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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③]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책임: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례

CP_NET 2021. 5. 20. 14:57

20206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제379회 임시회 중 상임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안건은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이다. 이 자리는 총선 이후 첫 번째 상임위원회 회의였고 의원 대부분은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담당 의원으로 참석하는 것이었다. 박양우 장관은 추경안에 대해 총 3,399억 원의 증액 사업과 1,883억 원의 감액사업을 밝힌다. 증액 사업에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759억 원 규모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었거나 연내 집행 가능성이 낮아 불용이 예상되는 59개 사업을 대상으로 1,769억원을 감액했다. 어떤 사업들이 감액되었을까? 콘텐츠활성화 사업으로 분류되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했던 각종 행사가 줄었다. 그리고 각종 정부 문화예술기구의 운영비가 삭감되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극장, 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운영비와 함께 균형발전특별회계 상의 지역 문화예술지원사업이 삭감되었다. 원래 추가경정예산이라는 것이 돌려막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업을 줄여서 돌려 막던 아니면 빚을 내서 돌려 막던 문제는 타당성과 정당성에 있다. 그럴 만했느냐는 것이다. 아쉽게도 국회회의록 어디를 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국회의원의 질의는 단 한차례만 등장한다. 박정 의원만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나 역량의 준비 정도를 묻고 또한 연내 집행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절차를 잘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예산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그에 앞서 65일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다. 여기에는 공공미술 작가 지원 및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총 3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다. 내용은 월드컵공원과 난지한강공원에 각각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할 것인데, 이 중 30억 원은 월드컵공원에 대한 작품공모 및 제작비로, 2억원은 난지한강공원에 하반기 100억 원대 공공미술 사업을 하기 전에 사전 행사격으로 공모전을 하겠다는 취지다. 내용을 보면 우선 월드컵공원 작품공모 사업은 3단계 공모 방식으로 100명을 선정한 후 30명으로 압축하고 여기서 다시 10명으로 조정한 후에 1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하는데 단계별로 100만원, 500만원,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이 기존 공공미술 사업과 달리 신진작가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신진작가 참여에 대한 별다른 제도적 장치는 없다. 예를 들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사업에 33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21작품이 설치되었는데 이 중 신진작가는 4명에 불과했다. 이 사업에만 따로 묘수가 있다는 것일까. 난지한강공원의 경우에는 더욱 황당한데 2021년에 예산조차 반영되지 않은 100억 원 사업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명목이다. 알다시피 100억 이상의 사업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하고 투자심사도 받아야 하는 사업이다. 그러니까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사업에 대해 사전준비 격으로 2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떻게 확정되었는지 모를 정부의 공공미술프로젝트에 비해 서울시의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꽤나 명확한 추진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서울시의 공공미술 작가 지원사업은 서울 곳곳을 랜드마크화 하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청과 4~5월 공공미술위원회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편성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공공미술위원회는 코로나로 인해 도시 예술로서의 공공미술의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해졌고’, ‘대형 프로젝트 추진만으로 침체된 미술계가 움직이는 동력을 얻을 것이며,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하나하나 흥미로운 주장이긴 하나 전체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체 회의록을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제1차 공공미술위원회는 47일에 열렸고, 2차 공공미술위원회는 625일에 열렸다. , 추경예산안에 의견을 제안했다고 한다면 제1차 회의밖에 없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공개하고 있는 회의록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보면 당시 안건은 심의 2, 자문 1건이었고 공공미술에 관한 안건은 전혀 없다(회의록 보기 https://opengov.seoul.go.kr/proceeding/info/COM00000017171e15e81 ). 그러면 시의회 회의록에는 어떨까. 618일 상임위원회 회의를 보면 최영주 의원과 오한아 의원이 공공미술 사업에 대해 질의를 한다. 당시에 해당 사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최영주 의원이 질의하자 유연식 문화본부장은 가짜뉴스라고 잘라 말한다.

 

최영주 위원: 그래서 본 위원은 32억 물론 코로나로 인해서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이분들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대부분 또 시민들 대부분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물론 문화본부의 소관이기 때문에 사업 추경을 편성한 것 같은데 이 사업에 관련해서 SNS에서 돈 그런 내용들을 알고 계십니까?

문화본부장 유연식: , 알고 있습니다.

최영주 위원: 어떤 내용들이었죠?

문화본부장 유연식: 일부 미술가가 굉장히 이 사업하고 공공미술위원회를 비난하고 특히 특정인을 비방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그 내용도 굉장히 부적절하고…….

최영주 위원: 가짜뉴스입니까?

문화본부장 유연식: , 저희가 볼 때는 가짜뉴스입니다.

최영주 위원: 그래요. 하여튼 SNS에서 이런 내용도 돌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내가 물어본 거고요. 하여튼 서울시 잘 아시겠지만 누차 말씀드리지만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32억 원 굉장히 큰 예산인데 이런 예산을 편성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계획을 잘 세워서 해야된다고 저는 생각했는데 긴급성을 요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번에 추경에서 감액이 되어야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본부장 유연식: 미술가들을 긴급하게 도와주기 위한 사업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영주 위원: 이상입니다.

- 2020618,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4차 회의

 

하지만 같은 회의에서 오한아 의원은 서울시가 내놓은 공공미술 사업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재차 지적한다. 그러니까 어려운 예술인을 도와주기 위한 사업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특정한 기획업체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30억 원이 배정된 월드컵공원 작품공모 사업은 작가제안보상금은 22천만원이고 당선작과 창작지원비는 2억에 불과하며 22억원이 실시설계, 기초공사 제작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니까, 서울시는 22억짜리 대규모 공공미술 작품설치를 하면서 이것이 마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예술인을 위한 사업인양 주장했던 것이다.

 

오한아 위원: 굉장히 충격적이지 않으세요? 30억 예산 중에 46,000만 작가들한테 돌아가는 돈이고 나머지는 다 그 사업하는 데 작품 만들고 조사하고 영상 만들고, 특정 기획사한테. 이것 직접 하실 거예요?

문화본부장 유연식: 아닙니다.

오한아 위원: 용역 주실 거죠?

문화본부장 유연식: , 아무래도 제작 설치를 하게 되면 그렇게 하게 되는데 제작 설치 이 부분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오한아 위원: 마치 30억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예술인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처럼 이렇게 예산이 짜여 있지만 실제적으로 내용을 들어가 보면 실제 작가들 예술인한테 주는 돈은 굉장히 미미합니다.

 

제가 또 왜 이 말씀을 드리냐 하면 서울시에서 많은 일을 추진하실 때 특히 축제 부분, 축제를 하지만 그 축제를 하는 목적은 그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한테 예술 문화권을 향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예술가들의 발전을 위해서 예술가들을 많이 공연을 시키고 그래서 그런 용도로 우리가 축제도 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그런 좋은 취지로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결국 실질적으로 제가 제일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사업을 한다고 그러면 예술가들, 작가들 그리고 공연한다면 그 공연당사자들의 얘기를 정말로 직접적으로 들으시고 이 사업을 구상해서 설계하시는 건지 정말 묻고 싶고요. 결국은 특정 기획사 특히 자본력 있고 경험 많고 경력이 많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제시한 기획사들이 대부분 선정됩니다. 그러면 되게 영세한 예술가 입장에서는 뭐를 해야 되냐 하면 좋은 기획사에 줄 대는 거예요. 좋은 기획사에 줄을 대야 한 번이라도 그 기획사가 서울시의 사업에 선정이 돼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가기까지는 나의 예술적 감각과 나의 이런 건 둘째 치고 결국 그 기획사에 얼마나 많은 연줄이 닿아야 되고 로비를 해야 되고 이런 게 더 큰 영향으로, 예술가가 예술성이 있어야 되는데 오히려 그런 정치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이런 구조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은 우리 서울시는 돈을 이렇게 많이 주셔서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예술가들 어려운 것 도와주고 하겠다고 좋은 취지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형기획사들만 배불리는 것이 되고 그러면 이게 이 당사자들한테는 혜택이 굉장히 미미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늘 불만입니다. 서울시는 예술 관련해서 예산을 적지 않게 쓰고 있음에도 우리는 왜 혜택이 없지 이렇게 생각이 돼요.

- 2020618,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4차 회의

 

이 회의 끝에 기존의 2개 사업지, 월드컵공원과 난지공원에 30억 원과 2억을 배정하여 거대 공공미술을 하려고 했던 프로젝트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예비단계로서 사전에 작가들을 발굴하는 사업으로 변경되어 예산안이 확정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월드컵공원 작품선정을 위해 100-> 30-> 10명으로 설계했던 3단계 공모방식을 1,500-> 300-> 100-> 25~30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가는 변하지 않고 지원대상만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이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애초에 서울시가 추진했던 공공미술 사업은 코로나19 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최대의 지원대상이 100명이고, 그것도 100만원 지원을 받는 수준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나마 시의회의 지적을 받고서야 사업을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630일에 서울시의 3차 추경이 확정되고 나서야 새로운 사업추진 방안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더니 결국은 졸속으로

 

최종 25개 사업이 선정된 것이 2021122일이고 그 중에서 개인 참가는 21건으로 84%, 단체 참가는 4건으로 16%이다. 문제는 122일이 기존 35개 중에서 25개를 추리는 작업이었고 이후에 구체적으로 설치할 작품에 대한 심의는 420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는 점이다. 2021년 서울시공공미술위원회는 1차회의에서 4차회의까지 문체부-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데 이 중에서 3월에 진행한 3회와 4월에 진행한 4회 모두 서면회의로 진행되었으며 개별 위원들의 심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작가의 설명도 자치구의 설명도 없이 제출된 서류만 가지고 자치구 당 4억 원에 달하는 공공미술 작품에 대한 심의를 마쳤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정산 기한인 6월 말까지 2달도 되지 않는 시기 동안 작품이 설치된다.

 

이렇게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921일 해명자료에서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 명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3차 추경 편성 때부터 준비 실현 가능성 객관성 확보라는 자료를 통해서 (1) 사업기간이 5~6개월이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5월부터 사업을 준비했으며 7월부터 권역별 공공미술 교육을 진행하면서 내실 있게 준비해왔다 (2) 작품의 질을 위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자문위원회와 지역별 자문위원회를 통해서 작품의 예술성과 실행 가능성을 보완하도록 조치를 끝냈다 (3) 일부 지역에서 협회나 단체가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선정위원회 구성시 지역 외부인사가 과반수로 참여하도록 했고 신진작가 등 다양한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보도자료 보기). 이 중에서 실제로 (1)의 내용은 서울시의 사례만 보더라도 맞지 않으며 (3)의 경우에는 적어도 충청남도와 인천광역시의 정보공개청구 결과만 볼 땐 상당수가 지역 미협 등 협회나 기존 단체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사실과 어긋난다. 그러면 (2)의 자문위원회라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흐름을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6303차 추경안이 확정된 후, 추진계획 방침은 723일에 수립된다. 이후 해당 사업을 맡길 기획사를 선정하는데 9월이 되어서야 ()어반콜라보와 ()시월이앤씨가 공동수급으로 87천만원에 수행자로 결정되었다. 작가 공모가 시작된 것은 94일인데 이 때 900명이 접수되고 1차로 863명이 선정된다. 다시 재공모를 해서 1019일까지 총 969명이 신청하고 이 중 637명을 선정해서 1,500명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이들 중 300명이 선정된 것이 1027일이다. 심사위원 30명이 선정되고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그룹이 한 그룹당 250개의 작품을 2일 동안 심사하여 이 중에서 300개의 사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선정된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컨설턴트 1인이 6명의 작가로 1그룹이 되어 진행하면서 1127일까지 최종적인 기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컨설턴트가 총 50명이었는데 이들이 총 421회의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일정 조율을 위한 미팅을 제외하면 최소 1차례 정도의 컨설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300명 중 100명이 선정된 것이 12월의 일이다. 이때까지 해당 작가는 어디서 작품을 설치할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가 자치구에 공공미술을 설치할 장소를 선정해서 제출하라고 한 때가 129일이다.

 

그러면 사업지는 어떻게 선정되었을까? 서울시는 78일에 공공미술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자문회의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엔 안규철, 오진이, 유석연, 윤여경 등 공공미술위원회 위원과 문화본부장, 디자인정책과장(이혜영), 디자인정책팀장, 공공미술사업팀장(이남재), 공공미술관리팀장 등이 참석한다. (이때 참석한 디자인정책과장과 공공미술사업팀장은 사업이 진행되는 중간에 교체되었다) 당시 자문회의의 내용을 보면 작가들이 직접 서울 내 예술창작의 장소를 찾은 다음 장소의 의미와 기획의도를 제안하는 형식의 공모 추진 필요하며 자치구로 예산을 내려 줄 경우 작품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확률이 크기에 시에서 사업에 관여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다. 또한 비엔날레급 사업으로 커미셔너와 전문가팀을 구성하여 빅 프로젝트로 추진, 서울시가 모든 지자체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자문했다. 그런데 장소의 선정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87일에 자치구와 사업공유회 형식의 사업설명을 진행하고 915일에 40개의 자치구 제안사업이 제출된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100명은 자치구에서 제출한 40개의 사업지 중에서 선택해 작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했다. 즉 자치구에서 선정한 장소를 보고 이 중에서 선택해 작품 구상을 한 것이다. 자치구에서 제안한 사업지가 이후에 부분적으로 수정된 자치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초에 자치구에서 선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서울시가 20209월에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주관처 현황 자료를 보면, 25개 자치구 중에서 기초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연계된 곳은 관악구, 금천구, 노원구, 도봉구, 서초구, 영등포구 등 6개 자치구 정도고 나머지는 자치구 행정부서가 사업 주관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총 34개 작품이 선정되었지만 애초 자치구별로 작업을 했던 것이라 자치구-작가 간 매칭이 되지 않으면 사업진행이 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서울시는 2021년에 다시 기존의 1,500명을 대상으로 재공모를 진행하는 촌극을 벌였다. 거의 9월부터 12월까지 자치구별 작가를 매칭하는데 시간을 소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칭이 되지 않아서 1,500명을 대상으로 작품 재공모를 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부실한 사업추진 과정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렇게 선정된 사업이 종료되어야 하는 시점이 630일이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정산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시점이 그렇기 때문에, 정산 시간을 고려하면 못해도 5월 말에는 작품 설치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적으로 4월에 선정된 작품이 설치되고 그것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피드백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을 시간이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신했고, 서울시가 큰소리쳤던 공공미술 사업의 추진과정 역시 준비되지 못했고 그래서 차라리 서울지역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코로나19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못한 사업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공재정 분배의 원칙과 책임

 

서울시는 공공미술 지원을 포함한 3차 추경을 하기 위해 재난안전기금을 통해서 지방채를 발행했다. 무슨 말이냐면 코로나19로 돈을 쓸 때가 있는데 현재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는 투자사업이나 재난상황에 한정되어 있는데 추가경정예산의 항목이 맞지 않으니까, 그 돈을 끌어오기 위한 명목으로 재난 시기에 사용하도록 한 기금을 통해서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서울시가 추진한 공공미술 사업비는 지방채를 통해서 만들어진 사업이란 말이다. 회계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서울시 전체 예산 구조로 그렇다.

 

과정에서 상당수의 공공미술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도 맞고 1,500명의 미술작가들에게 부분적이나마 작업의 기회와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 것도 맞다. 결국 하지 않은 것보다 나은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공공재정은 한정된 자원이다. 무엇보다 시민공동체 전체의 자원이다. 그것을 분배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배타성을 띤다. 어디에 예산을 배분하면 다른 쪽에는 배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것이 낫다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 결과가 어떻게 공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 책임이 따른다. 과연 현재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그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몇 해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미술분야 공정보수체계 도입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여한 바 있다. 이런저런 토론 끝에 어떤 미술작가가 예술인도 아닌 사람이 왜 예술정책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냐? 우리가 잘 협의를 할 테니 그런 말로 물 흐리지 말라고 면박을 준 적이 있다. 생각이 다르면 그것으로 토론하면 그만이지만 마치 예술계의 몫이 보장된 것처럼 말하는 것에는 동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골방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 안 한다. 하지만 공공재정을 분배하는 것이라면 참견을 해야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들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의 반박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그런 태도가 해당 작가가 속한 집단의 특수성으로 생각되었지만 적어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현황을 접하고는 미술정책의 일반적인 이해관계 구조와 합의가 그런 것이 아닌가 라는 비릿한 감정이 남는다.

 

이제 한달 정도가 지나면 역대 최고의 단일 장르 지원정책이라고 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온다. 과연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시의 책임으로만 그칠 것인가?

 

*위의 내용을 작성하기 위해 참조한 자료를 공개한다. 대부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보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정보도 있다.(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fg42IjQg-PJkl-AJcMgALHoLOPQgMYAN?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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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이후 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위원, 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