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7기 위원 선임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최근 진행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경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8월 19일 공지), 위원 공모(10월 15일 공지) 등의 절차가 모두 무효화된 셈이다. 앞서 11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 위원 후보자 공개검증”으로 16명의 위원 추천 후보가 공개되고 보름 만이다.
쟁점은 16명 위원 추천 후보 전원이 남성이라는 것, 그리고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성비는 법이 정한 기준에 어긋난다. 이 후보군을 놓고 7기 위원을 선임할 경우 8명의 신임 위원은 모두 남성이 된다. 총 11인의 위원(위원장 포함) 중 남성 8인 여성 3인으로 구성되어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28조, 여성비율 최소 30% 보장)과 <양성평등기본법>(20조, 21조, 부칙2조, 여성비율 최소 40% 보장)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문체부의 입장은 법적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 만큼 결과는 문제가 있지만 절차를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문체부는 위원추천위원회에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30조 제2항에 따라 성별, 연령 등을 균형 있게 추천할 것을 요청”했고, “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 발표한 선임 절차 중단 공지에서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즉 모든 절차는 법적 규정을 따랐다는,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강조다. 그렇다면 정당한 절차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결과는 법적 규정조차 지키지 못했는가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 구성에서 남성 위원 편중은 6기 위원 선임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다. 2017년 선임된 6기 위원 8명 역시 모두 남성이었다. 최종 선임은 아니지만 7기 위원 2배수 후보도 똑같은 결과를 예정하고 있었다. 이번 문제제기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것처럼 역대 예술위 여성 위원 비율은 25%다. 6기, 7기 위원는 물론 그동안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가 여성 위원 비율 30%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지 못해온 것이다. 최소한의 법적 규준을 지키지 못하는 절차를 '법적 절차'로 정당화해 온 셈이다. 처음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여성 후보 재공모 등의 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절차를 보완하여 수적 균형을 ‘보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원 선임 절차 중단’으로 절차의 정당성을 들어 결과를 합리할 수 없음을, 부당한 결과가 곧 절차의 정당성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한편,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예술위 위원 선임 과정에서 예술위의 역할을 찾을 수 없는지 의아할 것이다. 예술위 홈페이지에는 “현장문화예술인들의 합의를 통해 문화예술정책을 이끌어내며” “정책의 일방적인 수혜자였던 문화예술인들이 정책의 입안자이자 수행자로 진입”하는 기구임을 천명한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예술진흥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권한도, 2배수 위원 후보에서 위원을 최종 선임하는 것도 모두 문체부 장관의 권한으로 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해명에서 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법적 규정도 준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문체부이다. 위원 선임 과정에서 법적으로 예술위의 책임과 권한은 없다. 문체부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 성평등소위원회와의 협의를 가졌다. 물론 이러한 협의는 법적으로 규정된 절차는 아니다.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이 없다고 해서, 지금 이 사태에서 예술위의 책임은 없는가. 예술위는 위원추천위원회 추천 공지에 앞선 8월 1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방식 개선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현장성에 대한 예술계의 요구와 예술지원체계 내 예술인 참여 확대 취지에 부합하는 위원회 선임” “새로운 7기 위원회의 구성은 현장과의 네트워크와 예술인의 의사결정 참여를 강화”를 위한 혁신방안과 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 어떤 개선안을 마련하였는지, 마련된 개선안이 7기 위원 선임 과정에서 도입되었는지, 도입되었음에도 문제적 결과에 이르렀는지, 혹은 도입되지 못했는지, 개선안을 실행할 수 없었다면 어떠한 이유인지 등등에 대해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위원 선임 절차 중단’ 결정은 문체부의 결정이다. 이번 사태에서 예술위의 역할은 없었다.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최종 위원 선임에 앞서 부당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6기 위원 선임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불거졌지만 절차의 정당성으로 결과를 합리화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부당한 결과가 예정된 상황에서 절차를 중단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2배수 위원후보들의 공개검증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 후보 공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었다. 위원 후보 공개로 최종 선임 전에 예정된 결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마련할 제도개선의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절차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만들어가는 데에 공개성이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제안은 이미 2017년 예술위 위원장 공모 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것이다.
위원 선임 절차 중단 결정으로 7기 위원회 구성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문체부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대안을 검토하겠다면서 관심과 참여 대안제시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여러 의견들이 다투어 나왔다. 여성위원 비율만이 아니라 연령 등 균형 있는 위원 구성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수적 균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점점 분화하고 있는 예술현장을 현재와 같은 11인 위원회가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대표성의 문제다.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와 예술환경의 변화, 그에 따른 예술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 책임 있는 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여러 차례 지적된 문제이고 이번 사태에서도 반복되어 제기된 문제다. 수적 균형을 보정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없는 현안들이다.
관심과 참여와 대안을 어떻게 청취할지, 제시된 의견은 어떠한 과정으로 검토되고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위원 선임의 법적 절차는 그대로다. 문체부는 관심과 참여의 당부가 아니라 관심과 참여가 법과 규정을 이유로 무력화되지 않는,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술위도 법적 권한 없음에 머물지 말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김소연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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