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쓰기 ⑦]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문화정책연구자가 되는가 - 생활문화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CP_NET 2021. 4. 5. 12:11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정책 현장의 다양한 연구진, 필진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협업'을 운영합니다. '협업'은 참여하는 연구진, 필진들이 독립적으로 기획 진행하고, [문화정책리뷰]는 발표를 돕습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담론 작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생활문화에 관한 집단적 학술 글쓰기를 시작하며”
② “생활문화에 대한 비판적 질문: 생활문화와 공동체 가로지르기” 권수빈
“‘여전히 거버넌스’를 위한 잠시 멈춤: ‘생활문화정책’과 거버넌스의 부침들” 채태준
“생활문화 다시보기: 주체” 나보리
“생활문화와 지역문화의 개념적 중첩과 정책적 난제” 성연주
“생활문화 정책의 공백: 국제 이주민들과의 생활문화를 위하여” 김태윤
⑦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문화정책연구자가 되는가 - 생활문화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行間문화정책연구 다시쓰기기획의 마지막 글을 준비하며, 그동안 게시된 필자 5명의 글의 주제와 의의를 간략히 정리하고 향후 생활문화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나아갈 방향성을 짧게 논하였다. 행간의 작업은 연구자 각자에게 생활문화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해본 소중한 경험이었을 뿐 아니라, 같은 주제를 여럿이 함께 또 각자 파고든다는 새로운 작업의 방식을 경험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다른 연구자들과도 나누고자, 우리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회를 남긴다.

 

 

생활문화 글쓰기, 왜 이렇게 어려웠을까?

 

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行間은 지난 20209월부터 12월까지 생활문화정책에 관한 비판적인 학술적 글쓰기를 시도한 바 있다. 새로운 시민성 기획으로서 거버넌스(채태준)를 형식으로 삼고 공동체’(권수빈)를 틔워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이 정책이 참여를 물화하거나 우리-공동체'의 경계를 배타적으로 구성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생활문화지역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조망하고, 개념 간의 대립과 개념 내의 대립이라는 흙냄새 나지 않는변증법으로 문화정책의 이름들을 발명하는 일에 앞서서 생태계로서 문화예술계 내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그들의 조건을 바라보아야 함을 말하고 싶었다(성연주). 동시대 생활문화라는 같은 이름의 각기 다른 정책들이 겨냥하는 정책 대상과 정책 목표들을 정리하고, 한편에서 오늘날 문화정책의 주체들이 생활문화를 상상하거나 생활문화로부터 기대하는 것들, 이 동상이몽을 구분해 내는 것을 시도했다(나보리). 끝으로 시민의 일상적 삶의 시간들 내에 예술과 문화적 활동을 기입하겠다는 이 생활문화정책에 포함되지 않는 어떤 이의 일상적 삶의 시간, 셈 되지 못하는 이주민의 생활과 동시대 생활문화정책 향유자로서 시민의 임계에 관해 고민해보길 원했다(김태윤).

 

그러나 부침 역시도 자리했다. ‘생활이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용어를 정책의 틀 내에서 사용하다 보니,, 결국 글의 마무리에 이르러 이 모호하고 너른 용례의 개념을 보다 숙고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요청하며 글을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중앙, 광역, 지역 내의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생활문화의 개념들은 모두 조금씩 조금 달랐다. 생활이라는 개념은 너무 넓었지만, 각각의 생활문화정책이 겨냥하는 생활문화는 상당히 세부적이었다. 생활문화라는 정책적 개념에 관해 합의하지 못한 것은 연구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연구들 내에서 생활문화의 조작적 정의는 실제 현장과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 있으며 과도한 상념으로 비칠 위험이 있었는데, 한편 이를 비판하는 우리의 글이 혼란스러운 개념의 조건 위에 또 다른 혼란을 덧붙이지는 않을지 고민했다. 또한 참고할 수 있는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생활문화정책의 당위를 주장하거나, 그 성과를 기록하는 종류의 글들이었다. 2000년대 이후의 생활문화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탐색하는 선행연구의 부재 속에서 연구가 아니지만 학술적인 글을 써야 하는 상황 역시 난관으로 작동했다. (채태준)

 

 

생활문화 연구를 이어간다면 어떤 질문과 접근이 필요할까?

 

때때로 이론이 정립되기 전에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정책이 먼저 고안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서양에서 다문화주의가 자리 잡아온 과정 역시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되기에 앞서, 한 사회 체제에서 이민자들을 인구 정책 안에 통합시켜서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현실적인 필요가 주요 배경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생활문화 정책 또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정책이 설계되고 시행될 때 충분한 이론적 논의가 뒷받침되었는가 하는 점에서 행간行間은 혼란을 겪었다.

 

설계 과정에서 논의와 현실적인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활문화 정책은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해 설계됐고, 1.0에서 2.0으로 이어지면서 시민주체 중심에서 지역공간 중심으로 논의가 확장되었다. 이것이 생활문화 정책의 뼈대이자 그것을 규정짓는 속성이다. 국제 이주민들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누구를 법적 테두리 내의, 지역 공동체의 성원으로 볼 것인지가 생활문화 정책의 방향성에 이미 전제되는 것이고, 예상할 수 있듯이 국제 이주민들 외에도 다양한 소수자들이 그 경계를 맴돈다. 현행법으로 볼 때,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과 외국인의 체류자격은 다른 것이지 않겠는가? 생활문화 정책 또한 아무리 지역 주민 누구나를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국가 정체성을 비롯한 정체성의 차이를 무화시키기에는, 또는 전부 수용하기에는 이미 스스로가 특정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생활문화 정책은 지역의 시민(주민)문화정책으로서의 태생적 틀거리와 지향성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 누구나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하여 정책이 불필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미 전제된 성격을 인정하고 더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지역은 탈중앙화를 통한 균형발전의 기수인 동시에 문화생활의 일차적인 현장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과연 이러한 시각이 전적으로 유효한지 의문이다. 가상공간에서의 문화 실천은 차치하더라도 교통을 통한 인구의 이동과 지리적 경계가 중첩된 곳에서 발생하는 문화 실천 등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지역문화란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바탕으로 하고 생활문화는 지역 주민들이 일구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법에서 말한 지역이란 특정 자치구로 소급되는 것이 아니고 생활문화 정책 또한 생활권문화, 혹은 복수 자치구에 걸친 생활문화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 ‘생활문화정책은 그 이름을 ‘생활권문화’ 정책으로 바꾸고 원래의 취지를 살려, 지역의 범위와 경계가 어떻게 재편되고 주민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생활하는지에 관한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000년대 이래로 광주광역시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조성되어 오면서 문화적 권역으로서 아시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국경을 넘어 확장되었다. 이는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만큼 시정, 구정 문화정책에서는 더 미시적인 영역에서 정책과 사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정책에서 중앙정부 사업을 자치구에서 진행하는 수직적인 연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인접 자치구 문화정책 간의 수평적인 공동기획 또는 역할 분담을 활성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신도시들에서 입주민들의 생활이 출퇴근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산업단지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든가, 혹은 그로 인해 공동화된 지역과 남아 있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태윤)

 

 

협력적인 개인 창작이란 행간行間의 작업은 모두에게 어떤 경험이었나?

 

20201월 처음 만나 각자의 관심사를 털어놓고 서로의 연구 고민과 관점을 공유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가 속한 분과학문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연구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지 못했었고, 그를 해소하고자 하는 갈증이 컸다. 우리들이 내가 고민하는 것을 남들도 고민할까의 질문에 대해서 서로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연구모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글쓰기 작업 과정에서 우리들이 가장 좋다고 입 모아 말했던 것은, 동료가 생긴 것을 실감한 감정과 이 동료들과 함께 하나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작업 방식에 있었다. 우리는 비교적 순탄하게 생활문화를 같이 고민해 보자고 주제를 도출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의 사회학, 행정학, 문화연구 등 다른 배경에 기반한 관심사 및 관점의 차이가 드러났다. 관점의 차이는 연구 주제에 대한 개념, 이론, 정책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났으며, 자료 수집 과정 및 방법에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과 인터뷰할 것인지, 보고서와 연구 자료는 어떤 것에 주목할 건지, 수집한 자료의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똑같은 의견들을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논의가 좁혀지지 않은 적 역시 거의 없었는데, 우리의 공통감각은 다학제적 접근 및 잡식성 연구방법으로 형태를 가다듬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각자의 방식에 동료의 방법을 껴안는 것으로 우리는 각자의 논의에 새로운 층위를 쌓고, 자신의 방법을 닦는 근거를 만들었다.

 

연구방법 외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다른 생각들을 만났을 때의 신선함과 자극 역시 각자에게 매우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이 때로는 날카롭고도 상냥하여, 평소의 글쓰기보다 긴장하도록 한 시간이었다. 각자 글에 대한 순수하고도 열정에 기반한 피드백은 이제 점차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어려워지고, 서로의 글에 대한 피드백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이 서로에게 같은 것을 함께 공부하는 동료를 만나는 것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였다. 그리고 앞선 연구자들의 길에서 날카롭게 바라봐야 할 점, 정책과 이론 그리고 실제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갖고 고민할 것을 유도하였다고 생각한다.

 

생활문화에 대한 릴레이 글쓰기 과정은 우리에게 과연 생활문화의 정의는 어떻게 내려져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공통된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다른 관점들을 갖고 시도해도 생활문화의 정의가 명료하지 않았던 것은, 오히려 이 부분에서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료하게 해 주었다. 우리의 공통감각은, 명확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좀 더 헤매더라도 드러내서 논의해야 한다는 순수하고도 날 선 열정을 태우는 데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나보리)

 

 

행간行間의 앞으로의 실험은 어떻게 생활문화와 연결되는가? 또 새롭게 뻗어나가는가?

 

사회학, 행정학, 문화연구 등 다양한 위치에서 문화정책에 대해 개별적으로 연구하던 우리가 행간行間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인 이유는 문화정책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관점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럼으로써 문화정책 연구의 장에서 새롭게 시도하거나 개입해볼 틈으로서 행간을 만들기 위해, 그 행간에 다양한 이론의 적용과 다채로운 해석, 자유로운 사고의 확장을 꾀해보자는 목표도 잡았다. 1년 전 우리는 함께 공부할, 나아가 문화정책 연구의 장에서 다르게 말해져야 할 주제를 탐색했다. 그 첫발이 생활문화였고 느슨하게 연결된 1년은 생활문화에 관한 집단적 글쓰기를 통해 갈무리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생활문화를 읽고 쓰는 일은 힘에 부쳤다. 애초에 문화정책 분야/용어 가운데 유연성, 모호성, 가변성을 모두 갖는 생활문화를 꼼꼼히 톺아보겠다는 목적을 가졌던 우리는 매번 그 유연하고도 모호한, 가변적인 개념의 위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생활문화와 결부될 수 있는 각각의 주제를 구체화하고 토의하며 글을 맺어가는 과정들은 생활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에 다름 아니었다. 사실 “[협업 행간行間’: 문화정책연구 다시쓰기]”의 작업을 닫지만, 내부적으로는 생활문화라는 주제를 이대로 갈무리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해있고 나름의 부채감도 갖고 있다. 아마도 생활문화에 대한 다음 행보를 우리는 계속 고민해야 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앞으로의 1년을 함께 공부할 새로운 문화정책 분야/주제를 고민하고 있다. 창의노동, 예술노동, 예술지원 및 행정가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갔다. ‘행간行間을 이어갈 수 있는 주제, 방식,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은 여전히 시간이 많이 할애되는 일이다. 1년이라는 한 바퀴를 돌았는데도 문화정책의 어떤 주제를 논의해야 할지, 논의의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그것을 정교화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에서 다소 난항을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다른 주제로 뛰어넘으며 탐색해보려는 이유는 모호한 개념들을 도장깨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생활문화라는 주제를 완전히 털어낸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다르게 논의하기를 남은 과제로 삼고 있듯이, “이쯤 하면 그만해도 되겠다라는 마음보다 다만 문화정책 현장과 이론, 연구의 가까이에서 몸으로 경험한 복잡한 난제들이 여전히 많고, 그것을 함께 꺼내놓고 고민하며 새로운 공론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존재하는 양면을 두루 살피지 않은 채 정책을 낭만화하거나, 혹은 이론을 욱여넣어 현장과 괴리된 연구 결과를 도출해내거나, 그도 아니면 정책의 정형화와 사업화를 돕는 방식의 연구와 명백히 단절하고 비판적이고 정밀하게 봐야만 하는 문화정책연구의 현실이 존재해서다.

 

때문에 우리는 문화정책의 주제를 옮겨가면서 당면한 현실을 다시 논의해볼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료가 함께 해준다는 것은 퍽 위로되는 일이고, 어떻게 문화정책 연구의 고착화된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가를 벼려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정책 이론과 현장에 매개되어있는 서로 다른 우리의 생각과 질문, 경험의 켜가 쌓이는 일은 문화정책 연구를 다층적이고 다종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생활문화 글쓰기 과정에서 이론 읽기, 당사자 인터뷰, 정책 톺아보기, 선행연구 비평 등의 과정을 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각자의 시선에서 함께해왔다. 연구 과정에서 너무도 당연한 이 과정을 비판적 질문과 시각을 가진 다섯 명의 연구자가 1년간 함께 하는 작업은 현장의 맥락을 다방면으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었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론의 함정을 포착해낼 수 있게 했다. 이는 또한 소수에 의해 긴밀하게 결합된 듯한 문화정책 이론과 현장 사이의 을 발견하고 대안책을 강구해볼 행간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 작업을 함께 해나가는 이유는 문화정책 연구 장에 기꺼이 부딪히며 계속 연구하기를 선택한 일과 다르지 않다. (권수빈)

 

 

행간行間이 추구하는 문화정책 연구는 무엇일까?

 

우리는 2021행간行間2년 차를 맞이하며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주제와 이를 풀어나가는 구체적인 행동 전략은 매번 다르겠지만) 1년 차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문화정책 연구의 방향성과 형태에 대해 나름의 공통 감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현장과 이론(연구) 사이에서의 팽팽한 긴장감 넘치는 줄타기에서 각자의 경험과 지식에 맞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1년 차에서 그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를테면, 논문, 보고서 등의 선행연구에 천착하다가도 우리 주변 예술인의 삶과 서사를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생활문화 관련 당사자(매개자, 예술행정가, 참여자)와의 인터뷰를 학문적 뿌리와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화정책 연구의 원칙(현장과 이론의 조화)을 우리가 구태여 이 지면에서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과 이론이 괴리된 요즘의 현실에서 (혹은 현장과 이론이 합치된 연구가 소수의 기획자, 활동가 또는 연륜 있는 연구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문화정책 판에서) ‘행간行間의 멤버들이 문화정책 연구자 되기를 실천하는 전략이란 곧 원칙으로 돌아가 현장과 이론과의 탄탄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1년 차 생활문화집단적 글쓰기나, 2년 차에 시도할 또다른 집단적 글쓰기는 주제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공론화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 세대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문화정책 연구의 방법론을 개척하려는 목적도 크다.

 

정리해보면 다학제, 다양성, 유연성, 현장성으로 요약되는 행간行間의 방향성과 이론, 개념, 계보, 역사 등의 또다른 핵심 키워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 바로 그것이 우리가 시도하는 문화정책 연구자 되기의 미묘한 줄타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성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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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行間'. 문화정책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다학제적 연구모임이다. 문화정책씬 내의 연구 담론이 공론空論-논쟁과 응답의 부재- 시절에, 학술장의 유령으로 남지 않겠다며 공론公論-함께 논쟁을 통해 의미를 매개하기-을 시도한다. (권수빈, 김태윤, 나보리, 성연주, 채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