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④] 79인의 제안

CP_NET 2022. 6. 14. 22:09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에서는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를 이어갑니다. 이번 기획은 대선 이후 현단계 문화정책 과제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거시적 정책 과제만이 아니라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과제도 꼽아주길 부탁했습니다. 과제와 과제에 대한 설명 그리고 관련 기사나 참고자료 링크도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호에 참여해주신 필자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현장 동료들의 의견을 살펴보시고 또 다른 제안을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30호 참여필자] 김민관 김소진 김아영 김영글 김재환 김호진 모세환 문미희 박정현 박주영 박지선 백소망 성낙경 손옥주 용해숙 유상진 윤여경 이일록 이창원 이초영 제환정 조형준 주성진 천샘 황규관
[29호 참여필자] 강구민, 김남수, 김영현, 김재상, 김지수, 나보리, 모형오, 서영수,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 서지혜, 송경동, 송원, 신운섭, 신지승, 우지연, 이건명, 이숙현, 이현순, 장도국, 장현정, 정안나, 채태준
[28호 참여필자] 강승진, 고윤정, 권단, 김기일, 류성효, 문재길, 박선영, 백기영, 서정민갑, 성상민, 성연주, 안병호, 양혜원, 오정은, 유인수, 이완, 이원재, 이인복, 이진희, 임인자, 정기황, 정찬일, 천재현, 최선영, 탁정아, 한상훈, 한성근, 허선희, 홍명교, 홍태림 (가나다 순)

* 의견은 무순으로 게재했습니다.

지난 기사 보기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 30인의 제안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 양적 확대를 넘어 가치 중심의 재구조화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 52인의 제안
 
 
 

 53   백소망_창작음악그룹 아마씨(AMA-C) 동인

1.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및 관련 처벌법 강화
정권교체 이후 많은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로 인한 검열과 배제가 재현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저해하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합니다. 지난 블랙리스트의 주범들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생태계 마련이 절실합니다.
 
2. 여성 예술인 경력단절 방지를 위한 아이 돌봄 서비스 확대
여성 예술인 대다수가 생애주기에 따른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합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도움일 뿐 정작 여성 예술인들이 활동을 재개해야 할 시기에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예술활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여성 예술인이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이 돌봄 서비스’가 더욱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2030대 여성예술인 예술계 진입구조 불평등 실태분석과 개선방향연구

3. 지역 청년 예술인 지원사업 점검 및 확대
문화예술 인프라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따라 예술인들도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 예술인이라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재단사업에 참여해서 서울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쏠림현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역 예술인, 특히 청년 예술인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사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도 지역마다 예술인 지원사업이 존재하지만,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기획자나 단체들이 독점하는 사례가 많아 기반이 없는 청년들은 지역 예술계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지역에서 하는 예술지원사업의 심의위원 선정과정 또한 투명해야 하고, 지역단체들과 긴밀한 관계가 없는지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청년 예술인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현행 지원사업 점검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4. 전통공연예술 민간예술단체 생존을 위한 방안 마련
전통공연예술계 민간예술단체들은 지원사업을 통해 연명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매년 점점 쌓여 가는데, 모두가 같은 풀에서 경쟁을 하는 구조입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다수인 것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청년 예술인들은 만 39세 이후의 삶을 계획하기가 어렵고, 40대가 되어서도 계속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예술인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생태계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이 생존방안 마련을 위해 전통공연예술인들이 모여 대화하며 마음을 모으고, 토론을 거쳐 정책 마련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통공연예술 민간예술단체 협의기구를 조직하여 다양한 연령대와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자주 열렸으면 합니다.
 

 

 54  김영글_미술작가

1. 표준 너머의 계약서 개발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가 보편적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표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술 창작이 지닌 형태와 지향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계약서 개발이 부차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장르 간 경계와 낡은 법조항의 빈틈을 메꿀 수 있는 논의가 창작자 주체로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2. 안전하고 성평등한 환경을 위한 체계 마련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가 화두가 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계약 시 성폭력 예방 서약서 작성이 요식행위로 자리 잡았을 뿐 가해자 처벌이나 복귀 방안과 관련해 현실적인 합의가 도출된 것 같지는 않다. 국공립기관과 독립기관의 격차를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규율과 더 섬세한 장치가 필요하다.
 
3. 사례비 단가 현실화
국공립 예술기관들이 기준 삼고 있는 원고료 및 사례비 단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비평가와 독립기획자들이 창작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어야 창작과의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다.

 

 55 _황규관_ 시인, ()삶창 대표

독서 기본소득을 해보자!
 
출판 현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출판시장의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는 단순하게 출판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지적, 정신적 문화의 붕괴를 의미한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출판 지원 정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세종도서 사업과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이 있고, 문학 분야에 국한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용하고 있는 문학나눔 사업이 있다. 이런 정책들이 출판사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세종도서 사업과 문학나눔 사업은 구입한 책을 기관이나 단체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독자 군을 직접 형성하지는 않는다.

또 문학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필두로 각 지역문화재단의 창작지원 제도가 있는데, 이것도 기실은 출간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판 지원 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이 제도가 명실공히 진정한 창작지원 제도가 되려면 결과물 제출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또 재정 집행의 성격상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지만 관료 중심의 국가기구에게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는 공공대출보상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들이 도서관에서 대출되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이 핵심이 되겠는데, 이를 도서관 측에서 반대하는 형국이다. 작가들과 도서관 측의 대립이 가팔라지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현상이 아니다. 도서관이 단지 작가의 저작물을 구입, 소장, 대출하는 기능을 하므로 작가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도서관이 강조하는 ‘공공성’ 문제를 작가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이유를 막론하고 현재 도서관 운영이 과연 ‘공공성’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작가들이 주장하는 공공대출보상 제도 또한 결국은 ‘인기’ 작가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게 빤하다. 어쩌면 둘 다 의미 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우리가 지독한 상품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서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책은 거의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사람의 것이다. 이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에 거리낌도 없고, 특정 정파에 대한 애착과 집착은 있어도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지성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능력 자체가 소멸되고 말았다. 설령 공공대출보상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은 ‘인기’ 작가가 가져가는 현상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 약간의 통찰력, 정치적 입장 등등이 모두 상품으로 화하는 현실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데, 도서관이 아무리 ‘공공성’을 외쳐본들 그 ‘공공성’이 상품 사회의 원리 바깥에 있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출판사에 대한 직접 지원책인 세종도서 사업이나 문학나눔 사업, 그리고 출간을 전제로 한 각종 창작지원 제도, 또 지금 뜨거운 공공대출보상 제도 등은 어쨌든 창작(이나 집필)과 출판에 관계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의 붕괴를 막지 못하면서도 출판물의 격을 올리는 데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의 전통적 지혜나 지적, 정신적 유산 등은 결국 언어화되어야 널리 그리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정책들은 도리어 그것을 박제화 시키거나 하향평준화 시키는 쪽으로 몰아가는 게 아닌가도 싶다. 테크놀로지의 압도적인 위력과 창작자/저작자 자체의 상품화의 가속은 결국 상품 판정을 받지 못한 작품/저작물의 퇴출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지적, 정신적 전통은 그 고리가 끊어질 것이고 영혼의 황폐화를 막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가난에는 별도의 대책이 있을 수 있으나 영혼의 빈곤은 지금 당장 보살피지 않으면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전 국민에게 일인당 도서 구입비를 일괄 지급하는 ‘독서기본소득’을 말이다. 그리고 이 돈은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해서 대형 유통 회사로의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의 작은 서점들, 나날이 빈사 상태에 빠지고 있는 도서 도매상, 그리고 출판사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책은 어떻게든 독자 개인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하고 도서관은 그 중 엄선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단지 대출 건수가 많을 베스트셀러가 서가를 차지하면 안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독서기본소득’ 일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해보자. 대신 교과서나 참고서 구입은 안 된다.

1년에 1만 원짜리 시집을 10권 살 수 있고, 2만 원짜리 인문학 도서 5권을 살 수 있으며, 조금 비싼 예술 서적이나 과학 서적은 3~4권 구입이 가능하다. 읽고 안 읽고는 어차피 개인의 소관이지만, 설마 한 페이지는 읽겠지. 그 한 페이지가 평균적으로 읽힌다 해도 그게 어디인가? 스마트폰 이용 시간 3~5분은 줄일 수도 있다. 저자에게는 인세가 좀 더 지급될 테고, 출판사는 독자의 손에 들려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책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은 출판사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이것은 단지 재미있는 현상이 아니다.

“기분이란 오히려 우리가 우리 자신 밖에 존재하는 근본양식이다. 우리들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항상 그러한 양식으로 존재한다.”(마르틴 하이데거)
 
 56 _윤여경_그래픽 디자이너, 디자인 교육자
1. 지역별 디자인 커뮤니티 만들기
문화가 발달할수록 디자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납니다. 산업만이 아니라 문화에서도 디자인 경쟁력이 중요해졌죠. 이제 산업 정책만이 아니라 문화 정책에서도 디자인을 주목해야 합니다. 산업으로서의 디자인과 문화로서의 디자인은 다릅니다. 산업 디자인이 결과를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문화 디자인은 스스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무엇보다 지역 문화의 발전을 위해 디자인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디자인 인프라란 바로 디자이너들입니다. 앞으로 문화정책에 있어 지역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 커뮤니티 만들기’를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 브랜딩 연구하기
현대 도시 브랜딩은 지역의 기관이나 관청에서 주도합니다. 그 방식은 기업의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기업 브랜딩과 지역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목적이 다릅니다. 기업 브랜딩이 기업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면, 지역 브랜딩은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지역의 정체성은 바로 ‘시민’입니다. 때문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이런 접근의 브랜딩은 아직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시민이 주도하고 만들어가는 지역과 도시의 브랜딩, 이 새로운 시도를 위한 문화 정책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3. 공공디자인의 역할 찾기 – 공공디자인센터
현재 공공디자인은 길을 상실했습니다. 단순히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그치고 있죠. 문제는 문화정책에서 공공디자인이 무엇이고, 지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은 미래를 위한 일이고, 디자인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 함께하는 활동입니다. 나아가 디자인은 즐거운 놀이이기도 하죠. 이런 점에서 공공디자인은 환경개선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함께 해결하는 즐거운 과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한 공공디자인센터와 같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공공디자인 거버넌스가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57 _제환정_문화예술교육가

1. 예술과 문화를 예술과 문화의 언어로 바라보기
‘문화의 힘이 한국의 미래’ 같은 슬로건 아래 K-문화 콘텐츠에 대한 국가적 신망은 종종 전략적인 정책으로 견인되나, 때로 그 과정에서 예술과 문화의 고유한 어법은 쉽게 희석된다. 문화적 홍보-긍정적인 국가이미지의 구축-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확보-국가의 (경제적)포지션의 상승이라는 전략적 사이클을 최우선하는 한, 문화나 예술의 상품화에 대한 성찰이나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은 옅어지기 마련이다. 국격과 브랜드가치와 위상에 봉사하는 문화예술이라는 전제 이전에, 예술과 문화의 독자적인 언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 콘텐츠 뒤에 사람이 있다
K-콘텐츠의 부흥의 대상이 콘텐츠 자체가 아닌, 사람에 대한 집중과 지지로 이어지기를. 예술은 개발, 성과, 자립, 복지, 성장 동력 등에 모두 붙는 만능스티커가 아니며,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은 공공재가 아니다. 여전히 소외되는 영역, 세대의 실천가들을 위한 세밀한 주목과 지원은 아쉽다.
 
3. 갑질 없는,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예술계 속 민주주의
“가장 위대한 예술이란 함께 살아가는 기술(브레히트)”이라 어려운 것일까. 미세한 재능과 관계와 위계로 얽혀있는 예술분야에서는 투명한 역할분담과 관계성, 자신의 권리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절실하다.

 

 58 _성낙경_()마을예술네트워크/키득키득 대표

1. 문화정책은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정책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정책이 아닌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로 기획되고 제안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문화의 주체로 등장하고 지역안에서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지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람 중심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2. 일관성이 있는, 지속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화정책은 사람이 중심이고 우리의 삶의 변화를 닮아가야 한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된다고 즉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절대시간이 필요하며 그 절대시간에 변화를 일관성 있게 지켜보고 기다려야 한다. 또한, 인간의 삶의 변화는 단순한 기준으로 측정되거나 평가될 수 없다. 그래서 변화를 기다리고 살피면서 읽어나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3. 문화돌봄이 이루어지는 일상 문화공간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사회에서 일상의 문화활동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문화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문화돌봄은 거대한 공공 문화공간이 아닌 지역의 작은 일상문화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 작은 공간, 일상 문화공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59 _유상진_ 성북구민

1. ‘창의 한국’ 프레임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정책 프레임 제시(창의 한국 2.0 수립)
우리 문화정책의 기본틀은 2000년대 초반 수립한 참여정부의 ‘창의 한국’에 기반한다. 즉, ‘창의 한국 체계’다. ‘창의 한국’은 서구 자본주의가 고갈되지 않은 새로운 부의 창출 근원으로써 발견한 지식정보 자본을 창출하는 국가, 사회, 개인 경쟁력의 원천인 창의성을 전제로 한다. ‘창의 한국’ 체계는 생명을 다했다. 새로운 문화정책의 프레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북유럽은 창의성과 이에 기반한 지식정보를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공유재’로 인식한다. 위키피디아와 리눅스와 같은 온라인 오픈소스들이 창출된 배경이다. 우리도 창의성을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고갈되지 않는 연료가 아닌 공동의 부를 창출하고 함께하는 더 나은 삶을 형성하는 ‘커먼즈’로 인식해야 한다.
 
2.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분권과 자치의 다층적인 구조적 접근방안 마련
지역문화를 중앙-지역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결코 실질적인 분권과 자치를 이룰 수 없다. 문화의 분권과 자치는 중앙-지역, 광역-기초, 공공행정-민간 등 다층적인 관점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중앙-지역 관계에서만 분권과 자치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앞으로는 광역-기초 관계의 분권과 자치, 그리고 공공행정-민간의 분권과 자치 논의로 확장되어 다양한 층위의 분권과 자치를 실천해야 한다.
 
3. 인구구조 변화를 수용한 여가정책의 새로운 프레임 제시
늘어난 수명은 기존 ‘교육-직업활동-은퇴’의 3단계 생애주기를 붕괴시키고 다단계 삶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더 오래산다는 것’이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여가정책은 고용정책, 평생교육정책, 복지정책과 보다 긴밀히 연계되어 연장된 기대수명을 감안한 새로운 틀로 재수립되어야 한다.

 

 60 _손옥주_ 공연학자

1. 기술변화에 따른 창작지원
아르코: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사업, 메타버스 예술활동 지원사업,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아트체인지업) 등
서울문화재단: 프로젝트 언폴드엑스 등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누리집 
언폴드엑스 홈페이지
 
2. 연구 단계에 대한 지원
아르코: 작가 조사-연구-비평 지원사업, 아르코 공공예술사업(연구지원형) 등
서울문화재단: RE;SEARCH, 예술인연구모임지원 등
한 블로거의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연구지원형 프로젝트 콜로키움 방문 후기
예술인연구모임지원 사업 첫해(2020) 결과자료 모음
 
 61 _박주영_문화예술단체 영택스, 문화예술기획사 제호베이션 대표
1. 문화예술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문화정책
현재의 문화정책은 예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이해한 상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술인들이 현재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각 지역의 예술계는 어떤 상황이고, 그 예술계 안에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문화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문화정책이 청년예술계를 비롯한 각 지역의 예술계를 잘 이해한 상태로 구성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문화정책은 과연 예술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도움을 주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명확하게 그렇다는 답변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문화정책은 세워진 상태로 오랜시간 방치에 가깝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인, 예술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
 
2. 불공정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정책
문화예술과 관련되어 발생하고 있는 불공정은 사실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침묵하기 때문이고, 심지어 불공정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 또한 침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불의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대부분 불공정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받거나 외면 당하게 마련이다.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남의 일이기 대문에 외면하게 되고,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거나 그 주변의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한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한다. 이러한 침묵의 연속을 만드는 것은 이미 조성되어 있는 사회 분위기이다. 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문화예술계의 분위기는 이러한 정책이 세워지더라도 결국 불공정을 일삼았던 사람들이 주도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일 확률이 클 정도로 투명한 정책에 대한 기대가 낮은 상태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 분위기는 변화해야 하고, 그것이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순환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62 _이일록_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위원회 위원

1. 현장과 소통한다는 정책 해석의 난해함에 관하여
코로나 시국 속에서 예술가 지원 정책의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지역재단들의 난해한 모습들 속에서 해석의 불가함을 느끼기를 여러 차례였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그들이 내놓는 현장 친화적인 정책은 우선 닫고 보는 것이었다. 지원금 받은 공연도 못 하게 하고, 운영하는 창작공간도 문을 닫아걸고, 심지어 사무실에 예술가라는 존재들이 발도 들이지 못하도록 소위 비대면으로 상담 등을 진행하였다.
아, 난해하다. 그들의 정책을 해석하는 것이 너무나도 난해해서 한동안 나의 무지몽매함을 탓하기를 여러 번. 그런데 아는 예술가들한테서는 계속 연락이 온다. 재단이 왜 이러냐고, 너도 재단에서 일해봤으니 얘기를 좀 해 보라고. 벌써 과거의 사람이 되어버린 필자가 얘기한 들 뭐가 바뀌겠냐마는 그래도 좀 친하다는 이들에게 몇 차례 연락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위에서 그렇게 하라잖아”
“저희 재단은 예술 현장과의 소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이런 말이라도 좀 떼어버리면 그래도 좀 해석이 될란가 모를 일이다. 아, 난해하다. 그리고 그들의 불친절함과 게으름이 참 불편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현장소통 페이지

2. 예술생태계가 무너진다,,,,,
(아무래도 위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그렇게 약 2년이 넘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은 듯 사무실이 위치한 시내 번화가는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떠들썩하다. 새벽에 출근할 일이 있어 걸어오다 보면 밤을 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문득 “아, 그 배우는 잘 있나” 생각이 들어 문자 나부랭이를 보내면 몇일이 지나 “저 쿠*에서 일 하고 있어요”라는 짧은 답문이 온다. 다시 답을 하기가 미안하고 어렵다.
예술생태계를 정의하기도 또 그것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판단하기도 나의 능력과 수준으로는 쉽지 않다. 연구 기관에 계신 박사님들이 꼭 한번 다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단지, 내 주변을 둘러보면 그 시간들이 지나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사람의 연기를 보면서, 연주를 들으면서, 또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내 마음의 충만해졌던 기억과 경험들을 이제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서늘하고 아득해진다. 예술생태계가 무너진다,,,,, 최소한 나에게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 현장예술인들 생계 위협에 직면... 10명 중 9명 전년 대비 수입 감소”(<아시아에이> 2020.3.18.)
  
3. 기관들을 조율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관(?)의 필요성
(아무래도 위의 이야기에 또 다시 이어지는 내용이다) 아르코 현소위,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구이다. 지난 2년간 (거의 코로나 시기와 겹친다)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책제안(이라 쓰고 민원이라고 읽는다)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으로 약 38개를 진행하였다. 코로나 관련(4개), 문학(7개), 예술지원(8), 예술인복지(5개) 등 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질의가 이어졌었다.
그 중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는 아르코가 아닌 다른 기관과 관련된 질의였다. 문득 생각하기에는 해당 기관의 담당자와 해결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직접 현장에서 당하는(?) 예술가들은 더 그런 것 같다. 그들의 질문들이 꽤나 진지하고 현실적이고 답을 해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 공적인 혹은 사적인 다양한 경로들을 이용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보았지만 이런 류는 거의 대부분이 쉽게 해결이 나지 않는 것들이다. 상위기관으로 조직도 상에 놓여 있는 문체부가 해결해 주면 좋겠는데 그들도 업무분장 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참, 말도 안 되는) 기관들을 조율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관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한 듯 하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당면한 어려움을 물어볼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작은 소통이라도 될 때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63 _김민관_아트신 편집장

1. 정산 프로세스의 알고리듬화
예술가는 지원금을 받아 무언가를 ‘만든다’. 대개는 어떤 전시나 공연이 열릴 때 재단이나 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 표기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문제는 작업 이후다. 정산의 고된 과정은 모든 지출에 대한 여러 증거 첨부를 통한 ‘번역’이라 할 터인데, 지출 영수증과 (전자)세금계산서, 거래내역서/견적서 등등은 일차적으로 명시되는 지출 내역에 대한 확장된 정보로서 그 지출이 온당한가가 아니라 ‘정확한’ 것인지를 재확인하는 절차이다. 그 정확함이 거꾸로 온당함, 곧 예술가의 도덕적 직무유기를 행함에 대한 감시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증거 모음을 재확인하는 것이 행정 관리에게 또는 지원금 내 별도의 투입을 통한 회계감사 업체의 임무가 된다. 곧 그 돈이 그 돈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예술가에게 꽤 많은 시간과 스트레스를 가중하는데, 쓴 돈에는 기본적으로 누구인지가 기록되기 마련이다. 사실 e-나라 회계 시스템의 혁신은 카드 정보를 그대로 불러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카드 외에도 쓴 돈의 정보가 자동 기입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조금 더 증거가 없는 개인 인건비 지출의 경우, 지출 영수증 외에 계약서를 첨부한다) 이러한 정보들의 합산이 알고리듬에 의해 자동 합산, 분류, 출력될 수 있다면, 사실 이 모든 것을 다시 출력해서 제출, 재확인하는 절차의 수고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는 사실 예술가에 대한 불신의 문제 그런 차원과 연결될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함’이 수반되는 것도 아니다.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숫자를 증거로 대체하는 수행을 언제까지 반복해야하는 것일까. 
 
2. 지원 제도 주기의 다양화
지원서를 쓰고 내고 통과하고 ‘이기고’ 그것을 진행하고 발표하고 정산하고 하면 일 년이 끝난다고들 한다. 사실 작업 수행의 기간이 그중에 2/3을 넘는다고 할 수 있는가. 많은 시간이 그 과정에서 소비되고 예술가는 소진된다.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한 연구 주제의 긴 시간의 호흡을 갖기 위한 다년간의 지원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또 근본적으로 지원 시스템의 주기를 1년 반이나 2년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반면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는 결과 발표형의 경우, 그 주기를 짧게 해도 될 것이다. 두 작업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3. 지역 리서치 지원
근대의 여러 흔적을 리서치하고 발굴하며 오늘날의 성좌를 다시 구성하는 일 역시 예술의 한 성취일 수 있다. 지역에서의 예술에 대한 연구 주제 확장을 통한 ‘다른’ 예술을 기약할 수 있다. 서울 중심의 기존 문화 인프라가 크므로 서울의 예술 활동 지원의 규모 역시 크다는 것과 서울의 예술 활동 지원이 서울‘에 대한’ 연구나 서울‘에서의’ 작업 활동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다. 앞선 시간의 범주로 보면 지역은 서울의 가시적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 나아가 서울은 너무 상투적이고 흔한 곳이 되어 버렸다―서울 자체의 재발명이 역으로 필요하기도 하며, 그것은 지역을 경유하는 또 다른 시선에 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리서치를 위한 기금 또는 기금의 명목을 만들고 (본질적으로 서울에 한정되지 않는 예술의 범주를 재확인하고) 그에 한해서 교통비나 교류 등 다른 지원의 요소들을 수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로 더 너른 범주의 시간에서 서울을 지역사로 끌고 오는 시선 역시 제도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64 _김호진_부산민예총 사무처장

1. 모든 예술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시혜적 지원에서 당당한 권리로”
- 예술은 헌법이 정한 모든 국민의 권리이다.(헌법 제22조;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 정치권력이 정한 ‘좋은 예술(선한 예술, 건전한? 건강한? 예술)’에 대한 지원정책인 ‘창작결과물에 대한 선별적 예술지원’이 아니라 문화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인 모든 시민의 다원성에 기반한 문화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예술적 삶의 과정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투입 시 문화예술 관련 분야는 항상 후 순위였다. 고 코로나 이전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예술이 사회구성원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만 그것이 사회경제적 지표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추정 연구와 그에 따른 지표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정책이 데이터기반행정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더이상 문화예술분야가 재정투입의 과정에서 후 순위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
 
2.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과정에서 현장 예술인의 의견 반영- 예술인의 범위에 대한 규정
- 법률이 정한 학교 안 청소년뿐만 아니라 현재 예술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학교 밖에서의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예술인을 지향하는 모든 청소년을 포함하여야 한다.
- 문화다양성과 예술이 가지는 제도적 틀에 대한 초월적 속성을 고려하자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는 이에 대해서만 예술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대한민국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모든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는데 크게 일조한(?) 국가기관 등의 예술인권리침해에 대한 처벌규정이 명문화되어야 한다. 작금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 없이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허구이다.
 
3. 현재 시행중인 예술인고용보험에 대한 문제점 개선
시행중인 고용보험에 대해 예술인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 부족, 비현실적인 실업급여 수급 기준, 보험업무 수행에 대한 행정업무 부담, 고용주? 사업주?와 예술인의 구분 및 관계에 대한 애매함 등 시행 후 드러난 예술인고용보험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개선책이 필요하며 예술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65 _천샘_ 안무가, 감성스터디 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1. 기술협업 창작지원사업의 확대 및 진행방식에 대한 우려
코로나 전후로 순수예술 창작활동에 기술을 사용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창작을 독려하는(?) 정책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그러나 펜데믹 속 비접촉의 시대를 이유로 지난 3~4년 동안 엄청난 규모로 증가한 이 정책들은 현장예술가들과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긴밀한 소통 없이, 거액의 지원금을 대거 투입하여 예술가들을 어느 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술융합 관련 사업들이 현장 예술가들과 사업의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정책의 기조가 잡혔는지 의문이다. 즉 1) 재난의 시대, 과연 기술을 접목하고 온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인지, 2) 기술협업 창작방식에 쏟아붓는 과도한 지원으로 인하여 평생 자신의 예술 장르를 몸으로 습득해온 예술가들이 (기술을 융합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폭력적인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3)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예술’이며 그 방식이 한쪽을 배제하는 것이라면 ‘지속가능한 예술’은 앞으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의 일련의 질문들이 남는다. 현 정책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이 부족한 듯 하여 유감이다.
 
2. 성평등 문화 확산 및 문화예술계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문화예술계 미투 이후 구조적으로 평등하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한 많은 예술단체들의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기관과 학교 차원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한 예로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강사 자격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 몇 해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강사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문체부나 재단 창작사업에 온-오프라인으로 파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창작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들은 어쩔 수 없이 의뢰를 하겠지만 스쿨미투에서 드러나듯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학교 같은 기관에서의 의뢰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가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무용교육기관들로부터 강의 수요가 없어 자연스럽게 다음 기수의 강사들이 배출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현재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 문화 확산 및 안전망 구축에 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관은 예술청과 청년예술청이다. 둘은 운영의 주체들이 젊은 예술인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거대 기관들과 차이가 있다. 예술청은 <문화예술 안전망 학교>를 청년예술청은 <성평등-탈위계 NONE>을 진행하면서 관련 담론들을 한데 모으고 있다. 특히나 예술청은 실행 주체들의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강의식으로 펼치는 <문화예술 안전망 학교>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었는데, 미투 이후의 시대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안전한 창작환경과 창조적 예술 간의 유기적인 관계란 어떤 것인지 제시하는 유의미한 상징성을 갖는다.
 
3. 담론 – 무용 – 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춤판, 페스티벌, 장의 요구
무용에서 시대성을 반영하는 담론의 전반적인 부재, 또는 기근은 무용장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담론과 이를 치열하게 해석해내는 작품들의 창작이 활성화되려면 페스티벌, 공연 등에서 안무가-비평가–관객이 같은 눈높이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 절실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담론의 공백을 채우는 과정이 시작되어야 ‘무용의 대중화’를 바라는 일부의 목소리에 부족하나마 토대가 생길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토론, 페스티벌, 담론을 섞어놓은 즐거운 난장판이 필요하다.

 

 66 _조형준_ 안산문화재단 시각예술부장

1. 기초문화재단 운영체계 개혁
지역 자치의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화예술 기관들의 지자체 종속화 현상을 분권과 협치의 플랫폼을 목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천편일률적인 기초문화재단 운영체계부터 비판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지자체장 당연직 이사장의 이사회와 대표 1인 독임 경영 체계는 현재 근본적인 한계에 다다라 갖가지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 지자체 행사 대행,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영목표와 비전, 문화예술기관의 관료화 등. 당연직 이사장을 모두 내려놓고 비전과 목표를 지향하는 이사회 중심의 새로운 운영체계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정책생산, 평가 단위와 제대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고민들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운영체계가 제안될 수도 있다. 이만큼만이라도 열린 플랫폼의 형태를 갖추고 시작했으면 한다. 이만큼이라도 해야 할 과제와 고민은 무척 많다.
 
2. 경쟁적 문화도시 선정 지양하고 협업형 문화지구 지원
문화도시는 여러 순기능도 있겠지만 문화예술의 지역 간 경계를 강화하는 역기능도 있다. 성과에 대한 경쟁과 집착은 지자체에 대한 종속을 강화하기도 한다. 문화 분권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역할과 기능 분담을 하는 권역별 협업 형식의 문화지구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1지자체 1문화시설 정책은 한 블록 건너 똑같은 기능의 시설이 존재하는 비효율과 보이지 않는 담장을 만들고 있다. 교통망이 세분화 되고 온라인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문화예술적 경험과 욕구는 지역 간 경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과 지역의 기억과 정서를 소통하고 참여와 협업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의 우리 삶을 위해서 훨씬 긍정적이다. 기초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들이 먼저 공동의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해도 좋을 것이다.

 

 67 _김재환_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1. 지역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 미술관 정책 강화
현재 국공립미술관 정책 생산을 담당하는 공식적인 기구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정책연구과가 유일하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정책연구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책 방향을 생산하기에 지역문화예술과 지역 주민과 연계된 미술관 정책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립미술관은 전시나 행사를 운영하기도 급급해 지역 기반형 미술관 역할에 대한 정책 연구는 언감생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미술관 정책 논의가 필요하고 특히 지역문화예술 플랫폼을 수행할 수 있는 포스트 뮤지엄에 대한 정책 생산이 강화되어야 한다.
 
2. 예술비평 지원 프로그램 강화
현대예술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감상과 사유가 동시에 수행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비평이다. 예술비평은 예술생산물에 언어와 개념을 적용해 그 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예술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예술생산과 관련한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예술비평 지원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예술비평 지원 프로그램이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3. 건축물미술작품 설치 관련 법개정을 통해 공공조형물 사업 재구조화 필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12조(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에 따라 전국에 세워진 조형물이 2021년 한 해만 869건으로 금액으로는 1천 1백억 원이 넘었다. (공공미술포털 사이트 참조 publicart.or.kr) 그런데 이렇게 세워진 대부분의 조형물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관리되지 않고 흉물이 되기 일쑤다. 더 문제적인 것은 이 조형물들과 얽힌 리베이트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직접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식보다 기금운영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68 _주성진_  (공공의 문화예술 사업을 덜 공공스럽게 만드는) 문화용역

0. 소울리스를 추앙하는 시대, 무취향을 지향하는 청년들의
‘영혼 없는’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말맛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자조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즐거운 콘텐츠가 되었다. 최근에는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버텨나가려면 응당 갖추어야 할 삶의 태도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빨리빨리’를 기치로 내달려온 산업화 세대와 ‘가성비’라는 신념 하에 선택을 훈련해온 신세대들이 쌓아놓은 공동체의 기호와 규율이 청년들에게 취향을 사치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1. 취향을 확장하기 위한
브르디외가 ‘취향은 사회적 관계에서 계층을 구분한다.’고 말했던 시기만 해도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취향을 전제로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취향 자체를 갖는 것, 취향을 갖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계층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취향이 없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어 삶을 즐기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어떠한 문화예술 정책이 의미가 있을까? 따라서 공공의 자원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발견해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와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생각한다.
 
2. 삶을 닮은, 생활을 담을 문화예술 정책을
그렇다면, 왜 매년 수많은 예산을 시민의 문화향수와 이를 위한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데 개인의 취향을 메말라 갈까? (구조적인 문제들은 차치하고) 공공에서, 공공의 자원으로 이루어지는 해당 목적의 사업들이 개인의 일상과 생활을 쫓지않고, 새로 만들어 내고자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조금 있지만) 문화도시 사업을 보자. 청년들의 삶에서 도시경계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졸면서 버스를 타고 넘나드는 동선 중 어디엔가 지도와 공무원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경계. 그 경계 이편과 저편, 내가 잠을 자는 곳 혹은 일을 하는 곳 중 어느 한 곳이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것이 그 청년의 삶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 그리고 경쟁 하에서 이루어지는 개별 프로그램들은 타 도시와의 ‘차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때문에 코딩부터 마크라메까지 시민들은 일상에서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의 맥락과 맞닿지 않는 얕은 체험들로 꾸며지고 있다. 어느덧 시민 스스로도 원하는 것을 하는 제안하고 실천하는 동아리 활동도 ‘차별성 있는’ 취향을 위해 자신이 생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취향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 그러한 활동은 또 흔한 것이 되고 또 새로운 것을 쫓다 보니 취향이 축적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3. 한 가지 문제, 한명의 문제부터 집중하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화는 결국 사하라 사막 전역에 매일 0.1mm의 비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10년이 지나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다. 같은 양의 물을 100m*100m의 지역에 집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오아시스가 생겼을 것이고, 풀이 자랐을 것이고, 그 풀을 먹기 위해 동물들이 오갔을 것이고, 넘쳐흐른 물이 주변으로 흘러 시냇물은 졸졸졸졸~ 흘렀을 것이고, 동물들의 배변이 씨앗을 옮겨 곳곳에 싹이 돋았을 것이고, 이미 상당 지역에는 숲이 생겼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과 A.I는 아무도 보지 않는 비일상적인 공연이나, 아무도 쓰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쓰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어디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비를 집중해야 가장 많은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계산할 때 써야 하는 건 아닐까?

 

 69 _문미희_ 나누미촉각연구소 소장

1. 함께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
최근 쟁점이 되었던 장애인 지하철 농성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누군가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쟁점 중 하나는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관심도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환경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는 높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2. 사회적 약자의 참여 기회 확대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생기는 이유는 사회 구조적, 제도적, 법률적 장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가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3.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는 사회적 관념 속에서 살아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일상적 삶의 기회에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교육이나 문화 참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법적 제도는 마련되었으나 그 효용성은 어떠할까. 많은 이들이 장애-비장애가 구분된 삶의 환경을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의무적으로 이행되는 법적 제도는 여전히 아쉬움을 자아낸다. 여러 공공건물 입구에는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안내 촉지도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공원이나 광장같이 트인 공간을 안내하는 안내 촉지도는 요원하다.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안내촉지도 설치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70 _박정현_ 건축비평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앞으로 허가하는 재건축은 마지막 재건축일 수 있다. 선거에서 이슈가 되었던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아파트단지의 수명을 30년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이는 용적률을 높여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아파트를 구입할 인구가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한 모델이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뒤 이 모델이 또 다시 유효할 가능성은 무척 낮다. 또 다시 용적률을 높일 수 없을 뿐더러, 인구 급감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재개발 문제를 비롯해, 새롭게 허가하는 재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정권에 따라 전면 철거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다시 재생에서 재개발로 오가며 실험을 해 볼 여유가 이제 우리에게 없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당장의 주택공급 문제도 시급하지만 인구구조와 기후의 변화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도시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

 

 71 _이초영_ 별일사무소 대표

0. 나답게 늙는 사회가 시급하다.
혼자 살기 어려운 시대,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살기 어려운 시대. 멀쩡한(?) 정신으로 잘 살기, 늙기가 힘든 시대. 사는 것 자체가 겁 나는 시대. 복잡한 도시는 물론, 외곽 도농복합지역까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한데 섞여 같이 살고 있으나, 각 생활패턴과 문화가 너무 달라서 함께 무엇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이렇듯 세분된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준비는 늘 미흡하다. 얼마 전 '해방'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크게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노동'이라고 느껴서 아닐까 싶다.
 
1. 문화와 복지의 결합, 그 프레임의 키워드는 '나다움'
말로만 듣던 고령사회가 코 앞이다. 얼마 전 다녀온 농촌 도시에서 할머니들의 탁구 프로그램이 없어진 이유가 이젠 탁구공을 집어 올리면 무릎이 아파서란다. 나이듦, 늙음, 죽음의 흐름 속에 가족마저 당사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소통 방식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모두 함께 잘 나이 들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이 이에 대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와 복지의 결합을 되새겨야 한다. 따라서 복지에서의 '돌봄' 개념을 넘어, '나답게 살아가는 삶'으로 관점을 전환하여 나 자신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농촌 노인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보건 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문화와 함께 할 수 있는 접근을 실험하고, 마을복지체계에서 '나답게 사는 문화'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와 프로그램 등을 시도하고 마련해야 한다.
 
2. 문화와 예술을 접할 때, 느끼는 감정에 관해 구체적인 지표 필요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결정요인을 ‘삶의 가치와 목표’, ‘관계’, ‘주거와 환경의 질’, ‘일’, ‘생활의 질과 경제적 안정’, ‘건강’, ‘거버넌스의 질’을 들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관람, 향유 및 참여와 관련된 정량 지표의 중요도를 낮추고, 실제 문화예술과 관련되어 활동했을 때 나타나는 욕구, 관계, 심리 등 개인의 감정을 구체화한 세부 지표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특히 '나답게 살 수 있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선 '나'를 더욱 잘 알아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나의 뜻대로, 나의 속도대로 온전한 나로서 나이들 수 있을 것이다.

 

 72 _ 김소진_ 시각예술 단체 1995Hz 대표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필요성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57번 과제로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을 내세웠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한 과제 목표 두 가지로 예술의 독립성·자율성 보장과 함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예술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복지 안전망 강화와 예술산업 미래 경쟁력을 높일 것을 표명했다.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 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지역 내의 문화예술 거버넌스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예술진흥법」 제36조와 「지역문화진흥법」 제19조를 살펴보면 지역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해 협의 조정을 행할 수 있는 상호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역문화진흥법」 제20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 및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대다수의 지역 문화예술진흥조례에는 지역문화예술(진흥)위원회 설립을 위한 조항이 있다. 실제 조성되었는지, 조성되었다면 어떠한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지역마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 모든 세대의 지역예술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문화예술위원회가 설립되어, 그 안에서 수평적 소통이 이루어져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란다.

 

 73 _ 박지선_ 독립 프로듀서

1. 문화예술을 부동산처럼 바라보는 시각에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
예술을 돈 버는 황금 거위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K-컬처 세계화의 깃발을 내걸고, 예술의 성과와 성공을 <오징어게임>과 <기생충>에서만 찾지 말아야 한다. 팬데믹을 거치며 대전환을 요구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위해 예술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중요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초예술 분야 공공지원 기관이 NFT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겠다는 구상 따위는 제발!!!
 
2. 전문성, 책임성 있고, 젠더 균형 이룬 기관장 인선으로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전환
국공립 극장, 단체, 축제 기관장 및 예술감독 선임에 있어 정치적 인선이 아닌 조직의 미션에 따른 책임감 있는 인선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선 절차를 마련하여, 공정성과 전문성, 책임성이 드러나는 선정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2019년 기준 문체부 산하 32개 공공기관 중 여성 기관장은 5명.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여성 인력이 대다수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여성의 의사결정권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며, 여성 기관장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3. 공공과 민간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협력 구조로의 전환
광역문화재단에서 기초문화재단까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설립된 지금, 많은 중간 지원조직들은 예산 부족으로 민간단체와 경쟁을 해야 하고, 민간의 예술단체는 지원기관들의 하청업체가 되고 있다. 유연하지 않은 행정 절차 안에서 예술의 다양성과 실험은 사라진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예술사업들은 Ctrl C Ctrl V, 24시간 편의점과 다를 바 없이 만들어졌다 쉽게 사라진다. 지원기관이 사업 수행기관이 되어서는 안 되며, 민간단체 또는 민간 전문가와의 장기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며(5년 이상),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전문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4. 전 지역에서 다양하고 실험적인 예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유통구조로의 전환
다양한 예술의 경험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연예술작품의 다층적 유통구조가 필요하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 유통구조에서는 대중성을 담보하지 못한 컨템포러리 공연, 특히 새로운 양식의 연극, 현대무용, 다원예술 등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원사의 일부를 포함한, 지역 내 소극장, 대안 공간 등을 발굴하여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공연예술의 유통을 통한 예술 향유층 개발이라는 관점을 많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 관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점의 중요성을 가져야 한다.
 
5. 일방향에서 다자간 협력으로, 그린 모빌리티로의 국제교류 전환
팬데믹을 거치며, 기후변화 대응, 탄소 발자국 감축은 예술을 넘어 전 세계의 주요한 화두이며, 몇몇 예술가들은 비행기 타지 않기를 선언하며, 새로운 국제 협력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이동성은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국제교류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린 모빌리티(친환경 이동성)를 위한 다국적 협력 구조, 디지털 이동성 확대, 장기 레지던시 지원, 근거리 지역 간 전략적 협력 등의 국제교류의 새로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74 _ 김아영_ 코뮤니타스 대표(coo)

분권과 자치의 시대에 부응하는 ‘문화자치 모델’ 확립
 
지역 중심의 문화자치가 그저 기조에 그치지 않고 문화정책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새정부의 문화정책이 답습과 선언적 정책(또는 보이지 않는 정책)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다양한 의제들을 생산하고 대안을 정책으로 설계할 수 있는 [문화자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지역문화정책은
1. 지역 현장으로 내려와 지역의 목소리와 의제 생산 과정에 주목해야 하며 (문화정책 전달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재편성)
2. 이를 지원하기 위한 협업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지역문화협력위원회 활성화,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 확보 등)
3. 민간 생태계 활동이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지역문화전문인력 교육 및 교류 확대 등)
4. 지역 중심의 새로운 협치를 위한 공론의 장(지역문화 정책 포럼 등)을 확대하면서
5. 재정과 사업의 안정적 이양을 위한 광역-기초의 역할 설계와 원칙들이 확립되어야 한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화된 경로의 [문화자치 모델] 설계를 통해 지역문화의 가치가 확산. 발신되길 기대한다.

 

 75 _ 용해숙_ 시각예술가, 분홍공장 대표

1. 자생적 문화생산, 고유성 공유로서의 문화관광
현재 지역의 현실은 대동소이하다. 인구가 소멸하고 있고 고령화와 젊은 층이 사라지고 있다. 문화가 이러한 현실적 지역문제에 작동하는 방법적 모색에 있어 그 근간은 지역민의 삶을 돌보고 구조적 부재를 잇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의 현재 삶을 살피고 비가시적인 부재의 영역을 잇는 자생적 문화생산만이 그 지역의 문화의 고유성을 개발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2. 지역 문화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오랫동안 지역 문화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는 오히려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일방향 예산집행 사업인 경우가 종종 있다. 문화예산이 지역 정부 담당자들이 주도하고 이를 정산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지역민의 이해는 배제된 채 몇 지역 주체들 간의 경쟁과 성과만을 전시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문화생산은 과정이자 나눔으로, 눈 오는 날 꽃을 심는 조경사업같이 무조건 쓰이는 문화예산 집행은 지양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3. 지역은 단기에 가시적 성과만을 위해 예산을 집행해도 되는 실험장소가 아니다
자생적 지역문화의 토대는 지역의 주체로부터 중단기적으로 이루어져 각 지역의 물리적 삶의 속성과 그 보이지 않는 제도적 부재를 문화로 잇는 준비된 시간이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일방향적인 제도를 지향하고 문화예산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규모와 제도 준비를 위해 집행되어야 한다.

 

 76 _ 이창원_ ()인디053 대표

1.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적 시도
- 폭염, 폭우, 산불, 전염병 등 기후변화는 이미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음
- 탄소배출이 많은 문화예술 활동에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지속가능성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 필요
 
2. 문화인력 양성 및 지속가능한 활동 보장
- 이미 우리사회는 수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대로 갖춰주고 있지 못한 상황
- 양질의 문화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의 활동을 꾸준히 보장할 수 있는 방안 필요
- 특히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현재의 문화예술 교육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민·관·산·학·연이 함께 할 수 있는 토대 마련
 
3. 선순환 활동을 위한 기금 및 금융시스템 구축
- 코로나19 이후, 영세 문화예술계의 활동 부진으로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
- 대부분 낮은 문턱의 기금 및 금융도 문화예술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며, 그마저도 수도권에 집중
-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와 융자를 할 수 있는 따뜻한 금융정책 및 민간, 공공, 기관 등이 공동으로 출자 및 지원할 수 있는 기금마련 시스템 구축 필요

 

 77 _ 모세환_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

1. 이젠 ‘전 국민 문화향유시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보편적, 맞춤형 수요에 맞춰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문화복지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263만 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되는 문화누리카드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하였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비용은 소득공제를 확대해 문화시장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정부차원의 ‘보편적 수혜’에 맞춘 시스템에 대한 정책의 이야기는 있으나, 이번 6.1지방선거를 통해 본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이나 또는 지역의 정책으로서의 보편적, 맞춤형 수혜에 관한 계획들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연 정부정책만으로 지역의 맞춤형 문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2.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문화예술인 맞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성과계약 이외에 창작발표 내용에는 간섭하지 않고, 공정한 지원체계에 근거해 다년간 집중 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층 예술인들의 고용보험료 차액을 지원하여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확보하며 재교육과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의 NPO(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실질적으로 지역에서는 하드웨어나 지원예산에 대한 갈증도 있지만, 중간지원조직의 성장과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오히려 중간지원조직에 대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관점에서의 정책선언은 어떠할까?
 
3. 전통문화유산을 미래문화유산으로, 국가와 지방을 나누지 않는 정책 발전 필요
윤석열 정부는 지정문화재 위주의 보호주의에서 미래 문화유산 발굴 및 관리의 포괄적 보존체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 또한 국가 전액 부담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또 ICT 기반 문화재 방재 및 관리체계 확립해 공공 문화재발굴기관 기능 확대하고, 지역의 문화재 연구기관의 과학기술 융합 연구역량을 강화하여 젊은이 일자리 창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구별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서열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문화재지정번호’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좋은 일이다. 게다가 ‘문화재’라는 용어도 개편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한 걸음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시·도지정문화재의 구분 없이 모두 미래유산으로 보고 국가와 지방을 가르거나 나누지 않는 정책의 발전도 필요해 보인다.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
“'국보 1호' 숭례문? '국보' 숭례문!...문화재 지정번호 폐지(종합)”
“지정번호 폐지 이어 ‘문화재’ 용어도 바뀐다”
“윤석열 정부, 미리 보는 문화예술 정책 변화”

 

 78   이명훈_예술공간돈키호테

1. 자유-문화예술의 그만한 자유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여러 번 튀어나왔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 예술가, 문화기획자들은 양심과,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표현하고 표출하는 데 거리낌은 없는가?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는 말을 문화예술계에 적용시켜 어떤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예술의 자유를 제약하는 각종 허가, 검열에 대한 제도적 성찰과 숙의가 필요하리라 본다. 각종 예술 공모와 심의, 평가 과정에서 드러나는 임의적 자기검열의 문제, ‘미풍양속’이라는 보수적 문화예술관 등이 예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제도적 성찰이 필요하다. 단계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소위 결제라인에 있는 ‘윗대가리’들의 지성의 수준, 그들의 양심, 판단력에 어떤 성찰이 있을지,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그런 유령사회가 되지 않기를. 주어진 직무와 권한을 잘 따져보길 바란다.   
   
2. 공유-체계적이며 정성을 다하는
자유의 가치와 함께 공유의 가치도 중요하다. 예술이 자유주의적이라면 문화는 민주주의적이다. 그런 면에서 예술과 문화의 성질을 동일하게 사고하지 않아야 한다. 문화란 공감을 통해 보다 집단적으로 향유되는 성질이 강하다. 다만, 소수가 향유하는 문화도 존중되어야 한다. 각종 문화행사의 평가를 ‘정량적’으로만 따지지 않고 ‘정성적’ 평가를 병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성적 평가가 보다 중요한 것인데, 다소 ‘주관적’이라는 이유에서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문화가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문화사업의 평가 역시 ‘양보다 질’에 더 비중을 높여야 한다. 양이 아닌 질적 성장과 성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업의 평가보고서는 가능한 찾기 쉽게 공개될 필요가 있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디지털)아카이빙 되어야 한다. 내부적인 행정용, 감사용 자료생산과 관리체계가 아니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누구나 살펴볼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사유-생태적이며 정치적인 
한국의 문화예술계에 ‘생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이 다원화 되고 다양한 종들이 출현했음을 말해 준다. 생태계를 약육강식의 먹이사슬로만 사유하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 어떤 종을 선택적으로 멸종시키거나 몰아가는 것, 문화유전자를 조작하는 것, 성공 신화를 조장하는 것 등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일을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시적,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멀리, 넓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국뽕”-정치의 미학화에 지나치게 정력을 쏟아서는 안 된다. 정권의 연장을 위해, 승진을 위해 문화와 예술이, 정책과 예산이 사유화되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문화만큼은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것, 자율적 집단지성을 육성하는 것, 문화 권력을 분배하는 것,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등등 풀어야 할 의제가 넘치고 넘친다. 표면만이 아닌 그 속을 보아야 한다. 그 엉망인 속을.

 

 79  이승욱_ 문화예술 플랜비 대표, 문화기획자

1. 기초예술의 진흥
문학과 연극, 음악과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예술은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한 문화적 자산이고 건강한 문화생태계의 튼튼한 토대를 제공한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한류와 K-콘텐츠의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기초예술의 진흥과 확산에 더 많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 

2. 문화다양성의 확산
우리 사회도 지역과 인종, 이념과 종교, 성별과 젠더, 계층과 세대 등 상이한 이해관계와 가치체계가 분화하고 충돌하면서 야기되는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문화다양성의 증진은 차이와 편견을 넘어 소통과 공감을 촉진하는 매개이자, 교류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창조의 원천을 제공한다. 

3. 지역문화의 발전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수도권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단순히 서울과 지역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 양적 균형을 추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전통과 특성에 기초하여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차별화된 문화발전 전략과 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