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뷰

[데이터리뷰]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데이터로 읽는다면

CP_NET 2021. 11. 4. 18:07

 

균형발전이란 단어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 실재할 수 있을까?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균형발전이 정책 핵심(?) 의제로 설정되어 지속적으로 예산이 집행된 지도 수십 년이 되었고 (족히 30년은 된 듯), 그동안 수십 조 원 이상이 집행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집중화가 완화되고 지역 간 격차가 얼마나 좁혀졌을까?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관련 시설물의 확충, 지역별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단체 설립 등은 (균형발전이란 명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것일까? 문화예술에서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수치로 설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지표로 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국민의 문화향유, 즉 문화예술활동의 격차에 대해 주로 연령, , 학력, 경제적 수준에서 비교하고 고찰하는 내용은 많은데, 그에 비해 지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주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진행하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에서는 지역을 변수로 설정하고 있으나 조사 결과에 대해 지역별을 특정하여 언급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이에 지역을 특정하여 살펴보면, 문화예술활동에서의 문화격차, 균형발전에 대한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이 질문을 살펴보기 위해 2014, 2016, 2018, 2019, 2020 문화예술활동 조사 보고서를 사용한다. (2014년 조사부터 17개 광역시도가 변수로 설정. 2018년까지는 문화향수실태조사로, 2019년부터는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로 조사명이 변경됨)

 

 

관람률 상승세, 광역도 대부분 지역은 전국 평균 이하

 

전반적인 모습을 간략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지 않을까. 서울이 관람률 1순위이지 않을까 했지만 순위상으로는 서울은 1위를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2016년부터 최상의 관람률을 보이고 있는 세종시와 함께 상위 3위권 내에 거의 있다. 부산시는 제2도시라는 이미지가 무색하게 2018년부터는 전국 평균 관람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와 세종시를 제외하면 최상위권은 유지하는 지역은 없다. 오히려 조사 연도에 따라서 편차가 상당히 크다. 대구시는 2016년도 최하위권에서 2020년에는 1위이고, 강원도는 2018년 최상위권에서 2020에는 최하위권이다. 특히 강원도는 2018년도만 최상위권이고 다른 연도는 거의 최하위권이다. 문화예술활동이 갑자기 많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시기에만 활동이 많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8년도에 강원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시와 세종시가 최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전북도와 전남도는 최하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2014년도부터 최하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최상위와 최하위를 비교하면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약 20~40% 정도의 차이가 있다. 2020년도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전반적인 관람률 하락에서도 거의 20% 차이가 있다.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에서 20% 이상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

 

17개 광역시도는 크게 대도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 규모에서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으로 구분할 때,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큰 차이가 없고, 읍면지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17개 광역시도에서도 그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광역시는 최하위권인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광역도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전국 평균 관람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람률은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 관람 횟수가 1회 이상은 비율을 보여주는 것인데, 관람률 추이만을 보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362.4%, 200665.8%, 200867.3%, 201067.2%, 201269.6%, 201471.3%, 201679.3%. 201881.5%, 201981.8%. 지난 15년 동안 약 20% 정도 증가를 했다. 이러한 연도별 전체 관람률과 지역의 최하위 관람률을 나열해 보면, 지역의 최하위 관람률이 2014, 2016년에는 2003년도 전체 관람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8년도 지역의 최하위 관람률은 2006년 전체 관람률과 2019년 지역의 최하위 관람률은 2012년 전체 관람률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지역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활동에서 지역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한 것일까?

 

관람률과 관람횟수 차이가 보여주는 것

 

관람률과 함께 관람횟수를 함께 고려하면 좀 더 문화예술활동의 입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듯싶다. 관람률이 문화예술활동의 참여범위를 보여준다면, 관람횟수는 문화예술활동의 참여강도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관람률과 관람횟수는 정비례, 즉 관람률이 높이면 관람횟수도 높을까? 그런데 관람률이 아니라 관람횟수로 보면 관람률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관람횟수의 년도별 비교는 2018, 2019, 2020년도로, 그 이전 연도 조사결과는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려워서 최근 3년간을 사용한다.

 

관람횟수는 전체 평균뿐만 아니라 관람자 평균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다. 관람률에서 상위권인 지역이 관람횟수에서는 상위권이 아닌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의 경우 관람률에서 계속 최상위권 유지인데, 전체 관람횟수에서는 관람률과 마찬가지로 최상위권이지만, 관람자 평균에서는 관람자 관람횟수 평균보다는 높기는 하지만 20187, 20197, 20208위로 중위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제주도의 경우, 2018년 관람률이 13위로 하위권인데, 전체 관람횟수는 2, 관람자 평균은 4위로 상위권을 보여준다. 2020년도 관람률 1위 대구시는 전체 관람횟수는 3위로 최상위권이지만 관람자 평균은 11위로 하위권이다. 전남도의 경우는 관람률에서 계속 최하위권을 보이고 있는데, 전체 관람횟수는 최하위권인 반면에 관람자 평균은 중상위권을 보이고 있다. 2018년도에 전북도, 전남도, 경북도는 관람률에서 최하위권이고, 전체 관람횟수에서도 최하위권이지만, 관람자 평균에서는 최상위권이다. 물론 충북도처럼 2020년도 관람률 최하위권이고, 전체 관람횟수와 관람자 평균도 최하위권인 지역도 있다. 관람횟수에서도 지역 규모의 차이는 관람률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보인다. 하지만 2019년도 관람자 평균을 보면 그렇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관람횟수도 관람률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관람횟수 평균과 최하위 지역의 관람횟수를 비교하면, 관람률 비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2019년 전체 관람횟수 평균이 가장 하위인 지역의 관람자 관람횟수 평균이 전체 관람횟수 평균보다 많다.

또한 관람률 최하위 지역의 관람횟수를 다시 정리해 보면, 2019년 관람률 최하위 지역의 관람률이 2012년 전체 관람률 평균과 유사한 것과 달리 2016년 전체 관람횟수 평균보다 많다. 관람자 관람횟수로 보면 2019년 전체 관람횟수 평균보다 훨씬 많다.

 

 

관람률, 관람횟수 등과 같이 전체 대상 인구를 모수로 하는 수치에 익숙하고, 그러한 수치로 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이 편리하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이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관람률과 관람횟수, 특히 관람자 평균을 고려하면 전체 관람률과 전체 관람횟수로 지역 문화예술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평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활동의 참여범위와 참여강도는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관람횟수와 관람자 평균횟수를 보면 거의 2배 정도의 차이가 있다. 물론 앞서 데이터만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또한 소비자 개인적 요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활동의 장르, 규모, 시설 등의 요인들도 문화예술활동의 참여범위와 참여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활동에서 지역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문화예술 향유, “누구나누구나가 아니다

 

문화예술의 격차는 생산적 측면보다는 소비적 측면, 즉 이전에는 문화향유로 지금은 문화예술활동으로 지칭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문화예술활동은 개인의 선호와 선택이란 요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 또는 향유에서 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규제하거나 제한하는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선호와 선택에 따른 행위는 규제의 개방성과 함께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개방성, 즉 문화예술활동의 제한 없는 환경은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문화예술의 개인 선택은 한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를 보면 누구나누구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혹시 지역 문화예술활동에 대해서도 그런 누구나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면, 2018년도 관람횟수, 특히 관람자 관람횟수가 다른 연도 조사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매우 많은 횟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 차이가 너무 커서 해석이 어렵다. 2018년과 2019년 조사에서 설문지에 차이가 없어서 추론하기도 어렵다. 이후에도 2018년 관람자 관람횟수는 분석에 활용하기 어려울 듯싶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국민 문화예술활동조사는 국내 문화예술활동, 즉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데이터를 구축한다. 매년 정부, 기관, 단체 등을 통해 매우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축적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가 해석되지 않으면 그것은 사업 실적일 뿐이다.

 

(이하 <6><7>은 위의 표들을 참고용으로 종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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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