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18] 불능의 알리바이 구조 넘어서기

CP_NET 2021. 1. 6. 10:21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를 기획하던 당시는, 무섭게 퍼져가던 전염병이 잠시 주춤하던 7월이었습니다. 여전히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는 계속되었지만 가장 먼저 문을 닫았던 국공립문화예술시설들이 문을 여는 등 다시 일상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구의 전염 폭발로 빠져들었던 공포는 옅어지고, 바이러스로 멈춘 세계 앞에서 ‘근본적’ 성찰과 변화를 외치던 목소리들도 수그러들었습니다. 그 대신 어서 빨리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터져나옵니다. 바이러스 앞에서 공포에 떨며 우리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던 절박함은 기술에 대한 판타지에 자리를 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서 빨리 기술에 적응해서, 어서 빨리 시장에 뛰어들라는 것입니다. 문화정책에서도 4차산업혁명, 디지털혁명, 온택트 등등의 말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는 현재를 지우고 미래로 시선을 돌리려는 주장들 속에 다시 현재로 우리의 시선을 옮기자는 주장이자 실천입니다. 미래는 오늘이 지나면 오는 내일이 아닙니다.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여섯 번째 글은 김상철 “불능의 알리바이 구조 넘어서기”입니다. 지난 해 연말 인천시의회가 인천문화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각자 선 위치에 따라 비판의 쟁점은 조금씩 서로 어긋나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이 아닌, 지자체 문화재단이 놓여 있는 법제도에 대해 분석합니다. 법제도를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라고 할 때 여러 쟁점들 자체가 우리의 문화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합의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이슈: OTT 환경과 문화산업] “넷플릭스 전에도 OTT는 있었지만” 성상민의 글은 최근 관심이 높은 OTT에 대한 한국영상자본의 딜레마를 추적합니다. 2016년 넥플릭스의 한국서비스가 시작될 당시의 뜨뜻미지근했던 반응이 현재와 같이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상황으로 변화했던 데에는 판데믹의 충격만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슬러 오르면 1991년 ‘방송프로그램 의무외주비율 고시’ 1998년 ‘방송영상산업진흥대책’ 2011년 12월 1일 통칭 ‘미디어법’ 통과로 ‘종합편성채널’의 동시 개국 등등을 거치면서 변화해온 영상자본의 여러 국면들을 살피고 있습니다.

 

[칼럼] “문화다양성 정책의 정체와 확대” 이완의 글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의장국으로 선출된 한국의 문화다양성 정책을 살핍니다. 여러 법제도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예산, 인력,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문화다양성 의제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을 경유하여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도시와 문화정책 ⑭] “권력과 도시건축” 정기황의 글은 도시 계획자로서 국가권력과 한국현대건축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그는 한국건축이 독자적 해석의 담론을 구축하는 시점이 담론의 주체가 폐쇄적 권력화의 장벽을 쌓는 출발점이 되었는가에 주목합니다. 한국 건축의 자율성을 세우기 위해서는 권력과 건축의 대차대조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해는 바뀌었지만 전염병의 파고는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시절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알림> [문화정책리뷰] 19호는 3월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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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불능의 알리바이 구조 넘어서기 _ 김상철

[이슈: OTT 환경과 문화산업] 넷플릭스 전에도 OTT는 있었지만 _ 성상민

[칼럼] 문화다양성 정책의 정체와 확대 _ 이완

[도시와 문화정책 ] 권력과 도시건축 _ 정기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