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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②] 공공미술은 하청사업인가

CP_NET 2021. 4. 7. 12:12

#1 지난 해 10월에는 윤은숙 울산민미협 대표가 지역 주간지에 “공공미술프로젝트 유감! 울산민미협이 먼저 공개한다라는 기고에서 울산민미협이 울산 북구와 동구에 지원했던 응모작을 공개했다. (기사보기 ) 8월부터 지속된 지역 내 5개 구군별 작품선정을 둘러싼 논란 끝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울산광역시 동구는 지난 4 2일이 되어서야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와 공공미술프로젝트 협약을 마치고 전하초등학교와 방어진항 일대에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2 지난 1월에는 강원도 홍천군 공공미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응모 시 포함된 작가들이 대거 교체가 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 미술단체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인사 간의 갈등 양상이 된 모양새인데, 배제된 측은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지역내 일자리 만들기 차원이니 지역내 미술인의 고용이 우선이라고 한 반면 프로젝트 대표는 외부 평가를 고려할 때 적정한 작품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3 대구 달서구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가 지역 구의원이어서 논란이 되었다. 구의원은 작가로서 사례비를 수령한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에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이 있는데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구의원이 사례비를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사업 응모자격에 안정적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는 제외한다라는 규정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해당 의원이 수령했던 사례비를 반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안정된 고용관계라는 것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기준이라는 뒤끝을 남겼다.

 

위의 기사들만 보면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상당히 논란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사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면 대부분의 기사가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성과를 알리거나 혹은 동정기사로 채워져 있다. 즉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일률적으로 4억원의 보조금이 제공되는 전대미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금까지는 큰탈 없이 진행되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의문은 여기에서부터 생긴다.

 

 

침묵의 이유

 

<문화예술진흥법>은 공공미술을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정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공공미술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공원, 도로, 녹지대 등 서울특별시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공공용지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건축물에 설치되는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서예, 벽화, 미디어아트, 기념비 등의 미술작품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았다. 이에 따르면 공공미술은 공공이 소유하거나 법에 의해서 대중에게 공개되는 미술 장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현재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일단 장소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장소여야 한다. 그리고 그 장소가 공개장소여야 한다. 이런 요건에만 맞으면 그곳에 설치된 미술작품은 공공미술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소이고 그 장소를 소유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욕구가 가장 크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초기에 왜 장소선정에 지역주민들이나 작가들이 제안을 할 수 없는가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애당초 소유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그 장소의 사용허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다. 그러면 현재 진행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공공 즉,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공미술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전대미문의 단일프로젝트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무엇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우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할 수 없어 충청남도 15개 시군과 인천광역시 10개 시군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이 중에서 충남의 10군데와 인천의 10군데가 정보를 공개했다. 대부분 사업실행계획서와 협약서로 이루어진 자료를 보내주었는데 몇 군데만 행정에서 수립한 추진계획을 보내주었다. 극히 일부만 사업이 종료되어 정산보고서와 실적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아예 사업소로 청구서를 이관하여 ‘자료부존재’(홍성군) 통보한 곳이 있었고 별다른 통보없이 정보공개를 미루고 있는 곳도 있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한 곳인 논산시는 3 26일자 통보를 통해서 사업실행계획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가팀에서 작성 중에 있으며 사업실행계획서가 확정되지 않아 협약체결 이전으로 귀하가 요청하신 자료는 논산시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6월 말 최종 정산 종료라는 것을 고려하면 3월 말까지 협약조차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작품을 만들고 어떻게 정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예산밀어내기 식 사업구조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의 성격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누구도 이 사업이 적절한 작품성과 합리적인 절차 등의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사업은 명확하게 지역 미술인들에게 돈을 뿌려주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머니형 구조를 가진다. 예산과 재정을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사업은 예산낭비 운운을 다룰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왜 다른 누구도 아닌 미술인에게 주어야 하냐는 사업 대상의 타당성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유는 전달체계보다는 사업대상에 타당성이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사실 이게 없다. 예술인들 중에서 미술인에 대한 지원이 더 긴급하다는 근거는 없다. 2017년 기준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나온 분야별 예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으로 보면 미술 장르보다 문학과 사진이 월등히 낮게 나온다. 지역 일자리의 측면에서 보면 더욱 모호하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전업 비율을 보면 미술은 78%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중음악 92%, 연극 83%, 만화 9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즉 코로나19와 연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일자리의 지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연극이나 대중음악이 더욱 타당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사업의 성격이 모호하면 사업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 어렵다. 애당초 목표 자체가 없는데 목표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이 사업은 연말 보도블럭 공사와 유사하게 편성된, 예산을 밀어내는데 주안점을 둔 사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에서 확인된 주요한 사항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인천동구의 사업추진 현황]

 

인천 동구의 경우 동 사업의 중요한 성과로 37명의 지역예술인의 일자리를 제시하고 있고 또한 다양한 분야별 작가들의 협업을 통한 창작활동으로 작가 역량 증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일자리 사업이라면 일자리에 참여하는 작가의 기준이 필요할 것이고 해당 컨셉에 맞는 창작물이 필요하다면 그에 적절한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위의 인천 동구 추진일정을 보면 장소와 작업유형을 결정해놓고 최소 37명 이상의 1개팀을 뽑는다는 기준으로 작가팀을 선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이 불과 9월 한달 내에 이루어진 것이고 10월에 작가팀이 선정되고 11월에 작가팀이 구성되었으며 1월에 실행계획이 최종 확정되었고 3월까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일정이다.

 

이 사업은 총 4 1,520만 원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2 2천만 원이 인건비에 사용된다. 대표자가 총 1,656만 원을 배정받고 행정인력이 1,109만 원이다. 작품을 설치하는 작가에게는 1 7,640만원이 배정되었는데 이를 37명으로 단순 분배하면 477만 원 정도다. 그와 별도로 재료비, 설치비 등이 1 8천만 원 편성되었으니 4종의 작품에 못해도 4천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액수가 타당하냐 타당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의 의미가 뭐냐는 것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전체 사업비의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사업도 아니고 갑자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확정한 예산의 경우, 특히 그에 대해 지방비 매칭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해당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6월에 정부 3차추경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시점에 따라서 빠르면 9월 중에, 늦으면 11월 중에야 지방비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말은 재원 성격을 보면 이 사업이 제대로 집행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균등한 공공미술 역량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빠르게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함으로서 시간을 벌 수 없다면 예산 밀어내기 방식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미술은 무엇이고, 우리 지역에서 필요한 공공미술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적 논의가 끼어들 틈이 없다.

 

공공미술사업은 작가팀을 선정한 후 작가팀과 협약을 체결함으로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다. 따라서 협약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예술인들 간의 역할과 권한을 정하는 유일한 문서다. 협약서의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안을 내놓았다. 앞서 살펴본 인천광역시 동구와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사용된 협약서가 똑같다. 협약서의 제1조 목적은 해당 협약서가 지자체와 작가팀이 서로 간의 긴밀한 협조와 협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역할과 의무)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등록, 교부신청, 사업변경, 정산, 성과보고는 모두 작가팀이 e나라도움을 통해서 하도록 규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미술품이 설치되는 장소의 소유권자이고 예산과 행정지원을 제공하는 조력자의 역할로 규정된다.

 

그런데 실제 협약서의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작품의 내용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4(중간점검 및 최종점검)의 3항은 중간 점검 및 최종점검에 있어서, 지자체의 의견을 작가팀은 수용하고 반영한다 규정되어 있고 제5(주민 참여) 3항에서는 “최종실행계획이 확정 수립된 이후에라도 주민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렴하여 작품이나 주민참여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 정했다. 단순하게 보면 당연한 내용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즉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행정 내의 거버넌스 구조는 단 하나도 없다. 내부의 사업관리를 위한 위원회나 TF도 없고 주민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의기구에 대한 사항도 없다. 그러면 관계 자체가 일방적이 된다. 순환직 공무원인 지방자치단체의 담당부서에서 공공미술 작가팀에 제시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견이란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지역주민의 의견을 민원 형태로 접수하게 되면 이것이 무슨 참여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의견수렴인가.

 

 

사업 이후 과정 준비 없어

 

사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사업의 전달체계 내에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고민하고 집행했어야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애당초 공공미술 프로젝트 자체가 즉흥적인 사업이다 보니 누구도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가장 익숙한 사업형태로 정액 분배되었다. 결국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외형적인 측면에서도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형식적인 사업이 되고 만다. 안타까운 것은 사업 이후의 과정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협약서 상에는 작품 전시 및 전시 기간은 3년으로 하고 부실시공 및 제작에 의한 파손은 작가의 책임으로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 완료 시 작품의 설치 기간 및 예산이 포함된 유지관리 방안을 작가팀에서 작성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제13(작품의 유지 및 사후 관리 등)의 항목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업은 일회성 사업이 되고 만다. 어쩌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 다음 연재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을 분석한다. 예산밀어내기와 하청사업화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그마나 제대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한 지를 살펴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추가적으로 하고 특히 사업실적과 관련된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둘러싼 풍부한 사회적 토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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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위원, 1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