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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예술위 위원장 호선제 복원,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

CP_NET 2022. 2. 13. 15:53

지난해 11월 17일 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 임기가 2022년 5월 5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한다.(“[단독]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임기 연장'…2022년 5월까지” ) 박종관 예술위 위원장은 2018년 11월 2일 위촉되었고 3년 임기가 끝나는 날은 지난해 11월 1일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박종관 위원장의 임기 연장은 예술위 위원들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예술위 위원들은 2021년 10월 15일 전체 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 7기 위원들의 임기 종료 일자와 맞추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기관운영의 안정성”, “2022년 5월 초순에 선임될 8기 위원들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예술위 위원장 호선제 복원은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기관 독립성,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사항이다. 호선제 도입이 아니라 복원인 이유는 예술위가 설립될 때 이미 호선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2005년 예술위 설립 당시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임원 관련 조항에서 “위원장은 위원 중 1인으로 호선한다”(제23조의 5)고 정했다. 그러나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예술위가 기금을 관리하는 준정부공공기관으로 정해지면서 “준정부기관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제26조(준정부기관 임원의 임면))한다는 법률에 따라 호선제가 폐지된다. 호선제 복원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했다. 2020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예술위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문화예술진흥법>도 개정된다.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던 데에서 위원 중 호선으로(제24조 ②항), 위원의 임기가 2년이었던 데에서 위원장과 같은 3년으로 하고 1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던 데에서(제25조 ①항), 위원이 결원되면 보궐위원을 위촉하고 보궐위원의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제25조 ②항) 개정했다.(2020.6.9.) 위원장 임면과 위원의 임기를 동시에 개정한 취지는 위원장 호선제를 법으로 정하고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일치시킴으로써 위원장은 위원의 대표라는 호선제 취지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박종관 위원장은 개정 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했다. 박종관 위원장 임기 연장이 “8기 위원들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라는 것은 예술위 위원장 호선제 복원에 따라 곧 임기가 종료되는 7기 위원들이 위원 중 위원장을 호선할 경우 새로 취임하는 위원장이 7기 위원들이 아닌 8기 위원들과 일하게 된다. 법률은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라거나 서로 다를 때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정해두지는 않았다. 7기 위원들의 박종관 위원장 임기 연장 결정으로 이 문제를 해소했다. 그러나 위원들의 임기 일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1년 단위 연임 등으로 위원을 위촉해왔던 때문에 현 위원들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현재 예술위 위원 중 8명은 개정 전 위촉되어 임기 2년으로 2022년 5월 5일 임기가 종료된다. 반면 법 개정 후 지난해 선임된 3명의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2024년 2월 20일까지다. 새롭게 구성될 8기 위원들과는 임기가 절반 정도 겹친다.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이제 위원장 호선제 복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위원 구성이다. 호선제 복원이 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 할 때 이는 단지 장관의 권한 하나를 축소하고 기관에 권한을 이양하는 문제가 아니다. 위원 중 위원장이 선정되는 만큼 위원의 구성에서부터 예술위의 자율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책임을 다하는 위원이 선임되어야 한다.

 

위원 추천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어왔고 현 7기 위원들의 추천과정에서는 큰 논란도 있었다. 7기 위원 선임 과정이었던 지난 2019년 11월 13일 문체부는 ‘비상임위원 후보자 2 배수 공개 검증’을 발표했다. 위원회 구성과 위원 추천 과정은 <문화예술진흥법>과 시행령에 정해있는데, 당시 ‘비상임위원 후보자 2 배수 공개 검증’은 법률로 정한 바는 아니지만 위원 추천 과정의 투명성, 공정성 제고를 위해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2 배수 후보자가 발표되자 여러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8명의 위원을 선임하기 위한 2 배수 후보자 16명이 모두 남성이었던 것이다. 법이 정한 성비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격렬한 비판이 일자 문체부는 장관 위촉만 남겨둔 위원 추천 과정을 무효화한다. 이후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위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한다. 달라진 점은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위원 추천이 문화예술단체로 제한되어 있던 것을 개인까지로 참여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된 위원 추천 과정은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성, 연령에 대한 균형이 강조되었고 ‘비상임 위원 후보자 2 배수 공개 검증’을 거쳐 문체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위원을 위촉한다. (7기 위원 추천 과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쟁점과 경과는 아래 기사 참고)

 

박소현, “[이슈: 민간위원회, 위원 대표성과 역할] 무보수 명예직, 남성-연장자 대표성을 넘어”, [문화정책리뷰] 9호. 

정윤희, “[칼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비상임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의 의미와 쟁점”, [문화정책리뷰] 11호. 

 

7기 위원 선임 과정에서 2배수 후보자가 공개된 후 추천 과정을 무효화하면서 위원 선임 과정을 재정비했지만 제도적 문제는 남아 있다. 예술위 위원 구성은 <문화예술진흥법>에 정해져 있다. 위원추천위원회의 구성도 문체부 장관의 권한이고, 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 배수 후보자 중 후보자를 정하는 것도 문체부 장관의 권한이다. 7기 위원추천위원회 후보 추천에서 개인 추천을 열었던 근거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28조 ③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문화예술단체 등에 위원의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에 근거한다. 즉 문화예술단체 ‘등’을 근거로 한 것인데, 이는 장관이 ‘요청할 수 있다’로 장관의 재량 사항이지 문화예술계에 추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 상 문체부 장관이 직권으로 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7기 위원 선임 과정이 한 차례 무산되었던 ‘2 배수 후보자 공개 검증’은 문체부의 정책적 판단이지 법률에 정해진 바가 아니다. 그러니 아마도 차기 정부에서 진행될 8기 위원 선임 과정에서 ‘2 배수 후보자 공개 검증’이 폐지될 수도 있다. 물론 법이 문체부 장관의 권한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그 권한이 절차의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예술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집행될 수도 있다. 이는 단지 문체부 장관이 그 권한을 ‘선’하게, ‘잘’ 행사하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명성,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 등의 가치 지향에 대해서는 문체부이든 예술계이든 아니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합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어떠한 절차에 의해 그 가치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단지 지원금 배분에 문체부는 개입하지 말라는 것을 넘어 예술정책 수립의 권한과 책임까지를 담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소현이 지적하고 있듯이 <문화예술진흥법>이 정하는 위원의 자격은 문화예술계 10년 경력과 “문화예술에 관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자”가 전부다. <문화예술진흥법>이 정하고 있는 위원회의 직무(제30조)와도 괴리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기 위원 선임 과정이 한 차례 무효화되고 공청회 등을 거쳤지만 7기 선임 이후 공청회에서 제기된 여러 쟁점들,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만이 아니라 예술위 전반에 어떻게 더 많은 현장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을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은 이후 진전되지 못했으며 제도 정비 또한 진행되지 못했다.

(1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을 위한 공론화」 자료집 (2020.1.7)

(2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을 위한 공론화」 자료집 (2020.1.20)

(3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개선을 위한 공론화」 자료집 (2020.1.30)

 

결국 호선제 복원이 실행될 8기 위원회의 구성은 차기 정부의 ‘의지’와 예술계의 여론에 달려있게 된 셈이다. 호선제 복원의 취지, 예술위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논의는 단지 구성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자율기구로서 예술위의 위상을 회복하고 예술정책이 국가권력에 의해서가 아닌 현장 예술인들과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예술정책의 자율성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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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연극비평의 대상으로 정책을 비평하는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