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신임 위원에게 묻다] 홍태림 위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 8명을 위촉했다. 신임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2022년 5월 5일까지다.   이번에 위촉된 신임 위원들은 이시백(소설가) 정유란(문화아이콘 대표) 유은선(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홍태림(‘크리틱-칼’ 발행인) 박경주(샐러드 대표) 이원재(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이진희(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고필(전라도지오그래픽 연구소장) 이다.   [문화정책리뷰]는 7기 신임 위원들에게 아래와 같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은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 논의들을 토대로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권고안’, ‘ARKO혁신TF’, ‘아르코비전 203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공론화’ 등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의제와 토론 중인 쟁점을 질문으로 구성했다.   * 답변은 평어체로 통일한 것 외에는 위원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서면인터뷰에 응해 준 7기 신임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1. 6기 위원회를 별 5개를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6기 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폐허가 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따라서 6기 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는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추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고 블랙리스트 실행에 부역했다는 씻기 어려운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예술인과 국민의 신뢰가 깃든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6기 위원회는 비록 충분하지는 못했지만, 블랙리스트 부역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며 전과 같은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예술현장과 아르코혁신 TF를 발족시켜 조직분야 혁신의제 10개, 사업분야 혁신의제 13개를 도출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지만, 6기 위원회가 예술위가 저지른 참담한 과오를 온전히 씻어내기란 무리였다. 그래서 굳이 6기 위원회에 별점을 준다면 3개 정도를 줄 수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이 별점이 최종점수가 아니라 중간점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6기 위원회가 완수하지 못한 아르코 혁신을 7기 위원회가 계승하고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6기 위원회는 후에 7기 위원회와의 연속성 위에서 최종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과 독립성 그리고 예술현장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르코 혁신 조직분야 1번 의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이 명시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국가예술위원회로 나아가는 로드맵 상으로 보자면 예술위를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바꾸는 것과 위원장을 위원회가 호선하는 것까지는 진행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7기 위원회는 예술위가 국가예술위원회로 나아가기 위한 로드맵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서둘러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이러한 큰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예술현장뿐 아니라 예술위 사무처와의 팀워크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국가예술위원회로의 전환에 사무처도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근 7기 위원회의 중요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사무처 내부 설문에서 예술위의 위상 강화, 기관의 독립성 및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한 예술현장의 참여와 지지이다. 21대 국회가 최근 시작되었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현장이 합심하여 꼭 국가문화예술위원회라는 목표를 이뤄냈으면 좋겠다.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급한 현안의 하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다. 이미 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장기화로 2021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수입에서 일반회계, 관광기금, 체육기금이 줄어들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업이 크게 수축하면서 2021년에는 관광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이 500억 원에서 0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둘러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근본적인 안정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와 관련한 문제를 고민하다가 박종미 전남대 교수님의 「문화예술진흥기금 조성방법으로서 부담금에 대한 입법제안」(2017)을 읽기도 했다. 이 논문은 문예진흥기금 모금제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의 일부였던 ‘납입금이 헌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에 대한 헌재의 찬반이 4대 4로 갈려서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여 박종미 교수는 헌재에서 6인 이상의 찬성이 나오지 않았기에 법원이 한 번 내린 재판은 스스로 취소·변경을 할 수 없는 구속력을 의미하는 기속력이 없으므로 같은 내용의 법률을 신설하거나 개정한다 하여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2003년 문예진흥기금 모금제 폐지 판결 이후로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는 부담금이 헌법적으로 유효한 요건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니 그 요건에 맞춘다면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4.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상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기관유형이 변경되었다.(2019.1.31.)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독 권한이 강화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자율협약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협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또한 협약 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체부는 자율운영협약서 초안을 잡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자율운영협약서 초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중 2019년 5월 즈음에 양자간 이견이 커지면서 협약체결이 전면 취소되고 협약서 내용도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아직 7기 위원으로서 직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발생한 이견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파악 중인 상태다. 다만 지금까지 정리된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견의 핵심은 예술위의 자율성 보장과 정책수립 창구로서의 역할을 문체부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시킨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율경영협약서를 체결하는 것인데, 여기에 예술위의 자율성과 정책수립 창구로서의 역할이 빠진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7기 위원회가 이러한 근본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 문체부와 경영협약이 아닌 자율경영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권고안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ARKO 혁신TF’, ‘아르코 비전 2030’에서도 주요 과제로 표명되었다.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에 대한 의견과 추진 전략을 밝혀달라.

 

2번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한다.

 

 

6.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위원회 직무로서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변경·집행, 위원회의 운영계획의 수립·시행과 같은 중요한 정책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활동이 위원들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 입안 실행 기구로 전환한다 할 때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떠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지, 7기 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지 의견을 밝혀달라.

 

위원의 직무와 관련한 법적, 제도적 여건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함이 위원의 활동이 부실화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기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 내재된 한계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나 예를 들어보겠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위원회 전체회의는 지원사업 공모와 관련한 의결문제로 90%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모결과 의결문제를 모두 처리하고 나면 예술위의 정책과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기 힘들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지난 2019년 6기 위원회에 보고된 보고안건 100건 중 소위원회 안건은 67건이었는데, 67건의 소위원회 안건 중 위원회에서 토론 안건으로 다뤄진 경우는 5회 미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는 소위원회에서 도출된 안건이 위원회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후에는 정기 위원회 회의에서 공모결과 의결 논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혹은 한 달에 한 번 있던 정기 위원회 회의를 한 달에 두 번으로 확대해서 지원사업 공모 관련 의결과 보고 및 논의 안건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위원회와 위원회의 정책논의가 유기성이 생기고 그와 더불어 위원회의 정책활동도 강화될 수 있다.

 

 

7.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민관협치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데에는 제도적 정비만큼이나 문화예술계 현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현장예술인들의 냉소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관 운영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과 회의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냉소적 현실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지금 당장 소비하지 않지만 예술이 공급됨으로써 얻을지도 모르는 선택가치, 다음 세대의 선호를 배려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단절되는 편익인 유증가치, 사회창조성과 문화적 평가능력을 고양시킨 결과로 사회 구성원들이 받는 편익인 교육가치 그리고 문화예술이 정보와 경험의 부족으로 시장에서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이나 문화예술의 향수에는 소득에 따른 격차와 지리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평등주의와 재분배의 관점에서 보조가 필요하다는 논지 등의 차원에서 국가가 예술을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고장 난 신자유주의가 가속되는 가운데 예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러한 지원이 일종의 모르핀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공회전을 멈추기 위해서는 예술위와 예술현장의 꾸준한 협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맞물려 ‘생활 속 예술활성화 사업’과 ‘예술가치의 사회적확산 사업’에 비하여 확연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창작역량사업’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술창작지원 사업은 2014년에 약 500억 규모였다가 2017년까지 꾸준히 줄어들어 약 240억 규모로 줄었고 2018년부터 340억 규모가 되면서 반등추세에 접어들게 되었다. 현재 아르코비전 2030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2030년까지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예산을 2004억까지 증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아르코비전 2030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예술위와 예술현장이 함께 협력해나간다면 예술위에 대한 현장예술인들의 냉소도 점점 걷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8. 이어서 현장예술인과의 소통전략에 대해 말해달라. 특히 현장예술인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현장 예술인들과 아르코행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현장예술인들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정의 직접적 연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르코비전 2030 핵심가치 중에는 ‘도전과 변화’, ‘공감과 협력’이 있으며 6대 전략과제 중에는 자율과 협력기반의 기관운영을 위하여 ‘현장예술 중심의 생태계와 공론장 형성’이라는 세부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 6기 위원회에서 아르코혁신 TF의 권고로 설치한 현장소통소위원회를 어서 재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논의는 현재 7기 위원회에서 진행 중이니 조만간 3기 ‘현장소통 소위원회’가 출범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예술위에 대한 예술현장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는 ‘현장소통 소위윈회’의 존재만으로 충분히 달성될 수 없다. 예술현장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추가 방안으로 장르를 초월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월간지였던 ‘월간 문화예술’이 온오프라인을 통하여 재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장을 통해서 미학적 담론뿐 아니라 제도비평에 대한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진다면 ‘월간 문화예술’이 예술현장의 참여와 논의를 끌어내는 장이자 위원회의 씽크탱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술현장의 참여와 논의가 위원회 안에서 충분히 정착된다면 궁극적으로 예술현장과 함께 위원회의 중단기 예산을 함께 구성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판 참여 예산제를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9. 7기 위원 선임과정에서는 성별, 연령별 다양성이 주요한 의제였다. 이는 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운영에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구성원, 다양한 정체성이 정책과 행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7기 위원회 활동에서 이에 대한 계획을 말해달라.

 

우선 당연한 것이지만 위원회의 모든 의사결정 기구와 논의의 장에서 특정한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는 것을 언제든 그리고 누구든 간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위원회 사업에 참여한 예술단체의 대표자와 실무자 1인 정도만 성폭력 예방 현장교육을 듣는 것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은 장기적으로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예방하는 것에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표와 실무자 1인은 기존의 방식대로 성폭력 예방 현장교육을 받고 나머지 구성원은 온라인을 통해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하는 방식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 다양성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예술위 의사결정 기구에는 세대 다양성, 즉 2030세대의 참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물론, 세대 다양성은 갑자기 성취될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한 장기적인 인프라가 위원회 안에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우선 2030예술인이 참여하는 전략TF를 구성하여 2030예술인의 시각에서 예술위의 다양한 사업과 운영구조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가 마무리되면 2030예술인이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적 차원의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10. 지금까지는 그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있었던 이슈를 정리한 질문이었다. 이외에 위원회 운영 관련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또한 분야를 대의한다는 점에서 활동해온 해당 분야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와 정책은 무엇인가. 그밖에 7기 위원으로서의 계획을 자유롭게 말해달라.

 

아르코혁신TF의 '예술적 전문성 요구 분야에 개방직 직위 도입 및 운영' 권고에 따라서 2019년 5월에 아르코 미술관과 아르코 극장 운영체계 개편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나도 이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 예술공간 운영본부에 있는 미술관 운영부와 극장 운영부가 독립될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다행히 2020년 2월에 극장과 미술관이 예술공간 운영본부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관장이나 극장장이 영입되더라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실제로 관장, 극장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전문인력 그리고 예산의 확충이 꼭 필요하다. 가령 2019년 기준 아르코 미술관 예산은 약 7억 원이고 인사미술공간의 예산은 약 2억 원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은 원래도 문제가 많았던 조직체계가 계속 악화되었고 예산은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예산의 경우 아르코미술관의 예산은 2007년 전후에 12억 원 전후를 오갔으나 2019년 예산은 약 7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인사미술공간은 2007년 기준으로 예산이 약 6억 원이었으나 현재는 2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예산이 이렇게 줄어들었으니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은 현재처럼 기획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맥락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르코 극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7기 위원회는 아르코 극장과 아르코 미술관이 최전선의 담론을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 영입된 극장장, 관장과 함께 극장과 미술관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그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현안도 중요하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된 긴급 예산들이 편성되고 있지만, 모두 사후적인 응급처지인 것이 현실이다. 위원회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 이어서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를 팬데믹에 대한 근본적이며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예술현장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에게 더 열려 있는 예술위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짐이 다시 확인되었다. 따라서 위원회의 각종 시설과 생산물에 있어서 장애인의 물리적, 심리적 진입장벽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할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아르코는 아르코와 관련된 공개행사, 동영상 중계 등에 수화통역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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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림. 문화비평 웹진 ‘크리틱-칼’ 발행인.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신문방송학과 졸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 위원. 문체부 미술분야 중장기 계획 자문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