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⑧] 코로나19 문화정책 담론장은 어떻게 전개되었나

CP_NET 2021. 4. 7. 12:27

 

 

판데믹 2년 차를 지나고 있다. 올해도 예술인재난지원금 등 기존 예술지원 사업 외에 코로나19 관련 긴급지원사업들이 발표되고 있다. 여전히 예술활동은 제한적인 데다가 방역단계를 따라야 하니 상황은 불안정하다. 여러 차례의 감염 파고를 겪으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은 물론이고 민간극장에서도 객석거리두기가 더 강화되고 있다. 그래도 판데믹 1년 차에는 폐쇄로 일관하던 공공문화예술시설이 방역매뉴얼을 정비하고 그에 따라 제한적으로라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역당국의 매뉴얼과 현장의 간극은 크고 혼란과 불안정은 상존하고 있다.

 

지난 한해 긴급지원사업만으로 분주했던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계와 예술인들의 피해상황을 전하는 기사들이 판데믹 기획으로 발행되었다. 예술활동이 제한되면서 뉴스 매체의 기사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문화예술계 피해상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지 않았다.(코로나19 문화현장기록 자료집 ) 정부와 지원기관에서도 긴급지원사업만이 아니라 토론회, 포럼, 세미나, 연구 등 판데믹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진단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획들이 적지 않았다. 아니 이러한 논의를 다 쫓아가기에 벅찰 정도로 여러 자리가 있었다.

 

 

논의 적지 않지만, 주제와 내용 중복

 

과연 지난 한 해 판데믹과 관련하여 문화정책 담론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우선 정부와 문화정책 및 예술지원 관련 주요 기관들의 논의를 살폈다. 이슈리포트부터 연구사업까지 ‘코로나19’ ‘팬데믹’ ‘비대면’ ‘온라인등을 키워드로 문화정책 관련 논의들을 찾았다. 각 기관 홈페이지와 자료실 검색 그리고 구글링 등을 통해 자료를 찾아 자료집, 연구보고서 등 공개자료가 있는 경우를 모았다.

 

판데믹 관련 문화정책 토론회, 포럼, 조사, 연구(2020~) 바로가기

 

이 리스트는 지난해 있었던 판데믹과 관련한 문화정책 논의를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정부와 주요 기관 그리고 광역 및 기초 문화재단 등으로 한정했다. 민간연구소나 단체는 제외하고 웹진 등도 제외했다. 양이 방대하고 문화정책 집중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주요 기관이 문화정책에서 갖는 영향력을 주목한 이유도 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자료로 한정하고 있어 진행 중인 연구 등은 포함하지 못했다. 또한 기초문화재단 등에 대한 리서치도 부족하다. 키워드 검색의 한계도 있다. 완성된 리스트는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보완해 갈 예정이다.

 

이렇게 자료를 수집하고 일별 할 때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체감하는 바처럼 결코 적지 않는 논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로 이슈리포트, 포럼 등 많은 기관들이 해당 시기 판데믹 관련 문화정책 관련 자료를 발행하고 논의를 조직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주제나 내용 발표자의 중복이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6개 문화예술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코로나19 예술포럼은 문화정책의 여러 분야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진단하고 변화를 전망하는 기획이다. 그러나 분야에 따라서는 기존 의제를 다루고 있거나 진단과 전망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물론 이 지면의 기획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에서 다루어왔던 것처럼 판데믹의 위기는 기존의 문제적 현실과 단절된 새로운 위기라기보다는 기존의 문제가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 정책의제의 연장선에서 판데믹과 이후를 논의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기존의 문제가 판데믹이라는 국면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글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 진부화와 체념의 공모구조 )

 

판데믹 이후 전환이 앞다투어 제안되고 있지만 구체적 진단 없는 거시적 전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거시적 전망을 다루는 포럼들에 비해 구체적 현실에 근거한 논의들이 주목된다. 부평구문화재단과 수성문화재단은 각각 부평아트센터와 수성아트피아를 운영하고 있는 기초재단이다. 부평구문화재단의 ‘부평문화포럼라운드테이블’은 예술가, 지역주민, 재단직원 등이 참여하였는데 코로나19로 극장이 닫히는 것이 단지 예술활동의 제한 문제가 아닌,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열려 있어야 할 공적 공간의 닫힘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또한 판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된 상황이 로컬리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흥미롭다. 수성문화재단 “코로나시대 문화기반시설의 변화는 문화예술시설 운영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판데믹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문화예술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지, 판데믹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이 포럼을 열릴 당시는 국공립문화예술시설이 폐쇄로 일관하던 때이다. 기초문화재단이 판데믹에서의 문화예술시설운영에 관한 토론회를 조직한 점이 인상적이다. 춘천문화재단 “100개의 화면 100명의 이야기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지역문화활동가, 축제 및 공연관계자, 예술가, 기획자 100명이 화상채팅으로 참여하는 온라인라운드테이블이다. 판데믹 초기 기획력이 돋보였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눈에 띄는 점은 문화예술계 피해가 사회적으로 주목되었음에도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문화예술동향분석]은 매월 카드매출액의 추이로 피해 규모를 추정하는 자료를 제공했다. 이 자료는 판데믹 정책 수립과 논의에서 자주 인용되었다. 판데믹 상황이 실태조사 어려움의 조건이기도 했다. 문화 관련 시설의 폐관, 축제 등 문화예술 활동 일체가 중지되는 행정명령 조치, 지방자치단체의 방역단계의 차이, 조치의 공통 기준 없음 등의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업 일반의 실태조사의 기준과 방법론을 문화예술활동에 적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기초문화재단인 울산문화재단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음악(공연관련) 업계 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보고서'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진행된 작업이다. 온라인, 전화설문 등으로의 조사방법이 전환되는 과정, 조사 시점에 따른 판데믹 상황의 변화가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나 실태조사로서의 의의가 크다.

 

 

장기 전망 위해서는 현실 분석과 관점 필요

 

지난해 연말에는 코로나19 관련 문화정책 연구보고서가 발간되었다. 포럼이나 이슈리포트가 시의성 있는 자료 공유와 의견 수렴의 역할을 한다면 좀 더 총체적인 조망을 위해서는 연구작업이 필요하다. 아직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행한 코로나19가 문화예술분야에 미친 영향 및 정책대응방안 연구는 지난 1년간의 다양한 이슈들을 종합하여 정리하고 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발행한 “2020년 코로나19 문화예술 현장 기록은 예술가 문화공간 30건의 인터뷰와 분석, 코로나19 문화예술 관련 빅데이터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지난 한 해 전환미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문화정책 담론장은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지원사업에서 온라인, 비대면 등이 강조되었던 것과 달리 문화정책 담론장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러한 키워드가 정책담론으로 정돈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원사업의 대응이 긴급성이 우선된다면. 정책담론은 장기전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장기 전망은 현실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판데믹 2년 차 문화정책 담론이 이 새로운 위기 속에서 어떠한 길을 찾아갈지 함께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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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편집장).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연극비평의 대상으로 정책을 비평하는 연극평론가.

 

김정원.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대학시절 합창단 단장을 거쳐 전국대학합창협의회 총무를 하며, 행정학과에 입학하였으나 공연과 동아리 활동에 전력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문화예술행정학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면서 문화예술정책 연구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연구팀장으로 일했다. 문화예술, 정책, 조직, 지방행정, 지방정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