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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⑥] 간주곡: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이상한 기원- 예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예술뉴딜’?

CP_NET 2022. 2. 11. 10:07

  

 

 

2020년 코로나 추경으로 진행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예술뉴딜의 결과물로 이야기된다. 혹자는 예술뉴딜 정책을 2013년 서울시 뉴딜형 일자리 사업에서 기원을 찾기도 하지만(오경미, “예술뉴딜 정책 혹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 『 PUBLIC ART』, 2020년 9월) 이것은 ‘뉴딜’ 자체에 주목한 결과이고 구태여 정책적 유사성이라는 측면에서의 기원을 찾는다면 2020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하는 SOC투자 사업으로서 한국판 뉴딜이 비슷할 것이다. 대규모 재원 투자를 통해서 단기적인 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측면에서 그렇고, 일시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방법론 역시 유사성이 높다. 그런데 예술뉴딜이라는 개념을 2017년 이후의 맥락이 아니라 아예 더 과거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 가면 다른 정경이 보인다. 그러니까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기원으로서 예술뉴딜은 2020년의 코로나라는 당대적 맥락보다 훨씬 이전부터 작동된 장치다. 이것이 하나의 장치인 이유는 끊임없이 구체적인 사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계는 목적을 가지지 않듯이 예술뉴딜이라는 사업 역시 사업의 목적보다는 공공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반복성을 만들어 낸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의 풍경으로만 좁혀서 살펴보아서는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수용되고 있으며 결국 어떻게 귀결될 것이라는 부분에 공백을 만든다. 그래서 구체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예술뉴딜’이라는 시각 예술 분야의 화수분 구조를 살펴본다. 이것은 당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맥락적 근거로서 제안하는 것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기원에 대해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이 시작된다. 이후 해당 사업을 주도했던 김춘옥씨(당시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술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사업 방식은 매년 3~5곳의 지방자치단체를 공모로 모집하고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지역의 공공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해당 비용은 5:5로 국고와 지방비로 구성된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국고와 지방비 비율이 8:2라는 점을 제외하면 바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집행방식과 같다.  그 뿐이 아니다. 사업목표도 그렇고 집행 방식도 2020년에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2009년에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동일하다.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개요

◎사업개요
 
● 마을미술프로젝트 소개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의 활성화, 생활속 미술문화 향유여건 개선, 예술가의 창작활동 기회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입니다.
2009마을미술프로젝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조한 생활환경을 공공미술로서 환기시키고 다양한 참여 주체들 간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문화 공간 조성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2009마을미술프로젝트는 자유로운 공모방식으로 진행되며 <공모사업1 - 우리동네미술공간 만들기>,<공모사업2 - 길섶마을로 꾸미기>의 두 부문에서 공모 및 선정 절차를 거쳐 2009마을미술프로젝트의 제안자와 추진위원회가 함께 공공미술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 사업목표
ㆍ문화 소외계층의 미술문화 향유여건 조성
ㆍ쾌적하고 문화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의 실현, 미감있는 생활공간으로 리모델링
ㆍ공공미술을 활용한 생활 친화적 조성으로 지역주민의 공동체 참여문화 활성화 및 자긍심 고취
ㆍ미술작가들에게 다양한 창작활동 기회제공
ㆍ영구적인 문화공간을 설치, 지역의 특색화와 상징적인 공간으로 조성
 
ㆍ사업명 :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
ㆍ기 간 : 2009년 3월 ~ 12월
ㆍ주 체 : 문화체육관광부
ㆍ주 관 : 2009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 한국미술협회
ㆍ예 산 : 총 20억원
ㆍ사업지역: 전국 21개소
 
지역 공동체의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아름답게 가꾸는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문화소외지역에 미술문화 향수권 신장을 촉진하고 작가에게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사업 대상지는 공모1의 경우 경로당, 마을 회관, 장애인 시설과 같은 공동체 공간을 공모2의 경우에는 가로변, 산책로, 골목, 쉼터 등을 삼았다.
 
●심사기준항목
심사 방법은 5개의 세부 항목 별 (장소성과 필요성 / 작품성 / 협업성과 참여성 / 실현가능성 / 관리성) 심사배점으로, 심사위원 상호간 충분한 토의를 거쳐 전원 합의제를 원칙으로 진행
 
●심사 반영 내용
지역안배에 충실함
응모자격 - 일자리창출 관련 5인 이상 구성을 장려함
영리단체나 수익사업을 하는 단체는 배제
공공성의 목적에 부합하고 주변 환경에 녹아나는 공공미술 작품을 선정
원활한 진행과 사후관리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장소사용 승인서 및 지역주민 동의서를 제출하고 이에 응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따름
공모 분류에 따라, 실내와 실외의 비중이 각각 적정한지 검토
가급적 모두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응모된 작품이 사업취지와 부합하지 않거나 수준이 낮을 경우 당선작을 뽑지 않음
 
●선정 제외대상
본 사업의 목적과 무관한 사업
장소사용승인서 또는 지역주민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
작품이 모작 또는 위작인 경우
시설물의 개보수나 증·개축, 시설확충 및 환경정비와 직접 관련된 사업
사업취지에 부적합한 장소(무허가 건축물, 사유지 등)에서의 사업

(재)아름다운 맵 홈페이지

 

 

그런데 2009년 시행 당시 해당 사업은 정부 일반회계 사업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것도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으로 편성된 것이고 보조사업의 형태로 추진했다. 이를 위해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라는 임의 기구가 구성되고 (사)한국미술협회가 주관단체로 참여했다. 내용을 보면 사실 (사)한국미술협회는 해당 사업을 위해 급조된 임의 기구의 보조사업자격을 맞춰주기 위해 활용된 것에 가깝고 사업은 추진위원회가 맡는다. 이런 사업구조는 매우 특이한 구조이고 그만큼 특혜적인 구조에 가깝다. 왜냐하면 통상적인 국고보조사업에서 민간 기구는 집행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재원의 전달체계는 보통 재단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경유하지,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와 같이 임의 기구가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고 사업 자체를 관리하는 방식은 극히 이례적이다.

* 재정구조와 사업구조의 특성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부연한다. 크게 신경쓰지 않으시면 넘어가도 되는 단락이다. 재정의 회계구조는 사업의 특징을 규정한다. 이를테면 일반회계와 기금의 차이를 보자. 일반회계는 매년 새롭게 수립되는 계획에 따라 배정되는 재정이라면 기금은 기금의 설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출하는 재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금이 배정되는 사업은 목적에 부합하는가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복권기금의 사용목적에 문화예술진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기금의 가장 큰 목적 ‘복지에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문화바우처 사업이 그렇고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이 복권기금의 재원을 활용하고 그 대상을 소득수준으로 선별한다. 이런 전제에서 보면,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사업이 ‘예술인의 일자리 사업’이라는 것은 복권기금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기에 해당 사업이 국고보조사업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원리적으로 국고보조사업은 민간이 하고 있는 사업에 보조하는 것이지만,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없던 사업을 국고보조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므로 ‘대행 사업’의 성격에 가깝다. 즉 재원의 속성은 보조사업이지만 사업의 속성은 대행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요한 것은 대행사업자의 역량이 된다. 1차 년도에는 한국미술협회가 공동주관으로 들어가 있는 이유일 것이고 2차년도에는 추진위 구성이 달라진 원인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추진위원회 주관 형태로 고착되었다는 점에서 애초 특혜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2009년 사업에 대해 국고보조사업 평가를 수행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첫해에 총 2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해서 최소 5천만 원에서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총 21개 지역을 선정하였고 245명의 작가가 참여하였고 작품은 211점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사례를 보면 지역 당 5천만원이 배정된 ‘우리동네 미술공간 만들기’ 사업은 주민센터 4층 야외공연장을 미술공간으로 꾸미기 같은 류의 사업이 진행되었고, 지역 당 1억 5천만 원이 배정된 ‘테마가 있는 공공미술’의 경우에는 ‘재두루미 서식지를 테마로 조각품, 스트리트퍼니처 제작’ 같은 작업이 진행되었다. 다른 공모사업 유형은 아예 소풍길, 올레길, 산책로 꾸미기 사업으로 주제 공모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당 사업의 예산은 어떻게 사용이 되었을까? 일자리 사업이라면 결국 적절한 수입의 보장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전체 제작설치비로 59%가 사용되었고 아티스트 피는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커질수록 아티스트 피 단가는 높아졌지만 전체적인 비중은 낮아져 1억 5천만원 수준의 공모사업은 4천만원 정도가 아티스트 피로 사용되었다. 5천만원 규모의 공모 1은 지역 당 7인이니 170만원 수준이고, 1억 5천만원의 공모 3은 지역 당  6인이니 660만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예술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지표 상 사업목표의 달성에 대한 진단에서는 일자리 창출 수나 일자리 질,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업목적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측면에서 ‘지역예술 활성화, 문화소외 계층 향유 여건 조성’이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로운 사업인데, 우선 2009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국회회의록이나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사업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예산이 확정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자료에서도 ‘마을미술프로젝트’나 마을미술이라는 말은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애초 다른 사업명으로 반영된 사업이 집행과정에서 구체화되면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든, 아니면 당초 예산안에 없던 사업이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추가되어 반영된 것이다. 사실 해당 사업이 복권기금의 사업으로 편성되었다는 것은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거쳤다는 것인데, 부처의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추진체계도 불명확한 사업이 신규사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 그것도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있는데 뭐하러 복권기금으로 편성하겠는가. (1) 예산안에 신규사업으로 반영되었다면 기획재정부를 우회할 수 있는 힘이 작용하여 편성된 것이거나 (2)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소위 국회 요청사항으로 반영된 것이다. 어찌 되었던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던 시기였던 터라 ‘예술뉴딜’이라는 것이 수용되었던 탓도 크겠다.

 

2009년에는 전액 국고지원사업이었던 것이 2010년부터 지방비 매칭사업으로 바뀐다. 정규사업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추진체계 역시, 기존의 추진위원회 구성이 바뀌어 소위 ‘김춘옥 추진위’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성이 마련된다. 추진위원회라는 임의 기구는 매년 10억 가까운 돈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 대상의 사업을 벌이면서 사업을 진행한다. 이 시기에 발행한 마을미술프로젝트 자료집을 보면 대부분이 마을미술을 ‘공공미술’로 정의하고 예술인을 통한 마을의 활력과 지역발전이라는 목적을 강조한다. 어느 순간부터 예술뉴딜로 말했던 예술인 일자리라는 명목은 사라졌다. 이 부분은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중복 참여작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추진 초기와 다르게 예술인 일자리는 주요한 목적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참여 작가 중복, 예술가 ‘일자리’ 이슈는 사라지고

 

2014년에 기존의 소액다건 방식으로 진행한 사업공모를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규모화한다. 2013년에 전국 12곳을 선정하고 지방비 포함 총사업규모가 26억 원 정도였던 것에서 2014년에는 전국 7곳 내외로 18억 원이 편성되었다. 한 곳당 산술적으로 2억원 정도였던 사업비 규모가 한 곳당 3억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엔 몇 가지 배경이 있는데 하나는 ‘'마을미술프로젝트'’에서 진행된 사업들의 사후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사실 ‘마을미술추진위원회’라는 보조사업자는 오로지 국고보조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지역마다 작가들을 동원해 작품을 내놓고도 몇 년 지나면 흉물이 되거나 일방적으로 철거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역량이 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추진위원회라는 임의 기구의 형태로 상시적인 사업관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탓도 있다. 같은 시기에 2009년부터 프로젝트를 주관해온 추진위원회를 대신해서 재단법인 아름다운 맵이 설립된다. 해당 재단의 초대 이사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추진위 위원장이었던 김춘옥 씨였다. 아름다운 맵은 오로지 마을미술프로젝트만 목적으로 하는 단일 목적의 재단법인이라는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데, 통상 국고보조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더라도 자부담을 요구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관행에 비춰보면 상당히 특이한 구조다. 김춘옥 씨는 2016년까지 아름다운 맵 이사장으로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총괄했다. 2017년부터는 이수홍 홍익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는다. 이 시기가 참 공교로운 것이 기존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맥락이 바뀌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맥락을 의심할 수는 있겠으나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기존의 주먹구구 방식의 프로젝트 관리를 그나마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전히 공공미술 사업에 대해 보조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이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겠지만.) 왜냐하면 그 전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신동근 의원은 당시 장관에게 “마을미술프로젝트라고 아시지요?”라는 질문을 한다.

 

◯  신동근 위원 또 보면 심지어는 김 모 이사장의 경우 심사위원으로 46회 참여했어요. 김 모 이사 29회, 홍 모 이사 18회, 최 모 감사는 13회 심사위원으로. 그러니까 본인들이 신청도 하고 또 본인들이 심사위원을 합니다. 이게 심사의 공정성이 확보되겠습니까? 다음 화면 보시지요. 이 사람들은 참여한 작가들입니다. 가능하면 많은 작가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겠지요, 그렇지요? 그런데 보면 이 모 작가, 양 모 작가, 정 모, 최 모 작가가 거의 매년 참여하게 됩니다. 장관님, 이렇게 심사위원과 작가가 처음에는 모르더라도 계속 반복적으로 참가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서로 알겠지요? 서로 이너 서클이 생기겠지요? 이렇게 서로 참여, 나눠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 법적 근거도 없고 그러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사업자 공모 공정하게 실시하시고 또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겠지요?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예. 
◯ 신동근 위원 그래서 사업 추진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모색해 주시고 내년 예산 7억 5000 집행되기 전에 반드시 시정하시고 또 개선대책 방향 보고해 주십시오.

신동근 국회의원이 공개한 '마을미술프로젝트' 참여작가 현황

 

거의 8년 동안 어떤 견제도 없이 일년에 10억 원의 국고와 10억 원에 가까운 지방비를 가지고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운영했던 과정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애초에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예술뉴딜이고 그것의 초점이 예술인 일자리 사업이었으며 더더군다나 2009년 당시에서는 복지사업에만 쓸 수 있는 ‘복권기금’의 재원을 바탕으로 성립된 제도였음에도 소외지역이라는 관점이나 예술인 일자리 창출 효과라는 것이 검증된 적이 없다. 실제로 몇몇의 작가들이 오랜 기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사실상 독점해왔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술뉴딜로서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것이 특정한 집단들을 위한 사업 수주 방식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관기관을 맡으면서 그동안 진행된 ‘마을미술프로젝트’ 사후관리 실태 보고서가 발행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지 일부와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한 도시공원 프로젝트 그리고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진행한 아트인시티 사업을 검토한다. 한국조각가협회가 진행한 실태조사는 해당 기간의 전체 사업지에 대한 전수 조사가 아니었다. 2014년까지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시행된 곳이 98곳이었는데 이 중 39곳만 점검을 했다. 보고서에서는 “지자체나 해당 기관으로 관리이양되거나 기 철거된 곳을 제외”했다고 밝히고 있는 보았을 때 사실상 50%가 넘는 지역에서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의한 작품이 보존되지 않거나 아니면 방치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자리도 분명하지 않고 설치된 작품의 지속가능성도 없다면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 특정한 작가 그룹에게 한정적인 재원을 집중하고, 이를 활용하여 지역 내 성과를 올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사업이라는 취지 말고는 무엇이 남는지 모호하다. 아닌게 아니라 2018년 아름다운 맵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한경동 경제학과 교수팀이 내놓은 <'마을미술프로젝트' 사회 경제 문화적 성과평가 및 개선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228개 시군구 지역 중에서 사업이 진행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인구 순유입과 문화시설 확충 부분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보였으나 고용의 증대라는 부분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여 선정하는 사업 구조의 특징 상, 해당 지역은 '마을미술프로젝트' 외의 지역 자원이 별도로 집중되었으리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마을미술프로젝트' 자체의 순수한 경제적 효과라기보다는 그것을 일종의 계기로 삼아서 지역 내 재생이나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물론 방법론 자체에도 전체 228개 지역과의 비교보다는 유사 지역과의 비교가 적절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따른 효과가 그 외 투자효과를 구분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인 한계로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구태여 ‘마을미술’ 사업이어야 가능했는가라는 것이다. 공공투자 모델에 따르면 투입 대비 파급효과는 당연하다. 비교를 하려면 다른 투자보다 공공미술 투자가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라는 것을 검증해야 옳다. 그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 이 사업을 통해서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효과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은 2017년과 2019년 시점에서 기존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서 변화를 꾀했어야 타당했다. 특히 지역마다 시행되고 있는 문화도시 사업과 별개의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시행된다는 것은 정말 ‘뿌리는 사업’ 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반성과 평가없는 사업 복귀,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진행방식이나 구조에서도 기존의 추진위원회-아름다운 맵이라는 구조는 이상하다. 국고보조사업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재단법인이라니 이와 유사한 단체는 새마을운동본부나 바르게살기연합회 같은 법정 관변단체밖에는 없다. 그것도 별도의 지원 법률을 가지고 있으니 공식적인 관변단체인 것이다. 그래서인가. 2017년 국회 지적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의 공동 주관, 2018년에 갑지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과의 공동 주관, 2019년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단독 주관으로 주관단체가 바뀐다. 이 사업을 왜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가게 되었는가라는 것은 알 길이 없으나 어찌 되었던 불합리한 사업구조를 개선했다는 의미는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 바로 2020년 제3차 추경으로 확정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기존의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전국판 같은 모양을 띈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실제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기존의 2020년 예산 상 <미술진흥기반 구축>이라는 세부사업 내에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11억원 규모의 세세 사업으로 있었다. 이것을 770억 원으로 만든 것이 바로 코로나 대책으로 나온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신규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이라는 것, 그리고 기존 사업 자체가 10년 가까이 루틴이 만들어진 사업이라는 것, 무엇보다 이미 예술인들 중에서는 그런 사업 방식에 익숙하고 훈련되어 있는 내부자들이 존재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예산을 2020년에 다 사용했다며 집행률 100%를 내세웠다. 그런데  2021년 상반기까지 실제로 돈을 교부받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에는 전체의 27.4% 정도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도록 해당 재원이 사용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긴급성을 가지고 할 필요가 있었다는 코로나 대응 예술뉴딜이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으로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부합하는 걸까? 질문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달을 겪은 이후 2021년에도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2022년에도 진행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2021년에는 기존에 연속지원 대상 사업이었던  원주문화재단,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원러러스트에이앤씨라는 수행단체가 선정되어 진행되었다.  원래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업을 하고 수행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사업평가를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인데, 주관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하고 평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립한 2022년 예산에 대한 사업설명자료를 보면(제2권) <미술진흥기반구축>이라는 세부사업명 하에 공공미술프로젝트 운영이라는 세세 사업명이 8억 6천만원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세부사업의 사업시행 주체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재) 아름다운 맵 등”으로 명시되었다. 알다시피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법률 상 지원 근거가 있는 협단체를 제외하고 이렇게 수탁사업자의 명칭이 예산자료에 들어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올해 작품 사후 관리 현황 전수점검 및 컨설팅을 위해 4억원이 편성되었다. 이것을 (재)아름다운 맵이라는 기존 사업에 대한 책임이 있는 보조사업자가 수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의 세부 구조를 보니 330개 작품을 돌아보는데 전문가 1인당 5십만원의 자문, 교육, 원고비를 지급한다. 1인이 2회 정도 방문할 요량이니 165명의 단기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엔 2011년 기존의 건축물미술장식제도가 선택적 기금제도로 바뀌는 변화 과정에서 소위 ‘공공미술 2.0’을 외치며 등장하여 온갖 도시개발 사업의 첨병이 되었던 흐름이 존재한다. 한쪽은 정부 재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관변화된 공공미술의 흐름이, 다른 한쪽은 문화예술기금의 맥락에서 문화 기획사업이라는 방식으로 공공미술을 세련되게 가져가고자 했던 공공미술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공미술 2.0의 흐름은 결국 지난 박원순 시장 시기 서울디자인재단을 매개로 해서 존속되었다고 보는데, 결과적으로 진보적 흐름이든 보수적 흐름이든 공공미술이라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각예술계의 공모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기 예술의 사회적 개입을 주장하면서 등장한 공공미술 프로파간다들이 사업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공미술은 갱신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는 사업은 이런 토대에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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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 위원,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