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리뷰] 삶의 양극화인가, 희망의 양극화인가

CP_NET 2021. 5. 20. 14:12

 

 

통계청이 5년마다 진행하는 생활시간조사에서 하루 24시간은 필수시간, 의무시간, 여가시간으로 구성된다. 필수시간은 수면이나 식사 등 삶의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시간, 의무시간은 일, 학습, 가사노동, 이동 등 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 시간, 여가시간은 휴식이나 문화활동 등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간이다. 3개 시간의 합이 24시간이여야 하기 때문에 3개 시간 모두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는 없고, 어느 시간이 증가하면 다른 시간은 감소한다. 수면시간을 줄여서 여가시간을 늘릴 수도 있고, 노동시간이나 이동시간의 단축이 여가시간의 증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필수시간과 의무시간의 변동이 여가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주 20시간만 경제활동에 쓰임으로서 여가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의도적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여가시간은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여가활동도 확보된 여가시간 내에서 선택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여가시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독립적이지 않다. 한편 여가시간이 확보된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TV시청, 산책하기, 휴식 취하기 등과 같이 무료 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여가활동도 있으나, 문화예술관람, 스포츠활동, 여행 등과 같이 일정한 비용이 소요되는 여가활동도 많다. 비록 절대적이지 않더라도 여가활동은 여가비용에 영향을 받는다. 결국 여가생활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은 여가생활의 변동은 삶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창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국민여가생활조사에서 여가생활에 불만족인 이유로 시간 부족이 48.4%, 경제적 부담이 31.4%로 응답해 시간과 비용 문제가 79.8%로 압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가활동에서 시간과 비용 문제는 시기와 상관없이 항상 그랬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 압도적인 여가활동 장애요인이다. 2006년 국민여가생활조사 이후로 지난 15년 동안 여가시간은 큰 변화가 없다. 평일 기준으로 희망하는 여가시간도 실제 여가시간과 약 50분 정도 차이를 보이는데, 이 역시 거의 변화가 없다. 2006년 평일 기준 희망하는 여가시간이 4시간인데 2020년에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가시간에 대한 조사는 2년에서 1년 단위로 조사 주기가 변경된 국민여가생활조사(문화부)5년 단위로 조사하는 생활시간조사(통계청)가 있다. 그런데 두 조사에서 조사된 여가시간에 차이가 있다. 국민여가생활조사 여가시간에 비해 생활시간조사의 여가시간이 더 많다. 2019년 기준으로 생활시간조사가 국민여가생활조사에 비해 여가시간에서 49분 더 많다. 그런데 이 49분 차이는 국민여가생활조사에서 희망여가시간과 실제여가시간의 차이와 동일한 시간이다.)

 

<1> 여가시간 추이 (전체 평균, 단위 시간,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0
평일 실제 3.1 3.0 4.0 3.3 3.6 3.1 3.3 3.7
희망 4.0 4.0 5.1 4.4 4.4 4.0 4.0 4.5
차이 0.9 1.0 1.1 1.1 0.8 0.9 0.7 0.8
휴일 실제 5.5 6.4 7.0 5.1 5.8 5.0 5.3 5.6
희망 6.4 8.2 8.5 6.3 6.9 6.0 6.2 6.4
차이 0.9 1.8 1.5 1.2 1.1 1.0 0.9 0.8

 

 

여기비용에서도 15년 동안 큰 변동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6142천원, 202015만 6천원으로 14천원 차이다. 2006년 실제 여가비용의 10% 수준이다. 2006년 영화 관람료가 평균 6천 원 정도이고, 2020년 1만 원 정도로 60% 이상 상승했다. 2006년 이후로 오히려 여가비용은 감소되었다가 2014년부터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06년 희망하는 여가비용이 24만 3천 원인데, 15년 후인 2020년 실제 여가비용과 8만 7천 원 차이가 있다. (2010년 수치가 특이하게 많아서 예외적으로 보인다)

 

<2> 여가비용 추이 (전체 평균, 단위 천 원,,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0
지출 142 139 168 125 130 136 151 156
희망 243 238 266 198 189 188 192 203
차이 101 99 98 73 59 52 41 47

 

 

여가비용의 추이에서 흥미로운 것은 실제 여가비용과 희망하는 여가비용의 차이가 지난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2020년의 차이는 15년 전인 2006년에 비해 약 50%가 감소했다. 희망하는 여가비용은 어쩌면 향후 여가비용에 대한 기대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난 15년 동안 실제 여가비용과 희망 여가비용의 차이가 점차로 감소되고 있다는 것은 여가생활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여가비용을 더 지출하지 않아도 될 만큼 대체재가 있다는 것일까?

 

2019년까지 평균 여가비용에 가장 근접한 실제 여가비용을 지출한 소득구간은 월 300~400만 원 미만(가구 소득, 세전) 이다. 그런데 2020년에는 월 400~500만 원 미만 소득구간이 평균 여가비용에 가장 근접한 소득구간이다. 즉 월 400만 원 이하의 여가비용은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월 400만 원이면 연 55천만 원 내외 수준이다.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통계표에서 여가비용의 최소값, 중앙값, 최대값을 알 수 없기에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평균 여가비용과 근접한 소득구간이 높아졌다는 것은 여가생활의 양극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400만원 이상의 소득구간 조사비율은 49.1% 이다. 2019년 가구소득 연 5천만 원 이상은 46.6%인데, 2012년 연 가구소득 5천만 원 이상 30.8%에서 7년 동안 약 15% 이상 증가하였다. 반면 연 가구소득 3천만 원 미만은 201244.1%에서 201935.8%7년 동안 약 9% 감소하였다. 한편 연 가구소득 3천만~5천만 미만은 201225.1%에서 201924.1%7년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2020년 국민여가생활조사에서 만족스런 여가활동(1순위)에 대해 전체 응답은 TV시청(9.9%)-산책 및 걷기(7.7%)-친구만남(5.0%)-헬스(4.4%)-쇼핑/외식(4.3%) 순이다. 모든 소득구간에서 TV시청이 1위인 점을 동일한데, 비율을 보면 전체 응답 비율보다 높은 소득구간은 월 300만 원 미만이고, 낮은 소득구간은 월 300만 원 이상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TV시청 응답률이 점차로 낮아지는데, 100만원 미만은 26.2%, 월 600만 원 이상은 6.3% 이다. 월 300만원 미만에서 헬스는 상위 5위에 포함되지 않고, 월 600만원 이상에서는 골프가 4위 이다.

 

 

소득구간별 비용과 시간의 함의

 

위와 같은 내용을 고려하면 여가생활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평균값이 국민여가생활의 평균값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여가활동의 유형은 유사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성별, 연령별, 소득구간별 등 집단별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소득구간별로 여가시간과 여가비용에 대해 좀 더 살펴본다.

 

소득구간별로 실제 여가시간과 희망하는 여가시간의 차이를 보면, 월 100만원 미만은 0.1시간으로 6(휴일은 0.2시간으로 12), 월 100~200만원 미만 구간은 0.4시간으로 24(휴일도 동일) 이다. 반면에 월 200~300만원 미만부터는 0.8~0.9시간으로 48~54(휴일은 0.9~1.0시간으로 54~60). 즉 월 200만원 미만인 소득구간에서는 여가시간의 증대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쩌면 여가시간의 증대는 소득 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소득구간별 평일 여가시간 추이 (단위 시간,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14 2016 2018 2020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전체 3.56 4.42 0.86 3.1 4.0 0.9 3.3 4.0 0.7 3.7 4.5 0.8
100만원 미만 5.29 5.72 0.43 5.0 5.3 0.3 5.3 5.4 0.1 5.8 5.9 0.1
100~200만원 미만 4.30 4.93 0.63 4.3 4.8 0.5 4.1 4.5 0.4 4.5 4.9 0.4
200~300만원 미만 3.35 4.20 0.85 3.4 4.1 0.7 3.4 4.1 0.7 3.8 4.6 0.8
300~400만원 미만 3.32 4.25 0.93 3.0 3.9 0.9 3.2 4.0 0.8 3.5 4.3 0.8
400~500만원 미만 3.38 4.33 0.95 2.9 3.8 0.9 3.1 3.9 0.8 3.4 4.3 0.9
500~600만원 미만 3.25 4.21 0.96 2.7 3.7 1.0 2.8 3.7 0.9 3.3 4.2 0.9
600만원 이상 3.27 4.21 0.94 2.6 3.7 1.1 2.8 3.7 0.9 3.3 4.2 0.9

 

<4> 소득구간별 휴일 여가시간 추이 (단위 시간,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14 2016 2018 2020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실제 희망 차이
전체 5.77 6.87 1.1 5.0 6.0 1.0 5.3 6.2 0.9 5.6 6.4 0.8
100만원 미만 6.38 6.89 0.51 5.9 6.3 0.4 6.4 6.6 0.2 6.6 6.8 0.2
100~200만원 미만 5.91 6.75 0.84 5.5 6.1 0.6 5.4 6.0 0.6 5.8 6.2 0.4
200~300만원 미만 5.55 6.68 1.13 5.0 5.8 0.9 5.3 6.2 0.9 5.6 6.5 0.9
300~400만원 미만 5.53 6.76 1.23 5.0 6.1 1.1 5.3 6.2 0.9 5.4 6.4 1.0
400~500만원 미만 5.79 6.97 1.18 4.9 6.0 1.1 5.2 6.2 1.0 5.5 6.5 1.0
500~600만원 미만 5.87 7.05 1.18 4.8 6.0 1.2 4.9 6.1 1.2 5.6 6.5 0.9
600만원 이상 5.91 7.07 1.16 4.8 6.0 1.2 5.3 6.4 1.1 5.4 6.4 1.0

 

 

소득구간별로 희망 여가비용의 수준을 실제 여가비용의 소득구간에 맞추어보면, 월 100만원 미만은 월 100~200만원 미만 소득구간 수준을 희망하고, 월 100~200만원 미만 구간은 월 200~300만원 미만 소득구간 수준을 희망한다. 즉 월 200만원 미만(약 연 2500만원 미만)은 바로 위의 소득구간 수준을 희망하고 있어 현재와 기대하는 여가생활의 폭이 크지 않다. 한편 월 200만원 이상부터는 월 500~600만원 미만 소득구간의 지출 여가비용보다 높고, 월 600만원 이상 소득구간의 지출 여가비용에 근접한 수준을 희망하고 있다. 즉 월 200만원 이상은 현재와 기대하는 여가생활의 폭이 크다.

 

<5> 소득구간별 여가비용 추이 (평균, 단위 천원,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14 2016 2018 2020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전체 130 189 59 136 188 52 150.6 192.2 41.6 156 203 47
100만원 미만 65 110 45 70 106 36 76.4 104.4 28 72 102 30
100~200만원 미만 91 137 46 100 138 38 99.5 132.7 33.2 92 131 39
200~300만원 미만 122 181 59 123 173 50 139.3 176.8 37.5 131 179 48
300~400만원 미만 129 187 58 136 191 55 152.4 189.9 37.5 149 198 49
400~500만원 미만 136 194 58 134 184 50 158.3 202.6 44.3 155 207 52
500~600만원 미만 151 214 63 147 204 57 154.3 202.3 48 166 214 48
600만원 이상 189 271 82 178 239 61 196.3 245.6 49.3 218 261 43

 

 

소득 대비 여가비용의 비중은 상당히 낮은데, 월 1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모든 소득구간에서 약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득구간별로 차이는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여가비용은 낮으나 소득 대비 여가비용 비중은 높다. 월 100만원 미만은 여가비용 7.2만원, 월 600만원 이상은 여가비용 21.8만원으로 약 3배 차이이다. 월 100만원 미만의 여가비용 비중은 7.2%, 월 500~600만원 미만의 여가비용 비중은 2.8%로 약 2.5배 차이이다. 희망하는 여가비용을 보면, 월 100만원 미만은 소득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여가비용을 희망하는데, 월 500~600만원 미만과 비교하면 약 2.8배 차이 이다. 월 소득이 적을수록 소득 대비 여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여가생활에서 여가비용 지출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하겠다.

 

<6> 소득구간별 여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단위 %, 소수점 넷째자리에서 반올림, 소득구간별 최고액 기준, 국민여가생활조사보고서 재구성)

  2014 2016 2018 2020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지출 희망 차액
100만원 미만 6.5 11 4.5 7 10.6 3.6 7.6 10.4 2.8 7.2 10.2 3
100~200만원 미만 4.7 6.9 2.3 5 6.9 1.9 5.0 6.6 1.7 4.6 6.6 2.0
200~300만원 미만 4.1 6.0 2.0 4.1 5.8 1.7 4.6 5.9 1.3 4.4 5.9 1.6
300~400만원 미만 3.2 4.7 1.5 3.4 4.8 1.4 3.8 4.7 0.9 3.7 4.9 1.2
400~500만원 미만 2.7 3.9 1.2 2.7 3.7 1 3.2 4.1 0.9 3.1 4.1 1.0
500~600만원 미만 2.5 3.6 1.1 2.5 3.4 0.9 2.6 3.3 0.8 2.8 3.6 0.8
600만원 이상 - - - - - - - - - - - -

 

 

여가시간과 여가비용을 소득구간별로 고려하면, 월 200만원 미만(연 2500만원 미만)에서 다른 소득구간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월 200만원 소득을 기준으로 현재 여가생활과 기대하는 여가생활에서 구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어쩌면 평균적인 삶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도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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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