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리뷰] 문화정책 데이터란 무엇일까

CP_NET 2019. 8. 1. 22:33

                                         

데이터사회라고 불릴 만큼 데이터에 대한 활용과 신뢰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은 정책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통계라는 이름으로 정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고 데이터에 대한 요구는 늘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사회에서도 데이터 부재가 동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개별적 행위를 데이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정책 데이터는 왜 부족한가? 데이터가 많아진 것이 아닌가? 아니면 데이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문화정책을 위한, 그리고 필요한 정책 데이터의 보고가 어딘가에 있는 것인가?

 

데이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수치가 결정되고 나열을 위해 배치하는 것은 일종의 구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즉 데이터는 자연물이 아니라 가공품이다. 이는 데이터는 특정한 대상, 내용 그리고 방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이라는 과정이 매우 특정한 목적의식적 행위라고 하면 정책 데이터는 이러한 특성이 매우 강하다. 정책 데이터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이 데이터 자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이루는 숫자를 자의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해석의 문제이다. 정책 데이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해석이 관여하고, 그렇기에 정책 데이터의 해석은 정책이 지향하는 관점의 문제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가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정책 데이터는 그에 대한 해석이라고 하겠다.

 

문화정책 과정, 즉 문제를 설정하고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을까? 문화정책 과정을 크게 문제 진단, 정책 집행, 효과 평가 세 영역으로 구분해 본다. 문제 진단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설정하는 과정으로 문제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정책 집행은 헛손질이 된다.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황들에서 문제적 상황을 인지하고 진단하는 과정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데, 문제로 확정하는데 정책 데이터는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다. 현행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문제적 상황으로 인지되기 위해서는 다른 데이터와의 연동 관계에서 해석될 수 있다. 다양한 상황들을 모두 매번 확인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수의 특정한 데이터를 대표하여 문제적 상황임을 환기한다. 보건정책, 경제정책 등에서 쉽게 보이는 것들이다. 문화정책에서는 이러한 정책 데이터가 있을까? 아님 가능할 수 있을까? 정기적으로 문화향수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를 통해 국민의 문화향수를 증대하고자 하는 정책의 문제적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현재 국민의 문화향수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문화정책의 데이터를 통해 문제적 상황을 해석하지 못한다면 이는 문화의 문제인가? 데이터의 문제인가? 문화정책에서 문제적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성하는 것이 사회 제 영역과 비교하여 다소 어려울 수는 있지만 정책적으로 현재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정책 데이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는 정책이 개입되어야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정책 집행은 정책 수단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관여 행위로 대체로 정책 집행은 실적으로 드러난다. 주로 예산과 사업의 집행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비교적 풍부하다고 하겠다. A라는 정책 과제에 몇 개의 정책 사업을 추진했고, 어느 만큼의 예산이 소요되었다는 정책 집행 실적 데이터이다. 이를 통해 정책 집행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효과 평가는 정책 집행의 목적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목적은 집행 행위가 아니라 집행에 따른 효과이다.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하는 이유는 문제 진단으로 설정되는 정책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이다. 이는 정책 효과이지, 집행 실적은 아니다. 즉 집행 실적 데이터가 정책 과정의 끝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효과 평가는 문제 설정과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효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적 상황이 정책적으로 해결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문제적 상황이 해결되었음에도 혹은 다른 문제적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알 수 없으면 정책은 관성 행위가 된다. 그냥 하던 것이니까 하는 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문제 설정과 관련한 데이터가 구성되지 않으면 효과 평가에 대한 데이터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무엇이 정책 효과인지에 대한 관점이 불명확하면 효과 평가 데이터를 구성하기 어렵다. 문화정책의 효과란 무엇인가? 또는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그동안 상당히 추상적인 이야기는 많았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그러한 추상성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정책 데이터는 이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정책에 필요한 데이터의 시작은 기존 데이터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는 정책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즉 문화정책 과정에서 무슨 데이터가 요구되는가는 문화정책의 목적의식성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무엇(what)은 왜(why)를 통해 그 대상, 내용, 방향이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늦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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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