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리뷰]는 2021년 6월부터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다뤘다. 공공미술프로젝트는 2020년 제3차 코로나19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948억원(국비 759억원, 지방비 189억원)이 투입된 시각예술 분야의 긴급일자리사업으로 2021년 6월 종료된 사업이다. 이것도 이미 2차례 정도의 기일 연장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정산은커녕 여전히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정산을 시행한 곳도 있었지만 문제는 하나의 단위사업으로 시행한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이렇게 제각각 운영될 수 있는가 라는 점이다.
전자의 문제라면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실행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문제라고 할 테지만 후자의 문제라면 애당초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제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2021년 11월까지 인천, 충남, 서울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 하고 확인한 것은, ‘엉망진창’이었다. 애초 매뉴얼과 협약모델에도 나온 ‘사후관리 방안’을 수립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사업 종료 후 시행되어야 할 주민의견조사는 상당수 지역에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미술프로젝트 자체가 일자리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었어야 하나 실제 고용보험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를 위해 활동기간을 길게 잡아준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예술인들이 예술인을 고용하는 구조를 방치하면서 애초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가진 정책적 방향성이 완전히 상실해 버린 것이다.
이에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작년 예산편성에서부터 현재까지 관리 지침이나 매뉴얼 혹은 방침이 바뀐 것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개한 사업추진계획과 안내서는 작년 사업시행 초기의 것 그대로였다.. 그리고 사후관리와 관련하여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종료 후 결과물에 대해 지자체에서 3년간 예산을 편성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으며, 우리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전문가 평가단을 통해 동 계획에 대한 서면검토, 현장점검, 컨설팅 등을 지원 중입니다”라는 답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7월 20일자로 확정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추진계획(안)’에 따르면, 공공미술프로젝트는 7월에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8월 지자체 사업계획 수립 및 지방비 확보, 9월부터 12월까지 사업 시행, 2021년 2월까지 사업을 마무리 및 정산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어긋난 계획은 내버려두고, 관리는 떠넘기고
하지만 이런 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일례로 기존에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해왔던 서울시만 하더라도 사업 종료시기인 2021년 2월 직전에야 25개 자치구의 사업선정이 완료되었다. 6월 30일 3차 추경안이 확정된 후, 추진계획 방침은 7월 23일에 수립된다. 이후 해당 사업을 맡길 기획사를 선정하는데 9월이 되어서야 (주)어반콜라보와 (주)시월이앤씨가 공동수급으로 8억 7천만원에 수행자로 결정되었다. 작가 공모가 시작된 것은 9월 4일인데 이때 900명이 접수되고 1차로 863명이 선정된다. 다시 재공모를 해서 10월 19일까지 총 969명이 신청하고 이 중 637명을 선정해서 1,500명을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 30명이 선정되고 5명의 심사위원이 한 그룹이 되어 그룹당 250개의 작품을 2일 동안 심사하여 이 중에서 300명의 예술가가 제안한 300개의 사업을 선정했다. 이때가 10월 27일이다.
이렇게 선정된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컨설턴트 1인이 6명의 작가로 1그룹이 되어 진행하면서 11월 27일까지 최종적인 기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컨설턴트는 총 50명으로 이들이 총 421회의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한다. 최초 일정 조율을 위한 미팅을 제외하면 최소 1차례 정도의 컨설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300명 중 100명이 선정된 것이 12월의 일이다. 이때까지 해당 작가는 어디서 작품을 설치할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가 자치구에 공공미술을 설치할 장소를 선정해서 제출하라고 한 때가 12월 9일이다. 그리고 25개 사업의 최종 선정은 2021년 1월 22일에야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이 사이에 변경된 사업추진계획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재원을 2020년 10월에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전액 교부를 했기 때문에 2020년 결산서 상에는 이월과 관련한 항목이나 이월 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를 교부받은 광역지방자치단체는 2020년 결산에서 이월이 발생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0년 회계 결산과정에서 자치구에 지급해야 하는 보조금 100억 원을 명시이월 시켰다. 명시이월조서 상의 사유는 “보조금 교부결정이 하반기(9월)에 추진되었고 25개 자치구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최소 사업기간(11개월)을 고려할 때 연내 집행 어려움”이었다. 예산을 이월할 때, 명시이월은 해당 사유를 사전에 시의회에 의결을 받아 이월하는 하는 것이고 사고이월은 그러지 못한 항목들에 대한 것이다. 이 말은 서울시조차 해당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정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를 명시이월로 보여준다.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어떤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구체적으로 사업지를 선정해야 하고 작가팀도 선정해야 하며 이들과 함께 협약도 체결하고 나중에는 유지관리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당연히 정산의 책임 역시 보조사업자인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 작가에게 놓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어긋나 버린 추진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사업관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맡겨둔 채 구경만 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초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목적했던 사업의 평가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7월 추진계획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평가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존재한다.
[주민참여] 소규모 모임 혹은 온라인을 활용. 사전에 주민의견 수렴을 해서 장소와 사업유형을 결정한 후에 작가팀을 선정하고 이후 만족도평가를 통해 사후관리 반영 [작가팀구성] 지역 미술가 중심으로 37명 내외 구성하고 프로젝트 중복참여 불가. 일자리 사업의 취지를 고려하여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최소 1개월 이상 참여 권장 [이행점검] 공공미술 포털을 통한 온라인 등록 관리, 광역지자체 및 문체부 현장점검 시행 [성과 및 작품관리] 성과지표 개발, 적용을 통해 개별사업의 성과창출 유인 및 관리, 최소 3년의 작품 보존 기간을 설정하여 관련 예산편성 등을 통한 사후관리 추진 |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미술프로젝트 세부 사업 추진계획>
이러한 세부 계획은 구체적으로 반영되었을까?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공공미술 작품에 대한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이 반영되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900억 원이 넘는 단일 장르 최대지원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분석할 계획일까? 이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확인이 필요해진다. 이후 연재에서는 위의 4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미술과 관련하여 책임져야 하는 부분과 더불어 이 사업을 만들어낸 문화체육관광부 의견수렴 당사자인 미술협회 등이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예술지원 구체계의 표상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판데믹이라는 재난에 대응하는 일시적 사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쩌면 1972년부터 구조화된 <문화예술진흥법> 체계, 여전히 유효하게 자리잡고 있는 장르별 지원체계라는 구체계를 표상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을 우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대 최대의 예산이 단일 사업으로 집행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문화예술지원정책의 과정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왜 기금 고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이전한 적립금은 203억 원에 불과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통해서 전입된 경정 수입금도 100억 원에 불과하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문제는 어쩌면 현재의 문화예술지원 정책구조에 작동하고 있는 ‘현상유지의 힘’을 진단할 수 있는 표지일 수 있겠다. 많은 토론이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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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위원,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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