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리뷰] 축적된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CP_NET 2019. 9. 1. 20:41

문화정책의 영역을 거칠게나마 크게 구분한다면 예술인’ ‘문화산업’ ‘이용자라고 하겠다. 물론 동일한 계열에서 구분된다고 보기 어렵고, 예술인과 문화산업에서 그리고 문화산업과 이용자에서 겹쳐지는 부분도 있어 이러한 구분이 배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정책의 대상과 초점의 구별이란 측면에서 이러한 구분을 해 볼 수 있다. 각 영역별로 현황을 볼 수 있는 데이터들 있다. 특정한 목적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제외하고도 주기적으로 기본적인 통계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대개는 백서 또는 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발간되고 있다.

 

예술인 현황은 예술인 실태조사3년을 주기로 하여 1988년부터 발간되고 있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현황을 살펴 볼 수 있다. 문화산업은 장르별 백서와 콘텐츠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백서가 매년 발간되고 있다. 대체로 2000년 이후 이다. 이용자(소비자) 현황은 1988년부터 발간된 문화향수 실태조사2006년부터 발간된 국민여가활동조사가 있다. 이 두 가지는 2년을 주기로 한다. 한편 문화예술정책백서가 있는데, 이름을 봐서는 언뜻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현황 관련 데이터가 있을 것 같지만 문화부의 정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현재 여러 정보시스템을 통해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일례로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ACKIS)’에서는 예술인과 이용자 데이터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는 문화산업 백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보면 문화정책 관련 현황 데이터는 문화산업 분야 약 20, 예술인과 이용자 분야 약 30년 정도의 축적된 데이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효과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별도로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축적된 데이터는 정책 효과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30년 동안의 정책 집행을 위해 소요된 시간과 예산 등을 고려하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를 이러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까?

 

예술인의 삶은 나아졌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물론 지난 시기와 현재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대한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난 30여 년 간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반영되어 있는 데이터 항목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예술인의 삶은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은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통한 경제적 측면을 통해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수입이 없다는 응답이 2000년에는 18.1%, 2012년에는 26.2%, 2018년에는 28.8% 이다. ‘예술 활동 수입2000년에는 연간 약 1,520만원(평균), 2018년에는 1,280만원(평균) 이다. 2012년 연간 수입이 6백만원 이하가 51.4%, 20185백만원 이하가 56.2% 이다. 연간 수입 1,200만원 이하는 201266.5%, 201872.7% 이다.

 

앞서 단순 비교의 한계를 고려하고 비록 일면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시간의 예술인 정책을 통해 예술인의 삶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수입이 없다는 응답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예술인의 삶에서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인으로서의 핵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인의 경제적 환경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를 고려하면 과연 상당수의 예술인이 예술인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2000년과 2012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있는 예술정책 만족도 관련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혹 힌트를 주지 않을까? 예술정책 만족도에 대해 2000년에 불만 67.9% 만족 6.2%이고, 2012년에는 불만 63.0% 만족 6.9%이다. 예술인의 의사반영에 대해서는 2000년에 반영 7.7% 미반영 53.2%, 2012년에는 반영 6.7% 미반영 52.5% 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차가 있는데 응답률은 거의 차이가 없다. 희망하는 정책을 보면, 1순위 경제적 지원, 2순위 법률 및 제도 정비, 3순위 문화행정 전문성으로 응답을 하는데, 이 순위가 2000년과 2012년에 변동이 없고, 1순위 경제적 지원을 200028.2%에서 201234.7%로 다소 증가했다.

 

이처럼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지난 1~20년 동안 예술인의 삶에 큰 변화가 없고, 예술인의 목소리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데이터가 문제인가? 변화를 위해 시간을 더 필요로 하는가? 정책 설계와 과정이 문제인가? 예술인이 문제인가? 아님 문제가 없는가? 데이터는 답을 찾는데 그 쓰임을 찾을 수도 있지만 문제를 설정하는데 그 가치가 있기도 하다.

 

정기적으로 작성되는 현황 데이터는 당시의 현황을 보여주는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황 위치를 파악하기를 어렵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서 현황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정책 대상의 현황은 정책의 과정적 결과이다. 그렇기에 정책 대상의 현황 위치는 곧 정책의 위치이기도 하다. 이는 정책 현황에 대한 성찰적 진단은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축적된 데이터가 정책 진단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축적되는 긴 시간동안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작성되는 데이터 항목은 축적된 데이터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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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