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 리뷰] 정책 데이터 해석의 개방성

CP_NET 2019. 10. 1. 18:40

 

 

 

과거에는 정책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적이었다. 양적으로도 미흡했지만 그조차 개인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았다. 특히 데이터 대상의 범위와 규모가 클 경우에는 개인이 그러한 데이터를 구성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데이터가 양적으로 미흡한 것은 매년 데이터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족되어 갈 것이다. 다만 그 데이터의 필요성, 적실성 등을 고려하면 양적으로 많다는 것만으로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데이터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양과 함께 해야 함을 지시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무엇이 정책 데이터의 질을 결정하고, 또한 누가 결정하는가 이다.

 

정책 행위가 목적의식적 행위라는 점에서 정책 데이터는 데이터로 구성되는 것 자체가 목적성을 갖는다. 즉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정책 목적성에 부합하는 데이터는 정책 데이터로서의 질적 의미를 획득한다. 정책 목적성에 부합함은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통해 그 타당성을 얻게 된다. 정책 데이터의 목적성 설정과 해석은 높은 상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정책 데이터의 배열과 구성에 반영된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정책 데이터는 이미 해석 방향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유사한 인식틀을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접근 이전에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해석되어 구성된 정책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의 확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유사한 인식틀 내에서 논의가 반복될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에 대한 고려 역시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와 달리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국민들이 정책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지금은 공공데이터의 개방이 정보 공개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지원' 같은 비즈니스 측면이 강조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공공데이터 포털(www.data.go.kr)’에서는 사회 내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대한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가중점데이터 항목에는 총 66개의 정보가 중앙부처, 공공기관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이 중에서 문화예술과 관련한 항목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제공하는 소비자행태조사’ 1개만 있다.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ACKIS)>’(문화관광연구원 운영)라는 별도의 시스템에서는 예술인실태, 국민여가생활 등에 대한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구성한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물론 한 곳에서 원하는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문화예술 정책 데이터에 대한 접근도는 훨씬 높아졌다. (덧붙여 e-나라지표www.index.go.kr 여가 항목에서 문화예술 관련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2개 대분류 460개 품목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오락 및 문화항목에 55개 품목이 조사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공공데이터 서비스는 데이터를 구성하는 원소스를 공개한다. 정책적 해석에 의해 구성된 최종 데이터만을 제공했던 것(대부분 지금까지도 백서, 실태조사라는 문건에 의해 제공되는 데이터)과 달리 최종 데이터의 개별 요소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는 해석의 독점과 폐쇄성에 의해 구성된 최종 데이터와는 다른 접근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정책 데이터의 원소스 서비스는 정책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즉 정책 데이터에 대한 해석의 개방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책이 완결형이 아니라 과정형이라면 해석의 개방성은 정책 과정의 다양한 논의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문화예술 정책 참여 범위를 더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정책 데이터의 해석 개방성은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협치가 한걸음 더 진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문화예술 정책 데이터가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은 원소스 서비스 분야가 다양하지는 않다. 정책 데이터의 원소스에 대한 서비스 환경이 조성되는 것과 그에 대한 활용은 또 다른 측면이다. 활용은 새로운 필요를 낳는다.

 

 

 

-----

김민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