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지역, 세대, 장르 등등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러분들께 의견을 물었다. 답변을 보내온 30명이 꼽은 과제를 살펴보면, 각양각색의 구체적 의제들이 펼쳐진다.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①] 30인의 제안")
예를 들어 지역문화활성화를 많은 이들이 과제로 꼽았지만 과제에 대한 각자의 설명을 보면 각각 또 다른 현장이 펼쳐진다.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정책적 고민들을 살펴볼 수 있다. 권단은 지역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격차 해소 정책이 지방 중소도시 예술단체 지원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화인프라가 현격히 부족한 농촌의 경우, ‘찾아가는’ 류의 순회 행사가 과연 문화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허선희는 지역문화활성화 정책이 공급에 치우쳐 있으며 지역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문화정책 전달체계 전환에서도 지역의 관점이 강조된다. 이원재는 공급사업 중심으로 관리되는 문화사업(예술인복지,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 문화재생, 문화도시, 문화SOC 등)의 지역문화생태계 중심의 재구조화를 제안한다. ‘문화자치’에 강조(류성효, 고윤정, 권단) 역시 문화정책의 재구조화를 통한 지역문화활성화에 대한 제안이다.
지역만큼이나 (문화) ‘다양성’ 역시 많은 이들이 과제로 꼽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주목하는 점들이 대비된다. 이완은 문화다양성위원회의 격상, 다양성 인센티브, 문화다양성 국가 비전 선언 등 문화다양성을 국가문화정책의 비전과 철학으로 제안한다. 최선영은 문화복지 관점을 전환을 위해 다양한 삶의 서사가 등장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로 문화다양성을 주목한다. 고윤정은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 ‘통합과 연대’의 가치를 구현하는 문화다양성에 주목한다.
예술정책에서는 무엇보다 안전한 창작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예술인복지’(양혜원), ‘예술인기본소득’(성연주) , ‘직업교육으로서의 예술인 인력 양성 체계’(안병호), ‘예술인권리보장법’(홍명교, 이원재, 이진희), ‘성희롱성폭력 예방’(이진희, 임인자, 박선영, 홍명교), ‘창작환경의 안전 관리’(임인자) 등 의제도 폭넓다. 이제까지의 예술정책이 예술창작활동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있었다면, 창작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창작자, 예술인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술인복지법, 예술인고용보험 등 법제도가 시작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논의가 한계적 상황에서의 구제에서 시작되고 머물러 있다면, 지금 제안되고 있는 과제들은 한계상황에서의 구제가 아니라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정찬일, 문재길)에 대한 논의들이며 그것이 예술인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응 문화뉴딜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된 예술가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시행착오를 개선하면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탁정아) 청년예술지원(서정민갑)이나 장애예술활동권리보장(이진희, 탁정아) 등도 예술인정책으로서의 제안의 의미를 갖는다. 성희롱성폭력 관련 과제에 대해서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살펴볼 수 있다.(이진희) 생애주기, 개인에 대한 맞춤형 사회보장제도와 지원사업(오정은) 등이 제안되었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민간예술단체 육성(천재현)은 단체를 언급하고 있지만 창작의 결과물이 아닌 창작 주체를 주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문화향유 확대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다.(홍명교, 성상민, 권단 ) 윤석열 당선자가 문화누리카드 증액 및 확대, 문화비 소득공제 등을 공약했으나, 문화향유 확대라는 정책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정책의 내용에서는 현금지원을 통한 수요의 양적 확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확대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홍명교는 ‘노동시간 감축’, ‘일터 민주주의의의 확대’ 없이 문화향유권 확대가 불가능하며, “문화에 대한 대중의 권리를 사회문제와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회변화에 따른 문화예술의 대응에 대한 과제도 많이 제안되었다. 기후위기 대응(양혜원, 이원재), 기술과 예술 융합 정책(양혜원, 류성효, 박선영, 고윤정), 사회적 갈등에 대한 문화적 대응과 해법(양혜원, 고윤정) 등 예술의 대응과 가치 제고에 대한 과제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각 분야, 장르별로도 여러 현안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뮤지컬산업화 정책(유인수), 박물관 미술관 시대에 따른 제도 정비, 공공미술센터와 공공미술 제도 개선, 이건희 컬렉션 물납세 제도 정비(백기영), 국립현대미술관 위작 문제(홍태림), NFT(성상민, 류성효) 등과 관련한 정책 과제도 제안되었다.
여러 과제에 걸쳐 관통하는 주제로는 정책의 재구조화를 들 수 있다. 문화정책 전달체계에 대한 재편에서부터 공급처로서의 공공극장이 아닌 통합적인 예술지원시스템으로서의 공공극장(유인수), 공간 중심의 축적성 활동 지원 확대(최선영), 맞춤형 지원체계를 위한 다양한 가치 발굴(한상훈), 민관 소통구조의 다변화 및 투명성 제고(김기일) 등은 정책의 입안 및 전달체계에 대한 재구조화가 필요한 의제다. 성과중심 주의에 대한 지양도 지적되었다. 관객수가 아닌 영화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정책(안병호), 성과중심이 아닌 민간중심 지원정책(김기일) 등 제안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현재의 정책이 양적 성장을 목표로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예술행정 전문성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예술행정 조직에 현장의 경험이 반영되는 개방형 공모제(오정은), 지원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고용안정(탁정아, 최선영), 중간지원조직 역할 재정립(양혜원, 이인복, 천재현) 등을 제안했다. 문화자치 문화기본권을 문화정책의 방향정립에서 주목하기도 한다.(정기황)
그리고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은 주제는 블랙리스트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다.(임인자, 박선영, 성연주, 홍태림, 김기일, 정찬일, 이원재, 류성효)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국민의 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배출한 보수정당의 맥을 잇고 있다. 이전 정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범죄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한 정책과제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권고안 실행, 이행협치추진단 계승, 예술인권리보장법 집행(홍명교, 이원재, 이진희), 사회적 기억 정책(임인자, 성연주, 김기일), 피해자 명예회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임인자, 홍태림) 등을 제안했다. 국가예술위원회 전환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예술정책의 입안과 실행에서의 근본적 전환에 관한 논의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권고안이다.
관련기사: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①] 30인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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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연극비평의 대상으로 정책을 비평하는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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