 영상콘텐츠가 공연예술의 대안이 아니라면 공공정책은 먼저 위기에 처한 공연예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연 영상콘텐츠라면 그것도 공연이 전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국내 공연예술계 위기 속에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선행되거나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현장의 욕구와 거리가 먼 일방적인 정책과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 또 다른 위기나 재난에서도 공연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와 위기 이후에 대한 진단과 담론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온라인 예술활동으로 정책이 집중하는 것은 이 위기 속에 문화예술 정책 결과물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목적으로만 보인다.

 

물론 공연영상콘텐츠에 대한 지원과 정책도 필요하다. 앞서 예술단체들이 고민한 대로 온라인에서 공연 영상콘텐츠에 대한 접근은 보다 다양한 관객접근성 확대 부분에서는 필요한 부분이고 새로운 관객층 확대와 부가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공연영상콘텐츠는 공연의 대안이 아닌 다른 콘텐츠 시장의 형성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빨리 영상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정책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면서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시장 형성은 퀄리티 높은 콘텐츠가 얼마나 공급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공연제작비 외에 드는 막대한 영상제작비에 대한 지원과 기술, 공간, 장비 등에 대한 지원은 필수이다. 단순히 예산을 나눠서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법이 아니라 제작비 지원과 함께 기본적으로 영상콘텐츠 촬영을 위한 물리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유하며 유통 기반을 지원을 해야 한다. 영상 결과물의 완성도, 플랫폼 구축과 활성화 등에서 예산의 차이, 단체 역량의 차이로 인해 또 다른 양극화가 극심하게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상물의 퀄리티는 단순히 촬영 제작비와 촬영 여건의 문제가 아니다. 실황촬영이 아닌 영상콘텐츠를 위한 경우 창작자 및 실연자들은 무대연출 외에 영상연출을 고민해야 하며 작업이 이중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영상매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경험 지원이나 작품 연출이 영상물로 잘 반영이 될 수 있는 콘티 작업 지원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영상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업체에 대한 인식변화와 지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한 다양한 교육도 제공되어야 한다. 올해 공연을 온라인 송출로 변경하거나 온라인 송출을 병행하거나 또는 기존 촬영 영상을 송출하거나 할 때 저작권, 계약 등에 대한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 외에 영상매체 특수성, 작업물 유통, 유통 플랫폼 성격의 이해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관련 강의가 1회 있었으나 더 다양하게 온라인으로도 확대되었으면 한다.

 

 

비대면 세계에 대한 질문이자 공연예술의 본질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소통과 회의가 가능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 있었다.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대면비대면의 문제는 이미 공연예술뿐 아니라 우리 삶의 질문이자 주제 같기도 하다. 그리고 온라인이 대안인가에 대한 집요한 의문은 비단 공연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비대면의 세계 대한 질문이며 이것은 바로 공연예술의 본질이기도 한 때문이다.

 

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중요하다. 또한 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어떻게 파악하고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다양한 시도와 활동의 방향성을 예술가들이 현장에서 형성하고 넓혀나가고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의 방향을 같이 이해하고 도출하는 것이 맞다. 온라인 영상콘텐츠에 대한 의문은 익숙한 극장 대면공연을 지키고자 하는 공연예술계의 반감은 아니다. 당연히 예술가들도 같은 시대, 같은 일상을 살고 있고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방법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관객 대면이 전제인 공연예술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노력도 없이 그리고 공연예술계의 회복도 없이 온라인을 향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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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2003년 그룹 공명 콘서트로 시작해서 2004년 제7회 서울변방연극제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작업을 해왔다. 2006년 코르코르디움을 시작하여 공연 제작 및 기획, 홍보, 파트너인 예술단체들의 기획, 제작 프로덕션을 함께하고 있다.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공연 장르와 극장 공연뿐 아니라 거리공연, 장소특정형 공연 등 다양한 작업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공연 외에는 영화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