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1
국민(소비자)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데이터는 주기적으로 조사되어 발표된다. 그러한 데이터는 현상을 검토하고, 정책 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토대로 활용된다. 데이터가 단지 기록으로만 남을 수도 있고, 얼마나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활동 데이터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활동의 범위와 과정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문화예술활동(문화예술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듯)의 과정에서 문화예술경험을 하게 된다고 하겠다. 즉 문화예술활동과 문화예술경험은 유관성과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가 연극 공연을 보러 공연장을 찾아가는 행위는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행위인가? 문화예술경험을 위한 행위인가? 한편 문화예술활동을 전제하지 않고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목표는 문화예술활동의 증대인가? 문화예술경험의 확산인가? 문화예술활동의 증대는 문화예술경험의 확산으로 이어지는가? 혹 문화예술활동의 집단성은 문화예술경험의 개별성과 사회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데이터는 문화예술활동을 보여주는데, 문화예술경험에 대한 데이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메모 2
정부가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문화예술활동과 관련 데이터는 대표적으로 <문화향수실태조사>, <국민여가활동조사>, <예술인 실태조사>가 있다. 앞의 2개는 소비자, 뒤의 1개는 생산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화향수실태조사>는 2년 주기, <국민여가활동조사>는 1년 주기로 해당 년도 하반기에 조사(데이터 수집)를 한다. 이전 조사가 각각 2018년, 2019년이라서 다음번 조사는 올해인 2020년이다. 한편 <예술인 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발간 년도의 이전 년도 실태이다. 이전 발간이 2018년도라서 다음번은 2021년도에 발간되고 실태는 2020년 실태이다. 대표적인 3개의 데이터가 모두 2020년도 이다. 그런데 2020년은 상상 속에서 있던 것이 갑작스레 현실화 되고 준비 없이 일상으로 내몰린 지금이다. 예년 같으면 이미 조사(데이터 수집) 준비를 하고 조만간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예년과 같은 조사 진행이 가능할까? 조사가 진행되어 발표된 내용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문화예술활동이 특정한 장소에서의 대면 활동을 지표화한 것인데, 제한적 또는 배제되는 대면활동이 보편적인 시기인 2020년의 문화예술활동은 극단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재확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화예술활동이 문화예술경험의 전제라고 한다면 문화예술활동의 감소는 문화예술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메모 3
2020년 코로나19는 생산(제작)과 소비에서 대면 활동을 토대로 하는 문화예술활동 및 유관 활동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했다. 그만큼 예년과 달리 2020년 문화예술활동 데이터 수치는 매우 낮을 것이다. 대면 활동 토대의 문화예술활동이 위축되고 어렵다고 해서 문화예술욕구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못하니까 더 하고 싶다는 것처럼 오히려 욕구는 더 높아졌을 지도 모른다. 대체하거나 대안적인 활동을 찾고 시도하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대면 활동이 제한되었기에 대면 활동의 보완재였던 비대면 활동이 오히려 전면으로 부상했다. 그럼 앞으로는 문화예술활동에서도 대면과 비대면으로 구분해서 조사해야 할까? 앞으로는 비대면 문화예술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예년과 같은 데이터는 문화예술활동의 실체적 접근에 오류가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특정한 장소에서의 대면 활동인 문화예술활동과 비대면 문화예술활동은 다른 문화예술경험을 하는 것일까? 극장에서 직접 보는 연극, 뮤지컬과 영상매체를 통해 보는 연극, 뮤지컬은 동일 또는 유사한 문화예술경험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 다음과 같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귀하는 지난 1년 동안 연극공연을 몇회 관람하였습니까? 직접 극장에서 관람 ( )회, 영상으로 관람 ( )회”
메모 4
판데믹 시기에는 데이터 내의 특정함을 보는 것이 더 유효할지 아니면 보편적 상황이 더 유효할지를 지금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특정함이 보편성과 연계되어 있지 않으면 그 특정함은 보편성의 나열일 것이다. 물론 보편성의 나열이라고 무의미하다고 할 수 없지만 데이터 수집의 목적은 특정함을 특정화하려는 것이다. 코로나 19 상황에 직면한 문화예술활동의 위축은 누구나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질문에 근거한) 2020년 문화예술활동 데이터는 모두의 경험을 수치로 재확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특정함이 위기에 직면한 보편적 상황으로 특정화되기 어렵게 된 것이 현행 데이터의 상황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 시기를 접근하고 해석하기 위해 어떤 근거에 토대를 두어야 할까? 양적으로 정리된 데이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보편적인 위기 상황을 잘 기록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보편적인 위기 상황을 직면했다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들이 있다면, 이는 지금 기록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데이터 수치에 가려질 수 있는 행위를 기록하는 것이 어쩌면 앞으로의 문화예술활동 데이터를 좀더 유효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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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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