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신임 위원에게 묻다] 이시백 위원

CP_NET 2020. 6. 7. 23:58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 8명을 위촉했다. 신임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202255일까지다.

 

이번에 위촉된 신임 위원들은 이시백(소설가) 정유란(문화아이콘 대표) 유은선(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홍태림(‘크리틱-발행인) 박경주(샐러드 대표) 이원재(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이진희(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고필(전라도지오그래픽 연구소장) 이다.

 

[문화정책리뷰]7기 신임 위원들에게 아래와 같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은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 논의들을 토대로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권고안’, ‘ARKO혁신TF’, ‘아르코비전 203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공론화등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의제와 토론 중인 쟁점을 질문으로 구성했다.

 

* 답변은 평어체로 통일한 것 외에는 위원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서면인터뷰에 응해 준 7기 신임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1. 6기 위원회를 별 5개를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예술위원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현장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 제한된 시간과 예산 범위에서 헌신적인 활동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6기 위원회의 노력들이 돋보인다. 장르를 넘어서 기능별 소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연구 보고와 현장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들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현장소통 소위원회성평등 소위원회의 의욕적인 활동과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들이 구조적인 한계와 재정적 문제에 붙들려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문화예술의 성과가 즉시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켜보고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아, 계량화된 평가를 사양하는 점 양해 바란다.

 

 

2.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서 위원회의 각별한 성찰과 개선책이 충분히 논의되었으리라 기대한다. 다만 그러한 노력이 윤리적 수준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들인지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려 한다. 열악한 문화예술인의 창작 환경 속에서 제한된 지원책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수월성과 더불어 다양성이 배려되어야 한다. 작품의 수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수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소수 단체나 창작자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대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급한 현안의 하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다. 이미 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수혜로 인식하는 관점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이 국가적 역량을 고양하고, 관광산업과 수출 등의 경제적 이윤과 연계되며, 국가의 외교적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국가적인 자산이라는 것은 이미 한류를 통해 체득한 바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이러한 국가적 자산에 대한 투자이며, 문화예술 일자리의 창출과 문화예술 관련 벤처사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마중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늘 뒷전으로 밀리는 문화예술 분야의 재정을 위해 국가 전략 수준의 안정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내실을 기하기 위한 진단과 개선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의 문화예술 관광사업, 문화재단, 문화원 등과 연계하여 중첩된 사업을 통합하고, 미흡한 부분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 내실 있는 재정 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열악한 창작환경에 대한 시급한 지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재원 확보를 위해 민간과의 적극적인 연계체계가 필요하다. 한류가 문화를 넘어 경제적 이윤 창출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직간접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민간 기업과 단체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연계책을 협력해 나가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일회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못한 단기적 지원을 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단발적인 지원책에 머물지 않고, 안정되며 지속가능한 일자리, 공간 활용, 취업, 창업 등의 프로젝트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재정적 자립을 지원하는 지원책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어나가는 방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4.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상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기관유형이 변경되었다.(2019.1.31.)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독 권한이 강화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자율협약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협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또한 협약 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자율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특별히 언급할만한 내용이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현장의 현안과 이에 대한 시급한 조치가 요구되는 시기에 조속히 결정이 되기를 바란다. 정부 부처로서 국정 기조에 따르는 정책의 추진도 필요하겠지만, 시민과 현장 문화예술인의 상생적 관계 위에 설립된 위원회의 정체성과 건강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자율협약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5.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권고안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ARKO 혁신TF’, ‘아르코 비전 2030’에서도 주요 과제로 표명되었다.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에 대한 의견과 추진 전략을 밝혀달라.

 

국가예술위원회로의 전환은 집행과 평가를 정부 기구가 독점하는 구조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보여주듯 정부 기구 산하 조직으로서는 정부의 시책과 정권의 수중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한 민간 기구 수준으로는 재정이나 운영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변질되거나 편향될 우려가 있다. 정부 산하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적이며 독립된 국가 단위의 법률적 기구로서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건강한 견제와 심의의 기능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6.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위원회 직무로서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변경·집행, 위원회의 운영계획의 수립·시행과 같은 중요한 정책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활동이 위원들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 입안 실행 기구로 전환한다 할 때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떠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지, 7기 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지 의견을 밝혀달라.

 

1회 비상근으로는 안건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고, 협의와 조정의 과정이 확보되기 어려워, ‘사후약방문격의 의견 진술과 형식적인 의결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자료 조사와 현장 문화예술인과의 소통, 논의와 정책의 연구를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완하는 실정이다. 다만 소위의 운영과 활동에 전제되는 인적, 물적 지원과 예산이 그에 걸맞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소위의 의욕적인 활동과 성과들이 탁상공론으로 머물지 않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협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소위 운영에 필요한 전문위원의 보강과 이들의 활동에 필요한 연구, 보고, 조사, 회의 활동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7.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민관협치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데에는 제도적 정비만큼이나 문화예술계 현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현장예술인들의 냉소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관 운영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과 회의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냉소적 현실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무엇보다 위원회의 활동과 운영이 정권이나 일부 집단의 이해와 견해에 따라 왜곡되고 변질되지 않도록 자율적 운영과 독립적 지위가 법률로 보장되어야 한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아르코에 대한 현장 예술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냉소적인 분위기이다. 또한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방만한 업무와 행정으로 인해 관료적이며, 관제화 된 기구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현장 문화예술인에게 군림하거나 지시하는 관청이 아니라, 지원하고 소통하는 협의체라는 인식을 넓혀나가야 한다. 지나치게 난삽한 통계와 행정자료들로 벽을 쌓지 않으며,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부담 없이 들르는 사랑방과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8. 이어서 현장예술인과의 소통전략에 대해 말해달라. 특히 현장예술인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현장 예술인들과 아르코행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현장예술인들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정의 직접적 연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현행 정책과 지원제도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 간담회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의 의견을 분석하고 검증하여 정책의 개선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창작지원금 공모사업에 집중된 현장 문화예술인의 관심을 지속시키며 상시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예술인의 권익과 일자리, 창업 등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상시 가동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예술인 에이전시 및 유통, 창작발표 공간으로서의 플랫폼 설립, 문화예술 기획 및 해설사 양성,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예술인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 교류 및 답사 프로그램의 확대, 예술 공방이나 문화공간 임대차 지원방안 등을 통해 현장의 문화예술인과 밀착된 위원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개선과 노력의 시작단계부터 현장 예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프로젝트 단위나 실천단위의 소모임을 지원하며, 그를 통해 현장 예술인과 소통하며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9. 7기 위원 선임과정에서는 성별, 연령별 다양성이 주요한 의제였다. 이는 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운영에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구성원, 다양한 정체성이 정책과 행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이에 대한 계획을 말해달라.

 

문화예술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은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구성도 균형 있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임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알지 못하나, 결과적으로 전향적이며 다양성이 전에 비해 상당히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에 대해 현장문화예술인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인 심의 과정을 마련하여 규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0. 지금까지는 그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있었던 이슈를 정리한 질문이었다. 이외에 위원회 운영 관련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또한 분야를 대의한다는 점에서 활동해온 해당 분야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그밖에 7기 위원으로서의 계획을 자유롭게 말해달라.

 

현장에서 아르코에 대해 평하던 예술은 없고, 문화만 있다” “논의만 있고 실천이 없다” “정책 따로, 위원회 따로라는 비판을 진지하게 경청하여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과 비상임 위원회로서의 한계를 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심의와 의결의 본회의 과정을 넘어, 정책을 입안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자문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 위원회는 개별 위원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요식적인 의결기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든다.

 

정책적으로는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활동가를 길러내는 사람 중심의 지원, 중앙집권화된 문화예술을 지역과 현장 중심으로 분산하는 시책, 단기적이고 소모적인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하며 자립할 수 있는 지원 체계로의 전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 문화예술 복합공간, 시민과 지역문화예술인의 네트워크를 통한 문화예술협동조합, 문체부 부설 문화예술특성화고등학교, 지속 가능하며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 및 창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문학분야의 진흥을 위한 지원 방안으로는 문학진흥법에 명시된 사업들과 아르코와의 유기적 연계방안, 문학관 운영과 집필실 확대, 공공저작권과 에이전시, 문학 컨텐츠의 융복합 프로그램들에 대해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실천가능한 방안들을 논의해 나가려 한다.

 

 

 

 다른 위원 인터뷰 보기

박경주 위원

유은선 위원

이원재 위원

이진희 위원

전고필 위원

정유란 위원

홍태림 위원

 

 

 

-------

이시백. 소설가. 남양주 문화예술포럼 운영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