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극장에 앉아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따라 사뭇 다른 객석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왜일까 하고 둘러보는데, 빈 좌석 하나 없이 관객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객석 거리두기로 좌석과 좌석 사이의 빈 공간이 있지만, 꽉 채운 객석은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 특별한 분위기도 한 몫을 해서인지 그날 공연은 객석과 무대가 호흡을 주거니 받거니 (댓거리를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꽉찬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본다는 건 단지 내가 무대를 직접 지켜본다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관객들과 ‘함께’ 보는 것이죠. 라이브니스만큼이나 객석의 일시적 공동체가 공연의 미학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거리두기 좌석에 앉아 공연을 보지만 이만큼이나마 우리는 ‘회복’한 것일까요. 이제 백신접종도 시작되었고 아무튼 판데믹의 끝은 멀지 않고 다시 우리 일상은 되돌아오는 것일까요.
극장만이 아니라 거리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거리도 가게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한편으로는 감염에 대한 걱정도 앞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럽던 분위기가 가신 거리의 생기가 반갑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가만 둘러보면 붐비는 거리와 가게들 사이에 폐업한 텅 빈 가게들도 보입니다. 저 빈 가게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판데믹의 끝은 무엇일까요.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⑨]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 리뷰: 재난 대응을 너머 ‘뉴노멀’”(김소연·김정원)은 지난 한 해 긴급지원사업을 살펴봤습니다. 판데믹 초기 공황 같던 상황에 비하면 여러 노력들이 있었다는 점, 위기대응이라는 1차적 목표에 대한 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실히 드러나는 정책수단의 한계 등을 짚어봅니다. 한편 재난 대응이라는 예외적 상황이 정책적 쟁점에 주고 있는 시사점도 짚어봅니다. 재난 대응을 넘어 새로운 일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③]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책임: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례”(김상철)은 공공미술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예산이 ‘의회’ ‘위원회’ 행정 등의 제도에서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예술정책의 목표만큼이나 공적 재원의 집행에서 가져야 할 공공성과 책임에 대한 질문입니다. 앞의 두 글도 함께 읽어봐 주십시오.
[칼럼] “변화는 어떻게 오는가: 광주시립극단 사태에서 본 예술노동, 예술인권리보장”(장도국)은 해가 바뀌고도 계속되고 있는 광주시립극단 사태에 대한 글입니다. 필자 장도국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위해 싸우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당사자가 진단하는 광주시립극단 사태에 얽혀 있는 예술정책과 예술생태계에 대한 진단입니다.
[데이터리뷰] “삶의 양극화인가, 희망의 양극화인가”(김민규)는 <국민여가생활조사>를 분석했습니다. 비용과 시간에 대한 시계열 추이는 우리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문화정책은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도시와 문화정책 16] “짓기와 거주하기: ‘위스테이별내’의 주거 실험”은 입주자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파트의 간접소유하는, 임차인이자 임대인인 주거 실험에 대한 글입니다. 아파트 건설이라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건설사 등에 위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거주할 이들이 참여합니다. 그 과정에서 토목사업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주거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적 실천과 실험이 이루어집니다.
지난 한 해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판데믹의 시간을 돌아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재난 앞에서 부족한 노력도 현명한 노력도 보입니다. 어떤 부족함은 ‘우리’의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되기도 하였죠. 빈 가게를 바라보며 판데믹 이후가 그곳에 살던 이들의 삶이 소거된 ‘뉴노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래는 백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김소연 편집장)
---
목차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⑨]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 리뷰: 재난 대응을 너머 ‘뉴노멀’" _ 김소연·김정원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③]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책임: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례” _ 김상철
[칼럼] “변화는 어떻게 오는가: 광주시립극단 사태에서 본 예술노동, 예술인권리보장” _장도국
[데이터리뷰] “삶의 양극화인가, 희망의 양극화인가” _ 김민규
[도시와 문화정책 16] “짓기와 거주하기: ‘위스테이별내’의 주거 실험” _ 김종동
'에디토리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DITORIAL 23] 판데믹의 한 복판에서 (0) | 2021.08.25 |
---|---|
[EDITORIAL 22] 도착하지 않은 편지 (0) | 2021.06.07 |
[EDITORIAL 20] 코로나19 문화정책 담론은 어떻게 전개되었나 (0) | 2021.04.07 |
[EDITORIAL 19] 공론장을 위한 전제들 (0) | 2021.03.03 |
[EDITORIAL 18] 불능의 알리바이 구조 넘어서기 (0) | 2021.01.06 |