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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공미술 프로젝트⑦] 간주곡: 공공미술이라는 제도화된 정책시장의 등장, ‘도시갤러리’에서 ‘서울은 미술관’까지 - 서울시 공공미술 제도화 탐구

CP_NET 2022. 3. 14. 14:05

 

“죄송하시만 청구하신 정보는 없습니다.” 작년부터 확인하고 싶었던 문서가 결국은 부존재라는 안내였다. 요청한 자료는 2016년 이후 초기의 거의 모든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근거가 된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본구상(안) 시장보고(서울시, 15. 7. 10.)이다. 실무부서의 담당자는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없는 자료를 근거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온라인 상에서 공공미술을 키워드로 삼아 살펴보면 반드시 피해 갈 수 없는 보따리가 두 뭉치 있다. 하나는 지난 회에서 다루었던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공공미술프로젝트다. 서울시에서 추진해온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2006년에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와  2016년에 등장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보아야 한다. 이번 글은 현재의 정책사업화된 공공미술 사업의 기원으로서 서울시를 매개로 하는 공공미술 정책을 짚어본다. 



두 개의 흐름

 

정책의 흐름으로 보면, 90년대 중반부터 나왔던 공공미술담론에서 시작해 2000년대 초반 건축물 미술장식물 제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공공미술의 제도적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기원으로 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매개로 하는 미술장식물제도 개선의 논의가 한편으로는 2010년 오광수 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미협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주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시를 매개로 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 사이에 2011년 <문화예술진흥법>의 개정으로 기존에 건축물 앞 미술품을 건축주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을 기금 납부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적 기금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도시공원 예술로’ 사업이 존재한다. 이때에는 공공미술운영자문위원회라는 기구가 사업 자문을 담당했다. 그 사이에 2006년과 2007년 ‘아트 앤 시티’라고 불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문화부 차원에서 시행되는데, 이를 주관했던 것이 공공미술추진위원회라는 기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추진기구의 형식은 마을미술프로젝트에도 똑같이 활용되어, 추진위원회 주관 체계라는 구조의 원형이 된다) 이런 정책의 분화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주체 그룹이 현재는 사라진 미술인회의라는 그룹이고 미술인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미술 논의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이 사실상 한국의 공공미술 이론과 실제, 정책과 실행을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공공미술은 미술인회의라는 미술인운동을 추진력 삼아 등장한 제도화 전략의 결과물이고 이후 (어느 정도의 비약이 있겠지만) 전체 미술계가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제도적 자원으로서 기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정책화된 공공미술을 다루는데 사람의 관계도를 무시할 수가 없다. 많은 경우 ‘왜 저런 사업을 하고 있지’ 싶으면 열에 아홉은 그 이유가 해당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하는 이 시리즈는 한국의 공공미술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만한 역량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특정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데 유일한 설명 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도로 실명을 언급하지 않는다. 



2006년 디자인서울 속의 서울시공공미술위원회

 

2007년 서울시예산안을 심사하는 서울시의회 회의장. 한 의원이 예산안에 편성된 19억 9천만 원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한다. 답변에 나선 것은 당시 문화국장인 김병일 씨다. 사업의 대상인 미술품은 공공공간에 설치하는 각종 미술을 의미한다면서 공원이나 시청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 미술품을 설치할 때 무계획적으로 설치를 하다 보니 예술작품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시민으로부터 사랑도 못 받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서울시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서 각 지역에 맞는 컨셉들을 가지고 방향을 정하고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떻게 작가를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40여 군데 사업지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이 설명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를 하기 위해 30명 정도의 위원들로 공공미술위원회를 만들고 그 안에 TF를 구성해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있다고 답한다. 

 

사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당시 오세훈 시장이 추진했던 컬쳐노믹스의 한 영역이었고 그래서 해당 사업의 정책목표는 “서울문화브랜드 가치 창출”로 제시되었다. 사업은 총 41개소에서 진행했는데 사업유형은 캠페인사업, 공공장소 사업, 개발사업, 상징사업 등 총 4가지로 구분되었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개요(2007년 사업)

1. 서울문화브랜드 가치 창출

1)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추진
 

□ 사업개요 
o 추진기간 : 2007.l~2010.12 o 2007사업 : 41개 시범사업 → 캠페인사업 6, 공공장소 24, 개발사업 10, 상징사업 1 
o 추진방법 : 시민, 작가, 기업 등이 참여하여 공동추진 

□ 추진상황 
o 캠페인사업 6개소중 5개소 작품 선정 옥수역, 불광천, 공부방, 예술가가 달려갑니다. 서울꿈 컬렉션(시청사) 
o 공공장소 24개소중 5개소 작품 선정, 6개소 지명경쟁 추진 일반공모 : 5개소(덕수궁길, 정동길, 동화시장, 남산식물원, 서울역) > 지명경쟁 : 6개소(서대문, 청계천2, 살곶이, 고산자교, 제2마장교) 
o 개발사업중 대상사업 10개소에 아티스트(Artist) 참여 뉴타운, 균촉지구, 재개발, 초안산, 제2성산대교, 시청사, 영등포구청사, 동사무소 SH 공사 

□ 향후계획 
o 공공장소 및 캠페인사업은 12월까지 설치완료 추진 
o ’07.8월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07~’10까지 지속추진

 

서울시가 2007년 서울시의회에 출석하여 설명한 바에 따르면, 공공장소를 대상으로 하는 24개 사업은 서울시가 장소를 특정하여 제공하면 그에 맞춰 참여할 사람이 공개모집에 나서는 일반공모 유형과 서울시가 장소와 함께 복수의 작가를 추천하면 지정된 작가들이 작품을 내고 이 중에서 선정하는 지명경쟁 유형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진행방법도 흥미롭지만 전체 사업의 절반이 캠페인이나 개발사업지에 배정되었다는 점에서 도시갤러리 사업은 사실상 서울시 주도의 하향식 컬쳐노믹스 비전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이 컬쳐노믹스의 구체적인 도시전략으로 공공디자인을 잡고 디자인수도 사업을 진행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기구로 부시장급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시갤러리 사업은 기존 문화국에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로 이관된다. 초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인 권영걸 씨는 2007년 8월에 있었던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하여 도시갤러리 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오 시장님의 아이디어입니다만 우리가 미술을 보기 위해서 갤러리나 뮤지엄을 갑니다만 가로에서 도시 어디에서나 문화향수 기회를 갖게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러한 것도 시민을, 시민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민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도 발전적으로 이루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교언영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당시 도시갤러리 사업이 가지고 있는 도구적 관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책목표의 핵심을 짚고 있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도시갤러리 업무가 디자인서울총괄본부로 이관되면서 기존의 문화본부는 조형물에 대한 사업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예산 대비 52%가 불용이 된 ‘시가 흐르는 도시의 조형물’이라는 사업이다. 사업은 2007년에 문화국이 도시갤러리 사업을 주관하면서 서울시 내 공공 조형물을 활용하여 시를 표출하는 방향으로 구상하여 진행한 사업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로 사업이 이관된 후 2008년에는 집행 과정에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 디자인서울총괄본부로의 이관 이후에 도시갤러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2008년 회계연도 기준 결산검사 보고서를 보면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경우 무리한 예산절감을 목표로 계획된 사업을 포기하거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당초의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불용 처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26억 8천만 원이 예산절감이라는 이유로 불용되었고 2억 원 이상이 사고 이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사업을 공공미술정책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분석한 정철현 등의 연구에 따르면(정철현, 안경화(2011), 지역개발을 위한 공공미술정책의 성공요인에 관한 연구, 서울도시연구 제12권 제1호), 2008년에 시행된 2차 연도 사업은 특정 장소의 상징물을 조성하거나 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는 ‘서울다운 장소 만들기’와 지역의 문제점을 예술가의 개입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활력 넘치는 공동체 만들기’로 구분되는 데 총 24개 사업 중 5개 사업은 서울디자인올림픽 행사의 일환이었고 외형적 장소 꾸미기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추진한 사례는 7개 정도에 불과했다. 

 

오세훈 시장 시기에 진행된 도시갤러리 사업은 애당초 디자인서울이라는 도시전략의 하위 변수로 전락했고 애초 사업추진 기구 역시 문화국 내에 공공미술추진단이라는 형태로 구성되었던 것이 서울문화재단 공공미술팀으로 축소되어 버렸다. 2007년 당시 구성된 공공미술추진단의 단장은 현재 서울디자인재단에 근무하면서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센터의 센터장으로 있는 박삼철 씨이고 책임큐레이터로는 류제홍, 민명직, 이광준 씨가 서울시의 추천으로 구성되었었다. 공공미술사업은 서울문화재단 공공미술팀에서 새롭게 서울시에 만들어진 서울디자인재단에 서울시 위탁사업이라는 형태로 이관된다. 서울시가 설치하여 운영하던 공공미술위원회도 2기 위원회가 임기 중간인 2009년 3월에 디자인재단으로 이관되어 운영되었다. 그렇다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도시갤러리 사업이 서울디자인재단 사업으로 최종이관된 것이 적절했을까? 그에 대한 논의는 추가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 당시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였던 심재진 씨가 서울시의회에서 했던 말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 서울디자인재단도시갤러리팀장 박삼철:  작가가 제안한 부분이 저희들이 공공미술위원회에서는 그 장소가 낫다라고 판단을 했는데 남산르네상스계획 진행하는 부분하고 충돌이 있어서 서울숲으로 옮겨야 될 사유가 발생을 했었습니다.
전종민 위원: 그것이 짧은 설치기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 위원은 판단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도시갤러리사업이 부실덩어리이고, 과연 누구하고 어떤 식으로 작가들이 선정되고 이것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까 장정숙 위원님 적절하게 지적하셨지만 이것이 사후관리도 안 되고 이러면서 그냥 작가들 나누어먹기 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사장님, 말씀 좀 해 주시지요.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심재진: 저희들도 뭐라고 변명이 마땅치 않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서 문화재단에서 하던 일을 연결받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요.  그래서 본부의 톱 매니지먼트들이 지금 위원으로 같이 참여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데서 개인적인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사실 디자인재단의 정체성하고는 상당히 맞지 않는 사업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들이 이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닌데 이 시간 이후에 집중적으로 관리에 들어가겠습니다.  저 자신 지금 현재 상당히 다른 쪽에 몰입을 하다보니까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도 디자이너가 아닌 상당히 다른 부분에서 나타나신 분들이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2010), 서울디자인재단 행정사무감사 회의록, 2010. 11. 17.)



2016년 과시적 장식물로서 공공미술의 도래

 

우여곡절 끝에 서울디자인재단으로 이관된 공공미술사업은 그대로 유지되다가  2013년에 다시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디자인정책과로 이전된다. 도시갤러리 사업은 2012년부터 신규 설치 사업은 중단되고 기존 설치 사업에 대한 유지 관리업무로 한정되어 운영되어 왔다. 오세훈 시장 시기 도시갤러리 사업은 15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었고 2013년 기준으로 관리대상 장소는 총 45개소로 유지관리 비용은 8,000만 원이 편성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주요한 언론에 도시갤러리 사업의 설치물이 도시 흉물로 나타난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는 ‘흉물이 된 서울 도시 갤러리들’ 기사에서 “디자인 서울을 내건 오세훈 당시 시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사업이었다. 2011년까지 총 85개의 프로젝트에 150여억원이 투입됐다”라고 소개했다. 2013년 기준으로 유지관리 대상이 45개소이니 절반 정도의 작품이 철거되거나 유지보수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훼손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미술 사업이 다시 변화를 맞게 되는 건 2014년 지방선거로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다음해인 2015년이다. 서울시는 기존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진행하는 도심재생연계 공공미술사업 20억 원과 별도로 서울시 문화본부에서 별도로 30억 8천만 원을 편성한다. 총 5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이 2016년 사업 예산으로 편성된 것이다. 서울시 문화본부에서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 이유는 설치 예정인 공공미술위원회의 실행기구로서 별도의 공공미술 사업단을 구성하면서 책임연구원, 연구원, 보조연구원 형태로 17명의 채용계획을 마련한다. 그야말로 공공미술이 2012년 사실상의 사업 종료 이후 3년 만에 다시금 대규모 사업구조를 가지고 등장한 셈이다.

 

도대체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기존 건축물 미술장식품 제도에 대한 선택적 기금제가 도입된 것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2014년) 기존의 건축물 미술장식품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제도적 필요성이다. 다른 하나는 당시 박원순 시장이 핵심사업으로 밀고 있던 서울역고가서울역 고가 7017 사업과 창신 숭인지역의 도시재생 시범사업 그리고 DDP 활성화 등의 목적에 공공미술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다. 전자의 측면은 2017년 ‘서울특별시 공공미술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로 구체화되고 후자의 측면은 2017년에 크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서울역 고가 개장 시기에 맞춰서 설치된 ‘슈즈 트리’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공미술 시범사업에 이어, 2016년, 2017년 서울시 공공미술 사업으로 진행한 창신숭인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적용된 박수근-백남준 생가를 연계하는 ‘박백창신’이라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기존 건축물 미술장식품과 도시갤러리 사업, 기타 사업부서별 공공미술 연계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행정 내부 TF를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까지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자문회의를 2016년 7월부터 운영하였다. 그리고 해당 자문회의가 토대가 되어서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라는 기구로 나타났다. 2005년에 서울시에 설치된 공공미술위원회는 시장 자문기구 성격의 임의기구였다면 2017년부터 구성 운영된 공공미술위원회는 조례에 근거를 둔 법정위원회의 위상을 띄었다. 이런 공공미술위원회의 모태가 된 공공미술 자문회의의 참가자를 보면, 기존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사업을 주도했거나 미술인회의를 통해서 공공미술 담론을 주도했던 이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들은 선택적 기금제가 도입된 2011년 전후로 해서 공공미술과 관련한 제도적, 담론적 논의를 사실상 주도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공공미술 자문회의 명단(2016~2017)

분야 이름 현직
미술 안규철 한예종 조형예술과 교수
기획 양현미 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디자인 김상규 서울과기대 디자인학과 교수
미술 김장언 미술평론가
기획  박삼철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연구소장
건축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학예연구부장
미술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도시계획 유석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건축 이재준 리마크프레스 대표
도시재생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조경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특히 박원순 시장 시기의 공공미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서울시청과 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이나 서울대공원 등 서울시 공공시설물 중심으로 대규모 공공미술 조형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규모로 보면 기존 오세훈 시장 시기의 도시갤러리에 비해 훨씬 더 커졌다. 또한 개별 독립적인 영역으로서가 아니라 이미 서울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나 매개로서 간주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졌다는 것도 특징이다. 사실상 장식적인 요소가 강해지고 딱딱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연성화하는 도구적 측면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존에 민간 참여기구와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 기구 사이에 간극이 있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2017년 조례 제정 이후 사실상 공공미술위원회가 법정기구가 되고 기존에 다른 위원회가 담당했던 각종 심사업무를 맡게 되면서, 위원회가 행정 내부 심의위원회로 전락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서울시공공미술위원회는 연차별 추진계획 검토, 매 시기 상정되는 심의안건 처리 및 하반기에 2016년부터 진행한 공공미술 국제컨퍼런스 개최 등의 정기적 일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의 주도권은 서울디자인재단의 실무부서와 서울시 디자인정책과가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하나의 단위사업 정도로 간주되는 구조가 정착된다.

 

박원순 시장은 2016년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약속’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하지만 시장이 발표했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약속이라는 선언문은 서울시 공식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내용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서울기록원에 정리된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사업의 내용을 보면, ‘시민의 장소를 만드는 프로젝트’,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라는 방향성을 가진다. 그런데 실제 사례로 제시된 작품들 중 상당수는 주민참여형 작품보다는 장소 구현형 작품, 즉 설치형 작품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공공미술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를 하고자 했던 것도 도시공간개선단 등 다른 부처가 관행적으로 공공미술 장식물을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실효성을 잃게 된다. 실제로 서울시 도시공간 개선단은 한강변에 공공미술을 연계한 복합형 ‘폴리(Folly)’를 설치한다는 목적으로 2020년에 3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어떤 응결점으로서 공공미술

 

서울시는 2020년 6월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코로나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여기엔 공공미술작가 지원이라는 항목으로 32억 원이 추가로 편성된다. 당시 서울시가 밝힌 근거는 2020년 4월에 시장보고 시 한강 노들섬, 서울식물원, 서울월드컵공원,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상부 공원에 서울 대표 작품 설치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시장이 “서울 곳곳을 랜드마크화 하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미술위원회 자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월드컵공원 작품 공모 및 설치 30억 원, 난지 한강공원 지명공모 2억 원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하여 예산안을 제출했다. 30억 원의 단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코로나19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한강공원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은 더 가관이다. 

 

출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2020), 2020년도 제3회 문화본부 소관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 2020. 6. 18.

 

 

2억 원은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 소요하는 예산이고, 추가로 100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사업이다. 이 정도 규모면 당연히 별도의 투자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19 대책 그리고 시각분야 작가 지원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배정했다. 이것이 2020년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예술가들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구상한 공공미술 사업의 내용이다. 

 

그러던 것이 시의회 심의과정과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추경으로 반영되면서 사업의 내용이 변경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 공공미술의 성격은, 변경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시장보고와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을 통해서 결정했던 당초의 추가경정예산 사업에 있다. 여기엔 애초 명분으로라도 가지고 있던 시민참여니 하는 미사여구도 없이, 오로지 규모화한 사업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의 필요는 시민의 욕구라기보다는 행정관료들의 욕구에 가깝다.

 

애초 공공미술은 형식화된 건축물 장식제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맥락에서 시작되었지만 서울시의 공공미술은 서울시가 하는 공공개발의 장식제도로 귀결된 셈이다. 대부분의 사업지는 서울시가 결정하고 서울디자인재단 등은 그것을 절차적으로 수행하는 하청기관으로 전락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막대한 공공재정이 투여되었으므로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수는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서 총 21개 작품이 설치되었고 총 33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이중 중견 작가가 29명이고 신진 작가는 3명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미술이 한정된 전문가들의 장이 되었다는 ‘제도화의 역설’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취약한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 내의 진입을 강화하면 제도적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자격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신규 유입은 제한되어 사업이 가지고 있는 초기의 역동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서울시 공공미술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서울시는 2021년 11월에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기 위해 관련된 단체에 위원 추천요청 공문을 보낸다. 이런 기준에 충족할 수 있는 공공미술 작가는 누구일까. 석사나 박사 학위가 없다면 최소 7년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공공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업이 2006년부터 시작이 되었다면 지난 16년 중 절반 가까이 현장에서 활동했던 이로 한정된다. 

 

자격요건 : 공공미술 관련 사업(전시 등) 수행 또는 심사경력이 1회 이상 있고 모집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많은 청렴한 자로서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① 모집분야 관련 10년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자
 ② 모집분야 관련 학사 또는 기사자격 소지자로서 7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③ 모집분야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④ 모집분야 관련 기술사(건축사) 소지자로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⑤ 모집분야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⑥「고등교육법」에 의한 대학에서 모집분야 관련 조교수 이상 재직 중인 자 

 

반면 대학에 자리를 잡고 있다면 조교수 이상만 되어도 위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당연히 공공미술의 주요한 내용이 아카데미 중심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게 된다. 쉽게 말해 공공미술 자체의 엘리트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제도화된 공공미술 비판

 

미술인회의 창립에 초기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용익 작가의 아카이브가 서울시립미술관의 미술아카이브로 기록되어 있는데(https://semaaa.seoul.go.kr/front/main.do), 거기에는 미술인회의 창립 과정에 대한 자료와 더불어 2000년대 초반부터 공공미술 문제에 대해 활동해온 다양한 작가들의 활동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미술인회의와 관련한 초기 기록들이 있는데, 해당 자료에 언급되어 있는 인물들이 제도화된 공공미술 영역에서의 주요한 행위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말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한국의 공공미술운동이 실패했다기보다는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빠른 시간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한편 그에 대한 공공지원구조를 제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높은 수준의 집행 구조를 가진 형태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문제는 과거의 건축물 미술장식품보다 더욱 장식적이 되어버린 현재의 공공미술에 대한 평가다.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수행된 성과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건 짧은 수행기간과 낮은 주민참여와 작가들의 만족도다. 안타깝게도 반복되는 문제점들을 현행 공공미술 제도 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얼마 전 부산시 영도에서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공공미술의 오래된 질문인, ‘왜 공공미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의 주위를 빙빙 도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후속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실질적으로 개입했던 당사자에 대한 평가가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토대, 즉 미학적 논쟁에서 필수적인 인정 투쟁이 거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두 차례에 걸친 ‘간주곡’으로 마을미술프로젝트와 서울시 공공미술 사업을 살피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정리한다. 2020년 코로나19 추경으로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형식적 틀은 마을미술프로젝트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모델이 없었다면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한꺼번에 공공미술 사업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반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추진 구조는 서울시 공공미술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문위원, 심사위원 풀이 청와대 문화비서관과 지역의 무슨 센터장까지 연결되는 인적구조는 서울시 공공미술 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없었다면 이 대규모 사업이 그나마의 정당성을 갖추고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역적 특징을 탈색한 지역 공모사업 구조로,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미술의 내용적 정당성을 독점한 인적 네트워크로 결정화된 것이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문화뉴딜로 등장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20년 가까이 제도화된 한국의 공공미술 운동이 응결된 결과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두 차례의 간주곡을 통해서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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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 위원,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