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 리뷰] 우리 삶에서 문화예술향유 비중은 얼마나 될까?

CP_NET 2019. 12. 30. 22:54

문화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일까? 개인의 선택적 행위일까?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당연한 것을 뜬금없이 질문하는 것일까?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는가와 관련한 데이터를 찾기가 어렵다. 문화향수 실태조사도 문화예술 행위에 대한 현황과 기대에 대한 데이터이지 당연한 것과 같은 내용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물론 필자가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당연한 것 같은데 당연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헌법에서는 주요하고 핵심적인 영역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교육(31)과 근로(32)는 국민의 권리로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예술인의 권리 등은 명시하고 있는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한편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34)다고 명기되어 있는데, ‘인간다운 생활에 문화예술 향유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다운 생활은 해석 여지에 따라 매우 폭넓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인식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서 구체적인 영역이 포함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우리 국민들은 인간다운 생활이 포용하는 범위와 내용은 무엇이라고 인식 또는 기대하고 있을까?

 

문화기본법에서 국민의 문화권을 명시하고 있다. “4(국민의 권리)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이하 "문화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이러한 문화권이 권리로서 충분히 행사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할까? 교육과 근로(노동)의 권리가 기본권인 것과 같이 문화권도 기본권으로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을까? 기본권의 권리 행사는 교육에서 의무교육, 근로에서 최저임근제와 같이 최소한의 기준이 설정되어야 하는 내용, 범위, 환경을 요하는 것이라면 문화권의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일까?

 

수 십 년 동안 조사된 문화생활 실태조사에서 문화생활을 향유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비용과 시간이라고 답변하는 것은 여전히 기본권 행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개별적 삶 속에서 선택의 문제인가. 물론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많은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을 던지다보면 문화생활은 생활인프라일까? 문화생활은 생활을 구성하는 다른 영역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비중일까? 라는 또 다른 뜬금없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별로 쓰일 데가 없을 것 같지만 앞서 기본권에 대한 인식과 달리 비중의 문제는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라는 것이 있다. 12개 영역 460개 품목으로 구성되고 개별 품목별 가중치를 부여하여 소비활동의 변동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품목별 가중치는 해당 품목이 가계 소비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 가중치를 1,000으로 하여 품목별 가중치가 부여된다. 그리고 가중치는 매월 조사되는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산출된다. 또한 가중치는 몇 년을 주기로 하여 조정이 된다. 그래서 소비자물가지수의 영역별, 품목별 가중치를 보면 생활에서의 영역별 비중을 엿볼 수가 있다.

 

문화예술 향유행위를 문화예술 영역의 소비행위라고 한다면 영역으로 보면 오락 및 문화에 해당하고 여기에는 55개 품목이 설정되어 있다. 전체 12개 영역 460개 품목에서 55개 품목이면 약 11.96%로 영역별 평균보다 고려하는 품목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55개 품목 모두를 적시하기는 어렵지만 그 품목을 보면 문화예술 향유행위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포츠와 애완동물 관련 품목, 초중고 자습서 등인데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품목도 오락 또는 문화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러한 품목을 제외하면 27개 품목이다. (12개 영역 중에 교육 영역이 별도로 있다. 자습서는 내용적으로 교육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자습서가 출판 영역에 포함되고, 출판은 문화의 한 영역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될 수도 있다.) 27개 품목으로 보면 영역별 평균 수치(38)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개별 품목의 양으로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비중이 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중치는 2010년부터 보면 2012, 2015, 20173회 조정이 되었다. 오락 및 문화 영역은 2010년 이후 3회의 가중치 조정에서 매번 가중치가 상승했다. 201053.0에서 201761.2로 상향 조정이 되었는데, 다른 영역에 비해 계속 상승했고, 상승률도 높다. 이러한 가중치 조정의 흐름을 고려하면 문화예술에 대한 비중이 다른 영역과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점차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앞서 문화예술 향유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품목을 제외하고 27개 품목의 가중치를 보면 45.1로 낮아진다. 27개 품목 중에서 국내 및 해외 단체여행비 품목을 제외한 25개 품목의 가중치는 28.6이 된다. 휴대전화료 단일품목의 가중치가 36.1이고, 초중고 학원비의 가중치가 37.6이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문화예술 향유 관련 품목의 가중치가 높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외식비는 31개 품목인데 가중치가 93.1 이다. 이러한 숫치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문화예술 향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하겠는데, 이러한 가중치가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설정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문화예술 향유가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27개 품목에서 해외단체여행비(가중치 13.8)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콘텐츠이용료가 4.5, 방송수신료가 3.2로 가장 가중치가 높다는 것은 문화예술 소비 행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문화예술 향유가 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몇 개의 단순한 데이터는 비록 소비행위에 국한되지만 문화예술 향유가 생활에서의 비중이나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편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문화예술 관련 품목이 문화예술 관련 소비행위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문화생활지수 또는 문화소비지수를 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데이터사회로 가고 있는데 정작 정책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는 만들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기업이 해석하고 제시하는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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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