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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문화뉴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일자리 지원

CP_NET 2020. 12. 3. 10:41

정산의 계절이다. 하지만 정산할 사업이 거의 없어 약간 즐겁다. 올해는 2000년부터 시작해온 문화기획자 활동 기간 중 (중간에 한 3년 정도 다른 일을 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기획하지 못한 해이다. 서울문화재단 코로나 19 긴급지원사업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온라인 공연 1개를 만들었더니 1년이 지났다. 해가 시작하자마자 12월이 된 느낌이다. 매년 11월 말까지 각종 재원의 사업을 진행하고 12월 초에 마무리하면서 영수증 풀로 붙이고 스캔하고, 세금계산서 상의 사업자 사본과 이체한 통장 사본은 맞는지, 원천세 신고는 맞게 했는지 숫자와 싸움을 하고 증빙용 사진을 확인하고 성과보고서를 성의 있게 쓰는 것으로 바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바빠 지원사업을 줄이자고 매년 다짐했지만 지금도 지원신청서와 기획서를 쓰고 있다.

 

자바르떼 일을 시작한 2009년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일자리 지원을 받는 시기였다. 사회적기업에게 일자리 지원은 요건에 맞는 인력을 고용 창출할 때 최저 임금의 80%~60% 지원을 받아 기업에는 일손을 노동자에게는 일자리와 숙련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 지원에는 많은 총무행정일이 따라와, 당연히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지원받는지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하는데 기업과 담당자는 관리에 피로도를 느낀다. 2011년 일자리지원이 종료되었을 때 한편으로 불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고와 관리를 안 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자바르떼에서 일할 기회를 갖고 거쳐간 기획자들이 곳곳에 자기 자리를 찾고 지금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 의미 없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일자리지원이 종료된 이후 다른 일자리지원을 신청하거나 찾지 않았지만, 올해는 청년들과 함께 일하고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수단원 지원사업을 처음 시청했고 선정되었다. 20대 청년이 자바르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3월에 일하기 시작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것은 지금까지 총 60일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사업을 기획할 수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서울 인천 경기 자바르떼의 청년 기획자들과 함께 기획자 워크숍도 진행하고 자기 기획을 현실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름 선배 기획자들이 만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연수단원 사업 본래의 의미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인데 충분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지원

 

연수단원 사업기간이 이제 1달 남았다. 10개월 일자리 지원을 통해 자바르떼는 어떻게든 일을 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기회를 얻었고 일한 청년은 10개월의 경험을 얻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막 시작한 청년기획자에게 내년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계획은 없어요’ ‘계획을 세워봤자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요. 대신 자격증 같은 것을 공부하고 준비하려구요.’ 경험을 쌓고는 있지만 다음을 계획하지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예. 2013년 자바르떼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상근활동가들과 면담을 했었다. 조합에 고용되는 노동자조합원이 될지 고용관계가 없는 생산자조합원이 될지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문화예술 교육사업과 공연에 관련된 일을 맡고 있던 활동가들은 대부분이 생산자조합원을 선택했다. 당연히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 수익이 일정하지 않고 어려움이 많을 것인데 창작과 활동의 자유로움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이 경우는 선택이라는 표현을 했다. 여러 선택지 중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일자리와 일거리도 주체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일자리 지원정책에 선택지가 별로 없다. 매우 기간이 짧고, 하는 일도 내 비전과 다를 수도 있고 또한 창작과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준비할 시간적 시간이 매우 짧은데 어떤 만족도를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을까?

 

올해 문광부는 예술뉴딜 사업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770억 원 사업비로 전국 각지 국민들의 접근이 쉬운 공공장소나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소 등에 다양한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해당 공간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지역주민의 미술문화 향유를 증진하고 품격 있는 공간문화을 만드는 한편,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등등 재해가 일상을 어렵게 할 때 대규모 지원사업을 통해 전환을 모색한다. 많은 예산을 보다 많은 대상에게 지원이 원칙이 되는 것 같다. 때문에 2~3개월의 단기 일자리와 짧은 사업기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이 제안되고 전국에서 진행된다. 2~3개월 버틸 힘이 필요하지만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뉴딜은 미국 제32대 대통령 루스벨트 당시 대공황 극복을 위하여 추진하였던 제반 정책을 말한다. 잭슨 폴락 아저씨도 주급 약 20여 달러를 받고 공공건물 벽화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때도 18개월까지 지원이 가능했다고 한다. 일을 하며 다음을 준비할 수는 있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지원사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의 청년뉴딜일자리는 최대 23개월 지원이 가능하다. 자바르떼도 초기 서울시의 청년뉴딜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그때는 지원기간은 11개월이었고 그때는 청년이었던 활동가와 아직까지 함께하고 있다. 23개월로 사업기간이 확대된 정확한 이유는 관계자가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사업이 진행되며 참가자 및 기관들의 평가를 통해 적정한 지원기간으로 사업이 조정되지 않았나 싶다. 뉴딜사업 대부분의 일자리는 11개월 미만의 일자리지원이다. 기획자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려는 친구들이 11개월 현장에서 빡세게 일하고 경험하고 이력서에 한 줄 쓸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내가 앞으로 할 일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허투루 사용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니 저임금과 단기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틈을 만들어 조금씩 전환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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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전 이사장, 현재는 기획이사로 문화기획사업,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멘토링(컨설팅)을 담당하며, 은평구에서 동네 기획자이고, 집에서는 서열 마지막, 고양이 집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