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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지역이 소멸된다고?

CP_NET 2021. 11. 4. 18:15

 

#1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숨겨진 맥락을 찾지 못하고 겉포장에 훅 현혹되면 그대로 당한다. 논란이 일 것 같은 문장들은 교묘하게 숨겨 놓는다. 보도자료 등을 배포할 때 마치 그것은 '국룰'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정부가 웬일로 인구감소지역에 신경을 쓰나 했다. 10월 18일 행안부는 10년 동안 무려 10조 원을 조성하여 ‘지역소멸대응기금’‘지역 소멸 대응기금’씩이 나를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자치단체에 지원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인구감소지역’89곳 지정, 지방 살리기 본격 나선다!”)큰 선심 쓰듯 이야기했지만, 막상 까놓고 보면 지자체당 연간 100억 원 남짓 지원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한다면 어디냐 싶지만, 사실 이런 기금 사업들은 연간 이래저래 내려져 오는 국비로 볼 때 많은 수치의 돈도 아니다. 그런데 행안부는 10년 간 10조 원이라는 숫자와 지역소멸대응기금이라고 명시함으로써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것 마냥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데 그거라도 어디냐. 그렇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뭐 한발 물러서서 보면 그래도 신경은 쓰네 할 수 있다.

 

 

#2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제목과 부제만 봐서는 안 된다. 리드 문장에도 포함되지 않은 검은 속내가 흘리듯 끼워 넣은 문장 안에서 싹 밟힌다. 눈 밝은 이 아니면 찾지 못한다. 그럴듯한 문장들을 늘어놓고 은밀하게 삽입한다.

“이와 함께 지역과 지역, 지역과 중앙 간 연계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 간 특별지자체 설치 등 상호협력을 추진토록 유도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지자체 배분 재원을 활용해 복수 지자체 간 생활권 협력사업을 적극 지원한다”

사실 전해철 행안부 장관 브리핑의 핵심은 이것이다. 결국 대응책이라는 건 중핵도시와 메가시티로 귀결되는 것이다. 너희 인구 적으니까 인근 지자체와 통합하면 돈 더 줄게, 이것이다. 사실상 89곳은 스스로 살아낼 수 없다고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러니 니들끼리 알아서 뭉치던지 아니면 큰 도시에 곁방살이하든지 알아서 선택해, 이건 최후의 보루야, 이런 협상카드를 들이민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떡밥인가. 지역소멸에 정부가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한다고 생색은 생색대로 내면서 기금을 미끼로 통합을 유도하는 이 멋진(?) 그림을 그리고서 그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3 무려 핵심포인트는

이날 전해철 장관은 브리핑에서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낸다. 기자회견에서 박성호 지방자치분권실장이 답변하는 내용에 이것이 녹아들어 있다. 무려 핵심 포인트라고 말한 것은 이것이다.

“저희 이번에 핵심 포인트는 지역이 앞으로 지속가능해야 되는데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모든 것을 다 갖추겠다고 하는 것은 이제 점점 시대적으로 어려운 상황 아닌가, 그래서 해당 지역이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뭔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 그리고 특성화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 그 중심으로 해서 인구 활력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한다.”

브리핑이 이 정도로 나오면 사실 기자들은 나이브하게 89곳에 지방소멸기금 만들어 10조 원 지원한다로 제목을 뽑을 게 아니라 정부가 인근 지자체 통합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하지만 그런 언론들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일부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간파하고 부추긴다. 정부 논리에 조응해 본격적으로 프로파간다를 하는 것이다.

 

 

#4 넙죽 받아먹는

이것을 넙죽 받아먹는 언론과 지자체가 있으니 인근 빌빌대는 지자체를 삼키고자 야욕을 드러내는 도시들이 있다. 10월19일 동아일보를 보자. (동아일보, “전남·경북 16곳 ‘인구소멸 위기’…다양한 지원, 지방 살리기 올인’”(2021 10 18))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일반적인 멘트를 하나 걸쳐주고 바로 전문가들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가령 이런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 간 생활권을 묶는 이른바 메가시티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10개 대규모 광역권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도 주요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인구 감소지역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엔 지역 간 협업과 연계가 필요하다. 정치적 문제나 지역적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메가시티 구축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마치 정부를 은근히 비판하면서 메가시티를 부추기는 말로 마무리한다. 비판할 것 없어요. 교수님! 다 한통 속이잖아요. 중핵도시 메가시티 만들고 싶어 하는 맘 다 안다고요. 지역소멸대응책은 메가시티로 직진하기 위한 나름 포석인 셈이다.

 

 

#5 하나 마나 한 말들

경향신문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기사 <절반의 한국> 마무리도 흥미롭다.(경향신문,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조성만으론 역부족…연결 통한 규모의 경제로 새 거점 만들어야메가시티 역시 새로운 위계 피라미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라고” 살짝 걸쳐놓는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체제극복을 위해 선도모델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란히 놓는다. 김태영 경남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은 메가시티 아니면 대안이 뭐냐고 묻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의 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언론에 실린 전문가들 답을 모아 보면 지역소멸의 답은 메가시티다. 중핵도시보다 더 큰 이름, 메가시티로 그 해결을 모두가 그야말로 원하고 있다. 정말 메가시티 아니면 답이 없는가. 난 그들이 정말 시군단위에 살아본 적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도시에서 탁상행정을 하면 그런 이론이나 평론이 나올 거라는 것은 십분 이해하는데 그런 하나 마나 한 말들로 공론장을 어지럽히면 되겠는가.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소멸 이야기와 메가시티가 계속 공론장의 메뉴로 오를 것 같은데 더 짜증이 나는 것이다.

 

 

#6 통합과 효율

통합과 효율. 이건 참 만병통치약처럼 군림해왔다. 지역 농촌은 돈을 쏟아부어도 안 되는 밑 빠진 독이고, 결국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런 안일한 발상들이 농촌을 병들게 한다. 지금까지 특화해서 뭘 해보겠다는 건 다 실패했다. 안 해본 것이 아니다. 체험형이든 농특산물이든 관광지든 지금 여전히 거기에 막대한 돈이 쏟아부어지고 또 그렇게 망가진다. 돈이 들어오는 방향 자체가 틀렸으니 나가는 것도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수밖에. 제발 농촌을 특화시키지 말아 달라.. 그냥 살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달란 말이다. 뭐 돈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 약국, 병원, 도서관, 치안센터, 우체국, 소방서 등 도시에는 당연히 존재할 것들이 없는 곳에,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마저 무너지고 있는 농촌에 무슨 특화니 개뿔이니 이런 이야기 하지 말란 말이다. 그냥 최소한으로 살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줘도 있는 사람 떠나지 않는다. 오고 싶은 사람 오게 되어 있다. 지역이 소멸된다느니 오두방정을 떨면서 마치 금방 증발할 것 같은 분위기 조장하고 토끼몰이하듯 메가시티로 몰아가려는 속셈 모르는 것 아니다. 애쓰지 말아라. 애쓰는 척도 하지 말아라.

 

 

#7 키 작은 사람이라고 눈 코 입이 없는 게 아닌 것처럼

메가시티 하고 인근 지자체 통합해서 특별지자체 만들면 지자체가 통합되니 인구는 별도로 통계 내지 않아 소멸 이런 말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지역은 더 황폐화될 것이다. 사막처럼 될 것이다. 그나마 있던 기초생활서비스도 인근 도시로 다 빠지고, 그냥 도로나 메트로만 연결하여 도시에 기생하여 살라고 할 것이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그곳에 삶이 스밀 수 있을 것인가. 문화적 다양성과 그나마 내려온 전통, 정체성은 다 뭉개지고, 오랫동안 형성된 생활권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급격히 도시화되며 농촌은 다 스마트 농장으로 바꾸면서 그것이 새로운 농촌혁명이라 씨부리겠지. 소멸이니 뭐니 사는 사람이 다 감당할 테니.. 특화 어쩌고 저쩌고 하지 말고 통합 어쩌고저쩌고 하지 말아라. 사는 사람 불안하게 그러지 말라고. 작은 학교 폐교 논리를 똑같이 답습하며 하는 짓거리란 짜증이 확 밀려오는 것이다. 특화하지 말고 정주여건 좀 개선해달라고. 작게라도 공공서비스 빼앗지 말아 달라고.. 키 작은 사람이 눈 코 입이 없는 게 아닌 것처럼 작은 지역에 사는 사람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라고. 자꾸 아랫돌 빼서 윗돌 괴려 하지 말고, 보충성의 원리로 제일 아래 밑바닥에 있는 지역을 일으켜 세워주려는 노력은커녕, 이건 그나마 있는 살림마저 다 거덜 내려고 하니. 이게 정부가 할 일이냐. 그 돈 필요 없다. 다 물리라. 우리끼리 살아갈 테니 통합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지역 민심 어지럽히지 말라.

 

 

 

* 편집자 주: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시되었던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필자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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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 옥천신문 대표. 대전에서 나고 자라 20대 후반 청년기부터 옥천 사람이 되었다. 반생은 옥천에서 살고 있고 그 파이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다. 옥천은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도시와 농촌, 물과 환경, 자치와 자급, 순환과 공생, 협동과 연대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작은 코뮌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그것을 체감케 해주었다. 작은 코뮌들이 연대할 때 우리의 일상은 탄탄해지고 차별과 소외는 불식될 것이라 믿는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이자 보루라고 생각하는 풀뿌리언론 옥천신문에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