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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신임 위원에게 묻다] 정유란 위원

CP_NET 2020. 6. 7. 23:32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 8명을 위촉했다. 신임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202255일까지다.

 

이번에 위촉된 신임 위원들은 이시백(소설가) 정유란(문화아이콘 대표) 유은선(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홍태림(‘크리틱-발행인) 박경주(샐러드 대표) 이원재(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이진희(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고필(전라도지오그래픽 연구소장) 이다.

 

[문화정책리뷰]7기 신임 위원들에게 아래와 같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은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 논의들을 토대로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권고안’, ‘ARKO혁신TF’, ‘아르코비전 203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공론화등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의제와 토론 중인 쟁점을 질문으로 구성했다.

 

* 답변은 평어체로 통일한 것 외에는 위원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서면인터뷰에 응해 준 7기 신임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1. 6기 위원회를 별 5개를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한번도 위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한 적이 없었기에 이전까지 위원들의 활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못했다. 생활처럼 지켜오던 공연들이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레 멈춘 상태에 놓이면서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7기 위원을 다시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고 현장과 정책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응모하게 된 것이다. 6기 위원회는 기간 동안 내부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논의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2.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피해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며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 민사 소송에 함께 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어떤 상황들 속에서 수차례 배제되고 소외된 정황이 밝혀진 이후 이에 대한 직접적인 후속조치나 사과를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받아본 기억은 없다. 위원회가 가져갈 몫의 하나로 예술계 내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완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7기 위원회 활동 기간 내에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것이다.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급한 현안의 하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다. 이미 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에 따른 재원조성에 대하여 기존에 진행된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 현실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아 예로 들어 제시해보고자 한다. 정부 예산 이외의 새로운 재원조달방식으로서 간접세 형태의 문화세를 신설하여 도입하는 방식, 간접세 징수를 통한 재원확충 방안, 즉 부가가치세 또는 교육세 등 간접세 재원 중 일부를 출연받는 방안과 사행산업시설(카지노, 경마, 숙박시설, 오락시설 등) 입장에 소비세를 출연받는 방안, 사행사업자의 수입금에 대한 부담금 부과 방안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4.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상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기관유형이 변경되었다.(2019.1.31.)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독 권한이 강화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자율협약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협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또한 협약 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자율협약에 대한 안은 이미 기존의 내부 자료를 통해 그 내용을 파악한 바 있다. 상호간 필요성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유가 되어 있으므로 현재의 중점 사안들은 실행 단위에서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체부와 위원회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협력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소통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5.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권고안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ARKO 혁신TF’, ‘아르코 비전 2030’에서도 주요 과제로 표명되었다.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에 대한 의견과 추진 전략을 밝혀달라.

 

현장기반형 예술지원기구로서의 자율성 위상 확보를 위해 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로의 전환은 반드시 추진되어야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아르코 혁신()에서 제안되었던 현행 위원회 위원 규모를 지역별/장르별/분야별 위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문예진흥법 개정안에 의해 위원장 호선제 도입이 이루어졌으니 다음 단계 이행을 위해 빠른 실행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6.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위원회 직무로서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변경·집행, 위원회의 운영계획의 수립·시행과 같은 중요한 정책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활동이 위원들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 입안 실행 기구로 전환한다 할 때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떠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지, 7기 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지 의견을 밝혀달라.

 

지난 528일 나주로 12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어떤 논의들이 가능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참여한 회의였으며 사전에 회의 내용을 공유받지 못해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매번 방대한 분량의 의결사항이 메일로 전달되어 1주에 1회 이상 서면으로 결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기존의 진흥원 체계를 넘어서는 예술인들의 합의기구로서 권한을 갖게 되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위원회 내부의 행정 절차 간소화부터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슈: 민간위원회, 위원 대표성과 역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위원 사용설명서라는 칼럼이 현재 위원회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s://culture-policy-review.tistory.com/63 )

 

 

7.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민관협치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데에는 제도적 정비만큼이나 문화예술계 현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현장예술인들의 냉소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관 운영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과 회의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냉소적 현실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2020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환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예술인들은 스스로의 권리와 요구에 대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테면 블랙리스트와 미투를 통해 드러난 비민주적, 비인권적 관행과 제도에 대해서 민간주도 하에 혁신을 이뤄낼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은 아직 충분치 않았다고 본다.

 

나 또한 위원회 내부를 들여다 보기 전까지 회의적이었고 현재도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 과정이다. 2년이라는 임기 안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강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정책도 현장보다 앞서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성과 더불어 인식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 현장의 거버넌스 구조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장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키는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다.

 

 

8. 이어서 현장예술인과의 소통전략에 대해 말해달라. 특히 현장예술인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현장 예술인들과 아르코행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현장예술인들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정의 직접적 연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연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떠올리는 위원회는 지원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예술가들에게 지원사업 신청이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영역이다. 어느 정도 적응해놓고 나면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고 변경된 제도를 다시 익혀야 하는 상황을 만난다. 매번 마찬가지다.

 

현장 친화적인 좀 더 절차가 간소화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별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닌 보편적 지원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원받는 대상을 거르기 위한 방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대상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이번에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확보할 수 있는 DB안에서 전체적으로 읽어내고 분석해낼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단기간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예술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방식의 찾아가는 지원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많은 예술인들의 애로사항을 발생시키는 지원시스템 등에 대해서 통합상담센터를 마련하여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유관 기관과도 연계하여 저작권, 계약, 정산 등에 필요한 각종 행정 업무에 대한 지원과 컨설팅이 반드시 병행될 수 있도록 하고, 과정 안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모니터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원 신청서를 쓰는 과정은 마치 시험을 치르는 것 같고 끊임없이 나의 예술을 검증받아야 하는 것 같아 고통스럽기만 하다. 지원사업에 대해서 충분히 안내하고 어떠한 지원사업이 계획되는 시점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지원 대상층이 명확해지면 그에 해당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작업의 방향이나 형태에 따라 적합한 시기와 분야의 지원사업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길 바란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듯 예술가에게 물을 주는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9. 7기 위원 선임과정에서는 성별, 연령별 다양성이 주요한 의제였다. 이는 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운영에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구성원, 다양한 정체성이 정책과 행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이에 대한 계획을 말해달라.

 

7기 위원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소통을 통해 폭넓은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에 대한 확보만으로 7기 위원의 구성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실을 보며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여성이라는 것도, 40대라는 것도 저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방향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여 미래 관객을 육성해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10. 지금까지는 그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있었던 이슈를 정리한 질문이었다. 이외에 위원회 운영 관련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또한 분야를 대의한다는 점에서 활동해온 해당 분야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그밖에 7기 위원으로서의 계획을 자유롭게 말해달라.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예술인들이 우울증에 빠져있다. 경기침체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 공연장들이 잠정적으로 공연을 중단한 상태다.

 

직무 수행 계획서에도 언급한 바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가 존재하듯 위원회 내에 예술계의 재난 상황을 통제하는 콘트롤타워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하여 분야별 단계별 실태 파악을 통해 인공호흡이 필요한 영역들에 빠르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만들어져있어야 한다.

 

세월호와 메르스를 겪어왔음에도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효과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에 따른 대안도 고려해야 하겠으며 당장 숨이 넘어가는 긴급한 예술단체들에게 빠르게 수혈할 수 있는 방안과 명분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재해에 대비한 보험의 형태가 절실하다.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특화된 보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 가입을 통해 납부된 금액은 재해 발생 시 구호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립이 되는 방식이면 좋을 것이다.

 

위원회에서는 예술단체들에 대한 구제책을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 특히 예술단체는 작업 안에서 고용이 발생하고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불안정한 제작 환경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예술단체들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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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란. 문화아이콘 대표. 동덕여자대학교 국사학 졸업.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 37회 대한민국연극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